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유품, 롤렉스 이야기 etc
할머니께서는 이제서야 마음의 준비가 되셨는지 할아버지 유품을 정리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쓸만한거 찾아서 니들이 가져가라.
금고에서는 금화 등이 나왔기에 낡은 시계에는 다들 크게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시계를 좋아하는 저는 시계들을 하나하나 뜯어보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롤렉스 오이스터퍼페츄얼 모델이였습니다.
당장 연식은 알 수 없었지만, 리벳 브레이슬릿으로 보아 오래된 롤렉스라는건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거 시계 롤렉스인데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내가 차기엔 너무 작아."
"너무 낡아서 차지도 못하겠다."
작고 낡은 시계에 아버지를 포함한 삼형제는 관심이 없으셨고,
그 덕에 손자인 저에게 시계가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브레이슬릿을 탈거하고 시리얼을 확인해보니
레퍼런스는 1002, 1967년산 인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데이트도 없는 심플한 시계.
저는 그런 담백하고 순수한 시계를 좋아합니다.
취향도 유전인 걸까요?
가만히 책상 위에 놓고 보니
할아버지의 오이스터퍼페추얼과 제가 갖고 있는 구구형 익스플로러와는 참 닮았습니다.
게다가 리벳브슬은 구조상 사이즈 맞추기가 힘든데 제 손목에 잘 맞습니다.
왠지 할아버지의 온기가 느껴지는건 지나친 상상력일까요?
잠시 할아버지의 치열했던 생애를 추억해보면,
할아버지는 17살 맨손으로 서울에 상경하셨습니다.
보따리상으로 시작된 사업은 날로 번창하여 미군을 통한 사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롤렉스 유통은 미군px를 통해서 였다고 하니, 할아버지도 미군px를 통해서 구하셨겠지요.
미군px에서는 섭마나 젬티도 유통됐다고 했는데,
오이스터퍼페츄얼이 아니라 4자리 스포츠 모델이면 어땠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봅니다.
물론 그랬다면 작은아버지들이 욕심을 내셨겠지요?^^
오버홀을 위해서 역삼 cs를 방문 하였습니다.
내부상태는 비교적 깨끗한데 밸런스브릿지 교체가 필요하며, 다이얼과 핸즈는 교체대상이라고 통보받았습니다.
할아버지 유품이기에 최대한 원형을 보전하고 싶다고 요청하니 다행히도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가품일리는 없었지만 세월이 긴 탓에 양심없는 업자 손을 타지 않을까 했던 의구심이 말끔히 해소되었습니다.
마음 한켠이 개운하더군요.
시간이 흘러흘러 약속했던 두달이 지나고 롤렉스를 다시 방문하였습니다.
102.7만원
유리, 가스켓, 용두, 태엽, 밸런스브릿지 교체가 포함된 비용입니다.
다행히도 다이얼과 핸즈 교체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핸즈에서 야광물질 부식이 탈락되어 무브 고장이 날 수 있는데,
롤렉스에선 책임질 수 없다는 귀여운 엄포(?)를 놓네요^^
오버홀 후 일오차는 약 1초라고 합니다.
다만 빈티지인 관계로 한달 5분까지는 허용오차라고 강조하네요.
한달 5분 오차라고 해봐야 고작 하루 10초꼴 ㅎㅎㅎ
더욱 대단한 건 방수성능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뭐 이 시계를 차고 물속에 들어가겠냐만은 가랑비에 쫄지 않을 수 있겠네요.
빈티지에서 방수라니 롤렉스는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을 해냅니다.
집에 와서 오랜 세월 고생했을 리벳브슬을 탈거하고, 시계에 어울릴만한 스트랩을 찾아봅니다.
실버판은 세월에 익어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네요.
그에 맞는 베이지색 세무스트랩을 체결해 봅니다.
어울리는 옷을 입힌거 같아 빙그레 미소가 돕니다.
이렇게 1967년 34살 할아버지 손목 위에서 빛났을 롤렉스는 31살 손자의 손목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저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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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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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iwc
2020.10.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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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5:59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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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2020.10.30 15:28
개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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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00
여기서도 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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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루즈
2020.10.30 15:33
캬 추천 안누를수가 없는 내용이네요 할아버지의 온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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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01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 감사함, 그리움을 온기로 표현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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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벌써
2020.10.30 15:35
글을 읽으며 왠지 짠 한 느낌이었구요.
역삼 C/S에서 제외하고 수리하는 경우가 없는데
이 시곈 예외네요.
