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SPECIAL

소고 5014  공감:7 2011.08.14 01:23

시계의 역사

(part 2: 손목 위에서..)

 

2011.08.14

소고지음

 

1.jpg

 

 사실.. 산토스의 이야기부터는 대부분의 회원님들께서 예상하시듯 이야기가 전개됩니다만 어찌보면 이번 이야기는 기존에 있었던 여러가지 이야기를 간단하게나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정치학 총론'을 다 보고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애널리스트' 자격으로 주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야왕(夜王 )'의 하체로 여성분들께 까대기(?-부산가서 알았습니다 '헌팅'의 부산 사투리더구만요..)를 하는 것도 아니듯. 다른 사람들에게 시계의 역사에 대해 주름을 잡는데 굳이 '개념글 3회 정독'일 필요까진 없듯 말이죠. 그런 것들은 저같은 변태(?)에게나 어울리는 짓이니까요.. 사실 이정도 읊는 것도 쉽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지금 이곳 저곳 URL을 켜놓고 있는 상태고, 노트에는 메모가 그득하며, 토요일에 올리기로 했는데.. 하며 혼자 마감시간 정해놓고 머리가 쥐가 나도록 요약하고 있으니까요. 이건 마치... 혼자 과제 제출하는 기분입니다. ㅋㅋㅋ(그리고 이미.. 제 생각엔 과제 제출시한이 지나서야 이 글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나중에 TF 연례회에서 "아이쿠 소고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시계의 역사 말이죠.. 어디 어디가 더 궁금한데요?"라고 운을 띄우시는 분이 계신다면.. 아마 저는 이렇게 대답할겁니다.

 

2.jpg

 

 그러니까 TF 회원님들께서도 이 모든 지식을 통짜로 암기하시려고 하시지 마시고,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하나에, 또는 내가 가진 시계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맞춰 역사를 이해하시기 시작한다면, 뒤에서 "야, 저분.. 알고보니 시덕후였어."라는 얘기 정도는 충분히 들으실 수 있으실겁니다. 시기적 배경은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18세기 후반부터, 산토스 듀몽의 공식 손목시계가 등장하기 직전인 19세기 초반 사이, 공식적으로 손목시계가 등장하기 까지의 물밑 이야기입니다.

 

 손목시계는 사실 처음부터 각광받던 아이탬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에는 뒷담화가, 도로 위에는 짭새(?)가, 마지막으로 우리네 세상에는 텃새라는 것이 존재하듯. 처음 손목에 두르는 시계라는 아이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시간을 알려주는 훌륭한 장치의 느낌보다는 '팔찌'의 느낌이 더 강했기에(그 당시 팔찌의 양식이 '르네상스의 그것'이었고, 회중시계의 양식 역시 '르네상스' 였으니, 손목 위에 올라간 시계가 '르네상스식 팔찌' 같아 보였음은 두말 할 필요 없겠죠.) 결국 손목에 두르는 시계는 '여자들이나 차는 시계'라며 남자들은 외면했었습니다. 시계 공방들 역시도 손목시계를 경멸했습니다. 마치 처음 컴퓨터가 나왔을 때, "생각을 해보게, 세상에 어느 누가 집 안에다가 이런 무겁고 못생긴 계산기를 가져다 놓겠나"라며 무시했었던 역사가 있듯 말이죠. 그들은 손목시계를 경멸했습니다. 때문에 적은 수의 매뉴팩쳐들만이 손목에 두르는 용도의 시계를 생산했으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낮았습니다. 손목에 두르는 시계는.. 그야말로 '못생긴 신입생'과도 같았습니다. 찬밥이었죠. (마치 저의 어두운 과거와도... 잠깐만요 저 눈물좀 닦구요.. ㅠㅠ 같았습니다. ㅠㅠ)

 

