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브랜드로 분명 분류가 될 Richard Mille 이지만..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를 고려할 때 리차드 밀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드레스워치를 여러개 가질 때 하나쯤 더 색다른걸 넣겠다면 몰라도, 하나의 좋은 드레스워치를 고른다면 리차드밀을 고려하진 않을겁니다.
그래도 그렇다고 리차드 밀을 아예 보지 않기란 쉬운 일은 아니죠. 게다가 저는 이 브랜드를 꽤나 좋아하니 말입니다.
일전에 리차드 밀 부띠크를 방문했을 때, 매장에서 리차드 밀 잡지를 두권 챙겨주셨습니다. 그런 책자들이 잘 만들어졌고, 책장에 꽂아놓기 좋긴 하지만, 실제로 관심있는 시계 사진 몇 페이지만 살짝 볼 뿐이지, 보통 내용을 다 읽게 되진 않지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리차드 밀 잡지는 다 읽었습니다. 시계 자체에 흥미가 있으니 더 찾아보게 되고, 더 찾아보게 되니, 시계에 더 큰 관심이 끌리더군요.
The Rake 잡지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Richard Mille 본인의 인터뷰 내용인데요,
"A lot of people work on packaging and bullshit., but if the product is super strong, you don't need these. I knew if the product was incredible, then people would write about it. I knew if people wrote about it, potential customers would go to the shop to look at it. I knew if they went to the shop and examined [the watch] with a loupe, they would see all the quality that went into it, and then they would never be able to forget it."
"많은 사람들이 패키징이나 그딴 쓰레기 같은 것에나 신경씁니다만, 만약 제품 자체가 정말 강력하면, 그런건 필요없습니다. 만약 제품이 믿을수 없을만큼 좋으면,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된다는걸 압니다. 만약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면, 잠재적 고객들이 매장에 가서 보게 된다는걸 압니다. 만약 매장에 가서 루뻬로 시계를 들여다보게 되면, 그리고 여기에 들어간 노력과 정성과 그 결과를 보게 되면, 결코 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넵. 저도 루뻬로 들여다봤고, 잊을 수 없게 되어서, 여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잡지에서 본 내용중 또다르게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음입니다.
Amaizingly, despite its staggering price tag, despite the fact that Richard Mille was an all-new brand, the very first RM 001 sold in less than half an hour. Says Mille, "I started with the shop Chronopassion in Paris. The first piece arrived in his boutique at about 11:00a.m., and by 11:30a.m., it was sold. The owner of Chronopassion, Laurent Picciotto, called me and said, 'I need another one.'
Piccioto recalls one customer who came in to buy another watch and walked out with a Richard Mille on his wrist, "The guy was realld mad. He was shouting and cursing at me all the way into the street. He said, 'You are a bastard. Why did you show me this watch? It is so fucking expensive but so beautiful that I had to buy it!'"
놀랍게도, 엄청난 가격표에도 불구하고, 리차드 밀은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RM 001은 30분 안에 팔렸습니다. Mille씨가 이야기하길 "파리의 Chronopassion 매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첫 시계가 부띠끄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쯤이었고, 11시반쯤에 팔렸습니다. Chronopassion의 주인인 Laurent Picciotto 씨가 전화해서 그러더군요. '하나 더 필요합니다.'라고."
Piccioto씨는 다른 시계를 사러 왔다가 리차드 밀을 손목에 두르고 나간 한 고객을 떠올렸습니다, "그 사람은 매우 화가 나 있었습니다. 거리로 나가면서 계속해서 욕하면서 소리쳤어요. '당신은 정말 후레자식이야. 왜 이 시계를 보여준거지? 좆나 비싸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살 수 밖에 없잖아!'"
그 고객분의 심정을 저도 반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 바로 사서 나가지 못했으니까 절반만.. (눈물)
리차드 밀 시계를 생각하면, 처음 드는 생각은 바로 이 토너형 케이스입니다. 물론 착용하면 마치 착용하지 않은듯이 가볍고 편하고, 생각보다 어느 패션이나 잘 어울리고 멋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리고 남성 패션이 캐주얼해지면서 이러한 것도 점점 용납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이렇게 보면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럼 리차드 밀 시계는 언제나 캐주얼에만 착용할 수 있는 걸까요? 드레스워치로는 쓸 곳이 없는 것일까요?
찾아보니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2007년에 발표된 RM 016 입니다.
티타늄 케이스의 크기는 49.8mm x 38mm로 꽤 커보이기는 하지만, 두께는 8.25mm로, 충분히 얇은 시계로 분류될 만 합니다. 데이트 기능이 있는 자동시계로 Richard Mille 브랜드 내에서 유일한 사각시계고, 여타 토너형 리차드 밀 시계처럼 러그쪽이 안으로 휘어서 착용감이 좋다고 합니다. 세로 길이가 49.8mm로 꽤나 크긴 하지만, 러그가 아예 없는 디자인이라 착용감 자체는 괜찮을 수 있게 보입니다.
