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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ines Column Wheel Chronograph

론진 컬럼 휠 크로노그래프 L2.733.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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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휠은 기계식 시계의 크로노그래프 매커니즘을 구동시키는 핵심 장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내 시계가 컬럼 휠 방식인지 또는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지 알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이얼 상으로 구현되는 겉모습이나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작동 방법이 차이가 없고 씨스루 케이스 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보더라도 컬럼 휠이 구석 안쪽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컬럼 휠 방식은 하이엔드급의 고급 크로노그래프 시계에 사용되며 그 반대의 개념으로 중저가의 시계는 캠(cam) 방식의 크로노그래프 매커니즘을 사용한다고 알려 져 있습니다. 중저가 크로로그래프 시계의 대표적인 무브먼트인 벨쥬 7750 이 캠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이것을 시계 이름에 붙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론진의 컬럼 휠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특이하게 시계 이름에 '컬럼 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현재의 론진은 벨쥬 7750 이나 ETA 2894 같은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한 모델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역사에서 론진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 신형 무브먼트를 장착한 컬렉션에 좀 더 '특별함'을 부여할 필요성은 있었을 것입니다.
 
론진은 1878년, 크로노그래프의 기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컬럼 휠이 장착된 심플한 20 리뉴* 크로노그래프(reference no.20H)를 이용해, 타이밍 관련 기기 장치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19CH (1889년), 19.73(1897년), 19.73N(1909년), 19.73N 플라이백(1922년), 18.72(1929년) 또는 1939년 스포츠 타이밍을 위해 스페셜하게 디자인되었던 24 라인 칼리버 등과 같이 론진이 디자인한 포켓워치 크로노그래프용 칼리버들은 물론 13.33Z(1913년), 그리고 그 유명한 13ZN(1946년), 또는 30CH(1947년)등 손목시계용 크로노그래프의 무브먼트도 마찬가지로 칼리버마다 다양성을 지녔었지만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컨트롤, 작동케 하는 데에는 모두 컬럼 휠 시스템이 이용되었습니다. 따라서 론진에게 컬럼 휠 크로노그래프란 브랜드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역사적, 기술적인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고 할 것입니다.

 

*리뉴(ligne) : 스위스의 시계 제작에서 0.0888인치(2.2558mm)와 같은 단위. 12 도지메(douzieme)로 나누어지며 주로 기계 장치 부품의 두께를 재는 데 쓰인다. 새로 개발된 신형 컬럼 휠 무브먼트의 지름이 30mm, 즉 13¼리뉴 사이즈이며 벨쥬 7750의 지름 역시 30mm 정도로 역시 13리뉴급 사이즈다.

 

캠 방식에 비해 컬럼 휠 방식은 부품 마모가 적고 작동이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쌉니다. 캠 방식이 컬럼 휠 방식보다 후대에 개발된 방식이고 안정적인 구동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시계 마니아들은 크로노그래프 시계에서 컬럼 휠 방식을 '정통'으로 인정하고 캠 방식을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한 편법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계 마니아들이 선호하고 더 고급시계에 장착된다. 답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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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할 모델(L2.733.4.72.2)에 장착된 론진의 신형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지난 2009년 첫 선을 보였습니다. 칼리버 L688.2 로 명명된 컬럼 휠 방식의 이 신형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장착된 론진의 컬렉션은 다른 브랜드의 컬럼 휠 크로노그래프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이 화제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시계보다 그 안에 장착된 신형 무브먼트를 중심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가장 대중적이고 친숙한 벨쥬 7750 무브먼트와의 비교도 해 보겠습니다.

 

 

 

