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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SS B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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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아마 대부분  아실겁니다.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상대로, 당시 양치기 목동이었던 다윗이 물매돌을 날려 거인을 쓰러트리고 구약의 역사에 그 첫 등장을 알린 임팩트있는 사건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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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골리앗을 상대로 물매가 아닌 칼을 선택했다면...이야기가 어떠했을까요? 


여기, 거인 골리앗을 상대로 칼을 선택한 다윗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때는 1966년, 당시 기계식 시계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때였습니다.


마치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과 같았던 시절이었죠.


사실 기계식 시계의 대부분의 혁신적인 발명은 1700~1800년대에 모두 끝나있었고, 당시나 지금이나 이렇다 할 유의한 기술적인 혁신은 없던 그런 시대였죠. 


그런 와중에 팽창할대로 팽창한 시계업계에서 기술적 정체를 뚫고 다른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좀 더 '정확한' 기계식 시계라는 컨셉을 파고든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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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브랜드는 바로 지라드 페르고Girard Perregaux(정확한 불어 발음으로는 '지하앍 뻬헤구'정도 된다는군요...ㅡ,.ㅡ)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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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제 GP 4946 크로노그래프입니다. 게시판 이동 차단용...


예나 지금이나 좀 어정쩡한 위치-기술력은 있으나 인지도와 매출에서 밀리는-에 있었던 GP로서는 경쟁 브랜드보다 앞설 일종의 돌파구가 필요했었던 것이지요.


시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건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밸런스 휠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동수를 늘리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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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의 저진동 거대 밸런스휠 시계 입니다...


밸런스 휠의 크기를 늘리는 것은 미학적으로 좀 그래서 그런지...


GP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바로 최초의 36,000bph의 고진동에 도전한 것입니다.


혼자서 하기에는 좀 버거운 프로젝트였는지, GP는 함께 할 동료들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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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erhard, Favre Leuba, Zodiac이 그들이었죠.


하나같이 GP보다 못한 모지리들이라 짱먹고 싶은 GP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 합동 연구에서 누가 어느정도의 역할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들 4 브랜드는 각자 36,000bph의 고진동 무브먼트를 발표했고, 그중 가장 먼저, 또 가장 특별하게도 수동과 자동 모델을 동시에 내놓은 건 GP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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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는 그들의 혁신적인 자동 와인딩 모델인 Gyromatic에 이 고진동 무브를 장착, Gyromatic HF(High Frequency)라는 이름으로 발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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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는 이 무브먼트로 뉴샤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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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대대적인 선전이 이어졌습니다. 36,000bph! 초당 10진동의 고진동 무브먼트가 당신에게 놀랄만한 정확성을 선사합니다! 얼마나 혁신적인 기술입니까!


마치 지금의 실리콘이나 롱 파워리접 열풍처럼 36,000bph의 고진동 무브먼트 개발은 각 브랜드로 유행처럼 번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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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론진이 'Ultra-Chron' 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고진동 무브를 발표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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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에는 세이코(의외로 안끼는데가 없습니다...), 파브레 뤼바Favre Leuba, 조디악Zodic, 모바도Movado가 고진동 무브를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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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에는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아 있는 고진동 무브인 제니스Zenith가 엘프리메로El Primero를 발표했고, 이터나Eterna, 모바도Movado도 뒤를 따릅니다.


1970년에는 A. Schild, Felca(저도 이번글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된 브랜드들 입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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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는 심지어 씨티즌Citizen도 36,000bph를 개발합니다!


Girard Perregaux

Eberhard

Favre Leuba

Zodiac

Longines

Seiko

Eterna

Movado

Zenith

A. Schild

Felca

Citizen.


모두 12개 회사가 고진동 무브를 개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고진동계 Dirty Dozen...^^ㅋ).


자, 28,800bph도 흔치 않던 시대에 36,000bph로 뛰는 고진동 무브를 만들어 내었으니 기계식 시계는 얼마나 더 정확해진 것이고 얼마나 더 완벽해진 것일까요?


그리고 마침내, 황홀해 하고 있는 이들 앞에, 한껏 들뜬 기계식 시장에 거인 골리앗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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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쿼츠' 라는 거인이었죠.


이제 막 초당 10진동이라는 칼을 벼리기 시작한 기계식 시계 앞에 초당 3만진동이 넘는 거대한 칼을 가진 골리앗이 나타난 것입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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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금까지 제대로 연명한 브랜드는 GP가 유일하고 모두 거인의 한칼에 모가지가 댕강댕강!


GP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 GP는 다윗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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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는 쿼츠가 등장하자 재빨리 말을 바꿔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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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업계 최초로 쿼츠 손목시계를 개발하지요. 어찌나 잘 만들었는지 이때 만든 GP의 쿼츠 진동수 32,768Hz가 세계 표준으로 지정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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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선택한 다윗은 좀 나중에 나타납니다. 


골리앗 '쿼츠'가 실컷 패악질을 부린지 십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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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클로드 비버나 귄터 블륌라인같은 다윗들이 '전통적이며 아름다운 수공 무브먼트'라는 다윗의 물매를 들고 등장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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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어느 디씨 갤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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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어느 이름모를 현자?의 격언?처럼,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역사는 반복된다' 입니다.


기계식 시계의 르네상스, 제 2의 전성기인 지금, 스위스 시계 업계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현재 기계식 시계 업계들은 유래없는 정확성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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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는 '코엑시얼' 탈진기를 들고 나와 기존의 스위스 레버식 탈진기를 능가한다고 선전하며 마스터 코엑시얼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정확성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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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는 여기에 대항하여 크로노지 이스케이프먼트를 개발, COSC 오차범위를 뛰어넘는 오차범위를 보장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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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같은 신소재가 개발되어 시계를 좀 더 정확하게 하고, 자성에도 강하게 하고, 장기간 오버홀이 필요 없게 해준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입니다.


1966년의 시계업계의 상황이 데자뷰처럼 스쳐 지나가지는 않으신가요?


그간의 기술 발전이나 업계의 자아 발전을 위한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얘기 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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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아스트론 하나면 '정확성' 측면에서 기계식 시계들은 모두 정리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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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아스트론 하나면 마스터 코엑시얼이건 크로노지 이스케이프먼트건 바로 정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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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960년대 후반기에 불었던 고진동 열풍처럼, 최근의 이런 트랜드가 헛되게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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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업계의 매출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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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쿼츠라 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가 우리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직 둠스 데이를 언급할 때는 아니지만, 멀리서 거인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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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영웅들도 하나는 너무 일찍 퇴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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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빌런화 하고 있습니다...^^


과연 수십년 후의 미래에 역사는 지금 시대를 어떻게 표현할까요? 어쩌면 '쿼츠 파동'에 이은 '스마트워치 파동'의 시작이라 표현되지 않을지...


지금 당장 SIHH나 Basel fair에 등장하는 신제품이나 신기술 발전에 열광하는 것도 좋지만,


한 발 물러 서서 좀 더 큰 틀에서 시계업계를 조망해 보는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골리앗의 등장을 경계하며, 그리고 새로운 다윗의 등장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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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골리앗에 대항하기 위해 물맷돌이 아닌 엉뚱한 무기를 선택하고 있는건 아닌가 말입니다.


뭐 어쨌거나... 새로운 도전에 기계식 시계가 살아남든 하나 둘 스러져 가든,


우리 곁에는 당연히 한두 녀석쯤은 계속 남아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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