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 롤렉스.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서.
마음의소리1
한때 '노노스족(Nonos)'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Nonos족이란 말은 남들과 차별화를 위해 알려지지 않은 물건을 사고, 조금 더 특별한 물건을 찾는 사람들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시기적으로는 경기가 꼬꾸라지기 1년전인 2008년. 제가 삼각김밥을 사먹는데 대인배 기질을 발휘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어쨌거나 Nonos족 유행은 몇개월만에 소리없이 사라지는 최후를 맞았습니다. Nonos족의 품위를 유지하기엔 비용도 많이 들을뿐 아니라 아무도 그들을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때 아무것도 모르고 유행을 쫒은 강남의 자손들과 홍대의 남여, 잘나가는 집의 자제들의 품위유지비는 조용히 저 하늘로 공중분해 됐었습니다.
마음의소리2
롤스로이스는 단연 지상 최고의 차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롤스로이스를 탈 수 있다면 최상의 차는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탄노인, 이글스턴, B&W의 스피커는 최고입니다. 하지만 이런 스피커의 소리를 매일아침 지하철 안내방송이나 계란파는 아저씨의 스피커에서 만날 수 있다면 최상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 질 것입니다. 파텍필립은 지상 최고의 시계메이커입니다. 하지만 아무나 파텍필립을 찰 수 있는건 아닙니다.
나오는 소리
흔히들 롤렉스는 절대로 파텍필립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모더레이터가 특별 가산점을 주고도.. 이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롤렉스는 파텍필립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드는 재미있는 생각은 '파텍필립이 될 수 없는 롤렉스가 과연 파텍필립이 되고 싶어할까?'라는 질문입니다. Bruno Meier(현 롤렉스 CEO)씨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롤렉스는 딱히 그럴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미닛리피터는 고사하고 중상위 브랜드들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뚜르비용도. 퍼페츄얼도 없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똑딱 하고 넘어가는게 다인 데이-데이트나 라면 끓일때나 쓰인다는 크로노그라프 기능이 달린 데이토나가 현 롤렉스 복잡시계의 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렉스는 기천만원대의 가격대를 유지하며, 여전히 수 많은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시계로 오롯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지인분과의 대화가 문득 떠오릅니다. 그분께서는 제게 '언젠가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시계생활을 끝내야 할 때. 어떤 브랜드의 시계만 남기고 정리하는게 가장 좋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어떤 시계를 남겨야 아쉬움 없이 지름의 끝을 맞이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나름의 답을 채 내지 못했고. 그분의 손목을 보았습니다.
그분의 손목에는 롤렉스 GMT-II 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시계가 여러점 있는 마니아이든 한 두점 있는 마니아이든 롤렉스의 시계는 어딜가나 등장합니다. 보기만 해도 덜덜 떨리는 브랜드의 시계를 가지고 있는 마니아의 포커스 뒤켠에는 흐릿하게나마 롤렉스의 그것이 보입니다. 시계를 모시는 사람보다 시계를 즐기는 사람들의 컬렉션에서도 역시 롤렉스가 보입니다. 한점 있어도 롤렉스. 여러점 있어도 롤렉스입니다.
세계 최초로 데이-데이트를 개발한 점이나 오이스터케이스, 스크류다운 크라운의 개발, 자사 무브먼트, COMEX, 독보적인 단일 브랜드라는 자부심까지. 롤렉스를 설명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것들만으로 롤렉스를 완성시킬수는 없습니다.
무엇이 롤렉스를 완성시키며, 수 많은 마니아들을 롤렉스의 세계로 빠뜨리는 것일까요?
- - -
롤렉스 시계 자체는 '완성형'입니다. TF에서 유명한 모 회원님의 말씀을 빌자면 파네라이가 유저가 만들어가는 시계라면 롤렉스는 그 반대입니다. 어떤 더하기도 어떤 빼기도 변화(variation)도 필요없는 시계가 롤렉스입니다. 하지만 롤렉스는 부족합니다. 시계 자체는 완성형이지만 롤렉스는 완성이 아닙니다.
롤렉스의 완성은 손목에서 이루어집니다.