Movement
 
ETA가 론진을 위해 새롭게 선보인 칼리버 L688.2(A08.231)는 론진이 ETA에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용으로 컬럼 휠이 장착된 새로운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개발을 단독 위임, 투자하며 탄생했습니다. 론진은 컬럼 휠 방식을 사용하되 좀 더 단순한 구조와 저렴한 제조 비용을 요구하였고 ETA는 이런 과제를 훌륭히 완수해 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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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7개의 주얼리가 장착된 L688.2 무브먼트는 30mm 지름과 7.90mm 높이의 셀프 와인딩 칼리버입니다.  컬럼 휠은 기본적으로 크로노그래프의 기능(스타트, 스톱, 리턴 투 제로)을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나 ETA의 엔지니어들에 의해 디자인된 컬럼 휠 시스템은 좀 더 단순한 구조를 가지며, 블루 빛의 스틸 컬럼 휠은 무브먼트 가운데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파워 리저브는 54시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명기되어 있는 곳들이 많아 론진에서 확실히 정리해 줄 필요가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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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분, 초, 날짜 및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있습니다. 2시 방향에 스타트, 스톱 버튼이 있으며 4시 방향에 제로리셋 버튼이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모듈의 조작감은 확실히 벨쥬 7750과 비교하면 좀 더 부드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칼럼 휠을 쓰는 최상급의 크로노그래프 (예를 들어 랑게 운트 죄네의 다토그라프(Datograph)와  같은)와 비교하기에는 좀 무리라 하더라도 잘 수정되고 피니싱된 벨쥬 7750과 비교해서 더 우월한 작동감을 보여 준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거슬리는 것은 스타트 버튼은 누를 때 약간의 헛눌림 현상이 있습니다.
 
씨스루 케이스백을 통해 보이는 무브먼트의 상태를 보면 제네바 스트라이프나 소용돌이 모양의 페를라쥬 등 코스메틱 마무리가 된 상태지만 구석구석까지 세세하게 잘 피니싱 된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형 무브먼트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중저가 가격대의 무브먼트이며 최종 완성된 시계의 리테일가를 생각하면 무브먼트에 완벽하게 피니싱을 해 줄 여건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Case
 
2011년 국내에 새롭게 소개된 론진 컬럼 휠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심플하면서 매끈한 광택에 클래식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지름은 39mm로 전작들(40mm)보다 조금 작아졌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또는 핑크 골드 케이스 모델이 있습니다. 리뷰 모델은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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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그래프 시계의 사이즈가 39mm라면 요즘 추세에서는 상당히 작아 보일 수 있겠습니다. 신형 무브먼트의 사이즈가 작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무브먼트 사이즈나 두께는  사실 벨쥬 7750과 거의 동일합니다. 오히려 ETA 2894-2 보다 큽니다. (그 말은 요즘 크로노그라프 시계들이 무브먼트에 비해 쓸데없이 큰 케이스에 장착되고 있다는 뜻도 될 것입니다.) 사이즈가 39mm인 이유는 이 모델이 론진의 헤리티지 라인에 속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신형 무브먼트의 탑재는 론진의 옛 영광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외양 역시 복고적인 형태를 가지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을 것입니다.
 
39mm면 요즘 정정용 시계로 생각되는 사이즈일텐데 보는 것처럼 정장에 착용해도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외양을 지녔습니다. 크로노그래프 시계라서 약간 두꺼운 것이 흠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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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라인은 단순하면서 직선적입니다. 유광 베젤의 뚝 떨어지는 각을 낸 모습과 러그의 각이 눈에 띕니다. 특히 러그는 사각형 모양의 각이 뚜렷한 형태로 모서리 부분을 잘 마무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날카로운 각을 만들어 냅니다. 좀 더 시크한 맛이 있습니다.
 
전면 글래스는 안쪽 면 무반사 코팅된 사파이어 크리스탈 입니다. 뒷면은 무브먼트를 볼 수 있는 씨스루 타입이며 방수는 30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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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방향에 매몰식 버튼은 날짜를 조정하는 버튼입니다. 다른 시계와 좀 더 차별화된 사양입니다. 

 

 
Dial & Hands
 
다이얼의 전체적인 인상은 스포티하기 보다는 엘레강스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아이보리 컬러에 실버 인덱스와 바늘은 케이스와 일체감을 보이며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당연히 시인성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닙니다.
 
다이얼에 크로노그래프 시계에서 흔히 있는 타키미터도 없고, 레일로드 형태의 눈금도 없습니다. 그래서 좀 심심해 보인다는 느낌은 있는데 이런 형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나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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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방향에 영구초침의 서브다이얼이 있습니다. 3시 방향에 크로노 30분 카운터 다이얼, 6시 방향에 크로노 12시 카운터 다이얼이 있습니다. 이런 배치는 크로노그래프 시계에서는 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만 이런 배치의 문제점은 날짜창을 배치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연하게 날짜창은 4시와 5시 사이에 배치하게 됩니다. 날짜창을 12시 쪽에 배치하기엔 시각적으로 좀 부담스러울 테니까요.
 
