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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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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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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Reüge)

오르골 뮤직박스 이야기

 

같은 뿌리, 두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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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결이 돋보이는 루즈 프리마베라 바보나 144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손목시계는 회중 시계(pocket watch)가 소형화 된 것 입니다. 회중 시계는 벽시계의 형상을 소형화 한 것이지요. 벽시계는 다시 교회나 시청의 첨탑 시계를 작게 만든 산물입니다. 시계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개인적 의미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러한 시간의 총아들은 공통적으로 그것을 공유하는 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18세기 이전의 문명이 물과 도구의 일차적 사용으로 이뤄졌다면, 18세기 이후의 문명은 시간과 금속, 그리고 계약이 이룩했습니다. 이 중에서 시간, 엄밀히 말하자면 시간의 시각화(視覺化, 형태화)’는 약속과 측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노동력을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공통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계측 방식이 있다는 것. 이것은 결국 약속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계식 시계는 18세기 첨탑에 올라가는 대형 시계의 작동 원리를 간소화하고 압축한 것 입니다. 이것은 쿼츠 시계가 시계의 매커니즘을 바꾸어버리기 이전의 사건 입니다.  쿼츠 쇼크 앞 세대의 시계는 확고한 권력(자본)의 상징이었습니다. 과거의 기계식 시계는 오늘날 그것이 경제적 여유를 대변한다는 믿음보다 더욱 확고했습니다

증거를 몇 가지 이야기 해 볼까요. 먼저,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비쌌습니다. 쇳덩이를 커다랗게 툭툭 베어서 만드는 대형 시계와 달리, 기계식 소형 시계는 그것을 작게, 또 얇게 깎아내고, 섬세하게 조합하여 제작합니다. 이렇기에 개인 시계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극복할 수 없는 경제적 신분 격차를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소유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속을 정할 때 우위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대화 도중 페라리 급의 차 키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행위에 댈 수 있겠습니다. 결국 개인 시계가 없는 사람은 담뱃불을 빌리듯 가진 사람에게 선생님, 선생님하며 시간을 묻거나, 첨탑을 바라보는 수고를 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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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 뮤직 박스는 기계식 시계와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은색 종 처럼 생긴 부분에 배럴이, 바로 앞 래치가 거버너(governer, 조정자), 정밀하게 깎인 톱니바퀴가 보입니다


오르골 뮤직 박스(music box, 뮤직박스가 옳은 표기이지만 이하 오르골이라고 통칭하겠습니다)는 기계식 시계와 같은 뿌리에서 뻗어나온 가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30년 전. 첨탑 시계가 정각을 가르키고 차임 소리가 들려올때면, 시민들은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고, 저녁을 준비하며 가족을 보듬었습니다. 첨탑 시계의 기능 중 시간의 시각화가 기계식 시계의 뿌리였다면, ‘시간의 청각화, 차임은 오르골의 뿌리입니다. 당시 오르골 소리는 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시간을 알리는 정보 전달 방식이었습니다.


과거 첨탑 시계의 시/청각 유산이 손실 없이 손목으로 축소된 것이 미니트 리피터이지만, 미니트 리피터는 매커니즘의 복잡성과 두께(품위있는 소리를 내기 위한 물리적 한계)라는 심미성을 해하는 요소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오늘날 기계식 손목 시계는 소리의 기능을 과감히 포기합니다이는 쿼츠 시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삐빅" 거리는 경박한 소리를 내게 하느니, 소리 모듈을 아예 없애버리는 결정을 합니다. 파텍필립 쿼츠가 삐삑혹은 띠띠거린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경박할까요. 그러나 오르골은 이와 반대 선상에 서 있습니다. 오늘날 오르골은 시간의 기능을 다 할 필요가 없고, 손목에 쏙 들어올 만큼 작아져야 할 당위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그 소리와 장식적인 요소에 집중하도록 특화하여 진화했습니다. 결국 오르골과 기계식 시계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이것들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의 공통 조상과는 다른 무엇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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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tzerland라고 씌여있는 동그란 부분에 동력을 전달하는 배럴이, 바로 앞 래치는 물리적 성능을 이용한 조정자가 있습니다. 우측에 보이는 은색 래버는 한 곡이 끝날때마다 곡을 정지해주는 스토퍼입니다




오르골의 구조와 세계

 

오르골은 기계식 시계와 그 골격이 유사합니다. 동력 저장을 위한 배럴이 있고, 키를 통해 와인딩하며, 동일한 템포(진동수)를 유지하기 위해 조정자(governor)라 불리는 장치가 들어갑니다. 심지어 역회전 방지 클립(pawn)도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기계식 시계의 매커니즘과 물리적 연결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오르골 조정자와 실린더(혹은 디스크)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새로운 소우주를 발견하실 것입니다.

