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슈테 오리지날 CEO 얀 가마드(Yann Gamard) 인터뷰
타임포럼은 얼마전 방한한 글라슈테 오리지날 CEO 얀 가마드(Yann Gamard) 씨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당시의 인터뷰 내용을 회원님들께 전해드립니다.
** 글라슈테 오리지날 CEO 얀 가마드(Yann Gamard) 약식 이력
프랑스에서 태어난 얀 가마드는 스위스 로잔 경영 대학에서 MBA를 취득,
졸업후 미국행에 올라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착실한 경영인의 길을 걸었다.
1995년 스와치 그룹의 파이낸스 디렉터를 시작으로 시계업계에 발을 내딛었으며,
1998년 스와치 그룹 추가 이사회의 멤버로 추대되는 동시에,
스와치 그룹 독일 지사, 스와치 그룹 북유럽 지사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2011년 글라슈테 오리지날 매니징 디렉터 및 CEO에 임명되어 현재까지 글라슈테 오리지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한국은 몇 번째 방문이며, 이번 방한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한국을 30년 전에 처음으로 방문했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30년이라는 세월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상상이 가는가? 30년 전이면 당신이 태어났을 즈음이다. (웃음)
이번 방한은 글라슈테 오리지날이 한국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에 좋은 시점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조사 목적이 크다.
더불어 한국의 저널리스트들, 여러 업계의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묻기 위함이다.
특히 나는 당신처럼 업계의 현황을 잘 알고 우리 브랜드를 알며 시계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스페셜리스트들의 의견을 중시한다.
아시다시피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한국에서 이미 한차례 철수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브랜드에 받은 인상은 어떠했으며, 다시 한국 시장에 뛰어들기에 적기인지,
더 크게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에 나 역시 관심이 많다.
냉정하게 말해 과거 우리가 진출했을 때는 브랜드를 알리기에 제대로된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또한 전략적으로 잘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 자체적으로도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고 마케팅과 세일즈 양쪽 모두에서 선전할 만한 긍정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고로 나는 한국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를 다시 시작하기에 현 시점이 어느 정도 적절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단 이번에는 제대로된 방식으로 시작하고 싶다.
- 2015년 출시된 파노매틱루나 신제품
아시다시피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한국 시장에서 한차례 철수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에 계속 주목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당신은 한국 소비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앞서 말했듯이 과거 우리는 제대로된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당시 시장 상황이 우리와는 맞지 않았기에 철수한 선례가 있다.
하지만 그때와 상황은 달라졌고 한국의 많은 시계애호가들이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시계를 경험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시장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한국에 고급시계를 향유하는 층이 두텁다면 우리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아시다시피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시계는 매우 특별하다.
우리는 스위스 시계산업의 대안이 되는 브랜드이고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하기보다는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시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Connoisseur)과 매니아층이 일정 수준 갖춰져 있는 환경을 필요로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 한국 시장을 향한 나의 인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더불어 우리는 서서히 제품의 볼륨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하이엔드 퀄리티를 고수하기 위해 매우 적은 수량과 보수적인 볼륨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향후 서서히 제품 볼륨을 키워간다면 더 여러 국가에 글라슈테 오리지날 시계를 소개할 수 있으리라 본다.
- 2015년 신제품인 세네터 옵저버 모델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타임포럼의 회원들 사이에서 호감도가 높은 브랜드에 속한다.
한국에서 아직 인지도가 낮고 두 개의 면세점 매장만 있는 브랜드치고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글라슈테 오리지날이 한국의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CEO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에 아직 로컬 매장이 없음에도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시계애호가들이 많다는 것은 매우 반색할 만한 일이다.
그들은 좋은 시계의 가치를 알아보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제품에 기울이는 수준 높은 피니싱, 엔지니어링, 우아함, 장인정신 등에 공감할 줄 안다는 증거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글라슈테 오리지날 시계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좋은 바탕이 된다.
한국에 부티크는 언제 오픈할 계획인가? 아직 시기상조라면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한 나라에 진출할 때는 처음에는 멀티숍에 들어갔다가 차츰 규모를 확장해 부티크를 오픈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우리는 이미 아시아에서는 도쿄와 싱가포르에 부티크를 연 바 있다. 다음은 서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그전에 나는 해당 마켓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한국에 와 있는 것도 이러한 목적 때문이다.
한국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전략을 갖게 된다면 한국에서 부티크를 열지 못할 이유가 없다.
- 2014년 공개한 새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7
2014년 바젤월드서 첫 선을 보인 세네터 크로노그래프 파노라마 데이트와 새로운 37 칼리버가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무브먼트와 시계를 런칭하는데 있어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는가?
말씀 감사하다. 상당히 인상적인 무브먼트이고 시계였다는데 동의한다.
우리는 보통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할 때 기존의 탄탄한 베이스를 바탕으로 컴플리케이션 모듈을 추가하는 식으로 작업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완전히 통합된(Integrated)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소수의 워치메이커들만이 가능할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결국 3년여의 연구 개발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인상적인 결과물이다. 참고로 2016년 바젤월드에서 우리는 또 다른 종류의 새롭고 특별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매년 새로운 무브먼트를 선보이기란 녹록치 않다.
