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기획하는 신규컬럼으로 컬럼명 'VS'에서 예상하실 수 있듯이 두 개의 '다른' 시계를 비교하는 컬럼입니다.
다양한 주제 아래 각기 대조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시계를 서로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SIHH에서 만난 가장 '의외의' 시계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시계를 꼽을 것 같습니다. 바로 반클리프 아펠에서 선보인 '미드나잇 뉘 뤼미뉴즈 워치'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다이얼 위에서 불을 밝히는 시계라는 점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SIHH에서 또 하나의 불을 밝히는 시계를 만났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놀라웠죠. 두 번째 불을 밝히는 시계는 HYT의 H4 메트로폴리스입니다. 실은 SIHH 출장 전 보도자료로는 이미 접한 바 있었는데, SIHH에서 가서 직접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죠.
물론 이 두 시계는 붉을 밝힌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색깔부터가 전혀 다르니까요.
그럼 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시계가 펼치는 대조적인 매력 대결을 한번 만나볼까요?
VAN CLEEF & ARPELS
우선 미드나잇 뉘 뤼미뉴즈 워치(Midnight Nuit Lumineuse Watch)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에서 매우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으로 사실은 SIHH 시작 3일 전 '겨우' 완성된 매우 따끈따끈한 제품입니다(여담이지만 SIHH 직전까지도 선보일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했다고 합니다). 우선 다이얼을 살펴보면 반짝거리는 푸른 빛의 어벤추린 글라스, 그리고 그 위의 별자리가 눈에 띕니다. 주얼러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잊지 않고 별자리를 따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도 흩뿌렸습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오로지 하나의 바늘만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이얼 왼편에 숫자와 눈금이 반원 형태로 펼쳐져 있는데, 이 바늘 하나가 레트로그레이드 형태로 가리키며 대략적인 시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그래서 더 시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유니콘 별자리입니다(참고로 유니콘은 1970년부터 반클리프 아펠에 많은 영감을 선사해 준 주제입니다). 다른 별자리와 달리 꽤나 세밀하게 그려낸 점이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8시 방향의 푸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명확해집니다. 푸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바로 유니콘에 세팅된 6개의 다이아몬드가 '빛납니다'! 물론 다이아몬드 자체도 영롱한 빛을 발하지만, 스톤의 반짝임이 아닌, 진짜 불빛이 다이아몬드 뒤에서 비추는 것입니다.
이것은 피에조 전기 효과를 응용한 특별한 '라이트 온 디맨드(Light on Demand)' 모듈 덕분에 가능한 것입니다(이 메커니즘으로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피에조 효과는 압전 효과로 일종의 압력을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계 안에 들어있는 세라믹 조각이 무브먼트의 진동에 따라 전기 에너지를 축적하고, 이 에너지를 이용해 유니콘 위 다이아몬드 뒤에 위치한 6개의 전자 발광 다이아도를 충전합니다. 그리하여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것이 일종의 '백라이트'처럼 비추며 4초간 다이얼 위에서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온전히 기계적인 원리로 만들어내는 전기라는 점이 주목할만합니다(즉 밧데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VS
HYT
또 하나의 빛을 발하는 시계 H4 메트로폴리스(H4 Metropolis)입니다. HYT는 기계식 시계와 유체 역학을 조화시키는 매우 아방가르드한 브랜드이기도 하죠(시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반클리프 아펠과는 극과 극의 느낌입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기존에 선보인 HYT의 다른 시계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H1 무브먼트에 기반을 두고 있는 H1의 카본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을 밝히는 것일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케이스 오른쪽으로 두 개의 푸시 피스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그냥 있는 것이 아닙니다(다이얼에서는 시,분, 초 디스플레이만 하고 있으니 분명 뭔가가 더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피스는 불을 켜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H4 메트로폴리스는 빛을 만들어내는 발전기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6시 방향의 라이더 아래 숨겨진 두 개의 LED가 다이얼을 푸른 빛으로 물들이는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단연 진가를 발휘하는데, 슈퍼-루미노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빛남'입니다.
반클리프 아펠처럼 이 빛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밧데리가 아닙니다. 순전히 기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4시와 5시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발전기가 기계적인 동력을 빛 에너지로 변환시킵니다. 특히 이 작은 발전기를 커브 형태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4시와 5시 사이 푸시 피스를 돌리면(와인딩) 발전기를 위한 에너지가 축적되고, 푸시 피스를 누르면 LED에 불이 들어오는 식입니다. 반클리프 아펠과 비슷하게 불을 밝히는 시간은 5초 내외입니다.
빛을 발한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그 외에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두 개의 시계를 만나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시계 브랜드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걸까요? 나올 만한(!) 건 다 나오지 않았나 싶다가도 이렇게 예상 밖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만날 때면 화수분처럼 샘솟는 그들의 상상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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