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10: 내 평생의 달력?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에서 캘린더, 즉 달력과 관련된 기능은 꽤 실용적입니다. 그래서 단순하게는 날짜나 요일, 월 등의 정보를 보여주는 버전에서부터 년도(윤년 여부까지도 말이죠), 월, 날짜, 요일,해당 주수, 문페이즈 등의 다소 복잡한 정보를 모두 담은 버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채로운 캘린더 시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날짜나 요일, 월 중 하나 혹은 두 개 정도를 보여주는 단순한 버전의 캘린더 시계의 경우 보통 매월 28일, 29일, 30일, 31일 등 마지막 날에 날짜를 손수 변경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단순한 버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애뉴얼 캘린더가 있는데, 좀 더 진화한 덕분에 30일, 31일로 끝나는 달의 날짜는 자동으로 계산해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2월에는 따로 조정을 해줘야 하죠. 당연히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윤년의 2월에도 따로 맞춰주어야 합니다.
캘린더 시계 피라미드(!)의 정점에는 진정한 컴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퍼페추얼 캘린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투르비용의 경우 시계 위에서 펼쳐지는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고, 미닛 리피터의 경우 시계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대놓고(!) '내가 바로 컴플리케이션!'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퍼페추얼 캘린더의 경우 (다양한 정보를 담다 보니 창이 많고 다이얼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얼핏 봐서는 그다지 하이 컴플리케이션스러운 외모를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전에 기계식 시계에 입문하기 원하는 지인에게 시계 브랜드 몇 개를 추천한 적이 있는데, 이리저리 검색해보더니 제게 C 브랜드의 퍼페추얼 캘린더 사진을 보내며 의견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컴플리케이션 시계라고 설명하면서가격대를 알려주니 상당히 놀라는 반응이었습니다(자신이 생각하던 금액대의 4~5배가 넘는 금액이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외모만 보고는 컴플리케이션이라고까지 생각하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그만큼 겉보다는 '속'을 제대로 알아야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컴플리케이션이 바로 퍼페추얼 캘린더 아닐까 싶습니다.
애뉴얼 캘린더만 해도 선보이는 브랜드의 리스트가 꽤 길지만, 퍼페추얼 캘린더로 올라가게 되면 브랜드 수부터 확연하게 줄어듭니다. 아무래도 상당한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이겠죠.이름에 '영구적인'이라는 의미의 '퍼페추얼(perpetual)'을 품고 있는 만큼 적어도 구입하고 살아 생전에는(!) 따로 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대략 2100년까지 조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후손에게 물려주더라도 빨라야 다음 세대에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용자는 그만큼 편리하지만 워치메이커의 경우 복잡한 날짜를 일일이 계산해서 메커니즘에 반영해야 하는 만큼 상당히 골치 아픈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사용이 쉽다고 해서 시계 자체가 쉽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매우 섬세한 보살핌을 요하는 시계니까요. 예를 들어 특정 시간에 시간을 조정하면 시계가 망가질 위험성이 있다거나, 조정 중에 날짜를 현 시점보다 더 앞서가게 넘겨버릴 경우 자체 해결이 안 되는 등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있기는 하지만, 퍼페추얼 캘린더가 '막 다루면 안 되는' 시계라는 점은 여전히 변함 없습니다.
