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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게시글은 조회수1000 or 추천수10 or 댓글25 이상 게시물을 최근순으로 최대4개까지 출력됩니다. (타 게시판 동일)옛 소련산 시계들이 왔습니다 :) 시계관련
타포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오토매틱에 관심이 생겨서 하나 갖고 싶었습니다. 헌데 남들도 다 차는 시계들보단 뭔가 개성있는걸 갖고 싶더군요. 제가 대학원생이지만 아직 학생이다보니 수십만원대 비싼 시계는 아직 언감생심이고 이래저래 알아보다가 러시아 셀러로부터 하나 저렴하게 장만했습니다. 대략 2주전에 주문했는데 금방오네요. :)
이 시계입니다. 1979년인가 1981년인가 만들어진 시계니 저보다 좀 더 연배가 있는 분(?)입니다. 공부를 좀 해보니, 소련시절엔 경공업은 영 부실해서 당장 기초생활물자조차도 제때 제때 공급이 안되거나, 되더라도 품질이 영 저질이었지만 국가에서 작정해서 만드는 물건들은 서방만큼, 가끔은 서방을 능가할 만큼 훌륭했다고 합니다. 이 시계도 그 중 하나죠. 소련 특유의 엄격한 품질검사와 최소 한달 이상 성능테스트를 했기 때문에 불량률도 매우 낮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산주의 국가답게 노동자들에게 이런저런 혜택과 복지를 주었지만 특히 군수, 시계공장 노동자들은 더 많은 배급으로 특혜를 주었다고 합니다.
이 시계는 27석에 오토매틱 매커니즘을 갖고 있고, 누가 공산주의국가 아니랄까봐 시계 디자인이 온통 붉고 맑습니다. (이 개그 이해하시는 분 최소 맑스주의 공부하신분ㅋ) 날짜랑 요일 표시도 러시아어로 되어 있죠.
소련시대 고급시계하면 라께따(ΡΑΚΕΤΑ)랑 보스톡(BOCTOK), 뽈룟(ΠΟΛËΤ)이 유명합니다만 이 슬라바(CΛABA) 시계도 고급브랜드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공산주의 국가답게 모두 다 국영기업이었는데, 라께따는 주로 수출품을, 보스톡은 주로 군용시계를, 뽈룟은 파일럿시계를, 슬라바는 소련 인민들의 생활향상과 복지를 위한 대중적인 모델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손목시계뿐만 아니라 자명종 탁상시계도 생산했지요. 밴드는 보시다시피 실종(?) 되어있는데 적당한걸로 새로 끼워서 사용해야겠습니다.
슬라바 브랜드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자면, 1924년에 비군용시계제조회사로서 세워졌으며 모스크바에 공장이 있었습니다. (흔히 슬라바 공장이라고 불렀는데, 정식명칭은 모스크바 제2시계공장이라고 합니다.) 초창기의 슬라바 시계 무브먼트는 프랑스 시계들을 카피하는 수준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자적인 무브먼트들을 제작하기 시작하고 1964년에 당시 동독에서 개최된 라이프치히 국제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받는 것을 시작으로, 1974년 브르노 박람회, 1975년 라이프치히 국제박람회에도 금메달을 수상받았습니다. 하지만 소련이 패망하고 나서, 슬라바 무브먼트들은 홍콩과 중국으로 많이 수출되어서 흔히 말하는 싸구려 오토매틱의 대명사가 된 시절도 있었습니다. 2005년에는 슬라바 공장도 모스크바시 재개발을 이유로 철거되었고 현재는 모스크바에서 가까운 우글리치에 새 공장을 세워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현재 브랜드명은 Slava Trade House로 등록되어 있으며 홈페이지는 http://slava.su/en/ 입니다.
오늘 이 시계도 함께 왔습니다. 역시 소련제이고 1978년에 생산된 탁상시계입니다. 브랜드 이름이 얀따르(yantar)라고 되어있는데 알고보니 주로 탁상시계랑 벽시계를 생산했더군요. 모스크바 근처에 위치한 오렐 제3시계공장에서 제조되었고 이곳은 소련 망하고도 10년이 지난 2002년까지도 태엽식 자명종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배급쿠폰으로도 이 시계를 살 수 있을만큼 보편적이었다는데, 그런 시계조차도 보석이 4개 들어있습니다. 다만 시계를 주문하면 거의 1년후에나 온다는건 비밀
P.S. 라께따, 보스톡, 뽈룟, 슬라바, 얀따르 모두 러시아어로는 그럴듯하고 예쁘게 들리지만 우리말 의미는 각각 로케트, 동방, 비행, 영광, 호박(보석) 입니다. 왠지 동방표, 영광표, 호박표 하니까 무슨 북한상표 같지 않나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