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로고에서부터 "Very Rare"라고 회소성을 강조하는 H. Moser & Cie 입니다. 실제로도 보기 굉장히 힘든 시계이긴 합니다. 일단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이긴 하지만,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브랜드가 스위스로 돌아와 새단장을 한 2005년부터의 이야기이고, 매해 생산하는 시계의 수가 고작 1,000 개 정도 밖에는 되지 않으니까요. 올해로 매년 1,000개씩 생산을 했어도 시장에 나와있는 시계는 고작 10,000개 뿐이니 (어떤 브랜드는 한정판 모델을 그만큼 찍기도 하지요), 보기 힘든 시계임은 분명합니다.
저도 H. Moser & Cie 의 시계를 실제로 만져본 것은, 국내에 단 하나 있는 매장에 들려봤을 때 뿐이었으니까요. 짧은 시간 본 시계들이었지만, 그래도 그 우아함은 짧은 시간에도 전해졌다고 생각하고, 독립제작자 시계들보다도 보기 힘든 희소성은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로 충분하고도 남는 브랜드라고 생각됩니다.
Moser 에서 기함과도 같은 Endevour 컬렉션의 Perpetual 1 모델입니다. 발표와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모델인데, 그냥 단순해보이는 저 시계가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일반 데이트 모델 이외에는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하고 드레스워치로 소개를 하지 않았는데요, 이 시계만은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컴플리케이션이지만, 일반 드레스워치로 손색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날짜를 표시하는 모습에서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지금 저 시계에서는 시침과 분침 사이에 있는 짧은 화살표가 바로 월을 나타내는 바늘이고 그것 12를 가르키고 있기 때문에, 날짜는 12월 12일을 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창의적이고 우아한 표시방법이죠. 다른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저것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윤년을 표시하는 것은 시계 뒷면에 무브먼트 사이드에서 나타내줍니다. 케이스 40.8mm 크기와 11.1mm의 두께로 살짝 큰 느낌이 들긴 하지만, 두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돔형 글래스입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두껍다라는 느낌이 크지는 않습니다. 이 퍼페추얼 시계에서 또 하나 놀란 것은, 뒷면에 손목에 잘 붙을 수 있게 곡면이 지어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케이스 두께를 또 희생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착용감을 신경쓰는 점 하나가 사용자에 대한 배려이고 또 사용자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아무래도 퍼페추얼 캘린더인지라 가격은 매우 비쌉니다. 리테일 가격은 USD 60,000 정도입니다. 수량도 가격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계는 아니네요.
Endevour 컬렉션에서 다음 눈이 가는 시계는 Dual time 입니다. 이 부분은 저 빨간 시침이 2번째 시간을 표시하는 것으로 꽤 직관적입니다. 역시 40.8mm의 케이스에 아주 살짝 얇아진 11mm의 두께를 가지고 있습니다.
Endevour 컬렉션에서 소개해드릴 시계들중에서는 유일하게 자동시계입니다. 그 말은 수동이었으면 더 얇아질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구하기도 힘든 시계라 리테일 가격을 찾는게 힘들었고, 재질과 다이알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는 편인데, 듀얼타임의 경우 찾을 수 있던 리테일가격은 USD 31,625 였습니다.
다음은 Big Date 모델입니다. 일반적으로 Big Date 모델이라고 하면 날짜의 10자리와 1자리가 따로따로 구동하면서 큰 날짜를 보여주는 것인데, 여기에서 Big Date은 그런게 아니고 그냥 날짜창 크기가 일반적인 크기보다 조금 크다.. 라는 정도일 뿐입니다. 결국은 그냥 Date 모델이나 다름없죠. 센터초침이 생긴 이 모델 역시 크기는 40.8mm 이고, 두께는 역시 아주 약간 얇아져 10.9mm 입니다.
뒷면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는 수동무브먼트가 보입니다. 리테일 가격은 USD 30,110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날짜창 모델을 선호하긴 하는데, 이 Big Date은 날짜창이 너무 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좀 드네요. 물론 Perpetual 1 도 날짜가 크긴 합니다만 그건 허허허 Perpetual 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모델은 아주 단순한 타임온리 모델, Small Second 입니다. 케이스 크기가 38.9mm로 줄고, 두께도 9.3mm로 얇아져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적당한 사이즈에 심플한 디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모양을 벗어나 거의 원형에 가까운 인디케이터 모양도 재미있습니다. 마치 메인 배럴 위에 그대로 인디케이터를 그린것처럼 표현한 것이 재미있네요 (확인하지 못했지만 위치로 볼 때 메인 배럴은 아닐거 같습니다). 리테일 가격은 꽤 낮아져서 USD 18,300 정도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로 고려를 하고 있다면, 이 시계 브랜드의 희소성은 장점이자 단점이 됩니다. 일단 하이엔드 시장에서 보기 드물다라는 것은 그 자체로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Moser 정도로 보기 드문 것은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이, 아는 사람 자체도 드물어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어렵고, 또 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수리나 정비를 믿고 맡길만한 Watchmaker를 찾는것도 어렵습니다. 브랜드에 맡기면 가장 편하고 좋긴 하겠지만, 취급 매장 자체도 거의 없고요.
