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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하지 못한 추리닝입니다..

 

 

제가 요새 너무 속상한 일이 있어.. 넋두리 하고자 글 한꼭지 떤져 봅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직업은 관세사입니다. 이제 딱 10년차이며... 나름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가 하나 있어서 법인이나 업계에서 인정도 좀 받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부클리닉, 병원24시 뭐 이런 곳에나 나올법 한 드라마틱한 일들을 워낙 자주 겪어온 인생이지만.....

36년 인생에서 가장  지옥같았던 2010년과 2011년이 지나고 2010년부터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을 순간이 2012년에 다가왔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SOFA 통관을 통해 알게된 포워더가 A 라는 업체를 소개.

2. A 라는 업체의 제품을 통관하다가 이 제품이 관세 0% 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짐.

3. 몇 달간의 조사 끝에 현행 품목분류가 잘못 되었음을 확신하고 A 에 알림.

4. A 가 수입 실적이 많은 B 라는 회사를 소개.

5. 행정심판 계약서를 작성하고.. 행정심판 진행.

 

 

이렇게 진행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A-B 의 환급금액은 20억 정도.

한국에서 해당품목은 10년째 관세 8% 로 통관되고 있었고. 저 이전에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환급액이 너무 크니. 예상대로 행정심판에서 이기질 못하더군요.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습니다만. 지문을 밝히긴 어려워서요...)

 

 

올 1월경 B 업체에서 “자신들이 직접 소송을 진행할테니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겨 달라” 하더군요. 물론 제가 계속 옆에서 컨설팅을 하는 거였고. 그렇게 승소할 경우

 “그에 합당한 대가를 주겠다” 고 했습니다.

 

 

그런데 2월경에 A-B 업체가 주축이 되어 동종업계 8군데를 포섭. 국내대형 로펌에 위임을 하게 됩니다....

 

 

전 그랬습니다... ‘진짜 기분 엿같지만’

“제가 변호사가 아닌 이상 뭐라고 하겠습니까.. 1원도 안주셔도 됩니다. 대신, 제 공 잊지 마시고... 그 업체들까지 해서 통관물량만 제게 주심 저는 더 욕심 안부리겠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통관물량이 뚝 떨어지더군요.

그러던 올 7월. 선사를 통해 그 업체가 다른 관세사를 쓰고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물론 수출자로부터 포워더가 노미 걸려 오면.. 그에 따라 관세사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화주가 전화한통 하면 관세사 바꾸는 건 일도 아니죠. 화주가 왕이니깐.

그런데 꼭 FTA 까다롭게 꼬인거나... 화물이 잘못 들어온것 등... 어려운 일은 저에게 맡기면서 쉬운 통관건은 도무지 들어오질 않는겁니다....

이때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그러다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하던 날. B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긴히 의논할게 있으니 서울로 와달라고....

3시간 걸려서 도착했더니... 약속시간에서 한시간을 기달리게 하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일단 감사합니다. 1차 소송은 이겼고.... 그럼 이제 환급만기일 남은 다른 3억 정도 환급건을 착수금 300만 받고 진행해주시죠” 라더군요...

그래서 전. 착수금은 당연히 받고.. 성공수수료 7% 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 변호사가 다 이겨놨는데... 그냥 해주시죠. 변호사 수수료 20% 줘야해서 관세사님 부른 겁니다” 하더군요.....

순간 머릿속에서 머가 하나 펑 하고 터지더군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이거 누가 시작한 케이스냐고. 행정심판없이 행정소송 할 수나 있냐고.

난 꼭 계약대로 내가 진행한 행정심판건에 대해서는 7% 받겠다구요....

 

 

그 이후로 다시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달 전.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다른 관세사에서 신고했던 EU FTA 로 꼬인 건이 있으니.. 환급 좀 받아달라고... 한 3천 환급받아주면 150 준답니다....

그때 직감했죠.. 이 양반 15억 정도 환급결정 났나 보구나.....

 

아니나 다를까. 크리스마스 전. 10개 업체에 대해 62억이 환급 됬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세관은 소송에서 참석조차 하지 않아 자동 승소가 되었고.... 그 10개 업체 62억 외에 최소 100억 이상의 환급금이 발생하게 된 것이죠.

그 업체들 이외에도 모든 수입업체가 2년전 것 까지 소송없이 환급 받게 되는 10년전 반도체 웨이퍼 사건과 같이 큰 사건이 되 버린 겁니다....

 

내 복이 여기까지고.. 그래도 12년 나름 선방했다 생각되서 몇 번을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7월달에, 9월달에, 12월달에..... 짜증나는거 잊고자 노력했습니다... 회사가 가기 싫어 이 참에 라식수술까지 했죠..ㅋㅋㅋ

 

그런데 지난 12월 28일에 뜬금없이  A 업체 사장이 와서 고맙다며 돈 백만원 주고 갑디다....

몇 억 환급받고 100만원... 그래도 B 같은 업체도 있는데 고맙다고 해야 하나.....ㅋㅋㅋ

 

 

잊어버릴만 하면... 상기시켜 주네요...

오늘은 관세사 동기이자 친한 세관원이 카톡으로....

“너 그 시계들하고 외제차.. 그 돈으로 산거냐? 대박인데? 졸라 축하한다....” 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세사는 일반적인 수출입에 따른 환특법상 환급만 해도.. 기본 1, 2 % 는 먹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정도의 일을 하고.... 62억 환급에.... 착수금 포함 4백... 아... 이 박탈감....

 

 

제가 진짜 열받는건 그 10개 업체들 중 그나마 B 업체 통관만 1년에 4-5번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초에 몫돈 못 받을 바에는 동종업계 수입시장을 장악하자... 생각했는데.... 이건 뭐... 2년간 완전 잉여짓 한 꼴이 되어버렸네요...

관세사 10년에 이런적이 처음이겠습니까만... 완전 제로 상태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일을 만들어 낸 적은 없었기에... 나름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허무 합니다.

 

관세사란 직업이 한번도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지만... 이렇게 션~~~하게 머릿속을 한번 털리고 나니...

이제부터는 나 자신 부터 자부심을 가지고.. 다른 전문직 처럼.. 컨설팅 할때 공짜로 해주지 말고....

절대 공짜로 일해주지 말자... 고 수도없이 되새기고 있습니다. 

 

 

아들 녀석 치료비, 장인 부양비, 본가 부양비...ㅋㅋㅋ.... 돈 들어갈 곳이 많아 더 짜증나고 아쉬운 2012년의 마무리였습니다.....

그래도 2012년 아들 병명도 알아서 치료를 시작했고. 조산걱정으로 12주간 중환자실 입원끝에 얻은 작은 딸도 잘 커가고 있고...

장인 부양료 소송도 일단 끝났고. 아내도 우울증치료를 시작하며 극단적인 생각을 안하게 되었고. 아버지 2차 허리수술도 끝났고.

매출도 2009년 수준으로 되돌렸고. 당분간은 아내와 이혼얘기를 안하게 됬으니..

그래도 감사해야겠죠...

 

 

방금 안좋은 일은 2012년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메시지가 왔네요...

저 역시도 직원들과의 종무식에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나름 흥겨웠던 2012년이었다고.......

 

회원여러분들도.... 2013년 새로운 기분으로 힘 내시길 기도합니다.

 

저도 이 사진속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늘상 있어서 더이상은  액땜이라고 말하지도 않는, 일상이 되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과 늘상 하던데로 싸워나가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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