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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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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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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2100

 

10년이 좀 더 된 블랑팡의 라인업을 보면 지금에는 없는 라인이 있습니다. 시리즈 2000과 시리즈 2100. 트릴로지 같은 건데요. 이름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현 라인업의 기초가 되는 라인이었습니다. 블랑팡 디자인의 포인트인 스텝 베젤(2단 베젤)이나 폰트 같은 것은 이 무렵 완성이 되어있었던 셈이죠. 시리즈 2000, 2100과 트릴로지는 르망과 피프티 패덤스가 되고 처음에 언급하지 않았던 클래식 라인은 지금의 빌레레가 됩니다. 르 브라서스 라인은 컴플리케이션을 모아놓은 곳이고요. 블랑팡에서 가장 뒤늦게 합류한 라인이 엘-에볼루션입니다. 다른 라인업은 블랑팡의 발상지거나 공방이 있거나 바다인지 호수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호수의 이름이거나 하는 지명이고 피프티 패덤스는 블랑팡의 가장 강력한 자산인 다이버 워치의 이름인데요. -에볼루션(L-Evolution)이라..바로 감이 오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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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님 납시었다. 길 아니 트랙을 비켜라


힌트는 슈퍼 트로페오입니다. 람보르기니 가야드로로 벌이는 원메이크 레이스의 이름으로 2009년부터 블랑팡이 스폰서로 참여합니다. -에볼루션의 L은 짐작컨데 람보르기니의 머리글자 L이 아닐까 합니다. 블랑팡 같은 하이엔드 메이커가 슈퍼카 메이커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의 하난데, 블랑팡의 경우 CEO인 마크 하이에크의 사심(?)이 좀 섞여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폰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이 직접 드라이버로 참가하여 우승컵을 가져가는 등 실력 발휘를 하고 있고 사고도 나서 부상도 입을 정도로 열정적인데요. 그러면서 열정을 시계로 승화시킨 것 같습니다. 시계에 미치면 나중에 맘에 드는 브랜드의 사소한 악세사리까지 욕심을 내는 것처럼 마크 하이에크도 람보르기니 사랑이 L-에볼루션 런칭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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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델은 엘-에볼루션 수퍼 트로페오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로 이름에 수퍼 트로페오가 들어갑니다. 자동차와 콜라보레이션하는 시계의 경우, 특히 슈퍼카와 함께 하는 경우는 슈퍼카의 이미지에 못지 않은 첨단 이미지를 심는 게 이 바닥의 정석이 되었는데 리뷰 모델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슈퍼카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달린다 싶은 스포츠카 정도만 되도 흔히 사용하는 카본 파이버를 다이얼과 러그를 성형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카본 다이얼은 레이스 컨셉의 시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러그를 아니 러그만 카본으로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죠. 이 모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금속 소재에 카본을 씌운 것인가 싶었는데 전체가 카본입니다. 건조하면서 단단하고 가벼운 느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소재의 특성 때문에 금속 소재를 가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매끄러운 질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다소 울퉁불퉁한 느낌이 듭니다. 카본 티타늄 케이스와 연결이 됩니다. 둘의 색상과 소재가 달라서 러그가 도드라져 보이기도 하고 러그가 잘 붙어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긴 하는데 케이스에 홈을 내 러그를 물리적으로 한 번 잡아주기 때문에 좌,우의 충격은 시각적으로 해소될 것 같습니다. , 하 충격이 문제인데 잘 고정을 했겠지만 한 번 케이스를 열어보고 싶긴 합니다. 단지 제 추측으로는 러그가 각각의 파트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링 형태의 부분과 연결되는 형태로 성형되어 티타늄 케이스 내부의 이너 케이스처럼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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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러그와 마찬가지로 카본인데요. 카본이 아래에 놓이고 새틴 가공을 한 금속 소재에 위에 놓이도록 해 입체적입니다. 오버사이즈의 빨간색 숫자 9, 12의 폰트나 화살촉처럼 생긴 폰트의 생김새도 인상적이지만 그보다 카운터에서 얼마나 이 시계에 람보르기니의 오마쥬가 들어가 있는지에 잠시 감탄하게 됩니다. 9시 방향 방패모양 카운터 윈도우의 실루엣은 말하지 않아도 람보르기니의 황소 로고 실루엣이죠. 