여러모로 축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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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03
네 저도 무조건 교체된다고 어디서 들었었는데 다행히도 그냥 진행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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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맨
2020.10.30 15:38
취향도 유전인가 보네요 ㅎㅎ
멋진 시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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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04
작은아버지들은 큰 시계를 좋아하셔서 ㅎㅎ 한대 걸러 유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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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
2020.10.30 15:42
와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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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0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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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헬스
2020.10.30 16:03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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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04
시계 볼 때마다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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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질럿
2020.10.30 16:12
진짜,,,댓글 잘 안다는데,,,,ㅎㄷㄷ
감명깊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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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30
기록으로 남겨야 할 순간인거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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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아빠
2020.10.30 16:18
의미있는 시계 너무 좋네요!! 잘 어울리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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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30
물려받은 롤렉스 글을 타포에 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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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mcui
2020.10.30 16:18
영화 한편 본 느낌입니다~참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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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31
힘빼고 한 호흡으로 쭉 적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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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혀니
2020.10.30 16:40
사연이 있는 시계라...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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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6:57
제 시계들은 또 어떤 스토리를 안고 후대로 갈지 궁금한 하루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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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V
2020.10.30 16:41
오래되도 as 를 해주는 롤이 참 기특하죠.
저도 아버지 결혼 예물이었던 6694를 수리하고 역시 로렉스네..아직 까지 부품이 다있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되려 엄마가 이거 외할아버지가 사서 사위 한테 준건데
알고보니 가짜 아닐까..근 30년 만에 밝혀 지는 진실?? ㅋㅋ
.엄마가 옆에거 걱정했던게 생각나네요 ㅎㅎ. (다행이 가짜는 아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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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7:05
롤렉스의 유지관리는 시계브랜드 탑 아니겠습니까?
저희 아버지는 예물하실때 롤은 무겁다고 무조건 싫다고 하셔서 흑흑
그게 제 한이였는데 이렇게 푸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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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돼지
2020.10.30 16:45
할아버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이어주는 소중한 시계군요. 그 어느 화려한 시계보다 찬란히 빛나는것 같습니다. 껌스님이 느끼시는 할아버님의 온기에 감동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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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7:10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 할아버지와 저의 시간. 그걸 표현하고 이어주는 시계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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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0.10.30 16:51
스토리 있는 시계를 좋아하는데 이런 개인사가 서려있는 시계라니 너무 부럽습니다. 개천이무기 출신이라 집안에 대대로 물려지는게 아무것도 없어 슬픈 오늘이네요...^^; 대신 제 시간은 후대에 물려줄수 있으리라 기대...아니아니, 이것도 딸만 둘이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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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7:13
자수성가가 진정한 능력 아니겠습니까?
저도 이제 딸만 둘이긴 하지만 ㅎㅎㅎ...
앞으론 알파걸 시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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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ley
2020.10.30 16:56
멋지네요
그 시절 롤렉스를 사실 정도였으면 할아버지가 정말 치열하게 사셨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시계는 항상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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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7:15
할아버지..
존경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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믓시엘
2020.10.30 17:02
리얼 빈티지네요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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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0 17:16
잘 관리해서 백년 가보려고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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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y.g.f
2020.10.30 17:16
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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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27
이런게 기계식시계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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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이
2020.10.30 17:27
와우....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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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2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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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569
2020.10.30 17:34
멋진 글이네요.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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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28
시간 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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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oKim
2020.10.30 17:54
담담하게 에세이 한편을 써내려 나간 느낌이네요~^^
뭔가 이런게 시계질 하는 맛이 아닐까 합니다.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기원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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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30
최대한 힘빼서 적어보았습니다. 클라우디오님 시계들을 보면 클라우디오 따님들도 나중에 이런 글 적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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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입니다
2020.10.30 18:13
진짜 멋진 글이네요
항상 함께 할 시계라 더 좋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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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31
감사합니다. 몇 개의 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의미가 남다른 시계는 달리보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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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덕시덕열매
2020.10.30 18:39
좋은 글과 사진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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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32
긴 글 읽는데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할텐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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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눈뚱보
2020.10.30 19:58
감동이 있는 스토리와 시계 잘 보았습니다 ~ 어떤 시계보다도 멋지네요 ^_^
저 또한 현재 가지고 있는 시계 잘 유지하다가 물려주렵니다 ㅎㅎ
추천 오백만개 맘으로 하나 꽝! 박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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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32
한번 정리해서 기록할 때라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타포에 적어보았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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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xokim
2020.10.30 23:24
귀중한 유산을 다시 살리신 점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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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33
네 소중하게 차고 또 잘 물려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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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포뽀개기
2020.10.31 00:02
글 내용이 넘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 스트랩이랑 옷이랑 너무 잘 어울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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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0.10.31 08:34
시계랑 스트랩은 매칭한건데 옷은 그냥 대충입었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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