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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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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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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복스는 기억하고, 알려주고, 깨워줍니다(Memovox reminds, notifies, and wakes up).” 1950년에 탄생한 메모복스의 광고 문구입니다. 기억의 소리라는 뜻을 지닌 이름은 메모리(Memory)와 소리(Voice)를 조합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 시계는 기상 및 회의 시간을 알려주는, 요즘으로 치면 스마트워치 같은 존재였습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알람 손목시계를 가장 먼저 개발한 건 아니었지만 누구보다도 소리에 관해 깊이 연구해 온 것 만은 분명합니다.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게 1959년의 메모복스 딥 씨(Memovox Deep Sea)입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815를 탑재한 이 시계는 세계 최초로 알람 기능을 갖춘 다이버 워치였습니다. 메모복스처럼 두 개의 크라운을 가졌지만 잠수를 위한 두꺼운 케이스, 가독성을 높인 다이얼, 숫자를 새긴 베젤을 추가했습니다. 일상생활의 조력자였던 메모복스는 다이버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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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에 완성한 최초의 메모복스 

폴라리스라는 명칭이 등장한 건 이로부터 3년이 지난 1962년입니다. 메모복스 폴라리스(Memovox Polaris)는 1962년 심해 탐사 프로젝트로부터 영감을 얻었습니다(정식 출시는 1965년이지만 이에 앞서 50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했습니다). 칼리버 815에 날짜 기능을 추가한 칼리버 825를 탑재했고, 무브먼트, 알람, 이너 베젤을 따로 조작할 수 있도록 크라운을 세 개나 설치했습니다. 무엇보다 역점을 둔 건 물속에서도 선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잠수복 위에 시계를 착용했을 때 소리가 작아지는 걸 방지하고자 삼중 구조의 케이스백을 개발했습니다. 황동으로 제작한 첫 번째 케이스백은 소리를 만들었고, 두 번째 케이스백은 물로부터 무브먼트를 보호했으며, 마지막으로 열 여섯 개의 구멍을 낸 세 번째 케이스백은 물속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증폭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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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50개 생산한 메모복스 폴라리스 프로토타입과 (오른쪽) 1968년에 제작한 메모복스 폴라리스

