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세sbgx263 + 롤렉스 16014의 단상 Datejust
결국 현실은 제 고집과 함께,
절제를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 승리의 그세.
2018년 3월 중순, 그랜드 세이코 SGBX263 신상을 구매했습니다.
얼마나 좋던지요. 더는 시계 생각 안할 것 같은 만족감이었습니다.
소수적인 기호의 관철이랄까요..
구매 당시 제 기분은 현실논리에 대한 승리감이었습니다.
2. 수량 현실의 직시.
허나, 그세로 은유했던 제 고집에도 균열이 생기더군요.
근래 상례를 겪으면서, 제 일상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원칙에 가까웠던 제 고집이 틀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집착이 저와 가족들을 외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겁이 나더군요.
3. 수정의 필요성 인식.
시계도 달리 보이더군요.
품과 비용이 들면서도, 남에게 과시하는 시계는 허세라는 원칙.
그 원칙에서 자기만족으로 구입하녔던 시계가 그세였습니다.
그런데 그세는 멋지고 정갈하지만, 도도하고 차갑습니다.
시계를 모신다는 감정이 든달까요.
여백의 시계판, 침의 날카로움, 연약한 베젤, 무게감으로 인해,
차는 내내 스크래치 발생에 대한 예민함이 생겼습니다.
4. 구형 롤렉스 16014와 만남.
다시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자기고집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의 보편과 우연성을 등질 수 없다는 고민.
무작정 시간내서 예지동으로 갔습니다.
중1때, 손목시계를 구입했던 추억의 공간. 그 곳에 다시 갔습니다.
20여년 전 보다 많이 후락했지만, 여전히 분주하더군요.
그리고 신진사에서 롤렉스 16014 보카시판을 마주했습니다.
안목 없는 제가 봐도 환상적이더군요.
5. 잔상과 구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 돈 주고 30여년 묵은 저 것을 사야하나..
도대체 제 인지로는 답이 안나더군요.
발길을 돌려 예지동을 나와 종묘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보카시판의 잔상이 심하더군요.
결국 다시 가서, 흥정안하고 부르는 값 그대로 주고샀습니다.
배를 열어서 무브먼트를 보고,
시곗줄을 빼서 시리얼 넘버 확인하니, 83년생 이더군요(미쳤지).
6. 고집과 절제의 조화.
16014 보카시판의 꽉찬 멋을 가짐에도, 시간을 멈출 줄 아는 절제.
이는 여백있으면서도, 제 갈길 가는 냉철한 그세와 다르더군요.
두개 비교하면서 혼자 실실대고 있습니다.
인생이 단정하기 어렵듯이,
젊은 저는 아직 표본이 많이 필요한가 봅니다.
폭 넓은 인간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16014를 만났으니, 이게 우연인지..
긴 푸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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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눈동자
2018.11.0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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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11:13
감사합니다. 꼭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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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놀부
2018.11.08 06:31
잘 읽었습니다.
시계 선택을 신중하게 하셨네요.
그런데 글 쓰신 시간대도 그렇고...
글이 현학적이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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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11:23
감사합니다.
다른분들은 시계와 어떤 교감을 하시는지 궁금하던 차에
제 이야기만 장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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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머
2018.11.08 12:01
딱 old but gold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ㅎㅎ 강추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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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16:52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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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본드
2018.11.08 14:26
16014 보카시판 매우 은은하고 고급스럽네요!
세월의 아름다움은 빈티지에서나 볼수 있듯이 애정이 많이 가리라 생각 됩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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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16:54
감사합니다. 오히려 보카시판을 사놓고는 이것이 대해서 공부하게 되더라구요. 순서가 반대였지만 그만큼 직관적으로 매력을 느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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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주스
2018.11.08 16:12
한편의 시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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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16:54
별말씀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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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2018.11.08 16:27
글을 잘 쓰시네요! 정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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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16:55
변변치 않은 넋두리인데 오히려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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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렁맨
2018.11.08 18:44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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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19:18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도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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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사준돌핀
2018.11.08 19:04
예전에 갖고있을땐 몰랐네요..
이렇게 생각날줄..
이젠 너무 귀해져버린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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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19:20
감사합니다. 우연히 안목없는 제게 왔지만, 오래도록 잘 돌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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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룩스
2018.11.08 23:18
묘하게 다른 것 같으면서 공감이 되네요
특히 그랜드 세이코에 대한 생각이 참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고집으로 사서 참 좋아했지만 저란 인간과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지지 못 하는 시계더군요..
그리고 현실의 보편과 우연성을 등지지 못 해 롤렉스를 만나게 되구요 ㅎㅎ
쓰므럴님의 앞으로의 생각이 더 기대되네요. 추천 드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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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8 23:37
감사합니다. 방금 아크룩스 님의 글 읽고왔습니다.
저와 비슷한 분이 계시다니, 어떤 분이실지 짐작갑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저의 위치를 조정해가면서, 시계 역시 높여갈 수 있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아가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푸근
2018.11.09 11:09
이야~~역시ㅏ 데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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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9 20:20
감사합니다 ㅎ 뒤늦게 봤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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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2018.11.09 14:47
애정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16014는 감성적인 시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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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09 17:06
맞습니다. 인간은 십년이면 얼굴이 추해지는데..
이 시계는 몇십년을 한결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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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코
2018.11.10 20:36
애정이 담긴 글이네요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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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12 01:19
감사합니다 ㅎ 전에 쓰신글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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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30
2018.11.11 16:12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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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12 01:20
감사합니다 헤어나오질 못하고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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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남
2018.11.14 17:00
멋진 글 잘봤습니다. 오래된 것만의 멋이있죠? 저도 16014보카 잘 차고있는데요. 매일 차도 질리지 않고 색감이 빛에 따라 오묘하게 변해서 더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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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므럴
2018.11.14 20:33
저도 시계산지 조금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발견할 매력들이 많더군요. 저도 계속 이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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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오래 차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