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톤 와인딩 기구
로터를 분해하면 드디어 신형 무브먼트의 하이라이트, 펠라톤 와인딩 기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능은 지극히 심플하다. 로터에 장착한 하트캠을 로킹 바에 달린 2개의 롤러가 잡고 있는 형태인데, 로터가 회전하면 하트캠이 로킹 바를 좌우로 움직이게 하고, 로킹 바에 장착된 2개의 와인딩 핀이 와인딩 휠의 톱니에 맞물린다. 로킹 바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지 와인딩 핀 중 하나가 와인딩 휠을 회전시키므로 양방향으로 메인 스프링을 감을 수 있는 구조다. 와인딩 핀과 와인딩 휠에 하이테크 세라믹(산화지르코늄)을 채용한 것도 새롭다. 하이테크 세라믹은 마모에 매우 강한 소재다. 따라서 이 부분의 마모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비제 롤러에 장착한 핀도 개량이 이루어졌다. 그 핀은 이제까지는 두드러지게 마모가 심한 부품이었지만, 담금질로 표면 경화 처리해 그다지 자주 교체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리고 신작에서는 검게 빛나는 블랙 세라믹을 사용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플라스틱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산화지르코늄 하이테크 세라믹은 로터의 축받이에도 채용했으며, 마모 감소에 공헌하고 있다. IWC는 무브먼트의 심장부에도 메스를 가했다.
밸런스의 진동 수는 21,600vph에서 28,800vph로 향상되었고, 두 개로 늘어난 배럴로 약 7일간의 파워리저브를 확보한다. 이 개선점 두 가지 중 하나만 실시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무브먼트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필요한 공간과 부품끼리의 위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것이 그 이유이며, 또 다른 이유로는 진동수를 바꿈으로써 무브먼트 내 기어의 배치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개선 작업을 동시에 감행한 점에서 정밀도 향상에 대한 IWC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정밀도 향상에 트윈배럴은 필수불가결하다. 단 하나의 배럴로 7일간의 긴 파워리저브를 확보하려면 필연적으로 풀 와인딩했을 때에 비해 스프링이 적당히 풀린 상태에서 토크가 크게 낮아지고 정밀도도 떨어진다. 트윈배럴이라면 그러한 토크 차는 약 절반에 그치게 된다. 오차 측정기로 계측한 결과, 트윈배럴 채용이 정답이었음이 분명해졌다. 태엽을 완전히 감은 상태에서 5일 후의 회전각도 저하는 30도였는데, 그 정도라면 허용범위 내이다. 어쨌거나 이 무브먼트는 수평 자세에서 수직 자세로 바뀌었을 때의 회전각도 저하가 45도로 상당히 크기 때문에 그 이상의 회전각도 저하는 정밀도에 현저한 악영향을 끼친다. 일 오차는 태엽을 완전히 감은 상태에서 +1초/일부터 +8초/일 사이이며, 5일 후의 정밀도는 0초/일에서 +12초/일 사이로 안정적이었다.
실제로 7일이라는 긴 파워리저브는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을 오랜 기간 방치하지 않는 한 꼭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시계의 파워리저브 표시는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풀 상태인 채 거의 변화가 없다. 와인딩 효율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 수 있다. 무브먼트를 더 분해해보니 아래쪽에 있는 부품에는 장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이 부분까지 장식하는 브랜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기에 크게 흠잡을 부분은 아니다. 스톱세컨드 레버 등 타공 가공 부품의 특성상 미관이 떨어지는 부품이 있는 한편, 폴리시로 아름답게 마감한 나사머리가 혼재하는 등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떨어지는 느낌도 있지만, 바깥쪽에서 보이는 부분의 부품은 공들여 장식해 좋은 인상을 준다.