4.jpg  

손목시계 이전에는

이런 식으로 포켓워치에 끈을 달아 손목에 두르는 형태로 사용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손목에 두르는 시계의 등장을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여자시계 같다며..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도입부터, 이 못생긴 신입생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됩니다. (저는 그렇지 못했지만.. 얘라도 사랑 받아야죠.. ) 바로 군인들 덕분이었습니다. 전쟁이 발달시킨 것들은 '인터넷', '의술', '컴퓨터', 'GPS', '물리, 화학, 생물학'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손목시계도 포함되었죠. 손목시계 역시 '발명' 이니까요. 기술은 분명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걸 사용하는 인간들은 중립적이지 않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19세기 전투는 전투중에 포켓워치를 꺼내보기엔 전투상황과 전세가 급박하게 바뀌었던 때였습니다. 마지막에 깃발을 꽂는 것이 보병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당시 보병의 역할은 깃발 외에도 전세에 커다란 영향을 줄만큼 위대했습니다. '인해전술'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전세에 위대한 역할을 하는 보병들에게 포켓워치는 양손을 써 가면서 보아야 하는 아이탬이었고, 손목에 단단히 고정시킨 포켓워치는- 당근 한손으로도 시간을 볼 수 있기에, 급한대로 군인들은 포켓워치에 끈을 달아 손목에 두르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손에는 총을 한손에는 시계를 '두르고' 말이지요. 가끔 전쟁에서 시계의 필요성을 의심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시계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 보급받을 때를 위해서... 가 아니라, 공격 시간과 퇴각, 매복시간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또한 급한대로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타임온리 시계로도 가능합니다. 시계로 방위보는 방법은 이 글의 반응이 좋으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댓글좀 많이 달아주세요 ㅠ_ㅠ)

 

3.jpg

 

 손목에 두르는 시계(손목시계 이전)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깐 유명 브랜드들의 손목시계 시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브레게는 1810년에 나폴리 여왕에게 팔찌로 된 시계를 만들어줍니다. (사실) 하지만 이것은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고, 여성용 장식 팔찌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파텍필립은 자기들이 1868년에 Countess Kocewics를 위해 만든 시계가 처음으로 남성을 위해 제작한 손목시계라는 이야기를 합니다.(이것 또한 사실입니다.) 다른 분야지만 대량으로(당시 기준) 손목에 두르는 시계를 만들기 시작한 최초의 회사는 지라드페르고였습니다. 1886년. 이 회사는 독일 왕실 해군들을 위한 시계를 독점으로 제작하였죠. (손목에 두르는 시계가 '손목시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손목에 두르는 시계는 러그가 없을 뿐만 아니라, 회중시계를 그냥 손목에 두른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죠. 산토스의 그것이 진화라면, 지금 이야기하는 것들은 적응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1904년, 마케팅 왕 오메가는 독일 신문사에 이런 광고를 내고, 지라드페르고의 역사성에 반기를 주장합니다. "보어전쟁때문에 영국군대가 손목시계를 전쟁 필수품으로 여기게되었고, 당시 공급 회사가 바로 우리 오메가였다."라는 광고였죠. 승리요? 이건 역사기에 누가 승리고, 누가 패배랄 것도 없습니다.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의견인지를 잘 파악한다면, 누가 마케팅을 하고 있고, 누가 진정성이 있는지는 금방 알 수 있는 문제니까요.

 

 6.jpg

퇴역군인 손목 위에 올라가 있는 손목시계의 사진.

세계 1차대전 당시의 사진으로 추정됩니다.

 

 말이 나왔으니 손목시계에 대중화를 선구한 브랜드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진정으로 남성용 시계의 대중화를 선구한 브랜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메이저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이 브랜드는 아메리칸 메뉴팩쳐로, 열심히 시계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시장을 물색하던 중이었죠. 19세기 말, Waterbury Clock Company가 남성용 손목시계를 $3.50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내놓게 되었고, 이 브랜드가 손목시계를 대중에게 처음 대중적인 가격으로 배포한 최초의 브랜드가 됩니다. 이 브랜드가 바로 시갤에서도 까인다는 'TIMEX'. 네. 타이맥스였습니다. 그 동안 다른 매뉴팩쳐들이 무시하거나 괄시했던 '손목시계'의 세계에 제대로 펀치를 날린 사례가 되었죠. 결국 손목시계 최초의 대중성은 타이맥스가, 최초의 대중판매는 지라드페르고였던 것이지요.

