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주얼러이자 파인 워치메이커인 까르띠에(Cartier)는 올해 SIHH에서도 어김없이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많은 신제품을 선보여 위상을 과시했습니다.
2018년 새로운 브레이슬릿과 스트랩 교체 시스템을 갖춘 산토스 드 까르띠에(Santos de Cartier) 워치를 런칭해 큰 성공을 거둔 것에 고무된 듯 올해 역시 산토스 시리즈를 이어갔는데요. 1904년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 1875-1942)가 친구이자 파일럿인 알베르토 산토스-뒤몽(Alberto Santos-Dumont, 1873-1932)을 위해 제작한 산토스 뒤몽 워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충실하게 재현한 동명의 새로운 라인업이 그 주인공입니다.
뿐만 아니라 까르띠에의 가장 오래된 워치 컬렉션 중 하나인 또노(Tonneau)가 모처럼 까르띠에 프리베(Cartier Privé) 컬렉션을 통해 부활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까르띠에 여성용 워치 컬렉션 중 컬트적인 인기를 누린 베누아(Baignoire)가 모처럼 풍성한 라인업을 이끌고 컴백했습니다. 그 외 아이코닉한 팬더(Panthère) 시리즈를 통해서도 색다른 시도가 이어졌고,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풍의 예술적인 다이얼의 시계들도 어김없이 선보였습니다. 지금부터 SIHH 2019에서 공개된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신제품들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Santos-Dumont watch
산토스-뒤몽 워치
최초의 현대식 손목시계인 산토스의 이름이 동명의 파일럿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시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시계 및 주얼리 디자인에 남다른 감각과 천재적인 재능을 자랑했던 루이 까르띠에는 모서리를 둥글린 사각에 가까운 케이스에 스트랩을 연결할 수 있는 러그를 통합시켜 우아하면서도 남성적인 느낌의 시계를 완성했고, 이 특별한 시계에 영감의 원천이 된 친구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휴대용 시계는 귀족이나 부유한 사업가 등 극히 일부 특권층만 소지할 수 있었고, 그 조차도 원형의 전통적인 회중시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몇몇 제조사들은 기존의 회중시계 케이스에 납땜으로 뿔을 연상시키는 혼(Horns) 장식을 부착한 과도기적인 형태의 손목시계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산토스는 훗날 현대 손목시계의 기준이 된 러그의 개념을 정립하고, 케이스 일체형의 견고한 러그 형태를 채택한 최초의 남성용 손목시계라는 점에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 산토스-뒤몽 워치, 까르띠에 파리, 1912년 Studio Gérard © Cartier
- 알베르토 산토스-뒤몽 Archives Cartier © Cartier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은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할 당시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산토스-뒤몽 워치를 착용하고 있었고, 벨 에포크 시대 파리 사교계의 명사였던 그와 친구인 루이 까르띠에의 우정이 화제가 되면서 산토스의 인기도 차츰 높아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아이코닉 워치 컬렉션 탱크도 그러했듯 산토스 역시 1960대 말까지는 주로 골드 혹은 플래티넘 소재로만 한정 제작되어 소수의 부유층 고객들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1970년대 말에 들어서야 골드와 스틸을 함께 사용한 상대적으로 대중지향적인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특히 초창기 산토스 모델에 적용한 끝이 둥근 리벳 장식(이 또한 비행기의 동체에서 영감을 얻음)을 대신해 일자형 스크류가 도드라지는 특유의 베젤 디자인이 확립되어 현재까지 산토스하면 떠오르는 개성적인 특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9년 새롭게 거듭난 산토스-뒤몽 워치는 스몰과 라지 두 가지 사이즈로, 케이스 소재는 스틸, 스틸 & 핑크 골드(투-톤), 핑크 골드 크게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됩니다. 지금은 단종된 전 세대 산토스-뒤몽과 달리 베젤에 8개의 일자 스크류를 추가했는데, 이는 오리지널 산토스-뒤몽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클래식 산토스에 본격적으로 스크류 디테일을 적용한 전전세대 산토스 시계의 영광을 계승하는 의미를 또한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 산토스-뒤몽 워치 핑크 골드 스몰 모델
- 산토스-뒤몽 워치 핑크 골드 & 스틸 라지 모델
모서리를 둥글린 정사각형 베젤부는 더욱 볼륨감 있게 처리되었고, 양 러그는 전 세대의 그것보다 한층 날렵해졌으며, 무엇보다 다이얼 디테일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전 세대 산토스-뒤몽이 그레인 처리한 다이얼을 통해 고풍스러움을 강조했다면, 2019년 뉴 산토스-뒤몽 워치는 새틴 선버스트 마감한 실버 컬러 다이얼에 외곽에는 레일로드 형태의 미닛 트랙(챕터링)을 프린트하고, 한층 얇고 길쭉한 형태의 로만 인덱스를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컬렉션 특유의 클래식함은 유지하되 세련미를 강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간과할 수 없는 변화는 크라운의 형태로, 전 세대의 끝이 뭉툭한 팔각 크라운 대신 테두리를 비즈 형태로 가공한 골드 크라운에 돔형의 카보숑 컷 블루 사파이어 혹은 스피넬(첨정석)을 세팅해 오리지널 산토스-뒤몽 디자인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 산토스-뒤몽 워치 스틸 스몰 모델
