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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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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으로 올해 초 취소된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 Wonders, 구 SIHH)가 오늘인 9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중국 상하이 웨스트 분트 아트 센터에서 개최됩니다. 관련해 워치스앤원더스 상하이에 참가하는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 보메 메르시에(Baume & Mercier), 까르띠에(Cartier), IWC,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파네라이(Panerai),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Parmigiani Fleurier), 피아제(Piaget), 퍼넬(Purnell), 로저드뷔(Roger Dubuis),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총 11개 메종 중 일부는 하반기 신제품을 추가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우선 로저드뷔의 하이라이트 신제품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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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을 포함한 한국의 시계 관련 미디어들은 물론 코로나19 감염 및 귀국 후 격리 조치 등을 우려해 워치스앤원더스 상하이 행사를 현장에서 취재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워치스앤원더스 디지털 플랫폼과 일부 브랜드들이 진행한 본사와의 화상회의를 통해 추가로 공개한 신제품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해 지난 9월 8일 오후 로저드뷔 CEO 니콜라 안드레아타(Nicola Andreatta)가 직접 주도한 화상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엑스칼리버 슈퍼비아(Excalibur Superbia)가 최초로 베일을 벗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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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에서 말하는 7가지 원죄 중 라틴어로 '교만'을 뜻하는 슈퍼비아(Superbia)를 제품명에 사용한 데서 어림할 수 있듯, 엑스칼리버 수퍼비아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노벨티입니다. 창립 이래 끊임없이 대담함과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독특한 제품 철학이 어쩌면 가장 극적으로 발현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상반기 노벨티 중 엑스칼리버 투폴드(Excalibur Twofold)가 세계 최초로 무기물 복합 섬유 소재를 케이스 및 무브먼트까지 사용해 소재에 관한 한계 없는 실험을 보여줬다면, 유니크 피스인 엑스칼리버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Excalibur Diabolus in Machina)는 플라잉 투르비용과 미닛 리피터를 이색적으로 결합해 로저드뷔 스타일의 하이 컴플리케이션의 새 지평을 열었고, 새롭게 선보이는 엑스칼리버 수퍼비아는 젬세팅에 관한 화끈하다 못해 이름처럼 교만함이 느껴질 만큼 과한 도전의 흔적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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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슈퍼비아는 일반적인 화이트 골드보다 팔라듐 함양이 높아 조금 더 고급스러운 윤기와 광택이 나는 일명 그레이 골드(18K PD210) 계열을 케이스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케이스의 직경은 45mm, 두께는 14.4mm이며, 뜻밖에도(?!) 100m 방수를 보장합니다. 그리고 케이스의 대부분을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로 장식했습니다. 그런데 브릴리언트 컷 혹은 바게트 컷과 같은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커팅 스타일이 아닌, 테트라히드론(Tetrahedron), 즉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사면체(四面體)로 커팅해 세팅했습니다. 총 600개(약 11캐럿 상당)에 달하는, 크기와 형태조차 조금씩 다른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하나하나를 전부 사면체 형태로 커팅해 외장 케이스 및 다이얼 플랜지와 무브먼트에까지 세팅한 시계는 사실 전례를 찾기 힘듭니다. 실제로 유수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들도 이와 유사한 형태를 선보인 적이 없는데요. 전통의 주얼러들은 분명 훨씬 더 뛰어난 젬세팅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겠지만, 모든 젬스톤을 사면체로 커팅하게 되면 세팅 과정 자체가 고도의 인내심을 요구하는데다 자칫 손놀림 한번만 잘못하면 해당 젬스톤의 한쪽면이 부서질 위험도 크기 때문에 보통 이러한 커팅을 기술력이 있더라도 한 제품에 광범위하게 적용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로저드뷔는 감히 주얼러의 영역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그 어느 유명 주얼러도 손목시계에 적용하지 않은 커팅 및 세팅 기술을 과시하겠다는 일념으로(제품 컨셉에 맞게 “교만하게”) 엑스칼리버 슈퍼비아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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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각각의 젬스톤을 이음새가 보이지 않게 인비저블 세팅(Invisible Setting) 기법으로 정교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사면체 특성상 보통 6~7개의 스톤을 결합해야 일정한 패턴 형태를 띠게 마련인데 어느 하나 조합이 맞지 않으면 한 스톤이 모나게 튀어나와 보이기 때문에 크기와 모양이 다른 젬스톤들을 선별해 이를 각도 및 위치에 따라 조합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인비저블 세팅 특성상 별도의 도드라진 프롱(Prongs)이 없이 하부에서만 지탱하는 짧은 브릿지 형태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2~3개의 브릿지로 길을 내면서 그 주위를 그루빙(Grooving) 기기로 다듬어 하나의 홈을 가공하는 데만 족히 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젬스톤 개수가 총 600개에 달하니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겠습니까! 