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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o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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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코흐(Jens Koch) 사진 www.photo-krueger.de 에디터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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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훌륭한 디자인, 긴 파워리저브, 만듦새가 극히 우수
단점 높은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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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처리한 로터와 메인 플레이트를 통해 아름다운 무브먼트의 내부를 대부분 볼 수 있다.


1939년 어느 날, 2명의 포르투갈 시계상인이 ‘마린 크로노미터 급의 정밀도를 갖춘 항해용 대형손목시계’를 주문하기 위해 IWC를 찾아왔다. IWC는 그 요청에 부응해 지름이 38mm가 넘는 회중시계용 무브먼트 74H4를 지름 41.5mm의 대형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담아 제공한다. ‘포르투기저’라고 명명한 이 시계에는 6시 방향에 스몰세컨드가 있는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레일웨이 미니트 트랙과 아라비아 숫자로 구성한 단정한 다이얼을 얹었다. 온 세상 남성이 작고 우아한 드레스워치를 착용할 당시에 포르투기저는 분명 낯설어 보였을 것이다. 그를 반영하듯 초기 모델의 생산 수량은 적었고, 몇 백 개가 만들어진 후 1958년에 생산을 종료한다. 



오랜 침묵 후에 찾아온 성공
IWC가 포르투기저를 특별 한정 모델로 부활시킨 1993년, 드디어 성공이 찾아온다. 그때도 무브먼트는 회중시계용을 탑재했다. 시계 애호가들은 역사적 모델의 부활을 환영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대형 손목시계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그 조류에 따라 IWC는 5년이나 되는 기간을 투자해 개발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할 모델로 포르투기저를 선택한다. 2000년에 2000개 한정으로 발매한 포르투기저 셀프와인딩의 내부에는 7일이나 되는 파워리저브를 지니고 3시 방향에 파워리저브 표시, 9시 방향에 스몰세컨드를 배치한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5000이 위용을 자랑했다. 지름 38.2mm의 칼리버 5000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였다. 소형 시계에 사용할 수 없는 이 대형 무브먼트의 개발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대형 손목시계의 트렌드가 끝나버린다면 이 무브먼트는 활약할 무대를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는 IWC의 기대에 맞게 흘러갔고,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인하우스 칼리버 5000을 개발하며 IWC는 브랜드가 자랑하는 전통 기술을 부활시켰다. 펠라톤 와인딩 기구가 그것이다. 1950년대 초, 당시 IWC의 기술부장이었던 앨버트 펠라톤은 칼리버 85를 위해 레버를 이용한 양방향 와인딩 기구를 개발했다. 이후 칼리버 85는 신뢰성 높은 칼리버로 전설을 쌓아간다. 또한, 칼리버 5000에는 설계 때부터 이미 브레게 타입 터미널 커브를 지닌 헤어스프링을 사용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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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로터는 더욱 가벼워지고 아름답게 장식했으며, 분해도 쉬워졌다.(오른쪽) 무게를 13% 줄인 신형 로터로 구동축에 걸리는 부하를 덜어 내구성을 크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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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조정을 위한 스크루를 장착한 밸런스 휠. 헤어스프링은 브레게 타입 터미널 커브를 갖고 있다.

2004년에는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을 수량 한정 없이 발매한다. 6시 방향에 날짜 표시를 추가하고, 로터 브리지의 구조를 손질한 무브먼트에는 단위가 하나 더 많은 칼리버 50010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2005년에는 칼리버 50010을 토대로 칼리버 51010을 선보인다. 칼리버 51010의 가장 큰 변화는 미세 조정 기구를 프리스프렁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헤어스프링의 길이를 조절하는 레귤레이터 대신 밸런스 휠에 무게 조정 스크루를 장착해 헤어스프링이 자유롭게 진동할 수 있었고, 진동수도 18,000vph에서 21,600vph로 높아졌다. 이 두 가지 개선으로 IWC는 무브먼트의 정밀도를 더욱 끌어올린다. 2008년에는 기어의 톱니 구조를 최적화하고, 배럴을 지지하는 루비 스톤을 베릴륨제 축받이로 변경한다. 이로 인해 스톤 수는 44개에서 42개로 줄어들고, 칼리버 이름도 51011로 바뀐다. 그리고 2013년 초에 마모를 더욱 줄일 목적으로 펠라톤 와인딩 기구를 개량했다. 베릴륨제였던 와인딩 핀을 하얀 세라믹 소재로 변경하고, 와인딩 휠은 담금질로 표면 경화한 저먼실버를 사용했다. 이 하얀 세라믹을 플라스틱이라 생각한 애호가들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이 무브먼트에는 완벽을 지향하는 IWC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은 약점이 남아 있었다. 7일간의 파워리저브를 담는 배럴을 감기 위해 무겁고 큰 로터를 사용해야 했고, 로터의 커다란 힘이 무브먼트 내부에 큰 마찰을 일으켜 부품이 마모될 가능성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IWC는 2015년 SIHH에서 근본적인 개선을 거친 무브먼트를 발표했다. 칼리버 52010이라 명명한 신형 무브먼트의 3분의 1은 그대로이고 3분의 1은 다시 설계했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개량했다.


새로운 로터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시계 보석점 벰페(Wempe)가 검증을 위한 분해를 담당했다. 크로커다일 레더 스트랩을 고정하고 있는 곡선형의 스프링 바를 제거하고, 뒷면을 꽉 채운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백을 연다. 로터의 디자인이 완전히 새롭게 바뀐 점을 먼저 알 수 있다. ‘프로부스 스카푸시아(Probus Scafusia, 샤프하우젠의 장인 정신)라고 각인된 골드 메달이 작아진 대신, 로터 본체의 구멍이 커졌고, 브리지에도 구멍을 뚫어 로터 아래에 있는 무브먼트를 전보다 많이 볼 수 있게 했다. 로터의 골격은 아름답게 디자인했고, 모든 모서리를 세심히 다듬어 입체적이고 세련된 모습이다. 골드 플레이트 마감한 메달과 부조로 새긴 문자는 더욱 정교해졌으며, 메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선레이 장식과 브리지의 서큘러 제네바 스트라이프 장식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대형 로터의 존재감은 사용자에게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디자인의 변화에 앞서 신형 로터의 가장 큰 변화는 경량화다. 구형 무브먼트의 로터와 신형 로터를 저울에 올려 비교해보니, 신형이 5.02g으로 구형보다 0.65g 가벼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약 13%의 경량화를 의미하는 중요한 개선점이다. 무거운 로터로 인해 로터 축이 부러져 수리를 위해 공방으로 들어오는 포르투기저가 가끔씩 있었기 때문이다. 로터의 경량화로 이러한 사고는 앞으로 잘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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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내마모성. IWC는 블랙 세라믹을 투입해 펠라톤 셀프와인딩 와인딩 기구의 마모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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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아이콘을 분해하다. 이 사진은 포르투기저 셀프와인딩의 구성 부품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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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실용적인 폴딩 버클은 조작이 간편하며, 앨리게이터 스트랩의 무늬는 균일하다.
Part 2로 이어집니다. 

크로노스 No. 53
출간일 | 2017년 11월 01일
판매가 | 15,000원
책정보 | 페이퍼백 | 204쪽 | 230*275mm | ISBN_13 2005-6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