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시계의 역사
(part 1: 포켓워치에서 손목시계까지)
2011.08.06
소고지음
동-서양을 통틀어 맨 처음 시계의 역사부터 시작하자면, 해시계, 물시계, 자격루, 향시계, 혼천의, 스핑크스, 스톤핸지.. 뭐 이렇게 시작하겠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계'(Watch)에 대한 역사부터 훑어보려고 합니다. 위에 언급한 거대 건축물들과 시간과의 관계는.. 이번 칼럼의 반응을 보고나서..(퍽퍽퍽!!-_ -;;) 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소개해보겠습니다. 갑자기.. 타임포럼에 맨 처음 가입했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그때는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등록했다가.. 짤리고.. 정말 시계의 '시'자도 모르고 용기와 열정만을 가지고 활동하기 시작했었는데. 지금도.. 시계의 '시'자도 모르는 건 분명한데.. 여러분과 이렇게 어설프게나마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게. 저로서는 참 재미있고, 감사하고. 뭐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은 문맥에서 많이 벗어났군요. 다시 시계 이야기나 마저 해보겠습니다.
해시계, 외국어로 Sundial 이라고 하지요. ^^
'아름다움으로의 초대'라는 글에서 미술 양식과 시계 디자인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충이나마 감을 잡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시계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야기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참고: 아름다움으로의 초대: [Part 1] [Part 2]) 오늘날 굳이 '클래식'한 디자인의 시계가 아닐지라도 꾸준히 이어지는 디자인적 전통이 있다면, 그것은 다이얼의 디자인일 것 입니다. 크로노그라프(Chronograph)부터 문페이스(Moonphase), 퍼페츄얼(Purpetual), 레트로그레이드(Retrograde), 뚜르비용(Tourbillon), 점핑아워(Jumping Hour) 그리고 미닛리피터(Minute Repeater) 등등.. 그냥 툭 내뱉는 말로 "시계? 그거 15세기부터 지금가지 껍데기 빼곤 바뀐것이 없잖아."라고 해도 될만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MB&F나, Cabestan 같은 '새로운 디자인'의 시계들이 나옴으로써(아래 사진 참고) 시계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긴 합니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디자인의 시계들은 모두 알만한 구조에 알만한 배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여러분의 주변인이 '오일킹'이나 '초국적 기업 CEO', '슈퍼스타'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에서 시작합니다.)
위는 MB&F의 '개구리(Frog)' 아래는 Cabestan의 '외계인2(Alien 2)'입니다.
기존의 시계 디자인과 비교하면 상당히 혁신인 디자인과 무브먼트입니다.
자연의 힘을 이용하지 않은 최초의 인공시계(건축물, 벽시계 등등)의 시작에 대해선 문헌에 의해 추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시작이 명확하진 않아보입니다. 저도 여러가지 사이트를 참고하고, 가지고 있는 책들을 뒤져가며 최대한 명확하게 그 뿌리를 찾아보려 했으나.. 각자 내용이 달라 꼭 집어 말씀을 드리지 못할 것 같군요. 1364년 프랑스의 앙리드 윅이라는 기술자가 만들었다는 설과, 이탈리아에 철학자 자코포(Jacopo)와 조반니 드 돈디(Givanni de Dondi) 부자 이야기 등등. 하지만 이 여러가지 뿌리를 타고 올라오면 이야기들은 모두 한 줄기를 향하고 있기에, 흐리멍텅한 14세기 이전의 역사일랑 과감히 생략해버리고, 15세기 다빈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기록에 의하면 레오나드로 다 빈치는 1485년에 처음으로 '균력차(fusee, 아래사진 참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벽시계를 스케치하였고, 이 기술은 이보다 더 이전에 발견된 전례가 없는 사례이기에, 휴대용 시계의 원천기술 중 최초라고 꼽고 있습니다.
균력차(Fusee)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위)
다빈치의 스케치 (아래)
아래 보이는 항아리 단지는 독일 발명가인 1505년 피터 핸라인(Peter Henlein)이라는 사람이 만든 세계 최초의 휴대시계입니다. 홈페이지에 가시면 자세한 사진과 함께 구동 영상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peterhenlein.com/) 개인적으로 'MOVIE' 칸에 있는 ABC 방송국 동영상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왠지 굉장히 엉성해서.. 구리 반지라도 하나 들어가 있을 것 같은 어설픈 디자인이지만...
