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팔각형 케이스, 견고함을 부각시키는 8개의 스크루. 혹시 눈치채셨나요? 바로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입니다. 이번 <All Time Classic>에서는 오데마 피게의 영원한(!) 시그너처 컬렉션 로열 오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1972년 4월 15일, 전설의 시계 로열 오크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사실 1960년대 말은 일본발 쿼츠 파동으로 기계식 시계가 위기에 처하며 고급 시계 수요가 급감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오일 쇼크까지 겹치며 당시 새로운 시계를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 무모한 일에 가까웠죠. 하지만 오데마 피게는 1970년대까지 엑스트라 씬 시계를 포함한 기계식 시계를 꾸준히 생산했습니다. 시계 스타일리스트(!)인 제랄드 젠타까지 기용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그는 로열 오크 뿐 아니라 파텍필립의 노틸러스, 까르띠에의 파샤, 불가리의 불가리 불가리 등 많은 걸작들을 남긴 전설의 인물입니다. 20년 간 오데마 피게와 인연을 이어가며 깊은 애정을 보여줬습니다.
- 제랄드 젠타
- 과거 로열 오크 광고 비주얼
다시 1970년대로 돌아와서, 1971년 바젤페어 시작 전날 오후 4시 제랄드 젠타는 오데마 피게 제품 개발자에게 전화를 받습니다. 방수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스틸 소재 시계를 이탈리아 시장에서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었죠. 단 하루 만에 수백 장의 스케치를 거쳐 극적으로 로열 오크가 탄생합니다! 등장 초반에는 골드가 주를 이룬 당시 트렌드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 외면(!)당했지만 곧 고정 관념을 깬 파격적인 디자인과 소재, 당시로서는 오버 사이즈라 할 수 있는 39mm 사이즈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열렬한 호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 1972년 선보인 최초의 로열 오크(현재 오데마 피게 박물관 소장)
- 로열 오크 다이얼
6시 방향에서 볼 수 있는 AP 로고, 빛을 발하는 루미너스 인덱스, 다이얼 위 작은 사각 문양을 스모크 틴트 처리해 선버스트 효과를 낸 '타피스리(Tapisserie, 와플 모양의 디테일)' 모두 최초의 로열 오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큰 변화 없이 최초의 디자인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최초의 디자인이 너무나 완벽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로열 오크라는 이름은 영국 찰스 2세가 왕자 시절 망명길에 올리버 크롬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숨었던 떡갈나무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디자인 모티브는 영국의 로열 오크 군함 포문과 다이빙 슈트 헬멧에서 가져왔죠.
- 찰스 2세
사실 로열 오크의 가장 큰 매력은 겉으로 노출된 8개의 8각형 스크루가 아니겠습니까? 또한 8각형 시계 케이스 베젤 앞부분과 케이스 뒷면을 일체형으로 설계한 디자인으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더불어 버클 쪽으로 갈수록 폭이 점점 좁아지는 브레이슬릿은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했습니다.
- 로열 오크 디테일
1971년 드라마틱하게 등장한 로열 오크 프로토타입은 1972년 리미티드 에디션 1000피스와 함께 본격적으로 런칭을 알립니다. 고급 시계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스틸 소재 때문에 처음에는 주목 받지 못했지만 점차 지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1981년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1983년에는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를 선보였고, 같은 해 핑크 골드, 플래티넘, 스틸과 탄탈룸 소재의 크로노그래프 모델도 등장했습니다.
-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1981년)
20주년을 맞은 1992년에는 기념 모델인 로열 오크 주빌리를 소개합니다. 1993년에는 로열 오크의 동생격(!)이자 더욱 강인해진 로열 오크 오프쇼어를 출시하며 로열 오크 컬렉션을 더욱 확장합니다. 1994년에는 가죽 스트랩 모델도 등장했고, 1995년에는 투르비용 모델도 추가되었습니다.