새해가 되면 항상 새로운 달력 하나쯤 구비하시지 않나요? 물론 스마트폰의 캘린더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탁상 달력 하나 정도는 꼭 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년 1월을맞아 달력을 품은, 그것도 하이엔드 달력을 품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를 모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바쉐론 콘스탄틴의 패트리모니 퍼페추얼
이것저것 다양한 정보를 담아야 하다보니 퍼페추얼 캘린더는 태생적으로 다이얼이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패트리모니 퍼페추얼은 그럼에도 참으로 미니멀한(!) 퍼페추얼캘린더 제품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심플한 인덱스와 바늘, 대칭으로 자리한 깔끔한 표시창 등이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정갈한 실루엣, 매끈한 바신느 형태 케이스, 볼록한 돔형다이얼까지 시계의 모든 부분들이 부드러 운 곡선미를 이루며 이 미니멀한 느낌을 극대화합니다. 패트리모니 컬렉션 특유의 우아함이 느껴지는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12시 방향에서 월과 윤년, 3시 방향에서 날짜, 6시 방향에서 문페이즈, 9시 방향에서 요일 등의 정보를 표시해줍니다. 이 디스플레이창들의 숫자나 문자도 매우 간결한 느낌이라 시계 전반의 간결한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자동 무브먼트인 칼리버 1120QP는 제네바 홀마크 인증도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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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블랑팡, 빌레레 퍼페추얼 캘린더
역시 클래식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보여주는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자동 칼리버 5939A를 탑재한 이 시계는 2100년까지 따로 조정할 필요 없이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매달 마지막 날의 날짜를 계산해줍니다. 특히 시계가 망가질 걱정 없이 아무 때나 날짜, 요일, 월, 문페이즈 인디케이션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42mm 사이즈 케이스 뒷면에 블랑팡의 특허 기술을 담은 언더-러그 코렉터(under-lug corrector)가 있어 별도의 도구 없이도 날짜와 문페이즈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캘린더 무브먼트의 경우 코렉터가 필요합니다. 처음캘린더를 세팅할 때, 혹은 추후에 다시 세팅할 일이 있을 때 이 코렉터로 조정을 합니다. 보통의 코렉터는 시계 케이스 옆에 구멍 형태로 자리해 핀 등을 이용해 누르면서 날짜, 요일,월, 문페이즈 등을 변경합니다. 하지만 이 구멍이 케이스의 매끈한 자태를 망친다(!)고 생각한 블랑팡은 코렉터를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기기 위해 고민했고, 찾은 자리가 바로 러그아래입니다. 그 결과 도구 없이 손가락으로 조정 가능한 코렉터가 탄생했고, 그 기술력으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순수한 느낌의 그랑푀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 위 12시 방향에서 월과 윤년, 3시 방향에서 날짜, 6시 방향에서 라지 문페이즈, 9시 방향에서 요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8일이라는 긴 파워 리저브도 주목할만합니다.
3.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투르비옹 실린더릭 퀀템 퍼페추얼
6시 방향의 투르비용 때문인지 매우 위용 넘치는 모습의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19세기 후반에 제작한 회중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지름 42mm, 두께 13.1mm 케이스 위 짙푸른 하늘을 연상시키는 블루 다이얼 위에서(그레인 처리해 더욱 매력적입니다)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시 방향에서는 월과 년도, 3시 방향에서는 문페이즈 원주를 따라요일, 9시 방향에서는 날짜 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양한 퍼페추얼 캘린더 인디케이터를 투르비용 위쪽으로 배치해 균형미를 보여줍니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와 황도 12궁 등천체의 움직임도 추가했습니다. 특히 6시 방향의 플라잉 투르비용은 브리지가 없어 다이얼 안쪽의 모습을 더욱 자세하게 보여주는데, 여기서 실린더형 밸런스 스프링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4. 랑에 운트 죄네의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우선 화이트 골드와 그레이 컬러의 대비가 상당히 느낌 있는(!) 이 시계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결합했습니다. 