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 설립자인 피터 스타스와 알레타 스타스 부부
'접근 가능한 럭셔리(Accessible Luxury)'를 표방하는 스위스 제네바의 시계제조사 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는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했습니다. 피터 스타스(Peter Stas)와 알레타 스타스(Aletta Stas) 부부는 고품질의 스위스 메이드 시계를 합리적인 가격대에 선보이겠다는 꿈을 안고 선대의 워치메이킹 헤리티지를 잇겠다는 의미를 담아 아내 알레타의 증조부 이름인 프레드릭(Frédérique)과 남편 피터의 증조부 이름인 콘스탄트(Constant)에서 각각 이름을 따 1988년 프레드릭 콘스탄트를 설립합니다. 이후 1991년 첫 프로토타입을 완성, 이듬해 총 6가지 종류의 시계를 출시하고, 1994년 발표한 첫 하트비트(Heart Beat) 시계가 소위 대박을 터트림으로써 눈부신 성장의 기반을 닦게 됩니다.
- 1994년 발표한 오리지널 하트비트 모델 Ref. FC-310M36
고가의 투르비용이 아닌 심플한 타임 온리 시계를 통해 오픈 워크 가공한 다이얼 면으로 기계식 무브먼트의 핵심 부품(밸런스 휠과 밸런스 스프링 등)을 노출하는 컨셉은 당시로서는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아 하트비트의 대성공에 자극을 받은 여러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이 컨셉을 차용한 사실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비화다.
하트비트 시계가 등장한 1990년대 초반은 스위스 시계제조사들에겐 새로운 기회의 시기였습니다. 1970~80년대를 강타한 쿼츠 시계의 열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데다 쿼츠식 시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기계식 시계만의 생명력과 아날로그적 매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첫 하트비트 모델(Ref. FC-310M36)에 이어 이듬해인 1995년 첫 여성용 하트비트 컬렉션을 출시하고, 1998년 날짜와 요일 표시 기능을 추가한 하트비트 라인업을, 2001년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더한 하트비트 모델을 추가하는 등 하트비트 시리즈는 매년 더욱 풍성해져 갔습니다.
- 2004년 발표한 첫 매뉴팩처 하트비트 모델 Ref. FC-910MC4H6
그리고 2004년 약 3년 간의 연구 개발 끝에 완성한 첫 매뉴팩처 수동 하트비트 모델(Ref. FC-910MC4H6)의 출시를 계기로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본격적으로 매뉴팩처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후 2005년 문페이즈와 데이트(포인터 타입) 기능을 추가한 FC-915와 2006년 첫 자동 버전의 하트비트 매뉴팩처 FC-930를, 2007년 문페이즈와 데이트를 추가한 FC-935 등 매년 새로운 인하우스 칼리버를 개발하며 기술적인 도약을 이뤄냈습니다.
-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2006년 스위스 제네바 외곽 플랑레와트(Plan-les-Ouates) 지역에 3,200 평방미터(약 968평)와 4층 높이로 이뤄진 수직 통합적인 현대식 매뉴팩처를 완공했다. 또한 바로 옆 대지에 현재 3,000 평방미터 규모의 두 번째 매뉴팩처를 신축 중이다.
- 2008년 발표한 첫 매뉴팩처 투르비용 모델 Ref. FC-980MC4H8(화이트 골드, 88피스 한정) & FC-980MC4H9(레드 골드, 188피스 한정)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2008년 바젤월드에서 뜻밖의 한정판 시계로 전례 없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브랜드 최초로 인하우스 자동 투르비용 칼리버 FC-980을 탑재한 매뉴팩처 투르비용(Manufacture Tourbilon) 모델을 선보인 것입니다. 매뉴팩처 투르비용의 등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우선 하트비트 시리즈와 같은 투르비용스럽지만 투르비용이 아닌 컬렉션으로 일가를 이룬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처음으로 전통적인 중력 상쇄 컴플리케이션인 투르비용의 영역에 도전했다는 점과 반도체 웨이퍼 제조 기술을 응용한 첨단 실리시움 이스케이프먼트 휠(Silicium escapement wheel)을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 첨단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활용되는 일명 심도반응성 이온식각(Deep Reactive Ion Etching, DRIE) 기술을 응용해 제작한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실리시움(실리콘) 이스케이프먼트 휠. 브랜드 문장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나름대로 포인트. 100mm 크기의 싱글 웨이퍼 하나로 0.5mm 두께를 갖는 250여 개의 실리시움 이스케이프 휠을 제작할 수 있다고… 초경량 소재에 내열성 및 내구성이 뛰어나 윤활이 필요 없는 구조이며, 진동각 변화로 인한 작동 안정성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론 높은 자기장 환경에서도 끄떡 없다!
- 투르비용 케이지에 적용한 독자적인 스마트 웨이트 밸런싱 시스템(Smart Weight Balancing System)
투르비용 케이지를 구성하는 80여 개의 부품들은 플랑레와트 매뉴팩처의 초정밀 CNC 머신을 이용해 1-2 마이크론(0.001-0.002mm)의 정밀도로 제작된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정밀도의 부품이라도 100% 같은 무게 분포를 지니지 않기 때문에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독자적인 스마트 웨이트(무게) 밸런싱 시스템에 기반한 웨이트 형태의 부품을 추가했다. 해당 웨이트를 고정하는 스크류 하단에 작은 링을 추가하거나 조정하는 식으로 무게 중심을 맞출 수 있고 이는 케이지 전체의 회전력과 등시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 2010년 발표한 매뉴팩처 투르비용 문페이즈 데이트 24 실리시움 Ref. FC-985ABS4H9(로즈 골드, 188피스 한정)& FC-985MC4H8(화이트 골드, 88피스 한정)
기존의 매뉴팩처 자동 투르비용 칼리버 FC-980를 바탕으로 클래식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와 포인터 데이트를 통합시킨 FC-985를 탑재했다. 낮/밤 인디케이터 형태도 FC-980과는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FC-985 칼리버는 이스케이프 휠 뿐만 아니라 팔렛 포크(레버)에도 실리시움(실리콘) 부품을 확대 적용했다.