- 산토스-뒤몽 워치 스틸 라지 모델
스몰 사이즈의 가로 직경은 27.5mm이며 러그 투 러그 길이는 38.5mm이고, 라지 사이즈의 가로 직경은 31.4mm, 러그 투 러그 길이는 43.5mm로 차이를 보입니다. 사이즈에 관계없이 전 모델 공통적으로 케이스 두께가 7mm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까르띠에 라쇼드퐁 매뉴팩처에서 새롭게 자체 개발 제작한 얇은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했습니다. 까르띠에 관계자에 따르면 쿼츠 칼리버 특유의 강한 토크를 제어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하이 퍼포먼스 배터리를 사용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6년 간의 비교적 긴 수명을 자랑한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물론 혹자는 쿼츠라는 얘기만 듣고 순간 실망감을 느낄 분도 있을 줄 압니다. 430 MC나 8971 MC, 1917 MC와 같은 몇 종의 작고 얇은 타임온리 수동 칼리버를 보유한 까르띠에가 왜 굳이 쿼츠 칼리버를 사용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산토스-뒤몽 라인업이 지향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케이스 소재도 골드 뿐만 아니라 스틸, 스틸 & 골드 투-톤 버전까지 다양하게 선보인 것도 새로운 산토스-뒤몽을 대중적으로 더 널리 알리겠다는 브랜드의 다짐으로 읽힙니다. 실제로 스틸 스몰 사이즈 모델의 경우 한화로 약 4백만 원대 초반으로 책정돼 매력적입니다.
Santos de Cartier Chronograph watch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워치
지난해 산토스 드 까르띠에 컬렉션이 리뉴얼 런칭하면서 크로노그래프 버전의 출연을 예상한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단종된 산토스 100 시리즈만 하더라도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고, 크로노그래프 기능과 어우러진 특유의 스포티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워치 핑크 골드 모델
새로운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워치는 스타트와 스탑, 리셋 기능을 제어하는 일반적인 더블 푸시 버튼 형태의 크로노그래프 푸셔를 생략한 모습이 흥미를 유발합니다. 케이스 좌측면 9시 방향에 위치한 싱글 푸셔를 통해 스타트와 스탑 기능을 조작할 수 있고, 리셋은 3시 방향의 크라운을 누르는 것으로 가능합니다.
-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워치 스틸 & 옐로우 골드 모델
-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워치 스틸 모델
가로 직경 43.3mm, 러그 투 러그 길이 51mm에 달하는 엑스트라 라지 한 가지 사이즈로만 출시되며, 타임온리 혹은 데이트 기능을 갖춘 기존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스틸 외 스틸 & 옐로우 골드 투-톤, 전체 핑크 골드 버전까지 비교적 다양하게 선보입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스틸 버전의 케이스 베젤 상단을 블랙 ADLC 코팅 처리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로써 보다 눈에 확 띄면서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네요. 여기에 스트랩도 블랙 혹은 그레이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과 함께 일자 스크류를 양 옆으로 나란히 장식한 매트한 질감의 블랙 러버 스트랩을 추가 지원해 때로는 클래식하게 때로는 스포티하게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와 마찬가지로 전 모델에 퀵스위치 시스템(QuickSwitch system)으로 명명한 사용자 친화적인 설계가 돋보이는 인터체인저블(Interchangeable) 스트랩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양 러그 하단 및 스트랩 아래 놓여진 홈을 눌러 누구나 간편하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스마트링크 사이즈 어저스먼트 시스템(SmartLink size adjustment system)을 적용해 별도의 도구 없이 브레이슬릿 길이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푸시 피스 형태의 새로운 폴딩 버클을 장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까르띠에는 1909년 최초로 특허를 획득한 고유의 폴딩 버클 형태를 최근까지 일부 라인(ex. 산토스 100)을 제외하곤 큰 변화 없이 고수해 왔는데요. 특유의 견고한 버클 구조를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다소 구시대적이고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새로운 폴딩 버클은 스포티한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와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립니다.
