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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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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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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미네르바 워크샵 모습

복고 트렌드를 현 세대의 취향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해 즐기려는 경향을 사람들은 '뉴트로'로 부르고 있습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결합한 이 기이한 신조어는 지난 수년 간 시계 업계를 장악한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스위스 쥐라 산맥 자락의 명망 높은 매뉴팩처 미네르바(Minerva)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몽블랑 1858(Montblanc 1858) 컬렉션의 성공 배경에도 뉴트로 트렌드가 꿈틀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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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블랑 1858 컬렉션에 영감을 준 
1930년대 미네르바 밀리터리 크로노그래프 워치 

1920~30년대 미네르바의 역사적인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아 탄생한 몽블랑 1858 컬렉션에 올해 몇 종의 흥미로운 신제품들이 추가됐습니다. 그 중 몽블랑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Montblanc 1858 Monopusher Chronograph)는 1858 컬렉션에 최초로 소개하는 오토매틱(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그간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하면 예외 없이 미네르바의 역사적인 무브먼트를 재현한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를 탑재해왔는데요. 마침내 손으로 태엽을 감아줄 필요가 없는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제품군이 생겨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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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출시한 헤리티지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1858 컬렉션에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의 등장은 충분히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왜냐면 지난해 이미 헤리티지(Heritage) 컬렉션을 통해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을 출시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헤리티지는 1940~50년대 오리지널 미네르바 손목시계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클래식 라인의 신규 컬렉션으로 1858과는 외형상의 차이가 분명하긴 하지만, 미네르바의 DN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빈티지 디자인 코드를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닮아있습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공을 들여 수정한 새로운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보다 여러 라인업을 통해 선보이고 싶은 브랜드의 열망도 반영되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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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신제품,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결과적으로 몽블랑 1858 컬렉션과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의 만남은 제법 훌륭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른 1858 라인업을 통해 익숙해진 디자인 코드를 이어가면서 다이얼부터 스트랩까지 빈티지한 요소들을 더욱 두드러지게 배합함으로써 예스럽지만 시크한, 뉴트로 트렌드에 충실한 제품으로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혹자는 몽블랑이 왜 굳이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를 출시했는지, 왜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에 그토록 집착(!?) 하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세기 초중반 매뉴팩처 미네르바에 명성을 안겨준 오리지널 크로노그래프 타임피스들을 돌이켜보면 모노푸셔 방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윌리 브라이틀링(Willy Breitling)이 1934년 세계 최초로 더블 푸시 피스를 갖춘 손목시계를 선보이면서 현대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들은 이러한 형태가 기본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지만, 미네르바는 1950년대까지도 기존의 모노푸셔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고로 당시의 유산을 재발굴해 현행 컬렉션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도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가 중요한 복각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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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는 지금은 컬렉션에서 자취를 감춘, 2015년부터 2017년에 걸쳐 출시한 1858 크로노그래프 타키미터 리미티드 에디션 시리즈들과 특히 닮아 있습니다. 현재 출시되는 수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제품들은 스플릿 세컨드 모델까지 포함해 전부 크라운과 푸셔가 분리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와 외관상으로는 쉽게 구분이 갑니다. 더불어 2시와 4시 방향에 독립적인 푸시 피스(더블 푸셔)를 갖춘 기존의 1858 크로노그래프와도 다른 부류의 제품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들이 대부분 더블 푸셔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모노푸셔 형태가 오히려 더 유니크한 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몽블랑이 1858과 헤리티지, 심지어 그 이전의 니콜라스 뤼섹(Nicolas Rieussec) 라인을 통해서도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디자인의 끈을 놓지 않고 유지해온 것도 타사 제품들과 차별화하는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만의 고전적인 매력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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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몽블랑 워치 컬렉션을 관심 있게 지켜본 분이라면, 몽블랑의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제품군은 대체로 매뉴팩처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스틸이나 브론즈 모델도 매우 비싸다는 일종의 선입견을 갖고 계실 줄 압니다. 그러나 지난해 헤리티지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의 출시를 계기로 이러한 등식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리테일가 5천 유로(EUR) 언저리의 비교적 접근 용이한 가격대에 매우 고전적이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가 출시된 배경도 전작 헤리티지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와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헤리티지 라인업과는 다른 지향점을 가지면서 한층 밀리터리/빈티지 컨셉에 충실한 모습으로 일부 크로노그래프 시계애호가들의 취향을 저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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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는 직경 42mm, 두께 14.7mm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선보입니다. 