홈페이지의 동영상을 보시면 그 안이 꽉 차있음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1583년, 갈릴레이는 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합니다. 이 등시성의 원리라는 것ㅇ,ㄴ.. 추가 왔다리 갔다리 할 때 그 시간차가 똑같다(공기에 의한 마찰이나 저항이 없을 때라고 가정)는 원리입니다. 시계에서는 우리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로터'에 그 기술이 적용되어 있지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원리는 1581년, 갈릴레이가 대학에서 예배를 참석했다가 너무 지루한 나머지 흔들리는 샹들리에를 쳐다보다가 "유레카!"했다는 이론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크리스티안 호이겐스(Christian Huygens)는 이 원리를 벽시계에서 휴대시계로 적용하여 1657년에 최초의 진자시계를 완성합니다. 초기 휴대시게는 오늘날 포켓워치와는 달리 두껍고 휴대하기가 용이하지 않아 목, 또는 가슴에 걸고 다니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1635년에는 균력차(Fusee) 기술이 탁상시계에서 휴대시계로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 랑에(A Lange & Sohne)나 브레게(Breguet)가 '균력차'를 이용하는 시계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전통을 지켜나가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여집니다. (A Lange & Sohne 의 Chain-fusee work나, Breguet의 Chain-fusee Tourbillon, 아래사진 참조) 이후 시계에 디자인이나 미적 역량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나 되어야 시작됩니다. 휴대시계들이 점점 더 대중화되면서 케이스 디자인은 동물들이나, 사물, 종교적인 형상을 새겨넣은 것들이 많아졌지요. 소고의 명작 글 중 하나인 '아름다움의 초대(p1, p2)'에서 소개했다시피, 이 시기에는 한참 르네상스 양식이 시계 디자인에 적용되기 시작하던 때였죠.
랑게&죠네의 Chain fusee work의 부품(위)과 브레게의 Chain fusee Tourbillon 사진(아래)
둘 다 베럴부터 다른 윤열까지 '기어'가 아니라 체인으로 동력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계의 발명 초기는 재미있는 일대기(?)보다 드문드문 발전하는 하품나오는 기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17세기 전반 네덜란드의 번영 이후 유럽(세계)경제의 중심이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옮겨지고 나서는 시계의 기술적 발전이 영국에서 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오늘날 베어링으로 루비를 사용하는 방식은, 1704년 스위스인인 Peter와 Jacob Debaufre, Nicolas Facio가 루비에 구멍을 뚫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시계 무브먼트에 적용하였습니다. 1750년부터는 시계 제작자들이 에나맬 다이얼을 쓰기 시작했고, 1755년에는 이스케이프먼트가, 1759년에는 영국의 Thomas Mudge가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개발하며 포켓워치의 기술적 인프라를 완벽하게 다져놓습니다. 그리고 1755년에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Abraham Louis Breguet)가 프랑스 파리에서 공방을 엽니다. 그 후 5년 뒤인 1780년 브레게는 자동감기 무브먼트를 개발합니다. 그리고 1807년. 영국인인 토마스 영(Thomas Young)은 최초로 크로노그라프(Chronograph)를 개발하게 됩니다.
.모두들 이런 표정으로 모니터를 감상고 계실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럼 이제는 지루했던 년도와 기술 이야기는 이제 잠시 접어두고, 크로노그라프 이야기부터,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들려줄만한 시계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크로노그라프의 역사부터 간단하게 시작해볼가요? 초창기 크로노그라프의 경우, 초침을 멈추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크로노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보여주는 부부분까지 멈췄습니다. 한 배럴 안에서 두 가지 바늘이 돌아가야 한다는 목적 아래 설계를 하다보니 '유격'(군대의 유격이 아닙니다. '간격'을 의미하는 유격입니다-)을 통해 버튼을 조작하는 방식을 개발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여기서 한 단계 발전된 '버튼이 세개인(Three-pusher)' 크로노그라프시스템은 1862년에 개발되었구요. 그 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크로노그라프 무브먼트의 시초는 1884년이 되서야 아돌프 니콜(Adolph Nicole)이 개발합니다.