- 칼리버 1904-CH MC
한편 무브먼트는 ETA 베이스가 아닌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인 1904-CH MC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8시간). 리치몬트 산하 무브먼트 스페셜리스트인 발플러리에(ValFleurier)와의 공동 연구 개발로 2010년 데뷔한 더블 배럴 설계의 자동 베이스 1904 MC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크로노그래프 모듈과 함께 컬럼휠 & 버티컬 클러치 부품을 적용하고, 리니어 형태의 독특한 리셋 해머를 장착해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정확한 크로노그래프 기능 조작을 가능케 합니다.
1904-CH MC는 앞서 칼리브 드 까르띠에나 로통드 드 까르띠에, 탱크 라인을 통해서는 스몰 세컨드(독립 초침) 다이얼을 생략한 투 카운터 형태로 주로 선보였는데, 새로운 산토스 드 까르띠에 라인을 통해서는 6시 방향의 날짜창 위로 포개어진 스몰 세컨드 서브 다이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예지만 앞서 출시한 발롱 블루 크로노그래프도 비슷한 레이아웃을 보여주는데, 발롱 블루 버전에는 날짜창의 위치가 다르고 9시 방향의 시 카운터를 생략한 것을 상기할 때, 같은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지만 나름대로 이런 저런 수정을 잘해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 솔리드 케이스백 형태로 무브먼트는 노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케이스 방수 사양은 100m.
Santos de Cartier Skeleton Noctambule watch
산토스 드 까르띠에 스켈레톤 녹탕뷜 워치
풀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케이스 앞뒤 면으로 시원하게 드러내는 산토스 드 까르띠에 스켈레톤 워치의 새로운 베리에이션입니다. 라지 사이즈인 39.8mm 직경의 스틸 케이스 전체를 블랙 ADLC 코팅 처리해 시크함을 강조하고, 메종의 시그니처인 로마 숫자 인덱스를 형상화한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브릿지 위에 특수 야광도료인 수퍼 루미노바를 코팅해 어둠 속에서 선명한 그린 컬러로 발광합니다. 클래식한 가치를 중시하는 까르띠에 컬렉션에서 잘 보기 힘든 유형의 제품으로 메종은 이 특별한 제품에 불어로 '밤 올빼미'를 뜻하는 녹탕뷜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브릿지로 로마 숫자를 형상화한 독자적인 수동 칼리버 9612 MC는 시간당 28,800회 진동하며, 약 3일간(7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서도 무브먼트의 다른 면을 감상할 수 있으며, 퀵스위치 시스템을 적용한 교체 가능한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장착했습니다.
Santos de Cartier watch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기본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라인업에도 몇 종의 베리에이션 신제품을 추가했습니다.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 전체 핑크 골드 버전에 이어 옐로우 골드 버전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블루 선버스트 다이얼 버전과 몇 종의 컬러 스트랩 버전도 깨알같이 추가되었습니다. 기존 모델의 소재 혹은 컬러 베리에이션이기에 자세한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Cartier Privé : Tonneau watch
까르띠에 프리베 : 또노 워치
산토스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까르띠에 메종의 가장 상징적인 워치 라인 중 하나인 또노가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컴백했습니다. 1906년 첫 선을 보인 또노는 당시 지배적인 라운드 케이스 대신 술을 저장하는 배럴(Barrel)통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케이스 형태로 훗날 수많은 브랜드의 시계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는데요. 또노라는 이름도 원통형의 저장용기인 배럴을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 오리지널 또노 워치, 까르띠에 파리, 1908년 Vincent Wulveryck, Cartier Collection © Cartier
까르띠에는 이 선구적인 디자인의 시계를 꾸준히 이어갔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시적으로 전개한 CPCP(Collection Privée Cartier Paris)를 끝으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동안 또노 워치는 컬렉션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특유의 우아한 만곡형 케이스가 아무래도 여느 라인보다 제작이 까다롭고 그 유니크함에 비해 수요층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브랜드 전략적인 이유로 유보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필자 나름의 추측도 해보았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전략이 매스 프로덕션으로 이어지지 않아 오히려 모종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또노 워치의 입지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2019년 재탄생한 또노 워치는 역사적인 오리지널 모델과 마찬가지로 우아한 만곡형 케이스와 함께 다이얼에 심플하게 시와 분만 표시하는 타임온리 형태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플래티넘과 핑크 골드 두 가지 소재의 케이스로 제작되었으며, 1910년 또노 모델부터 적용된 총포 모양의 러그 장식인 일명 '아르뮈리에 스크루(vis armurier)' 디테일까지 충실하게 재현했습니다.