글라슈테 오리지날도 보통 2~3년 주기로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 소개하는데,
2016년에는 많은 이들이 놀랄 만한 새 무브먼트와 이를 탑재한 뉴 라인의 런칭을 앞두고 있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기대해도 좋다.
R&D 분야에 한해 평균 얼마만큼의 투자를 하는가?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마케팅과 R&D 투자 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인가?
우리는 제품 개발에 거의 대부분을 투자한다. 앞서도 밝혔듯 마케팅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다. 우리식의 마케팅이란 대체로 저널리스트들을 통해서다.
유명 저널리스트들, 영향력 있는 블로거 등을 초청해 우리의 매뉴팩처 시설과 뮤지엄을 보여주고 직접 그 가치와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쪽을 선호한다.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우리를 세상에 알리는 창구가 된다. 그래서 저널리스트들이 우리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한편, 우리가 마케팅에 큰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최고급 품질을 갖춘 시계를 여전히 좋은 가격대에 공급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마케팅에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하는 여느 유명 브랜드들의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시계 각 부품 제조에서부터 피니싱에 이르기까지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무엇이 진정으로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시계를 특별하게 한다고 보는가?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독일 시계산업의 요람과도 같다.
제2차 세계대전후 GDR(구 동독) 시절 당시 글라슈테의 여러 시계제조사들이 하나의 국영기업(GUB)에 통합됐다.
이를 모태로 현 글라슈테 오리지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통일 후 일부 브랜드들은 독립해 자신들의 이름을 되찾게 되었지만 글라슈테 오리지날과의 역사적인 연관성은 뗄레야 뗄 수가 없다.
우리는 시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부품들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진정한 매뉴팩처 브랜드이고, 파트너인 스와치 그룹의 지원하에 더욱 탄탄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독일시계의 빛나는 전통과 특유의 미학을 반영한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GUB 시절과 비교할 때 현대의 워치메이킹 환경은 차원이 다르게 바뀌었다.
글라슈테 오리지날이 파인 워치메이커로서 한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GUB(구 동독) 시절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언제나 파인 워치메이커였다.
베를린 장벽 붕괴 전의 우리는 스페치마틱(Spezimatic)과 같은 세계적인 히트 모델을 발표했고, 각종 시계 외에 타자기 제조사로도 유명했다.
통일 후 현재의 매뉴팩처 형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GUB 시절의 시설과 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글라슈테 마을은 할아버지대부터 손자대에 이르기까지 대대로 시계업에 종사해온 인구가 많다.
그러한 배경 덕분에 현대적인 매뉴팩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통일 전과 지금은 모든 게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그 근간이 바뀐 건 아니다.
여전히 글라슈테는 전통을 중시하고 그 전통 안에서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이러한 글라슈테 지방을 대표하는 산증인이다.
- 컬러플한 다이얼이 특징적인 신제품 식스티즈 아이코닉 컬렉션
최근 발표된 노벨티 중에는 컬러플한 다이얼의 식스티즈 아이코닉 컬렉션(Sixties Iconic Collection)이 눈길을 끈다.
히스토릭 모델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재해석할 때 어떠한 점에 포커스를 맞추는가?
우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기 때문에 옛 역사적인 모델들에서 재발굴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
식스티즈 아이코닉 컬렉션 역시 그 이름처럼 1960년대 빈티지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실이다.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독일 포르츠하임에 우리만의 인하우스 다이얼 공방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식스티즈 아이코닉 컬렉션만을 위한 컬러플하고 아름다운 다이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세네터 코스모폴리트(Senator Cosmopolite) 라인에 새롭게 북한의 타임존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세네터 코스모폴리트는 세계의 모든 타임존을 보여주기 위해 탄생한 시계다.
최근 북한이 새롭게 타임존을 추가했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당연하게 세네터 코스모폴리트에 새로운 타임존 표시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 뿐이다.
이는 시계 본연의 가치에 부합하기 위한 결정이었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 인터뷰 내내 오른손에는 파노인버스를, 왼손에는 세네터 코스모폴리트 모델을 착용했던 얀 가마드 대표
클리셰처럼 들리겠지만 랑에 운트 죄네와 비교될 때 당신은 주로 어떻게 답변하는가?
랑에 운트 죄네도 갖지 못한 글라슈테 오리지날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확신하는가?
랑에 운트 죄네와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역사적으로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고 현 컬렉션을 통한 가치추구면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랑에 운트 죄네는 매우 고가의 한정된 컬렉션으로 하이엔드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비슷한 하이엔드 퀄리티를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시계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향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의심할 여지없이 랑에 운트 죄네는 우리의 좋은 이웃이다.
GDR(구 동독) 시절 랑에 운트 죄네는 우리와 하나로 존재했고 글라슈테라는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형제와도 같다.
혹시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느끼는 글라슈테 오리지날 시계가 있다면? 그 이유도 함께 들려달라.
매우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CEO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모든 글라슈테 오리지날 시계를 좋아하고 아낀다.
우선 내가 구매한 시계 중에서는 이 파노인버스(스틸 버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시계의 심장부를 다이얼면으로 노출시켜 언제나 생동하는 기계식 시계의 묘미를 한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착을 느끼는 제품이다.
이세네터 코스모폴리트 모델 역시 좋아한다. 글라슈테 오리지날에는 이렇듯 너무 많은 좋은 시계들이 있어서 특별히 좋아하는 제품을 고르기란 내겐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