 

기계식 시계와 마찬가지로 오르골은 공학의 산물입니다. 베럴의 복원력을 동력으로 사용하고, 공기저항이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공식은 등속 조정자로 응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합하고 보전한 운동은 빗(comb teeth)을 퉁기는 행위로 전환됩니다. 오르골에서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오르골은 타악기이고, 공기를 매질로 하여 소리를 전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질이 잘 전달 될 수 있는 공간이 소리의 품질을 좌우합니다. 오르골은 마찰력과 뉴턴 운동법칙만으로 구동하는 산업 기술의 기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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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업라이트 피아노가 88키인 걸 감안할 때, 144키 화음이 가져다주는 음색의 풍성함은 견줄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2000년대 초반 LED TV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가전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TV를 얇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곧 소리라는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부피를 적게 차지하면서 풍성한 소리를 내는 방식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소리의 합성에는 음파가 진동, 회절할 수 있는 최소 공간이 필요합니다. 패널부가 아무리 작아진다 한들, 소리 부분을 위해서는 반드시 공간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미래에 미닛 리피터 구동부 부피가 줄어든다 한들, 소리의 품질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두께를 줄이기란 쉽지 않을 것 입니다. 첨탑 시계가 손목 시계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입니다.

 

루즈는 이러한 공간적 한계를 오르골이라는 형태로 해석합니다. 루즈의 오르골 디자인은 풍성한 소리를 위한 공간의 필요를 심미적 효과로 포섭합니다. 케이스를 구성하는 바보나(Vavona) 삼나무의 고급스러움, 워치 와인더, 보석함으로 응용할 수 있는 실용성, 데스크 토이(desk toy)로서의 즐거움은 오르골이 차지하는 부피에 미학적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균일하고 고급스러운 소리를 내는 어쿠스틱 악기를 책상 위에 들여놓는다는 것. 그리고 그 소리가 내가 있는 환경(매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은 디지털 사운드가 끝내 재현하지 못한 영역을 구축합니다. 온전한 아름다움의 구현을 위하여 넓은 공간을 확보케 만드는. 이른바 발상의 전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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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위로 자개를 세공하여 봄의 꽃을 표현했습니다. 루즈의 오르골은 심미적 효과를 적절히 사용하여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합니다



실린더의 고저차를 이용한 타악 선율은 공기를 두들기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것의 종단은 디지털 음악과 유사하지만, 그 시작이 0 1변환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쿠스틱합니다. 맑게 퍼지는 오르골 소리는 스트레스 완화와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일본 오르골 요법(Music box Therapy) Reüge 코리아 보도자료). 마사코 왕세자비는 공주의 태교로 오르골을 들었다고 합니다

오르골 소리는 풍성하고 은은한 편입니다. 오르골 소리, 와인딩을 하는 과정과 실린더, 조정자가 돌아가는 모습은 보는이의 눈과 귀를 편안하게 마사지합니다.

 


 

청음 후기와 특징

 

청음한 제품은 72키와 144키입니다. 와인딩은 두터운 맛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오르골의 빗(comb)을 물리적으로 때릴 수 있을만한 토크를 벌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배럴은 144키 제품과 72키 모두 같은 종류를 사용합니다. 때문에 두 기종에서 비슷한 토크감이 느껴졌으며, 묵직하게 딸깍거리며 돌아가는 느낌은 물건을 만지고 있다는 감정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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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의 케이스 곡면은 고급 가구의 그것과 가깝습니다. 묵직한 무게와 원목 나무의 물성, 표면에 코팅된 광택은 심미적 만족감을 줍니다