매뉴팩처 칼리버 L952.1의 정확성 덕분에2100년까지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커다란 사이즈로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는 대형 사이즈 날짜창을 비롯해 3시 방향에서 월과 윤년, 6시 방향에서 문페이즈(그레이 컬러와 대비를 이루는 딥 블루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9시 방향에서 요일, 낮/밤 표시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름 크로노그래프 관련 디스플레이창과 사이좋게(!) 공간을 나눠 쓰며 효율적인 배치를 꾀했습니다. 푸시 버튼을 통해 캘린더와 관련한 디스플레이를 쉽게 조정할 수 있으며, 오목하게 들어간 세 개의 코렉터로 캘린더 관련 디스플레이를 별도로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5. 파텍필립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Ref. 5496P-014
파텍필립은 2015년에도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를 결합한 Ref. 5270G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굳이 2014년 소개한 Ref. 5496P-014를 소개하는 이유는 디스플레이 디자인이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플래티넘 케이스에 독특한 허니 브라운 컬러 다이얼이 눈길을 끕니다. 3시와 9시, 12시 방향에서는 작은 창을 통해 각각 월과 요일, 윤년 여부를 보여줍니다. 특히 가운데 270도 각도로 펼쳐진 숫자들을 넘나들며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날짜를 표시하는 바늘이 눈에 띕니다. 매달 마지막 날 자정이 되면 바늘이 다시 1 자리로 점프하며 돌아갑니다. 6시 방향에는 서정적인 문페이즈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6. 로저 드뷔의 오마주 밀레짐 포켓 워치
2015년 20주년을 맞은 로저 드뷔가 이를 기념해 특별한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을 알린 것이 바로 오마주 밀레짐(Hommage Millésime) 포켓 워치입니다. 참고로 밀레짐은 불어로 '빈티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로저 드뷔는 매년 이처럼 하나 뿐인 '복원된 빈티지' 시계를 소개하겠다는 야심찬 발표를 했습니다. 사실 이는 로저 드뷔의 창립자Mr. 로저 드뷔가 1995년 회사 설립 이후 몇몇 인상적인 복원 작업을 성공한 것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로저 드뷔 자신이 빈티지 포켓 워치를 복원할 수 있도록 제공했고, 이를 RD181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복원하고 아름답게 장식한 것은 물론 추가적인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이 회중 시계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비롯해 미닛리피터와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연히 제네바 홀마크 인증도 받았습니다. 개발에 2년이 소요된 이 RD181 모델은 칼리버 복원에만 700시간을 포함해 총1950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복원 과정에서 퍼페추얼 캘린더는 두 개의 복고풍 디스플레이로 교체했는데, 로저 드뷔가 개발하고 제작한 최초의 퍼페추얼 캘린더를 떠올리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스켈레톤으로 디자인한 60mm 사이즈의 케이스 앞면을 살펴보면 12시 방향과 6시 방향에서는 각각 날짜와 요일을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보여주고, 3시 방향에서 문페이즈, 그리고 9시 방향에서 월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1,2,3,4 숫자로 윤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핑크 골드 소재 체인은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주문 제작도 가능하고메시지도 새길 수 있다고 합니다.
7. 파르미지아니의 톤다 센텀
톤다 센텀(Tonda Centum) 역시 여타 퍼페추얼 캘린더와는 다소 다른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우선 다이얼 자체도 독특한 모랫빛 다이얼, 마룬 컬러 다이얼, 오픈워크 다이얼로 선보이고 인하우스 무브먼트 PF333을 장착했습니다. 다이얼 가장 바깥 쪽에는 270도 부채꼴 형태로 날짜를 배치해 블루 컬러 바늘을 통해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표시합니다. 다이얼 중앙에는 요일과 날짜창을 배치해 전통적인 퍼페추얼 기능을 사뭇 모던하게 디자인했고, 6시 방향에 자리한 두 개의 원형을 통해 남반구와 북반구의 달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달의 얼굴로 표현하는 방식이 아닌 블랙 & 화이트로 심플하게 디자인했는데, 이 역시 매우 모던한 디테일입니다.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두 가지 소재로 만날 수있습니다.
