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Cal.9828로 주저리주저리... Portugieser
IWC Portuguese Ref.5441 & Cal.9828 입니다.
오랫동안 가지고 싶었던 무브먼트인데, 상당한 역사적 의미와 함께 그 자체로 매력적인 무브먼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무브먼트의 감성적인 가장 큰 매력은 아무래도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넘어오는 과도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IWC Cal.98 계열은 원래 IWC의 회중시계에 사용되던 무브먼트로서 직경 37.8mm의 커다란 수동 무브먼트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IWC 포루투기즈 라인은 1930년대 포루투갈 상인들의 부탁으로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마린 크로노미터'를 만들기 위해 역시 같은 IWC의 회중시계 무브먼트인 Cal.74를 사용해서 손목시계를 만든것이 그 시초로, 이후 Cal.98, Cal.982를 사용해 소량이지만 생산을 지속했었고, 2003년 IWC 125주년 기념으로 Cal.9828을 사용해 복각해서 나온 시계가 IWC 포루투기즈 ref.5441인 것이죠.
참고로 Cal.98은 회중시계에 그대로 사용하던 무브먼트로 Shock Absorber, 흔히 말하는 '내진장치' 가 없는 모델이고 Cal.982가 내진장치가 장착된 모델, Cal.9828은 125주년 기념 각인이 들어간 모델을 일컫습니다.
이런 손목시계 초기의 과도기적 감성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파네라이의 성배(Holy Grail) 3646 입니다.
롤렉스의 회중시계 무브먼트 Cal.618이 사용되었죠.
손목도 안되고 돈도 없는 제가 그 감성에 빠져 벌인 일이 아래 링크에...^^
https://www.timeforum.co.kr/brand_GermanBrand/13777311
암튼 Cal.9828은 이런 감성적인 가치 말고도 무브먼트 플레이트 디자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큰 무브먼트 입니다.
무브먼트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Cal. 9828은 가장 전형적인 Full Bridge 플레이트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무브먼트의 태엽이나 기어 등을 덮고 있는 플레이트의 디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각각의 디자인은 무브먼트의 발달 과정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초기까지, 손목시계라는 개념도 없고 이제 막 시계를 회중시계로 휴대하고 다니던 그 시절의 무브먼트 플레이트는 Full Plate로 모두 닫혀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태엽, 기어 등 무브먼트를 작동하는 모든 기계적 요소들이 플레이트 한장으로 딱 덮혀 있고 그 위에 밸런스 휠이 장착된 것이 Full Plate 디자인 입니다.
엄청난 튼튼함을 자랑 하겠지만, 두께가 두꺼운 단점이 있고, 무엇보다 고장 여부의 판단이나 수리를 위해서는 밸런스 휠부터 해서 플레이트를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주는 플레이트 디자인 이었습니다.
그 다음 시대에 나오는 플레이트 디자인이 현재 A Lange & Sohne의 무브먼트 디자인으로 유명한 3/4(three-quarter) 플레이트 디자인 입니다.
밸런스 휠이 플레이트 밖에서 안으로 들어옴으로서 두께를 줄일 수 있고 수리 측면에서도 풀 플레이트 보다는 용이함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랑에의 유명세 덕분에 독일 특정 지방(Glashutte)의 특색있는 무브먼트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스위스 지역에서도 많이 사용했었고(JLC, Lemania, Peseux...) 무엇보다 쿼츠파동 이후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수동식 무브먼트들의 대세격인 디자인 입니다.
마지막으로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가장 흥했던 디자인이 Full Bridge 플레이트 디자인입니다.
이름에서 의미하는 것 처럼 무브먼트를 가로지르는 '다리(Bridge)' 같은 여러장의 플레이트로 무브먼트가 덮혀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무브먼트의 고장 여부나 수리가 용이하게 되었습니다. 기어가 휜히 들어나 보이고, 고장이 발생하면 해당 브릿지만 들어내고 수리가 가능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장점 보다 Full Bridge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보통 4-5분할 된 브릿지의 갯수나 모양을 통해 각 브랜드의 개성을 들어내고 피니싱을 뽐낼 수 있었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Full Bridge 디자인 중에서도 IWC의 칼리버 83이나 98은 유래없는 6 Bridge 디자인으로 Full Bridge 디자인 설명에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Full Bridge 디자인의 아이코닉한 무브먼트인 것입니다.
쿼츠 파동으로 수많은 수동 무브먼트들이 사라진 지금, 자동 무브먼트의 초강세로 인해 현재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수동 무브먼트들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랑에의 수동 무브먼트들이 3/4 플레이트 디자인을 표방하고,
쿼츠 위기 후 태어난 대부분의 수동 무브먼트들이 사실상 3/4 플레이트 디자인의 변형에 지나지 않기에...
제대로 된 Full Bridge 디자인을 즐기려면...
파텍의 사골 215나 VC의 1400, AP의 3090처럼 직경이 작아 씨쓰루백으로 즐기기 곤란한 무브먼트들 뿐이라,
구하기 힘들고 고가인 독립 브랜드들의 수동 무브먼트를 노려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래서 페니님을 리스펙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Full Bridge 디자인의 Cal.9828의 존재는 더욱 빛날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Cal.9828은 무브먼트 자체의 피니싱도 상당 한데요...
창립자 F.A Jones의 "값싼 가격에 좋은 시계" 라는 모토에 걸맞게 하이앤드처럼 굉장한 피니싱은 없어도, 현존하는 거의 모든 코스메틱과 피니싱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저도 한번 "값싼 가격에 좋은 사진" 이라는 모토로 스마트폰에 싸구려 접사렌즈로 찍은 사진을 올려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가장 익숙할 코트 드 제네브(Cote de Geneve)가 모든 플레이트에 걸쳐 있고 휠의 가공도 수준급입니다.