- 또노 워치 핑크 골드 모델
핑크 골드 케이스에는 은은한 샴페인 컬러 다이얼을, 플래티넘 케이스에는 실버 컬러 다이얼을 적용했으며, 폴리싱 및 로듐 도금 처리한 양각의 로마 숫자 인덱스와 사과 모양의 열처리한 블루 스틸 핸즈 같은 특징적인 디테일을 공유합니다.
- 또노 워치 플래티넘 모델 (100피스 한정)
한편 핑크 골드 케이스에는 블루 사파이어 카보숑 크라운을, 플래티넘 케이스에는 레드 루비 카보숑 크라운을 차등 적용해 눈길을 끕니다. 이 같은 변주는 2017년 탱크 컬렉션 100주년을 맞아 리런칭한 탱크 상트레(Tank Cintrée)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해당되는 3종의 타임온리 모델들은 이듬해인 2018년 출시됨).
두 가지 케이스 버전 공통적으로 무브먼트는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 1917 MC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38시간). 핑크 골드 버전에는 브라운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플래티넘 버전에는 그레이 컬러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매칭했으며, 플래티넘 버전만 10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다음 보실 또노 워치 신제품은 훨씬 더 특별한 모델입니다. 과거 CPCP 라인을 통해 선보인 더블 타임존(혹은 듀얼 타임존) 시계를 재현하는 동시에, 외형 뿐만 아니라 전체 스켈레톤 가공한 새로운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를 탑재함으로써 스페셜 에디션으로서의 가치를 더합니다.
- 독자적인 기술로 완성한 듀얼 타임 스켈레톤 칼리버 9919 MC
까르띠에 매뉴팩처는 시계의 기획 단계서부터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 제작을 염두에 두었고, 세로로 길쭉한 케이스 형태에 맞춰 무브먼트의 기어트레인을 옆으로가 아닌 횡형으로 배열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사실 2017년 출시한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전작과 가장 큰 차이는 듀얼 타임 표시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무브먼트 상하를 분할해 각각의 시간을 표시하도록 하고 중간에 인터미디어트 휠로 구성된 복잡한 복층 구조의 휠 트레인을 추가해 동력을 배분하도록 했습니다. 무브먼트 플레이트와 브릿지 자체도 옆에서 봤을 때 활처럼 휜 만곡형의 케이스에 맞춰 살짝 휘어진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투명한 케이스 앞뒤로 독자적인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총 197개의 부품과 35개의 주얼로 구성된 9919 MC 칼리버는 시간당 28,800회(4헤르츠) 진동하고, 파워리저브는 약 60시간을 보장합니다.
- 또노 더블 타임존 스켈레톤 워치 핑크 골드 모델 (100피스 한정)
- 또노 더블 타임존 스켈레톤 워치 플래티넘 모델 (100피스 한정)
앞서 Pre-SIHH 2019 뉴스를 통해서도 소개해드린 핑크 골드와 플래티넘 케이스 두 버전은 각각 100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으며, 공식 이미지는 아직 없지만 베젤 전체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플래티넘 케이스 하이 주얼리 버전의 경우 20피스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Baignoire watch
베누아 워치
1912년 루이 까르띠에의 스케치에서 탄생한 베누아는 프랑스어로 '욕조'를 뜻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욕조에서 영감을 얻은 세로로 약간 길쭉한 타원형 케이스를 특징으로 합니다. 산토스가 유독 남성들에게 환호를 받았다면, 베누아는 특유의 우아한 실루엣으로 일찍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1950년대 말까지 많은 수정을 거쳐 확립된 디자인이 여성들 사이에서는 가히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베누아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까르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와 잔느 모로(Jeanne Moreau), 오스트리아 출신의 배우 로미 슈나이더(Romy Schneider) 등 수많은 스타들이 사랑한 시계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 베누아 워치 옐로우 골드 스몰 모델
- 베누아 워치 화이트 골드 스몰 모델
기존의 현행 베누아 컬렉션이 타원형 케이스 형태는 유지하되 오리지널 디자인에 비해 훨씬 단순화한 베젤 형태를 띠고 있다면, 2019년 새롭게 선보일 베누아는 오리지널 베누아의 볼륨감 있는 케이스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오리지널 디자인의 가치를 아는 분들에겐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오리지널 디자인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옐로우 골드 버전과 화이트 골드 버전 모두 스몰 사이즈로 선보이며, 화이트 골드 버전에는 총 22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2.32캐럿)를 세팅해 화려함을 어필합니다. 공통적으로 무브먼트는 쿼츠 칼리버를 탑재했으며, 케이스 30m 방수 사양도 지원합니다.
