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의 유산, No.5 와 역사적인 Ref.3137 Highend
브레게에는 많은 시계들이 있지만, 특히 회중시계에서는 몇 가지 눈여겨 볼만한 시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되었던 브레게의 포켓 워치입니다. 신기하게 지금의 브레게 디자인과 거의 동일합니다.
길로쉐 패턴, 인덱스쪽의 반짝이는 샌드 블라스트 처리, 도트 형식의 분 표시까지 작은 디테일까지 현행 모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중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하는 시계가 No. 5 입니다.
브레게 본인이 제작했고, 1794년 François Jourgniac de Saint-Méard 에게 헌정되었다고 하죠.
1794년 제작된 No. 5 의 공식 이미지 입니다. 바깥쪽 코인엣지 베젤과 브레게 핸즈 등, 현행 모델과 큰 차이가 없네요.
지금 봐도 참 이쁜 시계입니다. 이정도 회중 시계라면 충분히 컬렉팅할만하죠.
위의 포켓 워치와 No. 5를 베이스로, 당시 브레게를 소유했었던 쇼메는 다니엘 로스에게 새로운 모델의 개발을 의뢰합니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최초의 3130 입니다. 역사적인 모델이죠.
당시 인터뷰를 읽어보면, 개발 당시 다니엘 로스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파워리저브 표시기였다고 합니다.
다니엘 로스는 도저히 난제를 풀 수 없어, 머리를 좀 식히려고 3일의 휴가를 요청했다고도 하네요. ㅎㅎ
그리고 1974년에 출시된 최초의 3130 입니다. 출시와 동시에 브레게의 아이코닉한 시계로 등극하죠.
현재까지 약 40년동안, 큰 변화없이 계속 판매되었던 브레게의 대표적인 시계입니다.
이정도로 오랫동안 원형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판매된 시계는 흔하지 않죠. ^^
No. 5 를 거의 빼다 박았네요. 아래쪽 스몰 세컨즈만 날짜창으로 바뀐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당시의 광고 포스터 입니다. 3130이 얼마나 브레게를 대표하는 모델인지 잘 보여주네요. ^^
그리고 이제 현행 3130/3137 입니다. (위 사진은 3137의 오피셜 사진입니다)
현행 모델과 초기 모델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는 파워리저브 시간입니다. 무브먼트는 동일하게 502DR을 사용하였으나,
초기 모델은 진동수가 2.5 Hz (진동수 18,000) 여서 파워리저브 50시간입니다.
스와치 그룹이 브레게를 인수한 이후, 대략 99~00년에 제작된 3130/3137부터는 진동수가 3 Hz (진동수 21,600)로 바뀌어 파워리저브 45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프리스프렁 밸런스/밸런스 스프링/레버에 실리콘 소재 부품이 추가되어,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공식 컴플릿 오버홀시 사용자가 원한다면 3Hz 의 진동수로 바꿔줄 수 있다고 하네요. ㅎㅎ
그 외에도 자잘한 변경사항들이 있는데,
- 날짜창 폰트 변화
- 6시 방향 스위스 표시가 스위스 길로쉐 메인으로 바뀜
- 카보숑 용두가 일반 용두로 교체
- 12시 방향 브레게 비밀 사인 추가
- 조폭달 추가
- 용두에 브레게 로고 각인
- 로터의 브레게 로고 부분 인그레이빙 제외
- 시리얼 넘버와 18K 750 각인 위치의 변화 등의 변경 사항이 있습니다.
40년동안이나 출시되었던 시계라, 제작 년도에 따라 이러한 변경사항들이 조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 내용으로 제작 년도 추정도 가능하죠. ^^
또하나 재미있는 것은, 3130/3137의 초기형과 중기형, 현행 모델들의 중고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다니엘 로스가 브레게에 재직하고 있던 시절의 3130/3137이 기계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주장도 있어서, 그 시기의 3130/3137을 일부러 구하는 컬렉터도 있더군요. ^^
이런저런 설명보다는, 사진을 먼저 보시죠. ^^
조금 어둡게 나왔네요. 35.5mm 의 크기에 7.45mm 의 두께입니다.