미세 조정 기구도 개선했다. 헤어스프링은 브레게 타입 터미널 커브를 지녔으며 레귤레이터가 없어 자유롭게 진동할 수 있다. 미세 조정은 밸런스 휠에 장착한 4개의 무게 조정 스크루로 한다. 무게 조정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의 소재는 3세대에 걸쳐 개량되었다. 왼쪽부터 2015년, 2013년, 2005년판 와인딩 핀과 와인딩 휠. 스크루는 나사머리가 사각형이기 때문에 IWC 서비스센터에는 특별한 기구를 준비하고 있다. 날짜 조정 기구도 특필할 만하다.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메인 플레이트에 밀링 머신으로 레일을 가공하고, 그 위를 날짜 링이 회전하도록 설계했다. 두꺼운 나사 같은 모양의 조절 캠이 날짜 링을 한 단위 앞으로 밀어 날짜가 순간적으로 바뀐다. 조절 캠은 반대 방향으로도 슬립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메커니즘에 무리를 주지 않고 언제든 날짜를 앞으로 넘길 수 있다.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의 소재는 3세대에 걸쳐 개량되었다. 왼쪽부터 2015년, 2013년, 2005년판 와인딩 핀과 와인딩 휠.
더욱 심플하게
IWC는 무브먼트를 개선하며 구조의 단순화를 지향했다. 단순화는 기능성 강화로도 이어져, 고장이나 오작동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일례가 로터다. 예전에는 작은 나사로 로터를 고정했지만, 신형 무브먼트에서는 리벳 고정으로 변경했다. 나사 수가 줄어들면 나사가 느슨해지는 고장의 원인이 줄어드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로터, 브리지, 기어, 밸런스, 배럴 등의 순서대로 해체한 후에 남은 것은 무브먼트 전면을 덮는 듯한 2장의 얇은 메인 플레이트다. 여기에는 초침의 위치를 맞추는 메커니즘과 와인딩 기구의 대부분, 그리고 파워리저브 표시 시스템을 구성하는 놀라운 숫자의 기어가 담겨 있다. 2장의 메인 플레이트를 벗기면 드디어 무브먼트의 마지막 나사 1개까지 분해하게 된다. 분해를 진행하며 우리는 다시금 광범위하고 수많은 개선점에 감명을 받았다. 한편 케이스에는 변경 사항이 많지 않았다. 애초부터 개선할 이유가 거의 없는 것이다. 러그에 약간 손길을 가했고 스프링바에 완만한 커브를 주었다. 대형 손목시계 중에는 종종 손목 위에서 휘청거리는 것도 있지만, 포르투기저는 미끄러지지 않으며, 착용감은 매우 쾌적하다. 케이스 지름 42.3mm의 포르투기저는 현재 크기 면에서 그리 크다고 할 수 없게 되었지만, 글라스, 작은 숫자 인덱스, 그리고 플랫한 다이얼로 인해 깊은 인상을 준다.
레일웨이 미니트 트랙, 레코드판 같은 홈을 파놓은 서브다이얼, 아플리케 아워 인덱스, 그리고 슬림한 리프 핸드 등을 균형감 있게 잘 배치한 다이얼은 그야말로 포르투기저의 상징이며, 시계 애호가를 매료시키는 스타일 아이콘이다. 실버 컬러의 다이얼과 블루 컬러의 핸드와 인덱스의 강한 대비 효과로, 밝은 곳에서의 가독성은 매우 훌륭하다. 다만,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의 우아한 디자인을 위해 야광 도료는 도포하지 않았다.
두 개의 배럴로 안정된 파워를 공급하여 정확성을 더욱 높였다.
메인 플레이트 안에는 파워리저브 표시 시스템을 구성하는 많은 수의 기어가 담겨 있다.
케이스는 겉보기에는 심플하지만, 구석구석까지 디테일에 대한 집념이 느껴지는 마감을 볼 수 있다. 케이스 측면은 새틴 마감으로, 오목한 베젤은 폴리시로 마감했다. 베젤의 폴리시 마감 기법은 미려한 케이스백으로 그대로 이어졌고, 주위를 오목한 홈으로 가공했다. 전체적인 케이스 가공 수준은 매우 높으며, 폴리시 마감은 매우 깔끔해 가공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좋은 만듦새는 앨리게이터 스트랩에도 이어진다. 미싱으로 정성스레 스티치 작업한 매듭 마감 스트랩은 표면 도장이 아름답다. 면은 새틴 마감하고 모서리는 폴리시 마감한 폴딩 버클은 케이스와 잘 어울린다. IWC의 폴딩 버클은 안정감 있는 기능으로 오랜 기간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폴딩 버클은 개폐 조작이 간편하며, 잘 벗겨지지 않도록 손목에 고정된다.
