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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게 태그호이어(TAG Heuer)를 이끌어온 잭 호이어(Jack Heuer) 명예회장이 지난 18일자로 공식적으로 은퇴했습니다. 


잭 호이어 회장의 은퇴 소식은 사실 그가 산수(傘壽, 80살)를 맞은 지난 해 말부터 거의 확정적으로 예고된 소식이었지요. 

하지만 올해가 까레라 탄생 50주년이 되는 태그호이어로서는 매우 의미 깊은 해였기에 은퇴 일정이 조금은 늦춰진 셈입니다. 


그럼 왜 11월 18일이었는가...하면, 이날은 잭 호이어 회장의 81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지는군요. 

예전부터 잭 호이어 회장은 측근들에게나 종종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신은 80살에 은퇴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하셨답니다. 


창립자 에드워드 호이어(Edouard Heuer)의 증손자이며, 탁월한 비지니스맨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잭 호이어 명예회장... 

호이어 역사의 가장 빛나는 벨 에포크 시대의 중심에 서있던 산증인이자 시계 업계의 명장으로서 많은 이들의 사표가 되었던 

잭 호이어 회장의 명예로운 은퇴 소식에 존경의 마음과 태그호이어를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간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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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잭 호이어 회장의 80세 생일을 기념하며 출시한 까레라 칼리버 17 리미티드 에디션(Carrera Calibre 17 80th Birthday Limited Edition, 사진 좌측)과

올해 출시된 까레라 칼리버 1887 잭 호이어 에디션 45mm(Carrera Calibre 1887 Automatic Chronograph Jack Heuer Edition 45mm, 사진 우측 모델)...



추가로, 잭 호이어 회장의 그간의 주요 업적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1. 태그호이어의 걸출한 두 대표 아이코닉 컬렉션, 까레라(Carrera)와 모나코(Monaco)를 낳은 아버지 





1958년 처음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한 잭 호이어는 그해 미국에 자회사인 호이어 타이머 회사(Heuer Timer Corporation)를 설립할 정도로 열정을 보이고 2년 뒤인

1960년 마침내 CEO 자리에 오릅니다. 그가 CEO에 취임한 뒤 가장 먼저 하고자 했던 것은 브랜드를 대표할 만한 새로운 손목시계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었지요. 


1860년 창립 초창기부터 크로노그래프 시계 제조에 특화되었던 호이어(태그호이어의 전신) 사는  

스톱워치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진동기어(Oscillating Pinion)'를 발명했고(1887년), 

최초의 비행기 및 자동차용 대시보드 크로노그래프인 '타임오브트립(Time of Trip)'을 발표(1911년), 

1/100초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스포츠 스톱워치인 '마이크로그래프(Mikrograph)'와 

플라이백 기능을 추가해 두 개 종목의 시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마이크로스플릿(Microsplit)'을 개발(1916년), 

자동차를 뜻하는 오토모빌과 군용기를 뜻하는 에비에이션을 합성한 현대적인 대시보드 세트 '오타비아Autavia'(1933년),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시간 계측을 위해 호환 가능한 링 스케일이 부착된 스톱워치 '링 마스터(Ring Master)' 출시(1957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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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호이어가 회사에 합류할 당시에도 이미 호이어는 크로노그래프계의 명가였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것 자체는 기술적으로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지요. 

다만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클래식한 디자인과 부르기 쉬운 이름의 시계를 만들고 싶어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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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초창기 제작 까레라 중에서... 



평소 카레이싱 마니아였던 잭 호이어는 50년대 초 멕시코의 카레이싱 대회인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랠리(Carrera Panamericana Ralley)에서 영감을 얻어 

이 역사적인 레이스를 기리는 오마주로써 1963년에 개발해 런칭한 시계가 바로 훗날 레이싱 크로노그래프의 전설적인 아이콘이 되는 까레라(Carrera)입니다. 


- 까레라 50주년 관련 보다 자세한 정보는 관련 홈페이지 참조: http://baselworld.tagheuer.com/en/carrera/intro


이렇듯 까레라는 잭 호이어 회장의 뚜렷한 비전과 추진력 없이는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지요. 

1969년 세계 최초의 사각형 방수 케이스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시계인 모나코(Monaco) 역시 잭 호이어 회장의 손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마이크로 로터가 장착된 세계 최초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1을 브라이틀링, 해밀턴과 손잡고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주도함)



 



그리고 이듬해인 1970년 영화 '르망(Le mans)'에서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모나코를 착용해 화제가 됨은 물론, 

훗날 시계애호가들 사이서 컬트적인 영화와 시계로 회자됩니다. <스티브 맥퀸 공홈 참조: http://stevemcqueen.com/>




2. 세계적인 카레이싱 대회 포뮬러(Formula) 1과 페라리 & 맥라렌 팀과의 파트너십 통해 경주용 스포츠 크로노그래프의 명가 이미지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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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초 페라리와 악수를 나누는 잭 호이어의 모습... 


그 다음으로 잭 호이어 회장의 업적을 들자면, 1971년부터 79년까지 포뮬러 1과 파트너십을 맺고 페라리 팀의 공식 타임키퍼로 참여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 자신도 대단한 카레이싱 마니아였고,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Enzo Ferrari)와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그를 흠모했던) 잭 호이어 였기에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 팀과의 파트너십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70년대 초 당시에 시계 브랜드 중에서 이런 식으로 직접적이고 장기적으로 스포츠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마케팅적 측면에서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잭 호이어 회장의 탁월한 선견지명과 비지니스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또한 F1 그랑프리의 황금기였던 70년대였기에 호이어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더욱더 매력적으로 어필되던 시절입니다... 
당시의 분위기는 얼마전 국내서도 개봉한 영화 '러시(Rush)'를 보시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가 되실 거라 봅니다... 
더불어 니키 라우다, 클레이 레가초니 같은 당대의 전설적인 스타 드라이버들이 호이어의 까레라나 모나코를 애용했지요.