.러시아 앤틱 크로노그라프 포켓워치
모노푸셔(버튼이 하나인) 크로노그라프인 것 같습니다.
독일 시계 이야기를 잠깐 만져보자면, 드레스덴 출생이었던 아돌프 랑게(Adolph Lange)는 시계 제작에 있어 하나의 전설이 된 사람입니다. A Lange & Sohne라는 브랜드의 창시자라는 명판 뿐만이 아니라, 랑게덕분에 글라슈테라는 도시가 독일 시계 제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랑게는 공방의 직원들의 교육을 철저히 하였을 뿐만 아니라 독립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만들어 준 멋진 사장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립한 직원들은 자신들의 시계 제작 뿐만 아니라 랑게의 부품 수급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고, 이것들이 모여 나중에는 랑게 & 죠네 라는 위대한 브랜드가 탄생한 것입니다.
.산업혁명하면 증기기관. 증기기관 하면 기차죠.
사회적으로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사람들은 점점 더 정확한 시계를 요구하게 됩니다. 산업혁명 이후 대중들의 일터가 농토에서 공장으로 이동하면서 '시급'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1분이라도 더 일하고 싶지 않은 근로자들과, 59초라도 더 부려먹으려는 고용주들의 대립은 더욱 더 정밀한 시계를 요구하게 되었고, 이는 시계의 수요를 급증시킵니다. 사회적 니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교통수단인 '기차'의 등장 또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게 되지요. 기차는 단일로선으로, 도로에 방해물이 없다면 교통혼선이 발생할 일이 없기 때문에 약속시간에 결코 늦는 일이 없습니다. 옛날 기차같은 경우 노선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KTX처럼 이런저런 사고로 인한 연착도 없었죠.(물론 지금의 기차보단 많이 느렸겠지만.) 철도 관련 직종의 사람들은 어쨌든 이런 기차의 정확한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 사고를 감소시키고, 승객들의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다하며 정확한 시간의 제공과 엄수에 대한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시계 브랜드들 역시 철도청 직원들(고급스러운 표현으로 레일로드 엔지니어(Railroad engineer)라고 합시다)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정확한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는 더욱 더 정밀한 시계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계기가 되어줍니다.
통계적으로 산업혁명 초반(18세기 중반)에는 매년 약 400개 ~ 1000개 정도의 시계들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후 75년 뒤 산업혁명의 전성기에는 기존 생산량 대비 500%에 달하는 양의 시계가 매년 만들어졌습니다.
- 아이쿠, 제 이야기에 푹 빠져 간과하고 계실 것 같은 사실이 한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야기들은 모두 '손목시계 이야기'가 아니라 '포켓워치 이야기'라는 것 입니다.-
아직 반도 안왔다는 얘기죠~ ㄷㄷㄷ
산토스 듀몽. 한손으로 시계를 보면서 다른 손으로 비행기를 운전하기에는...
엄청난 대형사고를 칠 것 같은 맹~한 관상입니다.
손목시계의 시초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지요. 혹시나 모르시는 회원님들이 계실까봐 간단히 요약하자면, 1904년 비행가인 산토스 듀몬은 한손에는 회중시계를, 한손에는 비행기 핸들을 쥐고 운전하다가- 근로자의 안전여건 보장.. 이 아니고 이러다 제 명에 못살 것 같아.. 도 아니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프랑소와 까르티에에게 새로운 시계의 개발을 의뢰합니다. 품속에서 꺼내보지 않아도 되는, 두 손으로 다른 것을 하고 있어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시계를 만들어 달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까르티에는 손목에 두르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시계를 만들어 듀몽에게 줍니다. 이것이 바로 '산토스'시리즈. 인류 최초의 손목시계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사실 저 너머, 손목시계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기까지는 결코 순탄치 않았으니...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Part 2 에서 계속됩니다.
(원래 1편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요.)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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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8. 13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