1968년 예거 르쿨트르는 메모복스 폴라리스의 디자인을 전면 수정합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얇은 인덱스가 다이버 워치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다이얼에는 트리튬으로 칠한 두꺼운 사다리꼴 형태의 인덱스가 들어섰고, 다이얼에 부착한 숫자 인덱스와 이너 베젤의 인덱스 역시 트리튬을 칠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메모복스 폴라리스는 야간이나 수중에서도 기능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다이버 워치로 변신했습니다. 총 1714개가 생산된 메모복스 폴라리스는 1970년 명맥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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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복스 폴라리스가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변모한 지 반세기가 흐른 올해, 예거 르쿨트르는 메종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으로 폴라리스를 낙점했습니다. 사실 예거 르쿨트르는 2008년에 메모복스 폴라리스 40주년을 맞아 트리뷰트 투 폴라리스라는 기념 모델을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컬렉션으로 규모를 키웠습니다. 이 같은 전략은 몇 해 전에 출시한 지오피직의 선례를 그대로 따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컬렉션의 짜임새를 갖추기 위해 스페셜 에디션인 폴라리스 메모복스와 부티크 에디션인 폴라리스 지오그래픽 WT를 포함해 총 여섯 가지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리뷰를 통해 살펴본 모델은 폴라리스 컬렉션에서 가장 복잡한 기능을 보유한 폴라리스 크로노그래프 W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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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크로노그래프 WT가 다른 형제들과 분명한 차별점을 갖는 지점은 케이스입니다. 지름 44mm, 두께 12.5mm의 커다란 케이스는 크로노그래프와 월드타임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데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크기가 커지면 그에 비례해 무게도 무거워집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이점을 상쇄하기 위해 스테인리스스틸이 아닌 티타늄으로 케이스를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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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마감 기법을 혼용해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베젤과 러그 모서리는 폴리시드, 측면과 러그 앞면은 브러시드 처리했습니다. 돌출된 부분과 패인 부분의 마감을 다르게 가져간 크라운에서는 케이스와 일관된 톤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살짝 솟아오른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빈티지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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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나사로 고정한 글라스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지만 방수 능력은 100m에 만족해야 합니다. 큼지막한 케이스로 인해 생기는 무브먼트 주위의 여백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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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폴라리스 컬렉션이 1968년의 메모복스 폴라리스를 계승하고 있다는 증거는 다이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트리튬에서 슈퍼루미노바로, 단순히 칠하는 것에서 금속 인덱스에 채우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원작의 DNA는 분명 남아 있습니다. 중앙과 외곽 그리고 이너 베젤로 구분 지은 다이얼 구성과 각 부분의 마감 처리 방식 또한 유사합니다. 다이얼 가운데는 선레이 패턴, 바깥쪽은 그레인, 이너 베젤은 오팔린 마감으로 처리했습니다. 좌우로 배치한 두 개의 크로노그래프 카운터에는 나이테처럼 퍼져나가는 원형 패턴을 삽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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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그래프 초침과 세컨드 트랙, 이너 베젤의 런던, 24시간 링의 자정을 빨간색으로 강조한 것은 다른 모델과 비교되는 또 다른 특징입니다. 정보가 많아 복잡해 보이는 다이얼이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채워졌다면 지루하고 단조로웠을 겁니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다이얼 구성이야말로 이 시계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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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크로노그래프 WT는 오토매틱이나 크로노그래프 모델과 달리 금속 브레이슬릿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대신 간편하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어 기호에 따라 원하는 스트랩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기 좋습니다. 스트랩과 연결된 버클의 아래쪽을 누르면 스트랩으로부터 손쉽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양쪽으로 열리는 폴딩 버클은 티타늄이 아닌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했습니다. 버클에 있는 로고 장식은 거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좀 더 부드럽게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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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은 시간과 크로노그래프 그리고 월드타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중앙의 두 바늘로 시간과 분을 알려줍니다. 초침은 따로 없습니다. 두 개의 서브 다이얼은 크로노그래프를 작동 시 30분과 12시간까지 표시할 수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와 짝을 이루는 타키미터 스케일은 마땅한 공간이 없어 삭제했습니다. 시 인덱스와 맞닿은 24시간 링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합니다. 낮과 밤을 구분하기 위해 흰색과 검은색으로 나눈 이 링은 마치 바늘처럼 다이얼 중앙의 축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6시와 7시 그리고 18시와 19시 사이를 가로지는 막대가 시침 아래 꽂혀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다이얼보다는 살짝 위에, 이너 베젤과는 같은 높이에 위치합니다. 다른 기능과 월드타임을 분리시키는 동시에 입체감을 더하는 절묘한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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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감은 대체로 부드럽습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돌리면 메인스프링을 감을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한 칸 뽑으면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바늘이 움직이면 연동된 24시간 링도 함께 돌아갑니다. 크라운 위아래에 있는 푸시 버튼은 크로노그래프 작동을 관장합니다. 10시 방향의 크라운은 24개 도시 이름이 적힌 이너 베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적당한 저항감을 동반하는 이너 베젤은 24시간 링에 맞게 한 칸씩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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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칼리버 751을 기반으로 월드타임 기능을 추가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752A를 사용합니다. 2005년에 데뷔한 브랜드 최초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751은안정성을 인정받아 그룹 내 다른 브랜드에서도 차용한 바 있습니다. 고전적인 칼럼 휠과 현대적인 수직 클러치를 융합했고, 두 개의 배럴로 65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진동수는 28,800vph, 보석은 37개입니다. 밸런스 휠에 달린 네 개의 추로 오차를 조정하는 프리스프렁 방식입니다. 기본적인 스펙은 그대로지만 세라믹 볼 베어링을 사용하는 로터에는 적잖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소재를 텅스텐으로 변경했고, 로고를 부각시킨 디자인은 한층 더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여기에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새기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증하는 1000시간 컨트롤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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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크로노그래프 WT는 검은색 다이얼과 악어가죽 스트랩(905T470), 검은색 다이얼과 밝은 갈색 소가죽 스트랩(905T471), 파란색 다이얼과 고동색 소가죽 스트랩(905T480)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는 전부 티타늄이며, 가격은 소가죽 스트랩 모델이 1840만원, 악어가죽 스트랩 모델은 1855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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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컬렉션은 메모복스 폴라리스를 뿌리로 삼고 있으나 본래의 정체성은 흐릿해졌습니다. 알람 기능은 사라졌고(한정 모델인 폴라리스 메모복스에만 남아 있습니다), 글라스백을 채택한 모델은 방수 능력이 100m에 불과해 다이버 워치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메종의 아카이브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와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여전히 유효하고, 스포츠 워치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데일리 워치의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올라운더로 거듭나며 대중성을 확보한 건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폴라리스 크로노그래프 WT는 활동적인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한다는 컬렉션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명작에 대한 환상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제품 관련 기타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참조 >> 


제품 촬영: 
권상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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