시각 맞추기는 스크루다운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커다란 크라운으로 조작하며 스톱세컨드 기능, 날짜 패스트와인드 기능이 있어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다.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의 약점을 굳이 들자면,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이면서도 1580만원이라는 가격일 것이다. 가격에 놀라지 않을 각오가 있다면, IWC 역사상 가장 뛰어난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완벽하게 개선한 7일 파워리저브 무브먼트는 너무나 우수하고, 가공도 흠잡을 구석이 없다. IWC는 이 고전 명작의 심플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강화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해 손목을 위한 스타일 아이콘으로 큰 진화를 이뤄냈다.
이번 테스트에서 사용한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블루 인덱스 모델. 이 외에도 18K 레드골드 케이스와 블랙 다이얼 등 총 5종류의 모델이 있다.
스펙
IWC 포르투기저 오토매틱(IWC Portugieser Automatic)
제조사 IWC
제품 번호 IW500705
기능 시·분, 스몰세컨드(스톱세컨드 기능), 날짜 표시, 파워리저브 표시
무브먼트 매뉴팩처 칼리버 52010, 셀프와인딩, 28,800vph, 31스톤, 날짜 패스트포워드 조정 기능
충격 완화 장치(인카블록 사용), 글루시듀어 밸런스 휠, 밸런스 스크루 부속 프리스프렁 밸런스,
7일 파워리저브, 지름 37.8mm, 두께 7.5mm. 케이스 스테인리스스틸, 양면 반사 방지 가공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사파이어 크리스털 나사식 케이스 백, 30m 방수
스트랩과 버클 앨리게이터 악어가죽 스트랩, 스테인리스스틸 폴딩 버클
베리에이션 18K 레드골드 케이스(2970만원)
작동 안정성 실험 (하루 중 오차 범위, 초 / 24 시간)
| 풀 와인딩 시(T0)
| 5일 후(T120)
|
다이얼 위
| +2
| +3
|
다이얼 아래
| +2
| +4
|
크라운 위
| +8
| +6
|
크라운 아래
| +5
| +6
|
크라운 오른쪽
| +4
| +6
|
포지션 간 최대 편차
| 7
| 12
|
평균 일 오차
| +3.7
| +5.2
|
평균 진동각
수평 포지션
| 313°
| 282°
|
수직 포지션
| 268°
| 237°
|
사이즈 지름 42.3mm, 두께 14.5mm, 무게 103g
가격 1580만원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의 분해를 담당한 시계 보석점 벰페(Wempe)의 시계 마이스터 플로리안 피커.
테스트 결과
IWC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IWC Portugieser Automatic)
스트랩과 버클 (9/최대 10 점)
디자인이 아름다운 폴딩 버클과 앨리게이터 스트랩은 정성껏 마감했고 실용적이다.
조작성 (5/5)
스크루 다운 방식이 아닌 커다란 크라운, 날짜 패스트포워드 기능, 스톱세컨드 기능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케이스 (8/10)
의도적으로 심플한 라인으로 디자인한 케이스는 오목한 형상의 베젤로 정교한 디테일을 표현했다. 폴리시와 새틴을 조합한 마감은 깔끔하다.
디자인 (15/15)
시계 디자인의 스타일 아이콘에 개선의 여지는 없다.
가독성 (4/5)
다이얼의 핸드와 숫자의 콘트라스트는 매우 양호하지만, 야광 도료를 도포하지 않았다.
착용감 (8/10)
손목에 기분 좋게 감긴다. 대형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착용하면 의외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무브먼트 (18/20)
7일 파워리저브를 지닌 무브먼트는 그 자체가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IWC는 정밀도, 내마모성,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을 가했다.
작동 안정성 테스트 결과 (7/10)
수직 자세로 바뀌었을 때의 회전각 저하가 다소 큰 감이 있지만, 플러스 경향은 미미하며 최대 자세 차도 과하게 크지 않고 안정된 정밀도를 보인다.
가격 만족도 (10/15)
IWC의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은 아이콘적 디자인과 훌륭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갖고 있지만, 가격은 높은 편이다.
크로노스 평점 84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