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세계 최초의 하이비트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인 엘 프리메로로 친숙한 제니스(Zenith)가 내년이면 창립 150주년을 맞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니스는 올해 남몰래 이런 저런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한 결과물을 최근 미리 공개했습니다.
창립자인 조르주 파브르-자코의 풀네임을 딴 아카데미 조르주 파브르-자코(Academy Georges Favre-Jacot)가 바로 그것입니다.
조르주 파브르-자코가 스위스 르 로끌에 첫 시계 공장을 세운 건 1865년. 당시 그의 나이 불과 22살 때의 일입니다.
당시의 건물은 이후 증축을 거듭해 지역 최대의 매뉴팩처로 성장했고,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돼 르 로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제니스는 현재까지 총 300여 개의 무브먼트 제조 관련 특허와 600개 베리에이션의 무브먼트, 2,333개의 크로노미터 관련 상을 수상한 브랜드로 성장했지요.
이번에 새로 공개한 아카데미 조르주 파브르-자코는 브랜드 창립자이자 르 로끌 지역의 시계 산업을 융성시킨 개척자였던 조르주 파브르-자코에 바치는 오마주이자,
현 제니스의 오뜨 오를로제리(파인 워치메이킹) 컬렉션인 아카데미 라인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로 선보임으로써 브랜드의 기술력과 새로운 의지 또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카데미 조르주 파브르-자코에는 고전적인 구동방식인 퓨제 앤 체인 트랜스미션(Fusée and chain transmission)이 적용되었는데요.
배럴과 별도의 도르레(fusée)를 체인으로 직접 연결해 동력을 보존, 전달하는 방식은 수세기 전 커다란 벽시계나 마린 크로노미터에 일부 사용된 방식입니다.
안정적이고 강한 토크가 요구되는 시계를 구동하기에 좋은 구조이지만 필연적으로 무브먼트 및 시계의 두께가 증가하고
그 제조 과정 자체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대량생산을 목표로 한 손목시계 세대로 넘어오면서 명맥이 끊기게 되었지요...
하지만 랑에 운트 죄네나 일부 독립 시계제작자들의 실험작들, 그리고 제니스의 아카데미 크리스토프 콜롬브 허리케인 같은 최상위 모델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21세기 들어 다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제니스는 이번에는 크리스토프 콜롬브가 아닌 보다 노멀한(?) 시계에 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 합니다.
창립 150주년 기념 에디션인 아카데미 조르주 파브르-자코는 18K 로즈 골드 케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케이스 지름 45mm에 높이 14.35mm로 기존 아카데미 크리스토프 콜롬브 허리케인 퓨제 앤 체인 버전과 케이스는 동일하지만 두께가 줄었습니다.
무브먼트는 시간당 36,000회 진동하는(5Hz)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하이비트 수동 엘 프리메로 4810 칼리버가 탑재되었으며,
총 부품수 797개, 이중에서 퓨제 앤 체인 시스템을 위한 부품만 무려 575개가 사용돼 콘스탄스 포스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파워리저브 역시 50시간으로 기존 엘 프리메로 베리에이션과 동일하며, 다이얼 하단에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통해 잔여 동력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다이얼 12시 방향을 오픈 워크 처리하고 체인으로 연결된 배럴과 퓨제 상단 아버를 각각 별도의 브릿지로 고정시켜 노출시킨 점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흡사 투르비용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퓨제 앤 체인 방식을 보다 강조해서 드러내고 메커니즘 특유의 기계적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디테일입니다.
오프 센터 처리된 스몰 세컨드 다이얼 또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대칭을 이루며 조화를 이루고 있고요.
아카데미 조르주 파브르-자코는 총 150개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공식 판매는 내년부터이고요.
과거 아카데미 크리스토프 콜롬브 허리케인 버전(25개 한정)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난 수량입니다.
물론 전작의 그것에 비해 기능적으로 훨씬 단순화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퓨제 앤 체인 시스템이 제니스의 기술력으로는 어느 정도 상용화 수준이 되었다는 방증입니다.
- 그밖의 사항 제니스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www.zenith-watch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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