1974년에 저 두께에 파워리저브/문페이즈/날짜를 넣다니..정말 대단합니다.
실제로 다른 브랜드들의 현행모델들을 찾아봐도 저정도 스펙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확대해서 찍으면 이런 느낌입니다.
제 3137은 조폭달이 없는 버전입니다. 조금 심심한 느낌도 있지만, 조폭달과는 다르게 빛을 받으면 금색 달이 반짝이는 것이 참 이쁩니다. ^^
야외의 그늘에서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3137의 브레게 핸즈는 브레게 모델들 중에서 굉장히 상위권의 퀄리티 입니다.
핸즈의 얇기와 블루 색감이 정말 뛰어나죠. 블루 느낌이 특이한데, 퍼플 색감 바로 위의 온도로 만든 블루인지, 어떻게 사진을 찍으면 퍼플+블루로 보이기도 합니다.
실내에서는 조금 따뜻한 느낌입니다. 골드는 특히 백열등에서 더 이쁘더군요.
길로쉐 패턴은 총 네 가지가 사용되었습니다.
유투브에서 제작 동영상을 보았는데, 실제로 와치메이커가 현미경을 보면서 길로쉐를 새기더군요. ^^
3137의 매력은 사실 앞면보다는 뒷면입니다. 위는 같은 502DR을 사용한 7137의 무브먼트입니다. 사실 좀 심심하죠. ^^
앞면이 3130을 계승한 아이코닉한 디자인이라면, 3137의 뒷면은 시계보다는 세공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퍼온 사진입니다. 다른 모델의 인그레이빙 무브먼트인데요, 마지막으로 로터를 장착하네요.
3137도 저렇게 로터와 무브먼트의 색상을 다르게해주면 더 이쁠텐데, 아쉽네요. ^^
이제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ㅎㅎ
브레게 특유의 무궁화 인그레이빙입니다. 무브먼트 플레이트에 하나, 로터 중앙에 하나가 있네요.
타임포럼 랑에 기사를 보니 인그레이버들끼리는 인그레이빙을 보면서 누가 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하던데, 브레게도 그럴까요? ^^
처음 무브먼트를 보고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너무 이뻐서요. ㅎㅎ
진짜 시계를 뒤집어서 차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
일부러 초점을 안 잡고 빛망울을 찍어봤습니다.
카페나 실내에서 무브먼트를 감상하면, 실제로 저정도로 반짝입니다. 마치 보석같더군요. ^^
루페샷이 없지만, 마감처리도 제대로 되어 있습니다. ^^
하이엔드의 기본은 제대로 지키면서 인그레이빙을 넣었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보석들을 감싸고 있는 부분의 인그레이빙이 특히 이쁩니다.
무궁화가 잘 나왔네요. ^^
3137은 케이스 소재와 무브먼트의 색상을 동일하게 제작합니다.
화이트골드의 무브먼트는 차가운 느낌의 보석이라면, 옐로우 골드의 무브먼트는 따뜻하고 화려한 보석 느낌이 강하네요.
업로드를 하니 사진이 살짝 열화되었네요. ㅠㅠ
실제로 원본 그대로 확대해서 보면 인그레이빙의 깊이(?)까지 느껴집니다. ^^
퍼온 사진입니다. 브릿지를 얇게 만들면서도 그 위에 인그레이빙을 넣었네요. ^^
퍼온 사진입니다. 브레게 비밀서명과 조폭달도 이쁘네요. ^^
마무리샷입니다. 앞면 뒷면 모두 참 이쁘다는게 3137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
3137은 제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시계 중에 하나입니다.
살짝 아쉬운 부분은 처음 개발부터 캘린더가 아니라 No.5 의 원형 그대로 스몰 세컨즈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입니다.
위 사진은 7.45 mm의 얇기가 잘 느껴지네요. 이정도 얇기에 익숙해지다보면 10mm가 넘어가는 시계들은 큰맘먹고 손목에 올려야 되더군요. ^^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