손목위의 로렉스만큼 아름다운것은 없습니다. 와인더의 로렉스는 예쁘지만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다이빙, 등산, 여행이 아니어도 손목위에는 롤렉스가 올라가 있어야합니다. 차를 탈때도. 업무를 볼때도.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때도. 회사 화장실의 거울앞에서도. 롤렉스는 손목위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손목위에 올라가 있는 로렉스는 내가 봐도 아름답지만 다른사람의 눈에 보였을때 더욱 멋져보입니다. 손목 위에서 빛나는 다섯갈래의 왕관. 빛을 타고도는 깔끔한 디자인. 절제있는 브레이슬릿은 착용하는 오너의 신뢰를 배가시켜줍니다. 밋밋하다고 방출하기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세요. 롤렉스는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시계중 하나입니다. (리세일 손해는 맨날 보시면서 서브마리너만 세번 재구매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
롤렉스는 나이를 타지 않습니다. 사람도 가리지 않습니다. 만약 롤렉스가 사람을 가리는 시계였다면 지명도와 대중성. 대를잇는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었을것입니다. 파텍필립을 아무나 편하게 살 수 없기에 롤렉스가 존재하는것이고. 리처드밀을 아무나 소유할 수 없기에 롤렉스가 존재합니다. 최상의 시계는 될 수 없지만 롤렉스는 단연코 최고의 시계입니다.
롤렉스를 가진자는 여유롭습니다. 롤렉스의 시계는 우정의 이미지보다는 미소와 여유로움을 연상시킵니다. 이 여유로움을 이미지 마케팅이라고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가격대비 의미없는 시계라고 비판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계식 시계 마니아가 60년가까이 만들어온 이미지에 대한 대가를 비방하기에는 롤렉스의 나이가 너무 많으니까요.
이는 롤렉스를 비방하는 유저들이 롤렉스 오너들에게 똘레랑스(tolerance-관용)를 베푸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감성적이면서도 고독한 남자(혹은 여자)를 위한 시계. 사람이 만든 제도가 한세기를 못가는 시대안에서 롤렉스는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아야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롤렉스는 투자하는 시계가 아닙니다. 당신이 가는곳 어디나 롤렉스가 함께하게 해주세요. 당신의 롤렉스는 당신이 오너가 된 순간부터 당신의 자서전입니다. 롤렉스의 역사를 새로이 작성해주세요. 세상이 전부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워렌버핏만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아니어야만 가능한 일을 당신은 해내고 있습니다.
Explore and Rewrite it. 롤렉스가 사랑받아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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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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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옆자리
2009.08.09 01:54
아.. -
요시노야
2009.08.09 02:05
잘 봤습니다.
"어디든지 함께하게 해주세요."....그러는 와중입니다. ^_^
익숙한 이야기도 등장해서 고맙고 그렇습니다.ㅎㅎㅎ -
Lil Wayne
2009.08.09 02:07
처음에 슬쩍 보았을때는 퍼온글인가 하고 찬찬히 읽어가는데...
아닌듯하군요... 소고님께서 쓰신것 같군요^^
소고님의 글은 시계 밖 이야기에서 부터 즐겨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는글 감사합니다^^ -
컴뱃메딕
2009.08.09 02:56
아..너무 멋지군요..ㅠ -
지구인
2009.08.09 03:20
담담하지만 울림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수학선생
2009.08.09 03:23
로렉스 유저로서 감동입니다~ -
먀니아
2009.08.09 03:58
유령으로살다 글하나 남깁니다. 이글을 보니 처음 로렉스를 샀던때가 생각나네요..; 조금더 아껴줘야겠군요. -
반즈
2009.08.09 03:59
소고님, 멋진 글이십니다.
롤렉스, 베스트 셀러죠. 섭이나 GMT-Master2 같은 모델들 해외선 차로 치면 토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란 이야기를 많이 하지요. 그만큼 가치있는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 -
snownann
2009.08.09 04:19
롤렉스가 없으면 시계 세상이 얼마나 심심할까...혼자서 상상해 봅니다 ㅋ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
shippop
2009.08.09 05:15
아..멋진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감동이 전해오는군요...^^ -
tomyys
2009.08.09 05:51
너무 멋진 글입니다..!!
손목위의 시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 -
줄질의달인
2009.08.09 08:17
모터레이터분들이 바뀌니깐 주옥같은 글들이 쏟아지는군여,,,너무 멋진 글 잘읽었습니다,,, -
Noblesse
2009.08.09 08:27
흠.. 빠져드는군요..^^;; -
오시리스
2009.08.09 08:40
너무 멋진 글입니다. 그래서 롤렉스가 너무 좋습니다. 소고님 글을읽고 더 좋아졌네요...^^ -
뻥이야
2009.08.09 09:14
잘봤습니다~ -
dongjin5
2009.08.09 09:26
주말에도 소고님의 시계사랑은 끊임이 없군요.^^
마지막 사진의 데이토나처럼 저도 심심할 때 가죽밴드로 바꿔서 차고 다녀봐야 겠습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
모브
2009.08.09 09:36
롤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써 다시 한번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소고님. -
태양을등진
2009.08.09 10:16
좋은글 정말 잘봤습니다 ㅎㅎ -
bottomline
2009.08.09 10:27
^--------------------------------------^ -
쩡위
2009.08.09 10:36
역시 아이디옆에 M자를 다실만합니돵~ -
아빠가 사준 돌핀
2009.08.09 10:39
굿잡!!! 잘봤습니다... ㅋ -
morning!