기존의 더블 푸셔 방식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모델과 사이즈는 거의 흡사합니다. 케이스는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면은 헤어라인까지 드러나도록 세심하게 새틴 브러시드 마감하고, 베젤과 러그 모서리는 폴리시드 마감해 은근하게 고급스러움을 어필합니다. 미네르바 밀리터리 워치의 DNA를 계승하기 때문에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튀는 디자인 요소들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1858 컬렉션 제품들도 마찬가지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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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한 박스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전면 글라스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상당히 위로 두툼하게 솟은 형태를 띠고 있어 옛 빈티지 모델의 플렉시글라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앞서 출시한 헤리티지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에서도 비슷한 글라스 형태를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제품에 고전미를 더하는 요소이면서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두께감을 감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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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의한 난반사를 방지하기 위해 매트하게 마감한 블랙 다이얼 위에 분과 초 카운터가 3시와 9시 방향에 나란히 위치해 있습니다. 국내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흔히 '부엉이'로 불리는 전형적인 바이-컴팩스(Bi-Compax) 크로노그래프 레이아웃으로, 바탕은 동심원 패턴 마감해 미묘하게나마 가독성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6시 방향에 의도적으로 시 카운터를 생략함으로써 특유의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강조합니다. 제품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1930년대 미네르바의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의 다이얼과 비교해도 브랜드 로고를 제외하면 상당히 흡사하게 재현했습니다. 각 카운터 테두리를 레일웨이 형태로 분할한 것과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테이퍼드(Tapered) 혹은 앰플 형태의 카운터 핸드 디자인도 오리지널을 그대로 참고했습니다. 시분침은 기존의 1858 라인업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고전적인 커시드럴(Cathedral, 대성당) 핸즈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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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커시드럴 핸즈에는 베이지 컬러 특수 야광도료(수퍼루미노바)를 코팅했는데, 빈티지 모델의 올드 라듐톤을 의도적으로 재현한 것입니다. 미닛 트랙과 챕터링의 텔레미터(Telemeter) 스케일에는 수퍼루미노바의 색보다 조금 더 짙은 베이지 컬러를 적용해 전체적인 통일감에 기여합니다. 천둥/번개와 같이 빛과 소리가 발생한 지점에서 사용자가 위치한 장소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데 도움을 주는 텔레미터 스케일은 현대에는 평소 활용할 일이 거의 없겠지만, 오리지널 미네르바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의 다이얼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이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요소로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더한 수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요소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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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려하게 가공, 마감된 스틸 케이스와 미네르바의 오리지널 바이-컴팩스 크로노그래프 디자인을 제대로 살린 고풍스러우면서도 정돈된 다이얼은 해당 모델에 모종의 캐릭터와 기품을 더합니다. 스타트, 스톱, 리셋을 단계별로 진행하는 모노푸셔의 조작감 역시 경쾌하고 부드럽습니다. 셀리타의 자동 베이스(SW510 스페셜 버전)를 수정한 몽블랑의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MB 25.12는 컬럼휠이 아닌 캠 부품을 통해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과 연관된 클러치 레버와 리셋 해머의 조작을 제어하지만 모노푸셔 형태로 수정하면서 관련 부품을 더욱 정교하게 재배열했는지 아니면 단지 기분 탓인지 스무스한 조작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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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25.12 칼리버는 시간당 28,800회진동하고(4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48시간을 보장합니다. ETA 7750/7753의 클론으로서 베이스 자체가 오랜 세월 사랑 받은 범용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대표적인 명기인 만큼 인하우스를 가장한 검증되지 않은 생소한 베이스 보다는 오히려 신뢰감을 줍니다. 1858 컬렉션의 다른 레귤러 라인업처럼 솔리드백 형태로 무브먼트를 노출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브러시드 가공한 스틸 케이스백 중앙에 ‘산악 탐험 정신’을 기리는 스페셜 인그레이빙을 새겨 컬렉션의 전통을 잇습니다. 또한 1858 컬렉션의 모든 제품들이 그렇듯 몽블랑 매뉴팩처 자체적인 엄격한 500시간 테스트(몽블랑 랩 테스트 500)를 받았음을 별도의 인증서와 함께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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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는 가공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파티나 효과를 줘서 에이징(빈티지)한 느낌을 더한 꼬냑 컬러 송아지 가죽 스트랩 모델(Ref. 125581)과 가운데의 작은 쌀알 모양의 링크만 폴리시드 가공한 스틸 브레이슬릿 모델(Ref. 125582), 그리고 브론즈 케이스에 베이지 컬러 직물 나토(NATO) 스트랩을 장착한 모델(Ref. 125583) 총 3가지 버전으로 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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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브론즈 (1,858피스 한정)

이중 브론즈 모델(Ref. 125583)만 1,858피스 한정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이고, 나머지 스틸 모델들(Ref. 125581 & 125582)은 레귤러 모델로 계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는 전 모델 현재 국내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출시 가격은 스틸 가죽 스트랩 모델(Ref. 125581)이 6백 33만원, 스틸 브레이슬릿 모델(Ref. 125582)이 6백 73만원, 브론즈 나토 스트랩 모델(Ref. 125583)은 7백 27만원으로 각각 책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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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는 올해 출시된 1858 컬렉션의 여러 신제품들 중에서도 유독 빈티지한 멋이 물씬 풍기는 시계입니다. 1858 컬렉션 첫 자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바이-컴팩스 형태의 절제미를 갖춘 디자인, 신뢰감을 주는 무브먼트, 그리고 비교적 접근 용이한 가격대까지 여러 장점들이 빛나는 신제품에 틀림없습니다. 20세기 초창기 유행한 전통적인 밀리터리 크로노그래프 디자인을 흠모하면서 색다른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찾는 분이라면 몽블랑 1858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가 적절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제품 촬영 : 
포토그래퍼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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