이런 면에서는 벨쥬 7750은 3시 방향에 날짜창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좀 더 안정되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두 무브먼트를 다이얼 배치 면에서 비교한 장단점은 오히려 서브다이얼 두개를 사용해서 대칭적인 모습을 만들고자 할 때 확연히 드러납니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에서 12시 카운터는 필요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12시 카운터가 없는 크로노그래프 모델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디자인의 장점은 좌우 또는 상하 대칭적인 구조로 안정적인 배열을 할 수 있으며 다이얼 상의 공간이 여유가 생겨 여기에 날짜창을 배치하거나 기타 다른 디자인적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형 컬럼휠 크로노그래프 스타일의 무브먼트를 탑재한 경우 오히려 좌우 서브다이얼만 이용해서 시계를 완성해 내는데 더 편의성이 있어 보입니다. 별 수정없이 영구초침 서브다이얼과 크로노 분 다이얼을 살리고 6시 방향에 날짜창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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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진의 다른 현행품과 빈티지 크로노그래프 모델>

 


개인적으로 양쪽으로 서브다이얼이 배치된 일명 부엉이 스타일의 크로노그래프를 더 선호할 뿐 아니라 론진의 현행품이나 빈티지들을 볼 때도 부엉이 스타일의 크로노그래프 모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이번 모델의 변형 버전이 곧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 봅니다.
 
하지만 벨쥬 7750의 경우에는 2개의 서브다이얼 형태로 디자인할 경우 영구초침 다이얼이 상당히 걸리적거리게 됩니다. 위아래도 대칭되게 2개의 다이얼만 배치하려면 크로노 분 카운터와 시 카운터만 남게 되니까 IWC 포르투기스 크로노그래프 모델처럼 영구초침을 6시 방향으로 옮기는 대대적인 수정을 하거나 영구초침을 보일듯 말듯 하게 최대한 가리는 디자인을 적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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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구초침을 가리게 디자인 한 크로노스위스 퍼시픽 크로노그래프 모델과 6시 방향으로 영구초침을 옮긴 IWC 포르투기스 크로노그래프 모델. 둘 다 벨쥬 7750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
 


물론 중저가 무브먼트 중 369형 다이얼로 벨쥬 7753이나 ETA 2894 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계 브랜드에서 벨쥬 7750의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벨쥬 7750의 안정성이 검증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도핀(Dauphine) 스타일의 로듐 도금 핸즈는 실버 빛을 내며 다이얼 위에서 13개의 아워 심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핸즈와 5분 간격의 돗트 인덱스에 수퍼루미노바 야광 도장이 되어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확인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 놓고 있습니다.
 

 
Strap & Buckle
 
진한 브라운 색상에 아이보리 스티치 악어 가죽 스트랩입니다. 가격대비 흠잡기 골란한 품질을 보여주지만 좀 뻣뻣한 것이 흠입니다. 


론진의 로고가 각인된 탱버클이 기본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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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대중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미 스와치 그룹에 몸을 의탁한 론진의 행보는 과거의 영화로운 때와 비교하면 처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미 오메가의 하위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고 있는 그룹 내 위상을 볼 때 시대를 앞서가는 아방가르드 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힘들고 장신정신으로 똘똘 뭉친 최고급 시계를 만들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것들은 그룹 서열상 론진이 아닌 다른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이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보석 브랜드인 불가리나 만년필 만들던 몽블랑 조차도 자사 무브먼트를 확보해 가는 마당에 정통 시계 브랜드인 론진에게 너무나 평범하고 대중적인 무브먼트만을 (비록 수정한 무브먼트라 할지라도) 쓰게 하는 것은 스와치 그룹 차원에서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론진의 경쟁 관계에 있을 태그호이어나 노모스, 프레데릭 콘스탄트 등이 자사 무브먼트를 앞세워 론진을 압박하는 분위기에서 이들과 경쟁할 무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론진은 그룹 내 어느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역사와 유산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기록의 역사입니다.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론진은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역사적인 기록의 순간에 공식 타임키퍼로 함께 했습니다. 론진의 신형 무브먼트는 기계식 크로노그래프의 지속적인 인기와 전통 시계 제품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맞춘 적절한 개발품으로서 역사와 전통의 론진이 자신들의 위업을 잊지 않고 계승해 가는 과정이라 해석하고 싶습니다.
 
일단 론진의 신형 컬럼 휠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L688.2의 출시는 고무적인 일이며, 새로운 무브먼트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영광이었습니다. 무브먼트의 평가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절대적인 평점을 주는 것은 삼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이 무브먼트가 론진의 재도약을 위한 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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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 김두엽(Studio 2nd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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