3시 방향 30분 카운터와 6시 방향 영구초침을 묶는 윈도우에서는 운전석에 앉으면 곧바로 접하게 되는 계기반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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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을 보고 있자니 엑셀을 있는 힘껏 밟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그런 마음을 디자이너가 헤아렸는지 스타트/스타 버튼을 빨갛게 물들였군요. 빨간색 깃발을 보고 흥분해 들려 드는(실제로는 빨간색 때문이 아니라 깃발의 흔들림 때문이라고 본 것 같은데요) 무르시엘라고처럼 버튼을 힘껏 눌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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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델에 탑재된 무브먼트는 칼리버 185F로 베이스 무브먼트는 구 프레드릭 피게, 지금은 블랑팡의 무브먼트 공방에서 제작하는 현대적 자동 크로노그래프 교범 칼리버 1185입니다. 한동안 예거 르쿨트르가 일체형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만들지 못하고 모듈 붙여서 쓸 때부터 그들의 자존심을 살살 긁었던 명작 크로노그래프인데요. 잘 아시겠지만 지금도 AP, VC는 이것이 없으면 자동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못 만듭니다(AP ROO의 모듈 크로노그래프는 제외). 아무튼 예거가 칼리버 751을 내놓으며 한을 푸나 싶었더니 발매 당시의 평가는 1185가 베이스네 베겼네라는 혹독한 평가가 있을 정도로 칼리버 1185가 자동 크로노그래프에서의 위상은 위대했습니다. (지금도 과격 매니아들은 1185가 베이스라고 할 정돕니다) 칼리버 1185는 고급의 크로노그래프의 상징 컬럼 휠(요즘이나 컬럼 휠 아닌 게 더 드뭅니다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죠)과 버티컬 클러치를 사용합니다. 버티컬 클러치를 사용하는 자동 크로노그래프 그 무렵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ETA 7750이 스윙잉피니언, 엘 프리메로가 캐링암이니까요. (ETA 2894는 모듈이라 논외로 하고 싶고요) 버티컬 클러치의 장점은 정확한 작동의 보증입니다. 스윙잉피니언의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튕기거나 하는 현상이 없죠. 단점은 버티컬(수직) 구조라 태생적으로 두께가 증가하는데 칼리버 1185의 경우 5.4mm에 불과합니다. 대단하죠. 칼리버 185F 1185에 플라이백 기능이 들어갑니다. 플라이백은 빠른 크로노그래프의 재시작이 가능한 기능으로 작동 중에 리셋 버튼을 누르면 스톱과 리셋 동작을 생략하고 바로 시작이 됩니다. 수퍼 트로페오 같은 무지막지한 속도의 자동차의 랩을 재려면 필요할 것 같군요. 빨간색 스타트/스톱 버튼은 생각보다 딱딱한 느낌이었습니다. 칼리버 1185의 경우 버튼의 느낌도 좋은데 예상과 다른 느낌이었는데요. 리셋 역시 딱딱했고 버튼 스프링 같은 세팅을 그렇게 한 듯 했습니다. 랑에 다토그래프 만져본 이후에는 딱딱하다의 기준이 좀 바뀌긴 했지만 크라운 포지션은 0, 1, 2이고 스크류 다운 방식이라 크라운을 풀고 와인딩을 합니다. 크라운을 돌릴 때 감촉은 다소 빡빡하군요. 크라운을 한 칸 당기면 날짜 조정, 한 칸 더 당기면 시간 조정으로 이것을 포함 크라운을 조작할 때의 전반적인 느낌은 무겁습니다. 푸시 버튼도 스타트와 스톱 사이의 스트로크 변화가 크지 않은 점을 빼면 기대와 달리 딱딱했는데요. 람보르기니처럼 세팅 한건가 싶습니다. (람보르기니를 운전해 봤어야 알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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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185F의 표면 가공은 보통 제네바 스트라이프인데 반해 밸런스 콕 부분만 그렇고 나머지는 수작업으로 한 것이 팍팍 느껴지는 페를라쥬입니다. 패턴을 보면 작업자의 그날 기분이 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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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알칸타라. 슈퍼카의 내장 소재로 흔히 사용되는 스웨이드와 유사하나 더 좋다고 하는 소재가 표면에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은 티타늄 소재의 원터치 버클와 결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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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개 한정으로 만든 모델입니다. 하이엔드 메이커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는 좀 많다 싶은 숫자인데 모델의 성격. 레이스, 거기에서 다시 람보르기니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시계 자체는 이런 첨단(?)소재에 대한 거부감 같은 취향을 빼고 보면 완성도는 좋습니다. 푸시 버튼이 좀 더 부드러웠으면 하는 바람 정도인데요. 혹시 람보르기니 오너거나 계획이 있다면 람보르니기 사랑을 시계로도 표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람보르기니 오너가 삼각형 쿼츠 크로노그래프 차고 있으면 참 슬픈 일이니까요. 핫핫.

 

 사진 피쿠스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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