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토 미코 모일라넨(Mikko Moilanen) 사장 인터뷰
글을 시작하기 전에 짧게 인터뷰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환한 미소의 미코 모일라넨 사장. 미군 간부같은 느낌이 있어 물어봤더니 핀란드 공수부대 장교 출신이라 합니다.
순토 미코 모일라넨 사장 약력
노키아 핀란드 본사 제품 개발 매니지먼트 팀 (1998 ~ 2002)
노키아 캐나다 지부 비즈니스 제품 개발 부장 (2002 ~ 2005)
노키아 부사장 (2005 ~ 2009)
순토 핀란드 본사 제품, 서비스 부서 부장 (2010)
순토 핀란드 본사 사장 (2010 ~ 현재)
인터뷰는 리베라 호텔의 더 컬러 레스토랑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들어가며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예전 순토 매뉴팩처 방문기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순토 사장인 미코 모일라넨을 다시 한 번 인터뷰 하게 되었습니다. 2년 전, 핀란드 반타에 위치한 순토 매뉴팩처에서 만났을때와 변함없이 미코 모일라넨(Mikko Moilanen) 사장은 건강한 악수로 선뜻 인터뷰의 시작을 열어 주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낮을 많이 가린다는 옛 말이 무색하게 미코 모일라넨 사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다소 민감한 질문에 있어서도 가감없이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순토 코리아의 협조로, 햇살이 좋은 주말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전해 드립니다.
타임포럼 : 오랜만이다. 2년 만인데, 더욱 건강해 진 것 같다. 최근 순토에 사장으로 있게 된지 5주년을 맞았다. (5월 17일 부임) 우선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미코 모일라넨 : 반갑고, 고맙다. 나의 부임일을 기억하다니 정보력이 좋은 것 같다. 잘지냈나? 그런데 부임일자는 대체 어떻게 안건가?
타임포럼 : 영업 기밀이다. (웃음) 사실은 온라인에 있는 이력을 찾다가 알게 되었다. 혹시 직원들로부터 선물을 받았나?
미코 모일라넨 : 아니다, 다만 그 날은 간략하게 내가 순토에 부임하고 부터 5년을 돌아보면서 점심을 함께 먹는 시간을 가졌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타임포럼 : 5년 전의 경력이 독특하다. 노키아에서 제품 관리에서 부터 시작하여 부사장까지 장장 17년을 근무했다. 노키아에서의 경험이 순토에서 도움이 되었는지?
미코 모일라넨 :
분명히 그렇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회사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노키아는 정말 좋은(fantastic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회사다. 나는 노키아에서 경영하는 법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과 소통하는 법. 그리고 제품이 고객과 소통하며 시장에 나오는 법에 대하여 공부할 수 있었다. 노키아에서 배운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복잡성을 관리(Managing the complexity)라 할 수 있다. 노키아는 훌륭한 IT 회사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는 복잡성과 최신기술이 집약된 IT 기술을 사용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았다. 나는 그곳에서 어떻게 복잡한 기술들을 엔드-유저(end-user)가 직관적이고 통찰력있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연구했고, 그때의 경험이 현재 순토의 인터페이스에 굉장히 많이 적용되었다고 믿는다.
노키아에서 근무하던 시절, 가장 큰 배움은 복잡함을 직관적이게 전환하여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타임포럼 : 동감한다. 순토의 시계를 착용하고 운동을 하면 기록이 자동으로 갱신되는 무브스카운트(Movescount) 어플리케이션은 방금 말한 노하우의 집약체란 생각이 든다.
미코 모일라넨 :
그렇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무브스카운트의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서비스 재사용률도 굉장히 높다. 재미있는건 한국 유저들의 방문율이 타국 유저 대비 높다는 사실인데, 이것은 한국 사람들이 기록을 측정하고 수집하는데 큰 흥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타임포럼 : 듣고보니 그렇다. 한국 사람들은 기록에 집착하는 것 같다. 아니, 한국 사람이라고 일반화 하지 않더라도 내가 그렇다. 이번 달에만 10회 이상의 운동 기록을 저장했으니까.