- 로열 오크 투르비용(1996년)
1998년에는 로열 오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1999년에는 애뉴얼 캘린더, 2002년에는 30주년 모델도 선보였습니다. 30주년을 기념해 150피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소개한 로열 오크 컨셉 투르비용이 그것으로 미래적인 이미지를 담기 위해 티타늄 소재를 채택했고, 여기에 투르비용과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가미하며 최첨단 소재와 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 로열 오크 컨셉 투르비용(2002년)
2003년에는 영화 <터미네이터>에 로열 오크 오프쇼어 T3 크로노그래프가 등장하며 로열 오크 컬렉션은 더욱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2004년 투르비용과 크로노그래프를 결합한 모델, 또 같은 해 '트래디션 엑셀런스(Tradition d'Excellence)' 컨셉으로 출시한 총 8개 모델 중 4번째로 선보인 로열 오크 트래디션 드 엑셀런스도 주목을 모았습니다. 2008년에는 로열 오크 카본 컨셉 투르비용이 등장했는데, 가볍고 견고한 카본 소재 케이스와 세라믹 베젤, 0.45g에 불과한 투르비용 캐리지, 237시간 파워 리저브가 특징적이었습니다.
- 로열 오크 트래디션 드 엑셀런스 no.4(2004년)
- 로열 오크 카본 컨셉 투르비용(2008년)
2010년에는 복잡한 균시차를 계산해주는 로열 오크 이퀘이션 오브 타임을 선보였는데, 특히 착용하는 사람의 위치에 맞게 위도와 경도를 주문 제작해 설정해준다는 점이 특별합니다(한 발 더 나아가 로터에 고객이 원하는 각인도 새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 로열 오크 이퀘이션 오브 타임(2010년)
2012년에는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4.46mm 두께의 수동 칼리버 2924를 탑재한 41mm 사이즈의 플래티넘 소재 로열 오크 엑스트라 씬 투르비용으로 이전 로열 오크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 로열 오크 엑스트라 씬 투르비용(2012년)
2015년에는 오데마 피게의 오랜 연구 개발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8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로열 오크 컨셉 RD#1이 그 주인공이었죠. 자체 개발한 음향 컨셉을 도입한 차임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로잔 공과대학과 협업한 음향 연구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실제로 시계 컨셉을 완성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워치메이커, 장인, 엔지니어, 학자를 포함한 최상의 연구진들이 머리를 맞댄 것은 물론 현악기에 일가견을 지닌 장인과 명망 높은 제네바 음악원 교수,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로잔공과대학 엔지니어의 손을 거쳐 현악기 제작 방식을 적용한 미니트리피터가 탄생했습니다.
- 로열 오크 컨셉 RD#1(2015년)
2015년에는 오데마 피게의 홍보대사이자 F1의 전설인 미하엘 슈마허의 요청에 의해 시작되어 5년 만에 완성된 로열 오크 랩타임 미하엘 슈마허도 함께 등장하며 특히 컨셉 워치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와 달리 3개의 푸시 버튼을 지니고 있어 현재 랩타임을 측정하는 동시에 다음 랩타임 측정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로열 오크 랩타임 미하엘 슈마허(2015년)
올해 SIHH에서는 '블링블링'한 옐로 골드 소재의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등 옐로 골드 모델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단연 하이라이트는 하나의 축에 두 개의 밸런스를 병렬로 결합한 더블 밸런스 디자인의 로열 오크 더블 밸런스 휠 오픈워크, 그리고 작년 로열 오크 컨셉 RD#1의 계보를 잇는 로열 오크 컨셉 수퍼소네리였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속은 비우고 스트링을 통해 퍼지는 소리가 원형 통로를 거치며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의 디자인 및 원리에서 영감을 가져온 것이 특징입니다.
-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2016년)
-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2016년)
- 로열 오크 더블 밸런스 휠 오픈워크(2016년)
- 로열 오크 컨셉 수퍼소네리(2016년)
1971년 탄생 이래 독보적인 디자인과 강렬함으로 마니아층을 사로잡아온 로열 오크.
로열 오크의 진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로열 오크의 도전 정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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