Baignoire Allongée watch
베누아 알롱제 워치
1960년대 중반 까르띠에 런던 워크샵에서 최초 탄생한 베누아 알롱제도 모처럼 원형의 디자인을 그대로 품고 귀환했습니다. 클래식 베누아 보다 새로로 더 길쭉한 형태를 띠고 있는 베누아 알롱제는 특유의 대담한 디자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는데요. 1990년대 이후 꽤 오랜 세월 자취를 감춘 베누아 알롱제가 2019년 한층 더 과감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해 앞으로 컬렉션에 활기를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베누아 알롱제 워치 핑크 골드 엑스트라 라지 모델
- 베누아 알롱제 워치 화이트 골드 미디움 모델
다만 베누아 알롱제는 앞서 보신 클래식 베누아처럼 노멀한(?) 에디션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워낙 유니크한 디자인을 되살린 터라 스탠다드한 버전보다는 고유의 개성을 볼드한 디테일로 강조하고 나아가 하이 주얼리 워치 컨셉으로 밀고 나가 일부 컬렉터 내지 니치한 고객층에 어필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입니다. 신제품 중에서도 베젤부를 오돌토돌 요철 있게 클루 드 파리 패턴 가공한 버전은 특히나 인상적입니다.
- 베누아 알롱제 워치 핑크 골드(클루 드 파리 베젤) 미디움 모델
베누아 알롱제 워치 신제품은 미디움과 엑스트라 라지 크게 두 가지 사이즈와 함께 케이스 소재는 핑크 골드와 화이트 골드로 선보이며, 케이스 혹은 다이얼의 다이아몬드 세팅 유무에 따라서도 제법 다양한 버전으로 나뉩니다. 사이즈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무브먼트는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 1917 MC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38시간).
+ 그 밖의 신제품들
- 베누아 알롱제 셀라돈 워치 (50피스 한정)
까르띠에 리브르(Cartier Libre)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베누아 알롱제 셀라돈 워치(Baignoire Allongée Celadon watch)입니다. ‘청자’를 뜻하는 별칭처럼 미디움 사이즈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다이아몬드와 함께 에메랄드, 파라이바 투르말린을 세팅했는데 그 형태가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조금 독특합니다. 툭 튀어나오게 세팅한 유색의 스톤들이 흡사 심해의 산호를 연상시킵니다(혹자는 환공포증을 유발할 것 같다는 평도…;;;). 다이얼에도 573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2.57캐럿)를 풀 파베 세팅해 엄청난 광채를 발산합니다. 단 5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 베누아 알롱제 블랙 워치 (50피스 한정)
역시나 까르띠에 리브르 컬렉션으로 선보인 50피스 한정판으로, 미디움 사이즈 옐로우 골드 케이스에 다이아몬드와 블랙 스피넬, 옐로우 사파이어를 세팅하고, 다이얼에도 473개의 다이아몬드(약 1.75캐럿)를 세팅했습니다. 앞서 보신 셀라돈 버전과 마찬가지로 무브먼트는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 1917 MC를 탑재했습니다.
- 탱크 쉬누와즈 레드 워치 (100피스 한정)
중국의 사원에서 영감을 받아 1921년 최초 출시 당시 '중국의'를 뜻하는 불어 형용사가 붙은 탱크 쉬누와즈(Tank Chinoise)의 2019년 최신 버전입니다.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장식하고, 블랙 에나멜 처리한 다이얼에 미니멀하게 로만 인덱스와 시간을 표시합니다. 무브먼트는 쿼츠 칼리버를 탑재했으며, 단 10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 디아고날 워치 (50피스 한정)
‘X’자 형태의 케이스 러그 디자인이 독특한 디아고날 워치 신제품입니다. 메종의 아카이브에 존재하는 몇 종의 주얼리 워치에서 디자인을 빌려왔습니다.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70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블랙과 버건디 컬러 에나멜을 사선 테두리 라인에 넣어 시크한 인상을 배가시킵니다.