미코 모일라넨 : 순토의 대표로서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유저가 우리가 만든 제품을 즐겁게 쓰고 있다는 피드백은 언제나 기쁘고 최고의 찬사다. 혹시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피드백해달라.
앰빗 3 현행 버전. 얇아진 GPS 모듈에 비해 2배 늘어난 배터리 라이프는 기능적으로도 매력적이며, 흰 바탕에 골드 이너베젤은 여성분들이 착용했을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타임포럼 : 나는 앰빗 2를 착용하고 있는데 현행 모델인 앰빗 3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상당히 많은 제어 및 기능을 조정할 수 있다. 스마트 워치에 대한 순토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미코 모일라넨 :
우선 스마트 워치에 대한 순토의 생각을 들려주는것이 좋겠다. 현재 스마트 위치를 굉장히 많은 브랜드에서 해석하고 있다. 예를들면, 삼성, 애플, 그리고 엘지가 있다. 그런데 이 브랜드들이 내어 놓는 시계들의 해석이 다 다르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스마트 워치에 대한 명확한 명제가 정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트랜드인 건 분명하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하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일반적인 문화의 시작이 트랜드다. 스마트 워치는 트랜드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앰빗 3가 보여준 모습은 트랜드 이전의 순토만의 해석이었다. 그리고 순토는 현재 스마트 워치의 사용자를 '교육 수준이 있으며(academic),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그들을 만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정의한 사용자들의 만족을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앰빗과 코어 시리즈. 트래킹, 사이클, 수영 등의 특수 목적이 표준이 되는 시계들이기 때문에 시인성이나 존재감이 있는 색깔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타임포럼 : 모회사인 아머 스포츠(AMER Sports)의 연례 보고서를 보았다. 모회사 규모로, 매년 아시아 시장의 성장 규모가 50만 유로정도인 것으로 분석되는데, 순토 입장에서 바라본 아시아 시장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미코 모일라넨 :
우선 시장 성장 규모는 방금 이야기한 수준의 20 ~ 30% 이상(약 60만 유로의 성장세)이다. 현재 성장 추세와는 다르게 아시아 시장은 가파르게 그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선형적인 성장이 아니라 지수 규모의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사항은 자회사인 순토도 마찬가지다. 순토 내부에서도 아시아 시장이 가지고 있는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아머스포츠에서는 이러한 시장 저변의 확대에 맞춰 자회사들을 대중화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아머 스포츠는 순토가 그러한 저변 확대에 있어 가장 잠재력이 큰 브랜드라고 판단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타임포럼 : 그렇다면 특별히 그런 추세로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순토의 노력이 있는지? 특히 한국 시장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미코 모일라넨 :
그렇다. 우리는 지엽성을 띈 제품 보다는 다양한 기능으로 사용자들의 니즈를 다각도로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든 뒤, 마케팅으로 이를 공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유저들은 디테일과 제품의 소재, 그리고 추구하는 스타일이 굉장히 까다롭다. 우리는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고, 이러한 노력을 마케팅으로 고스란히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령 앰빗 2 때부터 적용된 사파이어 글라스나 소재의 사용, 앰빗 2에서 3로 넘어왔을 때 대폭 향상된 GPS 지속 시간과 얇아진 모듈의 두께는 한국 시장에서 앰빗이 큰 사랑을 받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노력을 사용자들에게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디자인에서 가장 갖고 싶었던 에센셜(Essential)라인의 시계. 직광을 받아서 그렇지 자연광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질감이 예사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타임포럼 : 그렇다면 숫자나 보고서 같은 것들로 체득한 결과가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고 직접 느낀 세일즈 포인트가 있는가? 혹 있다면 공유해달라.