제품의 마감과 디자인이 보기(사진)보다 아름답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 입니다. 시계를 보다 보면 소위 을 받는 제품들을 접하게 됩니다. 사진 기사의 역량이 제품의 본질을 이겨먹는 것 입니다. 그러나 루즈 오르골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괜찮습니다. 오르골은 구조상 양감이 살아있기 때문에 빛이 들어가는 각도가 다르고, 이것은 물성을 드러냅니다. 루즈는 오르골 케이스를 만들 때, 그것을 가구처럼 대하고 접근하는 듯 합니다. 때문에 모서리의 마감이나 상감 기법은 고급 가구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표면은 어느 한 군데 거슬리거나 모난 곳이 없습니다. 오르골의 조립과 상감, 양감, 그리고 후처리는 수제로 완성하기 때문에, 귀퉁이 장식의 불균형을 음미하면서 수제품의 감성을 즐기는 맛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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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 몸체는 황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르골은 구조상 양감이 살아있기 때문에 빛이 오르골 몸체를 타고 흐르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오르골의 몸체는 황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황동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으로, 내구성은 물론이고 소리를 머금는 몸체(body)로서 적합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황동의 누런 빛은 도금의 느낌과 다릅니다. 이것은 묵직한 실제 무게와 함께 하염없는 깊이감을 선사합니다. 이것은 마치 금관악기의 바디를 켜켜이 퇴적한 것 마냥 물성이 잘 보전되어 있고, 이러한 요소가 모여 조형을 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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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키에 들어가는 음악은 총 세 곡으로, 실린더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일부 제품)


144키에 들어가는 세 곡의 음악을 들으면서 MB&F와 협업 했던 다스베이더 에디션처럼 현대 곡이나 원하는 노트의 실린더를 제작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습니다. 담당자분은 저가 라인에선 어려울 듯하고, 오르골만의 소리를 지닌 만큼 선곡에 신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커스터마이징 작업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소리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꼭 청음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르골은 금관의 형상을 한 타악기입니다. 때문에 다른 어떤 악기, mp3 사운드에서 들어보지 못한 유일한 소리를 머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르골 소리는 한 없이 영롱하고, 안개마냥 페이드-아웃 되는 진동 소리를 뿜어냅니다. 실린더의 가느다란 바늘이 빗을 퉁기고, 그 진동이 황동 몸체를 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믿기 어려운 황홀경을 선사합니다. 이미 알던 음악도 음색에 따라 새로이 재해석되는 기분. 루즈의 오르골 소리는 우리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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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키 돌핀(Dauphin) 뮤직 박스의 모습. 두툼한 유리벽을 네 마리의 금빛 돌고래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산

 

기계식 시계와 함께 시작한 역사, 물리력을 사용한 기계식 기예의 극치-라는 장점에도 오르골이 기계식 시계 만큼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고급 시계의 극치를 파텍필립에, 고급 기계식 시계의 대중성을 롤렉스에 견주하자면 루즈는 오르골계의 파텍필립이자 롤렉스입니다. 오르골에서 고급을 논할 때 루즈를 논하지 않으면 언급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이 시장의 규모와 함께 루즈의 책임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루즈의 행보가 곧 오르골의 미래라는 것은 실험적 작품의 시도에 부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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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 실린더의 섬세한 돌기와 가지런한 빗(comb)이 규칙적으로 돌아가며 공간을 울리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쉬고 있음'을 생각케 합니다

 


또 한가지. 오르골은 휴대가 어렵습니다. 물론 예술품을 들고 다니면서 휴식을 찾지는 않습니다. 친구들과 파티를 위해서 스피커를 들고 다니는 것까진 용인이 가능하지만 오르골을 mp3처럼 휴대하기에는 부피가 큽니다. 이것은 현대인의 생활 방식과 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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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키 돌핀(Dauphin) 뮤직 박스의 모습. 두툼한 유리벽을 네 마리의 금빛 돌고래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루즈를 체험하고 홍보 할만한 시기적 조응이 없었다는 것도 브랜드가 갖는 어려움입니다. 90년대, 집과 집 사이의 왕래가 잦던 시절에는 제품을 소개하고 받는 행위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물리적 바이럴이라 한다면, 물리적 바이럴은 이제 SNS와 전파 문명의 발달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일본은 루즈와 물리적 바이럴이 만날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90년대 일본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웠고, 상품의 홍보는 집에서 집을 타고 발생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기의 일본인들은 고급 문화를 누리고 즐겼습니다. 덕분에 루즈는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 있는 열 여섯개의 리테일 매장이 그 증거입니다.