- 팬더 드 까르띠에 커프 워치 핑크 골드 엑스트라 라지 모델
- 팬더 드 까르띠에 커프 워치 옐로우 골드 라지 모델 (100피스 한정)
까르띠에의 영원한 아이콘 팬더 드 까르띠에(Panthère de Cartier) 워치의 또 다른 버전입니다. 수많은 링크로 연결된 브레이슬릿과 케이스 본체가 통합된 볼드한 커프 워치 형태로 선보이며, 엑스트라 라지와 라지 두 가지 사이즈로 핑크 골드, 화이트 골드, 옐로우 골드 버전으로 나뉩니다. 이중에서도 브레이슬릿은 물론 다이얼까지 일부 블랙 래커 처리한 제품은 50피스 혹은 10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 팬더 뱅글 워치
팬더 모티프의 또 다른 버전으로 팬더 피겨러티브(Panthère Figurative) 라인으로 선보인 뱅글 워치입니다. 옐로우 골드 케이스에 다이아몬드와 함께 반점은 블랙 래커로, 팬더의 눈은 에메랄드로 장식했습니다. 사진 속의 하이 주얼리 버전 외 다이아몬드를 적게 세팅한 다운그레이드 버전도 함께 선보입니다.
- 팬더 워치
원형(어찌 보면 까르띠에의 C자 로고를 형상화한 듯한)의 케이스에 연결한 러그 장식을 앙 물고 있는 듯한 팬더의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형상화한 팬더 워치입니다. 다른 하이 주얼리 팬더 워치와 달리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 팬더 크래쉬 워치
아이코닉한 팬더와 전설적인 크래쉬가 만난 독특한 신작입니다. 화이트 골드 케이스 상하에 두 마리 팬더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고, 브레이슬릿까지 무려 총 959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14.27캐럿)를 촘촘하게 세팅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비슷한 디자인으로 블랙 유광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버전도 함께 출시합니다.
- 팬더 덩뗄 워치
러그가 없는 원형의 케이스에 블랙 래커 마감한 오프 센터 다이얼로 시간을 표시하고 그 위로 팬더 한 마리가 지그시 내려다보는 듯한 모습을 형상화한 팬더 덩뗄 워치(Panthère Dentelle watch)입니다. 36mm 크기의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했으며, 케이스 및 다이얼까지 총 480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2.8캐럿)를 세팅했습니다. 같은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세팅 브레이슬릿 버전도 함께 선보입니다.
- 로통드 드 까르띠에 우드 상감세공 워치 (30피스 한정)
우드 마케트리(상감세공) 기법을 응용해 다이얼에 팬더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메티에 다르 신작, 로통드 드 까르띠에 우드 상감세공 워치(Rotonde de Cartier Wood Marquetry watch)입니다. 직경 42mm 핑크 골드 케이스에 무브먼트는 울트라-씬 수동 칼리버 430 MC를 탑재했습니다. 단 3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 롱드 루이 까르띠에 르갸르 드 팬더 워치 (30피스 한정)
또 다른 메티에 다르 한정판인 롱드 루이 까르띠에 르갸르 드 팬더 워치(Ronde Louis Cartier Regard de Panthère watch)는 화이트 마더오브펄 조각과 함께 핸드 페인티드 처리한 팬더 데코 다이얼이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두 눈에만 수퍼 루미노바를 도포해 어둠 속에서 먹잇감을 노려보는 듯한 팬더의 날카로운 시선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직경 36mm 옐로우 골드 케이스에 무브먼트는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 1847 MC를 탑재했습니다.
새로운 시계들을 선보이는 제조사는 많지만 하나하나의 컬렉션마다 풍성한 헤리티지와 스토리, 그리고 아이코닉한 디자인 파워를 품고 있는 브랜드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 점에서 까르띠에는 파도파도 끝이 없을 듯한 화수분과도 같은 방대한 아카이브를 자랑합니다. 기술적으로 아주 특별하다거나 시계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란한 마케팅의 기믹을 부리지 않아도 까르띠에의 시계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메종이 한결 같이 추구하는 미적인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올해 SIHH 2019에서 선보인 까르띠에의 다양한 신제품들이 여러분들의 가슴속엔 어떠한 인상으로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보석시계는 까르띠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