미코 모일라넨 :
재미있는 사실인데, 각 국가마다 우리 순토의 제품이 들어가는 장소가 다 다르다. 예를 들어 핀란드나 미국 같은 경우, 순토의 제품은 스포츠 전문 매장에 주로 들어간다. 판매도 그런 곳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스포츠 매장에서 판매된 제품들이기에 유저들의 요구사항도 스포티하다. 예를 들면, 스포츠 매장 고객들의 피드백은 계측의 신뢰도나 내구성과 같은 요소들이 많다. 반면 한국이나 아시아 시장의 경우, 순토의 제품들이 백화점으로 유통된다. 백화점은 도심의 복합 문화 단지다. 스포츠 용품도 팔지만 백화점에서는 문화를 판다. 때문에 백화점의 고객들은 수준 높은 제품들과 디테일을 보는 눈이 아주 뛰어나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용자들의 피드백은 디테일에 관련된 것이 많다. 실제 사용하는데 어떤 부분이 불편하다던지, 스트랩을 바꾸어 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라던지, 현재 자기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워치와 연동할 수 있는 더 많은 기능은 없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그것이다. 이렇듯 판매되는 매장의 장소에 따라서도 사용자들의 성격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타임포럼 : 통찰력 있는 분석이라 생각한다. 이제 순토의 제품 /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최근 신모델로 다이버용 계측기(EON-Steel)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였으며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미코 모일라넨 :
목표하는 제품마다 개발 기간이 다 다르지만, 제품이 판매되기까지 보통 12 ~ 36개월이 걸리는 것 같다. 이번 EON-Steel의 경우 제작 기간은 약 24개월 정도였으며, 이 제품은 전 세계의 다이버들의 피드백으로 완성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특징이자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이 제품은 100% 다이버의 선호 기능대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즉, 모든 인터페이스를 다이버 친화적으로 만들자는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었고, 이 계측기는 100% 다이버가 원하는대로 인터페이스를 조작 및 제어 할 수 있다.
밀리터리 느낌이 물씬 나는 에센셜 슬레이트. 국군(?)의 느낌이 아니어서 좋습니다.
타임포럼 : 흥미롭다. 내가 알기론 장교 출신인걸로 기억하고 있다. 혹시 군 관련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미코 모일라넨 :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프랑스의 특수부대와 현재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다. 우리의 시계를 개조하여 해당 부대의 특성에 맞게 사용가능하도록 하는 것인데, 어떤 부분을 희생하여 내구성을 증가시킨다거나, 어떤 특정한 기능을 강화하거나 하는 것이 주된 요구사항이다. 핀란드의 부대와도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타임포럼 : 그러고보니 어마어마한 배터리 라이프와 GPS를 켜고도 150 시간이 넘도록 순토의 시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현재 IT 회사들이 내놓는 스마트 워치들과 큰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미코 모일라넨 :
그렇다. 개인적으로 IT의 스마트 워치 시장과 우리의 스마트 워치 시장은 그 세그먼트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도심 속에서 조금 더 진지하게 운동을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프로들을 위한 시계를 만들고 있다.
타임포럼 : 순토의 모든 직원들은 외부 활동을 사랑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운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코 모일라넨 :
운동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입사 필수 조건은 아니다. (웃음) 개인적으론 알파인 스키를 좋아하며, 다이빙을 즐겨 한다. 이러한 점들이 순토의 주 고객들과 소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임포럼 : 타임포럼은 시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다. 스포츠 시계 회사 대표로서 타임포럼 회원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코 모일라넨 :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존중한다. 나는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디테일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스포츠 시계 회사지만,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이다. 즉, 우리의 고객인 타임포럼 회원들의 피드백 또한 우리의 책임이며, 그들의 요구사항에 부응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이다. 앞으로도 순토는 고객 중심의 회사이며, 고객이 원하는 대로 변화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지켜봐주었으면 한다.
타임포럼 : 오늘 시간 내주어서 고맙다. 2년 전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순토의 팬으로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미코 모일라넨 : 항상 고맙다. 혹시 핀란드에 다시 오게 된다면, 본사 방문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꼭 들러주기 바라며, 이 기사가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