8. 그뢰벨 포시의 QP 이퀘이션
그뢰벨 포시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 QP 이퀘이션(QP à Équation)은 균시차(equation of time) 기능까지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도 매우 복잡하지만 균시차도 못지 않습니다. 균시차는 시태양시(실제 태양이 가리키는 시각)와 평균태양시(가상의 태양이 가리키는 시각)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그뢰벨 포시는 이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간결하고도 읽기 쉽게 배열할 수 있을지, 그리고 동시에 사용이 간편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하여 시계 앞과 뒤를 고루 활용했고, 양방향으로 와인딩할 수 있는 크라운을 채택했습니다. 며칠간 멈춘 시계를 다시 조정해야 하면 특별한 도구 없이 크라운을 뽑아 2시 방향 근처의 '선택 인디케이터(selection indicator)' 통해 QP, 그리고 H/M 중 모드 중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나서 크라운을 앞 뒤로 돌리면서 캘린더와 관련된 정보를 변경하면 다른 인디케이션도 저절로 변경되는 식입니다. 정말 스마트합니다! 실수로 너무 많이 넘겨버렸을 경우 다시 뒤로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는 세 개의 특허를 출원한 메커니컬 컴퓨터(mechanical computer) 시스템 덕분에 가능한 것으로 이를 통해 시계 앞 뒤의 캘린더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이얼 앞 4시 방향 부근에서는 커다란 날짜창과 함께 월, 그리고 6시 방향 부근에서 윤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뒤로 돌리면 네 자리로 표시한 년도와 함께 계절별 균시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균시차는 두 개의 디스크를 이용해 보여주는데 하나는 날짜 휠에 따라 회전하며 균시차를, 또 하나의 디스크는 1년에 한 바퀴 회전하며 균시차가 +인지 -인지를 알려줍니다. 10시 방향에 위치한, 그뢰벨 포시의 전매 특허인 25도 기울어진 24초 투르비용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파인 워치메이킹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진지한 워치메이커로서의 면모를 뽐내고 있는 까르띠에의 진면모가 엿보이는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이름은 로통드 드 까르띠에 아스트로깔랑데르(Astrocalendaire)로 제네바 홀마크 인증을 받은 이 시계는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디스플레이한 것이 특징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퍼페추얼 캘린더는 태생적으로 다이얼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는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전혀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으로 극복한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3차원의 계단식 원형 극장 형태를 고안했습니다. 첫 번째 줄에는 7개의 요일, 그 윗줄에는 12개의 달, 마지막 줄에는 31개의 날짜를 배치해 다이얼의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동시에 가독성도 높였습니다. 시계 뒷면에서는 윤년 여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9459 MC 칼리버의 기어 트레인 시스템 덕분에 퍼페추얼 캘린더에 있어 위험한(!) 시간인 자정 전후 몇 시간 동안 와인딩을 해도 시계가 파손될 위험성이 없습니다. 또 크라운을 이용해 캘린더 기능을 앞뒤로 모두 조작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 MB&F 레거시 머신 퍼페추얼
레거시 머신(Legacy Machine)에서 네 번째로 소개한 모델로 지극히 MB&F스러운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전통적인 퍼페추얼 캘린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MB&F의 창립자 막시밀리언 뷔서 자신이 일명 '부메랑 시계(수리를 위해 자주 돌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다고 합니다)'라 불렀던 퍼페추얼 캘린더를 고장나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고 싶었던 열망을 반영한 시계입니다. 이 시계를 이루고 있는 581개 부품으로 제작한 칼리버는 모듈 형태도 아닌, 또한 베이스 무브먼트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통합된 형태입니다(보통 베이스 무브먼트에 모듈을 얹는 여타 퍼페추얼 캘린더와 확연히 다릅니다). 전통적인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이 한 달에 31일로 끝나는 달을 기본(default)으로 설정해 더 적은날짜로 끝나는 달의 경우 삭제하는(delete) 형식을 취하지만 레거시 머신 퍼페추얼은 기계식 프로세서(mechanical processor)라는 이름의 특허 출원 중인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한 달의 기본 날짜를 28일로 설정한 후 필요한 날짜를 더하는(add) 형식을 취합니다(즉, 매달 초과되는(!) 날짜를 빠르게 넘기는 과정이 없어진 것입니다). 또 윤년 등의 년과 관련된 정보는별도로 마련한 퀵셋 푸셔(quickset pusher)로 쉽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날짜가 변하고 있는 동안에는 퀵셋 푸셔와 연결을 끊는 내부의 안전장치 덕분에 시계가 망가질 위험성을 애초에 방지해줍니다. 이 시계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다이얼 중심에 자리한 강렬한 인상의 밸런스입니다. 전통적인 퍼페추얼 캘린더가 지니고 있던 긴 레버가 사라지면서다이얼 중심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밸런스가 위풍당당하게 전면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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