 

- 70년대 당시의 호이어와 F1 팀과의 파트너십을 엿볼 수 있는 홍보용 영상(영화 '러시' 개봉 즈음 공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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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F1의 전설적 드라이버 니키 라우다(Niki Lauda, 사진 제일 좌측)에게 대시보드용 크로노그래프 클락의 작동원리를 설명해 주는 모습... 


태그호이어와 F1의 인연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80년도에는 맥라렌(McLaren) 메르세데스-벤츠 팀과 인연을 맺었고, 
8-90년대 초 최고의 드라이버로 손꼽히는 포르투갈 태생의 아일톤 세나(Ayrton Senna)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초부터는 국제 자동차 연맹(FIA)의 포뮬러1 세계 챔피언십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하며(2003년까지) 꾸준히 스포츠 파트너십을 이어갔구요. 


3. LVMH 합류 후에도 장-크리스토프 바뱅(Jean-Christophe Babin) & 기 세몽(Guy Sémon) 같은 젊은 인재들과 기술 혁신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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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호이어와 前 CEO 장-크리스토프 바뱅... 


아시다시피 태그호이어는 새 밀레니엄을 한 해 앞둔 1999년 세계적인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인수·합병됩니다. 
하지만 잭 호이어는 여전히 회사에 남아 명예회장직에 취임하게 되지요.(그만큼 그의 영향력을 LVMH 역시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이후 젊고 열정적인 비지니스맨 장-크리스토프 바뱅이 새로운 CEO로 임명되는데, 
잭 호이어와 바뱅의 궁합(?!)은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것 만큼 실제로도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장-크리스토프 바뱅으로서는 아버지뻘이자 대선배인 잭 호이어에게 당연히 존경의 마음이 컸을 테구요. 

또한 왠지 명예회장이라 하면 경영 일선에선 벗어난 한직처럼 보이지만, 잭 호이어는 달랐다고 합니다. 
바뱅은 항상 새 프로젝트 관련해서 잭 호이어와 상의를 했고, 회사의 핵심인 R&D 부서와의 관계 또한 끈끈했다고... 

- 참고로 장-크리스토프 바뱅은 올해 초 태그호이어를 떠나 불가리의 새 CEO가 됩니다. 관련 TF 뉴스: https://www.timeforum.co.kr/707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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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좌측에서부터, 시간당 360,000번 진동(50Hz)하는 호이어 까레라 마이크로그래프 1/100Th(Heuer Carrera Mikrograph 1/100Th, 2010년도에 첫 개발), 
1/1,000초를 측정하고 표시하는 세계 최초의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까레라 마이크로타이머 플라잉 1000(2011년 개발 ,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서 스포츠 워치상 수상), 
리니어 오실레이터로 작동하며 5/10,000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시계 까레라 마이크로거더(Mikrogirder, 2012년 개발,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대상 수상). 

위의 시계들은 잭 호이어와 장-크리스토프 바뱅의 리더십이 절정에 달하면서 출시된 3종류의 혁신적인 크로노그래프 모델들입니다.(위 첨부 동영상을 꼭 보시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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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잭 호이어는 또 하나의 걸출한 인물을 영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바로 태그호이어의 근 몇년 간 출시된 가장 혁신적인 오뜨 오를로제리 모델들인, 
모나코 V4와 마이크로타이머 플라잉 1000, 마이크로 거더, 마이크로 펜둘럼S 등을 설계하고 완성시킨 
테크니컬 그루, 기 세몽(Guy Sémon, 바로 위 사진 속 인물)입니다. 

기 세몽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프랑스 에어포스에서 기술팀을 총괄하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즉 시계업계 쪽과는 전혀 관련이 없던 인물이었죠. 
하지만 2000년대 초반 그의 우주공학 관련 기술 논문에 감탄한 잭 호이어와 R&D 팀 수석 엔지니어들이 기 세몽의 영입을 적극 추천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태그호이어 입사 후 2004년도에 처음으로 선보인  벨트형 구동 트랜스미션을 차용한 혁신적인 컨셉워치, 모나코 V4이 탄생할 수 있었지요. 
모나코 V4는 무명의 기 세몽을 단숨에 스위스 시계업계에서 핫한 엔지니어로 만들어 주었고, 이후 태그호이어 R&D 팀의 수장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렇듯, 잭 호이어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태그호이어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연로한 나이에도 끝까지 열정적으로 회사를 위해 헌신해왔으며,  

젊은 인재들과 함께 치열하게 골몰하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태그호이어의 길을 잘 닦아 놓았습니다. 


모쪼록 오래 건강하시고 남은 인생 편안하고 즐겁게 향유하시길 기원해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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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단신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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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새로 취임한 CEO 스테판 랭더(Stephane Linder)와 태그호이어 홍보대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그리고 지난 6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가에 새 플래그십 부티크를 오픈했다는 소식입니다.

위 사진 보시다시피 디카프리오를 비롯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우승자인 세바스티앙 오지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세계적으로 20개의 단독 부티크를 추가로 더 오픈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 파리 오페라 플래그십 부티크 오픈 관련 뉴스 원문: http://www.tagheuer.com/int-en/home#/int-en-home+int-en-tag-heuer-lights-up-paris



또한 이달 초에는 스위스 쥐라 산맥 자락의 슈브네(Chevenez)에 새 매뉴팩처를 완공하기도 했는데,

요즘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태그호이어가 어쩌면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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