심지어 각각의 젬스톤 커팅 시간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브랜드 측에 따르면 케이스에 세팅하는 과정만 총 900시간 정도가 소요됐다고 합니다. 이는 비슷한 수량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것보다 약 3배 정도 더 걸린 수준입니다. 또한 사면체 젬스톤 하나하나를 인비저블 세팅 기법으로 곡면 처리한 케이스에 세팅하는 작업은 단선/단면적인 케이스에 세팅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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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즈 시라네가 참여한 도쿄 타워 전망대 내부 

해당 젬세팅 관련해서는 파편화된 거울 조각 등을 활용해 삼차원적인 설치물과 공간예술로까지 승화시키는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카즈 시라네(KAZ Shirane)가 협업 아티스트로 참여했습니다. 도쿄 타워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인터랙티브 공간 역시 그의 작품으로, 다분히 엑스칼리버 슈퍼비아의 제품 컨셉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지난 8일 한국의 소수 프레스를 대상으로 한 로저드뷔의 줌 화상회의에도 직접 참여해 자신과 로저드뷔가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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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버 RD108SQ

엑스칼리버 슈퍼비아에는 전체 스켈레톤 가공한 인하우스 수동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 RD108SQ가 힘차게 박동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 RD105SQ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수 있지만, RD105SQ의 설계를 공유하면서도 엑스칼리버 슈퍼비아만을 위해 리-디자인한 새로운 칼리버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생략되었으며, 배럴 위에 포개진 아스트랄 스켈레톤 모티프의 별 모양 브릿지까지 사면체 형태로 커팅한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인비저블 세팅을 위해 브릿지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했으며 배럴 축 위에 좀 더 부유(浮遊)하는 형태로 표현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다른 브릿지와 메인플레이트는 플래티넘을 함유한 그레이톤의 NAC 코팅 마감해 특색을 드러냅니다. 총 319개의 부품과 32개의 주얼(인조 루비)이 사용됐으며, 오픈워크 다이얼 4시와 8시 방향에 대칭을 이루는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 안의 밸런스 휠은 각각 시간당 21,600회 진동하고(3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72시간까지 보장합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서도 푸와송 드 제네브(Poinçon de Genève, 제네바 홀마크)를 받은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 6시 방향 브릿지 중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네바 홀마크 인증 엠블럼 각인을 확인할 수 있으며, 무브먼트 어딘가에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 메멘토 모리(Memonto Mori)까지 비밀스럽게 새겨 엑스칼리버 슈퍼비아에 담긴 극단의 매력에 숨겨진 모종의 의미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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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슈퍼비아(Ref. RDDBEX0821)는 세상에 단 한 점 존재하는 유니크 피스로, 한화로는 대략 11억 원대 중후반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유니크 피스인 전작 엑스칼리버 디아볼루스 인 마키나도 얼마 전 판매가 완료됐다고 하니 이러한 종류의 극단을 치닫는 하이퍼 워치의 수요도 분명 존재합니다. 엑스칼리버 슈퍼비아 역시 어렵지 않게 곧 주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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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드뷔는 남들이 너무 과하다고 지적해도 결코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과감하고 더욱 극한으로 치달으며 매뉴팩처의 역량을 쏟아 붓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술력에 대한 높은 자긍심을 바탕으로 CEO 니콜라 안드레아타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3가지 키워드- 기쁨(Pleasure), 광기(Madness), 자유(Freedom)- 가 메종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로저드뷔는 올해도 변함없이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한계 없는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엑스칼리버 슈퍼비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로저드뷔 스스로는 이미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입니다. 끝도 없이 상업성과 천편일률적으로 유행만을 좇는 시계 산업에서 이러한 유니크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중 받을 만 하지 않을까요? 필자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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