RM 005-S 무브먼트는 로터의 무게를 조정함으로 로터 효율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움직임이 적은 편인 사람에게는 좋은 기능일 수 있겠습니다. 리차드밀의 일반적인 시계처럼, 무브먼트는 Skeletonize 되어있습니다.
저도 이 시계를 실제로 본 적은 없어서 뭐라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만, 아무래도 사이즈가 꽤 큰 편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이 드레스워치로 삼기에는 단점이 될듯 합니다. 리차드밀 시계들이 그렇듯이 가벼움을 내세우고 있으며 무게는 64g 이라고 합니다만, 스포츠워치가 아닌 드레스워치에서는 그 무게가 그리 큰 장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크기가 다르긴 하지만 파텍필립의 칼라트라바 같은 경우 보통 50g 에서 60g 정도니까요. 리테일 가격은 리차드 밀 다운 가격이랄까나요, USD 65,000 입니다.
리차드 밀에서 드레스워치로 삼을 수도 있는 두번째이자 마지막 시계는 RM 033 입니다. 토너형, 사각형 케이스 다음의 원형 케이스의 리차드밀 시계입니다. 최초의 원형 시계였던 RM 025가 50.7mm의 크기에 19.2mm 두께로 아주 거대했다면, RM 033은 훨씬 줄어들은 45.7mm의 직경에 6.3mm의 두께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께만으로 보면, 울트라 슬림 드레스워치가 될 수도 있을만한 수치이지요. 하지만 45.7mm의 크기는 도저히 드레스워치라고 부를만한 크기는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만,
38mm 시계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17.2cm 손목에 둘러진 모습입니다 (진짜인지.. 너무 시계가 작아보이는걸로 봐서 더 큰 사람 같기도 한데..) 착용자도 너무 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러그가 거의 없는 디자인과 케이스 끝단부터 안쪽으로 곡면진 모양 덕분에 무척이나 편한 착용감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콩알로터를 사용한 RMXP1 무브먼트는 2.6mm 두께의 자동무브먼트로 Parmigiani에 속해있던 Voucher 에서 만든 무브먼트입니다. 물론 리차드밀에 사용된 것은 리차드 밀에 들어가기 위해 Skeletonize 되고, 베이스 무브먼트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정된 것이긴 하지만요.
리차드밀의 특징과도 같은 Skeletonize 된 다이알 사이드의 모습이 점잖은 드레스워치로 적절한가를 물을 때, 그나마 RM 033의 다이알 사이드는 fully skeletonize 되지 않아서 나은 면이 있다고 할만한듯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러한 모습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크기만 놓고 보면, 드레스워치로 활용 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리테일 가격은 USD 80,000 으로.. 티타늄 케이스의 타임온리시계인 것을 생각하면, 심각하게 말도 안되는 가격이긴 합니다. 뭐 리차드밀 시계들이 다 그렇지만요.. (한숨)
그리고 위의 사진들에서는 45.7mm라는 크기가 그리 커보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조금만 가는 손목 위에서는 이렇게 될 수도 있다라는 점은 분명히 감안해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 손목에선 분명 저럴거야.. ㅠ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from the Rake)
His RM 001 was the most emotionally impactful timepiece since Gerald Genta created the Royal Oak in 1972. It was, in a word, revolutionary. Says Mille, "One thing that I never wanted to have was an over-rationalisation of the product. It had to drive buyers to a point of emotional frenzy, where they had total independence from rationality in the buying decision. What is great about my watches is that people never have buyer's remorse, because it is such an emotional experience. In fact, it is an addiction. When people tell me that they are thinking of buying my watch, I tell them to be careful because that watch is addictive."
[리차드밀의] RM 001은 1972년 Gerald Genta가 Royal Oak를 만들어낸 이후로 가장 감정적인 충격을 가져온 시계였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이었습니다. Mille 씨는 이야기합니다, "제가 절대 하고 싶지 않은것 한가지는 제품에 대한 과대한 합리화였습니다. 제품 자체가 구매자들을 구매 결정에 있어 합리적인 사고와 완전히 멀어지는, 감정적인 광란상태로 몰아가야 했습니다. 제 시계들의 좋은 점 하나는 구매자들에게 후회가 없게 합니다. 왜냐하면 이건 엄청난 감정적인 경험이니까요. 사실, 이것은 중독입니다. 사람들이 제 시계를 사는 것에 관심있다고 이야기하면, 저는 시계가 중독적이니 조심하라고 이야기합니다."
Says Mille, "This is the fundamental message of Richard Mille. It is the brand for when you have gone past the preconceptions about traditional luxury. For me, it is not the first watch a collector will buy, but it is the last one he will buy once he has transcended beyond everything else and buys this watch only to pleasure himeself."
"이것이 리차드밀의 근본적인 메세지입니다. 리차드밀은 당신이 전통적인 사치품의 범위를 벗어났을 때를 위한 브랜드입니다. 저에게 있어, 이것은 수집가가 처음 구매할 시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초월한 후에 오직 자신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시계를 살 때 고를 마지막 시계입니다."
저도 제가 처음 직접 만져본 시계가 RM 001 이었죠. Genta의 Royal Oak 이후 가장 충격적인 시계라는 말이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 RM 035는 그 보다 살짝 더 깊은 충격을 제게 주기도 했죠.