그리고 2018년 말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브랜드 창립 30주년을 맞아 총 4종의 특별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공개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Perpetual Calendar Tourbillon Manufacture)가 바로 그 주인공! 하이 컴플리케이션의 정수로 통하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투르비용을 결합한 야심찬 신작으로 브랜드 30주년을 나름대로 의미 있게 기념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는 세가지 모델은 스틸(혹은 로즈 골드 PVD 스틸) 케이스로, 딱 한 모델만 로즈 골드 케이스로 각각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느 전통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은 이 정도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어지간해선 스틸 케이스로 출시하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차별화된 세일즈 포인트를 갖고 있으며, 실제로도 이런 니치 마켓을 고려했을 확률이 큽니다. 일례로 2016년 런칭한 슬림라인 매뉴팩처 퍼페추얼 캘린더가 1만 유로에 못 미치는 가격대로 큰 화제를 모았듯이, 2018년 런칭한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 역시 2만 유로가 채 되지 않는(기본 스틸 모델 기준), 한화로 약 2천만 원대 중반이라는 기능에 비해 놀랍도록 매혹적인 가격으로 선보여 '접근 가능한 럭셔리'를 모토로 하는 브랜드의 철학이 어디까지 발현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 스틸(로즈 PVD) Ref. FC-975MC4H4 (88피스 한정)
-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 스틸 Ref. FC-975MC4H6 (88피스 한정)
2종의 스틸 케이스 버전에는 프레드릭 콘스탄트 특유의 클래식함이 돋보이는 로만 인덱스와 클루 드 파리 기요셰(Clous de Paris guilloché) 패턴이 어우러진 실버 컬러 다이얼을 적용하고, 다른 스틸 버전 1종과 로즈 골드 버전 1종에는 오픈워크 가공한 실버 컬러 다이얼을 차등 적용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 스틸 Ref. FC-975S4H6 (88피스 한정)
-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 로즈 골드 Ref. FC-975S4H9 (30피스 한정)
4가지 버전 공통적으로 케이스 직경은 42mm, 무브먼트는 새로운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FC-975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38시간). 총 188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FC-975 칼리버는 2016년 슬림라인 매뉴팩처 퍼페추얼 캘린더를 통해 데뷔한 브랜드 첫 인하우스 자동 퍼페추얼 캘린더 칼리버 FC-775의 설계를 기반으로 기존의 문페이즈 모듈을 제거하고, 분당 1회전 하는 투르비용 케이지를 추가해 오픈워크 다이얼 6시 방향에 시원스럽게 노출합니다. 또한 온도변화 및 자성에 강하고 윤활이 불필요한 실리시움(실리콘) 소재의 이스케이프 휠과 팔렛 포크를 적용해 전통과 첨단 기술력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베이스인 만큼 시, 분과 함께 그레고리력에 의거한 날짜(3시), 요일(9시), 월(12시), 그리고 윤년(12시 방향) 주기까지 각각의 서브 다이얼로 일목요연하게 표시하며, 이 모든 기능은 크라운 하나로 간편하게 조정이 가능합니다. 물론 케이스 측면부에 각 기능에 해당하는 별도의 코렉터가 위치해 있어 추가적인 조정이 가능하고요. 단 한 번의 조정으로 시계가 항상 정상 작동한다는 가정하에 30일 혹은 31일로 구성된 매월은 물론, 28일로 구성된 2월과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윤년까지 자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2,100년 3월 1일까지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 없습니다.
더불어 앞서 선보인 매뉴팩처 투르비용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투르비용 케이지에 적용한 독자적인 스마트 웨이트 부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케이지 전반의 무게와 균형을 동등하게 유지하면서 회전시 보다 안정적인 진폭과 속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스마트 웨이트 상단 한쪽에 케이스 한정판 고유 넘버와 일치하는 숫자(N. XX)를 새겨 한눈에 특별한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임을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데로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는 3종의 스틸 케이스 버전은 각각 88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으며, 1종의 로즈 골드 스켈레톤 다이얼 버전은 브랜드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단 30피스 한정 제작되어 소장 가치를 더합니다. 스틸 모델 기준 공식 리테일가는 2만 스위스 프랑에 조금 못 미치거나 넘는 수준으로 모델별로 차이가 조금 있고, 로즈 골드 케이스 모델조차 3천 스위스 프랑(CHF)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100% 스위스 메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시계를 이만한 가격대에 선보일 수 있는 회사는 아마도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유일할 것입니다. 한화로 약 2천~3천만 원대에 달하는 가격은 물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이 정도 사양에 이만한 가격대의 시계가 나오기 얼마나 힘든지를 헤아리실 줄 압니다.
물론 무브먼트의 디테일한 피니싱 면에서는 여느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과 견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10배~20배 이상 차이 나는 시계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충분히 용인할 만한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위스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가 단지 소수의 선택된 부호와 셀러브리티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바로 이러한 시계들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기계식 시계를 애정하면서 파인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담은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경험하고픈 애호가들과 수집가들에게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는 분명 확실하고 믿음직한 대안으로 비춰질 것입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매뉴팩처는 현재 국내 프레드릭 콘스탄트 매장 중 신세계백화점 본점(02-310-1970)과 롯데백화점 잠실점(02-2143-7122) 두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투르비용 가격이 후덜덜 하던데 이건 가격이 착할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