아래쪽 잘 보이지 않는 플레이트에도 페를라쥐(Perlarge)가 꼼꼼히 되어 있으며(플레이트에 기스가...ㅠㅠ)
앵글라쥐(Anglarge) 또한 수준급은 아니라도 체면치레 할 정도는 됩니다.
싸구려 렌즈라 잘 표현은 안되지만 특히 스완넥 레귤레이터의 미러 폴리싱은 일품입니다.
요새는 보기 힘든 골드 샤통(Gold Chaton)도 여러개 박혀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밸런스 스프링의 끝단 처리인 스터드(Stud) 입니다.
회중시계에 사용된 Cal.98에는 제네바 스터드(Geneva Stud)로 마감되어 있었으나, 손목시계 용인 982나 9828은 내진장치(Shock Absorber)가 추가된 대신 제나바 스터드가 삭제되어 있습니다.
밸런스는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스크류 밸런스 입니다. 18000의 저진동에서만 즐길 수 있는 미세조정 장치입니다.
요새는 고급 무브먼트의 미세조정 장치는 자이로멕스로 통일되다시피 한데요, 가장 큰 이유는 고진동 무브먼트가 많이 나오고 자이로멕스가 공학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겠지만 비용적인 측면도 분명 관여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미적 측면에서는 자이로멕스 보다는 스크류 밸런스가 아름답지요.
여기서 약간 IWC에 감동한것이...자세히 보시면 밸런스 암에 자이로멕스가 보이실 겁니다.
그렇습니다...9828의 미세조정 장치는 사실 자이로멕스 타입이구요, 스크류는 더미, 즉 장식용입니다.
비용대비 효용 측면에서는 뻔뻔할 정도로 인색한 IWC가 자이로멕스 밸런스에 장식용 스크류를 달아 주다니...감동 아닙니까? ^^;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IWC Cal.9828은 이 모든 것들을 37.8mm의 커다란 무브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
한가한 일요일 오후, 제목처럼 가볍게 Cal.9828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보자...라고 시작한게...
무려 2번이나 임시저장글이 날아가는 고통과 함께 어느덧 날이 어두워 졌네요...ㅠㅠ
2월에도 추운 날씨에 감기들 조심 하십시요~^^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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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18.02.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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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08:29
42mm에 베젤이 없다시피 한 디자인이라 가끔가다 손목이 버겁기도 하네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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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18.02.11 20:10
집에 있는 cal83을 보며 위안 삼아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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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08:33
크~cal.83...얼마 전에 비딩하다 패배하였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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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수익체증
2018.02.11 20:11
mdoc님 컬렉션이나 하나하나 시계에 대한 애정... 그리고 차분하지만 득템의 흥분을 숨길 수 없는 포스팅까지...
매번 믿고보는 아이디입니다 ㅋ
득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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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08:29
아 제가 좀 흥분했나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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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맨
2018.02.11 20:40
아. 잘 읽었습니다. 이런 시계 하나쯤 곁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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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08:31
고오물입니다 고물...25년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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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디
2018.02.12 09:06
정말 보면 볼수록 멋진 모델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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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18:05
요샌 거의 이녀석만 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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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8.02.12 11:04
참 좋은 시계죠. 제 손목이 조금만 더 굵었다면 선택했을텐데,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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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18:05
흑흑...절대시계 있으시면서...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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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만세
2018.02.12 14:53
추천을 안드릴수가 없는 글이네요 ^^
임시글이 날아가버리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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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18:06
솔직히 2번째 날라가서 다시 작성할때는 포스팅을 포기할까도...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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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CMaster
2018.02.12 19:50
많이 배우고 갑니다.
추천 드려요!!
본문에 나오는 제네바 스터드가 무언인가요? 스완넥 옆의 두 개의 스크류를 말하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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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21:13
예. 사진상에 빨간 타원형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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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렉스매니아
2018.02.12 21:00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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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8.02.12 21:42
그냥 잡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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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아빠^
2018.02.13 08:53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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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Lauren
2018.02.13 21:50
잘읽었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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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m2
2018.02.13 22:26
정말 많이 배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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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인간
2018.02.14 08:41
멋진 사진들과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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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피스
2018.02.18 14:08
두번이나 날리셨다니 고통이셨을듯 합니다 -_-; 정성글 추천드리며 잘 보고 갑니다, 너무 깊게 가지는 마세요 ㅎ
깊게 파다 보면 눈앞의 단순한 직관적 미적 가치도 시야가 흐려지고 의미 해석의 루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최소 200년 전 완성된 것들의 재해석들 보다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더 즐기시면 또 다른 재미로 이어질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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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개미
2018.02.18 21:32
많은 것을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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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AL
2018.03.07 16:28
회중시계로 손목시계로 만드나보군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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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두루미
2018.03.20 15:2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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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르맨
2018.04.20 16:28
그냥 멋지다는말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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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편한
2018.05.15 11:04
잘보고갑니다~~좋은거 마니 배우게 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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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
2018.05.17 00:22
와~열정이 느껴지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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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idbin
2018.07.10 10:31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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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포르투기즈 다이얼 디자인이 가장 벨런스있는 멋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며,
빈티지 파텍에서나 볼 수 있는 눈부신 브릿지 분할을 갖고 있는 5441.,
꿈의 시계가 아닐까 합니다.
득템을 격하게 축하드립니다.
전 손목이 가늘어 스몰을 선택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