 

7.jpg 

타이맥스의 빈티지 워치.

나름대로 뿌리가 깊은 브랜드랍니다.

 

 다시 기계식 손목시계의 역사로 돌아오겠습니다. 1906년, '손목에 두르는 시계'는 러그라는 혁신적인 진화를 맞게 됩니다. 그 전에는 포켓워치에 끈을 달아 손목에 고정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러그에 스트랩을 고정시켜 손목 위에서 덜렁거리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손목시계가 오늘날 모습을 갖추기까지 한 가지 더 넘어야 할 산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없이 약했던 유리알. 하지만 이 역시도 헌터케이스(유리 위에 케이스가 있고, 버튼을 열어 시간을 볼 수 있는 기구. 유리가 깨질 확률이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가 진화한 형태(아래)가 해결해 주었습니다.

 

 

8.jpg

 

러그의 등장과

 

9.jpg

 

헌터 케이스의 진화가

손목시계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1907년. 브라질리언 비행사인 알베르토 산토스 듀몽이 그의 친구인 루이스 까르띠에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이봐 친구 난 날개가 없으니.. 날개를.. 이 아니고, 비행하면서도 시간을 관찰 할 수 있는 시곌 만들어내라는 부탁이었지요. 까르띠에는 그리고.. 산토스. 최초의 러그형, 글라스가 바로 보이는 손목시계를 만들게 되고, 이것이 바로 손목시계의 시초입니다.

 

 이 시계의 무브먼트는 예거에게 수급받아 만든 것이고. 이 예거가 훗날 르쿨트르와 합병을 통해 JLC가 되는 것이죠..

 

2.jpg 

 

한번 보면 정없으니까

산토스 듀몽의 사진 한장 더..

 

 

18세기와 19세기 사이.

그러니까 포켓워치에서 손목시계가 등장하기 까지

이런 스토리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

.

.

 

Part 3에서 계속..

 

P.S: 약속시간보다 1시간 26분 늦어서..