반면 90년대 우리나라는 고급품보다 좋은 라디오, 가전 제품이 물리적 바이럴을 만났습니다. 이는 고급/사치품의 바이럴이 발생하기에 경제적 상황과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층위가 두텁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오늘날엔 루즈의 가치를 알아보고 구매할만한 소비층이 충분히 늘어난 상황이지만, 이제는 물리적 바이럴이 발생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결국 루즈가 가지는 강점이 전파되기엔 매체-플랫폼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루즈는 아날로그 예술품입니다. 직접 보았을 때 그 진가와 소유욕이 한꺼번에 자극됩니다. 그렇기에 갤러리나 고급품을 소비하는 계층이 존재하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이 브랜드가 국내에 자리잡을 수 있는 공산을 높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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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루즈 오르골의 절대 가격을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동일 품목을 타 매장(국외)에서 구매한다 했을 때, 루즈의 가격은 국내가 가장 저렴합니다. 합리성에 관한 문제는 소비자의 효용과 관련이 있게 되므로 주관적인 지표가 될 것입니다. 주관이 모이면 여론이 될 터이고, 여론이 가격을 이야기 한다면 문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수요 공급과 최소 유지 비용이 브랜드의 역사를 쥐락 펴락하는 시대니까요. 그렇지만 루즈 제품의 국가 간 가격 비교를 했을 때, 우리나라는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이후 가격 판단은 소비자 효용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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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 아랫면의 모습. 배럴을 감는 크라운과 온/오프를 담당하는 래버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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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시작과 정지를 담당하는 래버의 모습.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완전히 와인딩을 했을 때 약 11분 정도 쉬지않고 음악이 재생된다 합니다. 래버를 오른쪽으로 당기면 온, 왼쪽으로 넣으면 오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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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을 돌리는 크라운, 크라운은 오른쪽으로 돌려 감으며, 그 감각은 묵직합니다. 역회전 방지 클립이 있고, 완충시 래버가 더 이상 돌지 않도록 제작됐습니다




마치며

 

오르골은 역사, 예술품이라는 점에서 다기(茶器)와 유사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다도 문화를 멋지다 생각하며 티백을 뜯습니다. 티백의 존재가 다도의 정신과 대척점에 있음에도 말이죠. 다도를 즐기는 삶과 그 목적이 완행(여유있는 삶)에 닿아 있음에도, 우리는 천 자루에 찻닢을 넣는 행위를 공장에 맡겨버리곤 그 과정을 과감히 생략합니다. 이것은 찻잎의 맛을 즐기겠다는 목적성 때문에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손실입니다. 그러나 느림의 미학, 아날로그적 감성은 인류의 본성입니다. 산업화 된 사회가 인류를 효율과 대량생산의 광장으로 내몰고 있지만, 우리는 좋은 것들을 직접 보러, 들으러, 그리고 느끼러 다닙니다. 내 아이를 위해서 직접 만지게 하고, 좋은 것들을 들려줍니다. 인터넷과 사진을 통한 간접 체험은 (어찌보면) 오감에 무뎌진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마지막 섬 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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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과 다기 문화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오르골과 다기문화는 이러한 압축 문화의 피습에 순순히 자리를 주지 않는 두 정신입니다. 다도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에서 또 다른 깊이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루즈의 앞날은 지켜 보아야할 터이지만, 이번 진출이 오르골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러한 세계에 자신이 감응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글을 쓴 보람이 있다 하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신이 소위 느린 것의 가치에 대해 소고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오르골은 한번쯤 찾아 볼만 한 세계이며, 루즈의 제품은 그러한 사람의 수준에 어울리는 기예적 성취를 이룩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루즈는 고가의 예술품이라는 점과 휴대성이 가장 큰 벽일 것 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르골이라는 문화를 즐기는 이에겐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아니며, 선비를 알아보는 군자와 자신을 사랑하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하는 옛 여인의 비유처럼 누군가는 알아보는 이를 위한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브랜드에 정신이 있다면, 루즈는 제 주인을 기다리는 그 누군가의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루즈를 몰랐던 예비 마니아들에게 오르골 문화를 알 수 있는 계기와 시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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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제품: 

  • 루즈 더핀(Dauphin), 72 노트, Ref. AXA.72.5998.DEL

  • 루즈 프리마베라 바보나(Primavera Vavona), 144 노트, Ref. AXA.14.5588.000

루즈 오르골 뮤직 박스 제작 영상



감사합니다.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모델 소개와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  http://www.reu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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