저도 언젠가는 저 자신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마지막 시계를 고를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리차드밀 시계를 하나 고르라고 할 때, 그것이 RM 016이나 RM 033이 되지는 않겠지요. 드레스워치가 될 수도 있는 시계들입니다만, 그래서 드레스워치가 많고 그중에 특이한 것을 추가하고 싶다면 고려대상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리차드 밀은 조금 더 리차드 밀 같은 시계가 좋을듯 합니다.
Richard Mille 에서의 드레스워치:
드레스워치는 드레스워치 다운 곳에서
리차드 밀에서는 리차드 밀 다운 것으로.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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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2015.07.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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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20
2015.07.24 10:07
치명적인 매력의 시계.. 리차드밀 마지막 시계로 어울립니다
격하게~ 사고싶지만 가격 생각하면 어려운건 사실이고
실물도 보기 힘든 그런시계. 두근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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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발발
2015.07.24 11:39
사실... 실물을 보지 못해서인지.. 루뻬로 들여다볼 기회도 없었는데...
이쁘고 대다나다란 생각은 드는데....
저렇게 지불하고 사야하나란 생각은 좀 듭니다...^^
실물을 보면 또 달라지려나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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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Hong
2015.07.24 11:43
훌륭한 리뷰입니다....쫒아다니면서 추천드리기도 힘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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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머렉스
2015.07.24 12:45
많은 용기가 필요한 리차드밀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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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2015.07.24 12:53
다른건 둘째치고 우선..비스 하나부터 예술적인 브랜드 입니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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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chobo
2015.07.24 17:47
너무 멋지긴 하지만 정말 넘사벽이란게 존재한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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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TBK
2015.07.24 18:24
너무 멋진 리뷰입니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제가 리차드밀을 살수있으면 선택하고싶은 놈이 033이였는데..
저도 아직 실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캐주얼과 정장 모든걸 혼자 해결해줄 수 있는 놈처럼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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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발꼬락
2015.07.24 20:46
리차드밀도 작성하신 글도 멋집니다!
웬지 리차드밀은 가격이 현실감이 없어서;; 큰 관심을 두진 않았는데(현실감이 생기면 안되는데ㅠ)
정~~~ 말 매력적인 시계라는건 사실인것 같습니다^^
아무튼 033은 정말 멋지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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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아빠
2015.07.24 20:55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frenzy상태가 되면 살수밖에 없는 무서운 시계가 맞는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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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리파파
2015.07.24 23:49
저도 밀을 드레스와치로는 한버너도 생각해보지 않았네요.
감히 엄두를 내보기도 어렵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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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렉스맨냐
2015.07.25 00:52
와.......가격이 대박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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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우물
2015.07.25 02:17
설마 했는데...리처드밀을 이 연재에서 보게될줄은...ㅋㅋ;;
저도 시계를 딱 하나만 가져야 한다면...RM035를 고를겁니다...^^:::
돈 많이 벌 때까지 단종되지 말아야 할 텐데...ㅋ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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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조
2015.07.25 02:45
시계는 너무 멋지나 너무나도 가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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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w1007
2015.07.25 14:34
RM에서 드레스워치까지 리뷰 해주시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건 뭐 가격이 넘사벽이라^^;
로또 걸려도 다른 걸 살거 같아요ㅋ
그래도 리뷰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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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gleeye_kr
2015.07.25 22:08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리챠드밀, 제 취향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추천으로 피드백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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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사준돌핀
2015.07.27 01:11
자신감 넘치는 밀사장의 모습도 머찌네요
리차드밀에 푸~~~~~욱 빠진지 오래지만
살엄두도 안나네요
흐미..
하지만 리차드밀.. 미치도록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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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dy
2015.07.27 12:00
이분은 인간의 심리를 많이 공부한 사람이거나 심리학자에게 조언을 받을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짧은 문장에서 꽤뚫어 보고 있음을 느끼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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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ico
2015.07.27 19:01
요즘 업로드 하시는 하이엔드 시계 게시물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쳐드 밀의 시계는 외형상 제가 생각하는 하이엔드와 차이가 있습니다. Less is more 라는 모토와도 동떨어져 보이고 시침과 분침의 가독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취향차이지만 저는 역시 바쉐론 콘스탄틴의 페트리모니가 하이엔드의 최고! 하나 더하자면 Moser 의 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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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러브
2015.07.28 19:14
마지막 코멘트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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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2015.07.29 01:41
실착 포스는 저도 좀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일단 너무 가벼운 무게도 그렇고, 또 이미지로 봤었던 것 보다 훨씬 매력적이어서 한 참을 봤었지만
구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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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oromo
2015.07.29 13:54
열심히 돈벌어서 꼭 제 손목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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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허슬러
2015.07.30 12:37
역시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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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08.01 17:08
실물로 보면 사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참 궁금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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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구리
2015.12.24 14:56
리차드밀의 자신감은 사기꾼들의 그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ㅎㅎ
마지막 멘트가 정곡을 찌르네요! 언제나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