 죄송합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감 수 조회 수
53 모나코 두개의 전설, 레이스 그리고 시계 [8] file Picus_K 2014.11.12 3 1690
52 순토 앰빗3 & 무브즈카운트 앱 사용기 [41] file manual7 2014.09.28 13 6568
51 <웨딩 스페셜> 쇼메, 댄디 크로노그래프 빈티지 & 리앙 시계 [28] file Eno 2014.09.14 9 2917
50 스와치의 새로운 장난감 시스템(Sistem) 51의 등장 [119] file 알라롱 2014.08.21 34 5956
49 태그호이어 월드 투어 전시 '라 메종(La Maison)' [20] file Eno 2014.07.23 5 2309
48 WOSTEP STORY[2학기 1/2] [64] file 권오현 2014.06.04 45 5867
47 태그 호이어 까레라 칼리버 5 체험기 [165] file 알라롱 2014.05.21 60 24304
46 손끝으로 읽는 시간, 브래들리(The Bradley) [116] file Eno 2014.02.11 42 4512
45 WOSTEP STORY[1학기 2/2] [53] file 권오현 2014.01.22 39 3393
44 WOSTEP STORY[스위스 시계산업 지도] [45] file 권오현 2013.12.09 13 2900
43 WOSTEP STORY[1학기 1/2] [41] file 권오현 2013.12.09 22 4904
42 [WOSTEP STORY] 입문 서적 [61] file 권오현 2013.10.08 25 2745
41 [Journal] Micro Brand! 새로운 바람!!! [68] file Pam Pan 2013.09.14 28 3982
40 [추석특집] 문페이즈(Moon Phase) 워치 베스트 [157] file Eno 2013.09.17 94 16090
39 [Wostep Story] 시계공구 2부 [53] file 권오현 2013.09.08 26 3741
38 [Wostep Story] 시계 공구 1부 [73] file 권오현 2013.09.06 40 6965
37 [Wostep Story] WOSTEP 시계 학교에 대해서...[현실편] [98] file 권오현 2013.08.07 46 3695
36 [Wostep Story] 스위스 라쇼드퐁(국제시계박물관)탐방기..2012,8 (수정완료) [25] file 권오현 2013.06.28 20 3000
35 [Wostep Story] WOSTEP 시계 학교에 대해서... [27] file 권오현 2013.01.05 10 2260
34 [Brand Story] 시티즌(CITIZEN) [79] file Eno 2013.07.22 22 8557
33 [Journal] 세라믹 시계를 말하다 [136] file H. 2013.04.18 46 12909
32 [ Brand Story ] Welder [66] file 김우측 2013.05.28 18 4496
31 [Journal] Baselworld 2013....현장과 주변 이야기...Part 2(Outside of Baselworld) [46] file Pam Pan 2013.05.04 13 2573
30 [Journal] Baselworld 2013....현장과 주변 이야기...Part 1(Inside of Baselworld) [51] file Pam Pan 2013.05.01 24 2620
29 [Journal] 스마트 워치의 현재와 미래 (하) [57] file 히데오 2013.04.03 24 3055
28 [Journal] 스마트 워치의 현재와 미래 (상) [85] file 히데오 2013.03.30 36 3333
27 [Journal] 점점점..... 이제 작아지나요???? 어떻게 할까요???? [63] file Pam Pan 2013.01.29 8 3342
26 [Journal] 방돔광장 이야기 [42] file 소고 2013.01.20 6 3395
25 [Journal] 좋은 시계...그리고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서... [52] file Pam Pan 2013.01.13 10 3603
24 Formula 1 at Korea International Circuit [20] file 김우측 2012.10.05 1 2873
23 [Journal] America's Cup and Watches [42] file 김우측 2012.07.20 8 3198
22 [Exhibition] 오토마통 전시 [16] file manual7 2012.07.14 0 1650
21 자동차....그리고 시계... [49] file Pam Pan 2012.07.13 2 3988
20 [Watch Museum] Royal Museums Greenwich @ London [16] file manual7 2012.04.02 7 2206
19 아버지와 아들, 시덕질도 내리유전??? (부제: 파텍 필립은 왜...) [128] file Eno 2012.03.14 8 5585
18 SIHH 2012... 어디로 가고 있는가... [30] file Pam Pan 2012.01.19 4 3527
17 [JOURNAL] Memento mori [9] file 소고 2011.10.29 3 2651
16 [JOURNAL] 시계의 가치에 대해서 [40] file manual7 2011.10.27 4 4829
15 럭셔리의 이해 [49] file 카즈마 2011.10.21 14 4359
14 [JOURNAL] 이제는 무엇으로 튀어 볼까요????? [22] file Pam Pan 2011.09.01 6 3724
13 [JOURNAL] 기계식 시계는 거품이다?????????? [64] file Pam Pan 2011.08.15 11 6592
» [Journal] 시계의 역사 (part 2) [40] file 소고 2011.08.14 7 5014
11 [Journal] 시계의 역사 (part 1) [35] file 소고 2011.08.06 13 5092
10 [예고] 그녀의 질문. [24] file 소고 2011.07.27 0 4652
9 [Journal] 정신 못차리는 남자 [53] file 소고 2011.06.24 6 5722
8 [예고] 정신 못차리는 남자 [34] file 소고 2011.06.21 3 4557
7 [Journal] 고전의 아름다움 (part 2) [13] file 소고 2011.06.18 3 3745
6 [Journal] 고전의 아름다움 (part 1) [25] file 소고 2011.06.15 4 4141
5 [Journal] 아름다움으로의 초대 (Part 2) [16] file 소고 2011.06.11 6 2850
4 [Journal] 아름다움으로의 초대 (Part 1) [19] file 소고 2011.06.09 4 2846
3 [Journal] 고전의 아름다움 (part 1) [23] file 소고 2011.06.15 3 4064
2 [Journal] 아름다움으로의 초대 (Part 2) [22] file 소고 2011.06.11 7 3181
1 [Journal] 아름다움으로의 초대 (Part 1) [26] file 소고 2011.06.09 3 3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