2009.08.09 10:46
와, 정말 멋진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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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와
2009.08.09 10:48
잘 읽었습니다. -
히유신
2009.08.09 11:25
소고님 필력은 언제나 대단하군요 그저 감탄; -
espn
2009.08.09 11:29
롤렉스.손목위 제시계를 넘 사랑하게 되었네여..잘읽었습니다 -
지노
2009.08.09 11:50
일요일 아침...소고님의 글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로렉스에 대해...
자기 자신의 시계에 대해...
한번 쯤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군요...
-
뚱보곰
2009.08.09 12:19
좋은 글이네요
오늘 아침에 극장갈때 영화전용루미녹스를 찰까 서브를 찰까고민하다가 서브를 선택했는데
더 잘한 느낌이라는.... -
tang1978
2009.08.09 12:29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아이닥
2009.08.09 12:36
참 감동적인 글입니다.....감사합니다..... -
벌크 매니아
2009.08.09 12:50
글이 감동적입니다...^6^ -
순댕
2009.08.09 12:51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제손목위에 있는 이놈 더 이뻐 해줘야겠습니다^^ -
피유망적시광
2009.08.09 12:54
멋진글입니다 로렉스차서 햄볶아요 ㅎㅎ -
준성아빠
2009.08.09 13:26
제가 소지하고 있는 데잇져스트가 웬지 너무 사랑스러워 지네요~~~ -
lcggear
2009.08.09 13:34
단아하면서 세련된글 기분이 좋아지네요,,,,, 로렉스는 내세우기를 자제하는 선한 귀족 같습니다 내세우지 않아도 누구나 절로인정하게 되는
그 만의 느낌..... -
디오르
2009.08.09 15:08
그래서 롤렉스로 가야하는겁니다...소고님 화이팅!!!!!! -
파랑새™
2009.08.09 15:18
로렉이 만쉐이~!!! ^^ 멋진글 잘봤습니다.~~ -
멀더
2009.08.09 15:22
잘 읽었습니다. 결론은 역시 로렉스..... 그리고 파네라이 ㅎㅎㅎ -
쥬메이라
2009.08.09 15:45
잘 있었습니다. 아 로렉스 처분하고 파네라이 사고 싶었는데, 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길이네요.... -
ONAIR
2009.08.09 15:57
충격갈까 멋진공연에서 박수도 세게 못치고, 손 씻을때 마다 풀어 놓으며 안떨어질까 긴장타야는 오래된 집안의 할아방구나 할아방구들 가문과 나란히 하고싶어 노력하는 허약한 브랜드들 보다는 튼튼한 롤렉스가 제 취향이기에 롤랙이로 정착을 했습니다.
많이 유명하기에 그만큼 할아방구집안 추종자들에게 질투와 시기도 많이 받는 브랜드 이지요.
캠리와 어코드 얘기는 첨듣는군요. 티멕스와 씨티즌 얘기 아닐런지 :-) -
마근엄
2011.12.08 00:49
멋진 공연에서 10여분에 걸친 격렬한 커튼콜 박수의 혹사를 견뎌낸 제 DateJust에게 한편으론 미안했고 한편으론 자랑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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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2009.08.09 20:05
감동적이군요...역시 로렉스는 이시대의 문화라고 밖에 표현할수가 없네요...얼른 바꿔 차야지.... -
HellRider
2009.08.09 20:33
아주 좋은 글 잘봤습니다.
소고님 말씀대로 롤렉스는 손목 위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손목 위에서도 빛나고 있네요^^ -
sasin4
2009.08.13 14:48
좋은 글입니다. 시계를 왜 좋아하게 됐고, 로렉스란 브랜드에 어떻게 마음을 뺐겼으며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지금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어떻게 사랑해 줄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글 입니다. -
상상
2009.08.16 08:14
훌륭한 글 잘 읽었읍니다. -
David(煥)
2009.08.17 17:08
아 님의 글때문에 롤렉스가 땡기네요.. 정말 멋진 글입니다. -
익스플로어
2009.08.19 23:54
정말 대단히 멋진 글입니다.더욱 로렉스를 사랑하게 만드는.. -
오비닥
2009.08.27 18:09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새삼 제 손목 위에 놓여 있는 섭마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네요. -
몬자
2009.09.12 19:01
세번정도 읽은것 같습니다. ㅎㅎㅎ 마지막 글귀는 볼때마다 마음을 울리는~~ -
라키..
2009.09.13 17:53
아.. 못보고 지나친 좋은 글들이 너무나 많군요 게시판을 다 복습을 해야할련지 ㅠㅠ -
인연.
2009.09.17 12:07
아~롤렉스가 미치도록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