하지만 시계를 직접 보면 그 우아함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만약 이 브랜드에서 드레스 워치를 고른다고 하면, 마음은 Perpetual 1 이 되겠지만, 실제로는 Small Second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H. Moser & Cie 에서의 드레스워치:
Endevour Small Second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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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
2015.07.2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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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쳐인
2015.07.22 12:50
스멀세컨즈의 크기와 두께, 그리고 뒤에 파워리저브가있는 실용성까지 갖춘! 이쁜 시게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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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머렉스
2015.07.22 13:01
스몰 세컨즈 실 구매 가격이 리테일가에 비해서 워낙 좋아서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위에 언급하신 부분들 및 기타 부분들 때문에 손이 쉽게 안갔던 기억이 있네요 ㅠ_ㅠ.
국내 정식 매장이 있었다면 달라졌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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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rrel
2015.09.26 23:54
제가 알기로 스몰 세컨즈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리테일가는 $10,000 이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퍼페츄얼 1이 $20,000 근처 가격이었구요. 후에 가격을 인상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과거에 비교적 싼 값이었을 때 구매한 사람들이 있다보니 실구매 시 리테일가보다 할인을 많이 먹여주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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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07.22 13:25
파워리저브가 뒤에 있으면 와인딩할때마다 무브를 볼 수 있어 참 좋죠. 모저의 심플리시티 디자인이 취향이라면 스몰 세컨즈는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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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차
2015.07.22 13:54
매번 잘 읽고있습니다. 빅데이트 인상 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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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ETTONA
2015.07.22 15:39
잘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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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기둥서방
2015.07.22 16:34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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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5.07.22 18:01
Moser는 컴플리케이션이 심플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하나만 더 고려해 주시면(사실은 제가 좋아해서...^^),
같은 Endeavour 라인의 Moon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이름조차 심플합니다...^^)
크기 40.8mm에 두께 11.1mm로 수동, 7 days 입니다.
앞면에는 AM-PM hands가, 뒷면에는 파워 리접이 있고 특히 문페이즈의 정확성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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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측
2015.07.22 21:56
사실 이 모델도 기능면에서 참 좋긴 한데.. 제껴놓은 이유는.. 단 하나.. 문페이즈라서 그렇습니다.
(문페이즈 매번 맞추기 너무 힘듭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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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발발
2015.07.22 19:20
멋진 브랜드네요..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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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리파파
2015.07.22 22:27
매번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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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ksh
2015.07.22 22:30
잘 모르는 브랜드였는데 감사합니다. 독특한 매력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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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조
2015.07.23 01:53
저도 오늘에야 알게된 브랜드이네요.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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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우물
2015.07.23 20:14
퍼페추얼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올려주신 글들...흥미진진하게 잘 보고있습니다...다음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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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2015.07.23 23:24
김우측님, Monard의 Big Date 메커니즘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대부분의 "big date"기능은 10자리와 1자리에 각각의 디스크를 이용하여 날짜를 표시합니다. GO나 FPJ과 같이 두개의 디스크가 concentric한 경우, GP, JD를 비롯한 많은 브랜드들이 채택하는 방식으로 두 디스크가 맞닿아서 날짜를 표시하는 경우, 그리고 A.L&S와 같이 또다른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onard Bid Date의 경우 단순한 날짜 창 처럼 보이지만, 계산을 해보면 저 날짜폰트 크기로는 31일이 구조적으로 하나의 링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Monard의 경우 10자리와 1자리를 각각의 디스크에 분리하지 않고도 큰 폰트로 표시를 하는 또 다른 방식의 big date 메커니즘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듯, 날짜창은 두개로 구성되어있습니다만, 10자리, 1자리를 나눈 것이 아니라, 1~15, 그리고 16~31날짜를 가진 두개의 디스크가 위아래로 맞붙어 있습니다. 추가로 위에 자리잡는 1~15디스크의 경우 디스크에 구멍을 내어 아래에 위치한 디스크의 날짜가 보이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일반 빅데이트와 달리 하나의 디스크로 숫자를 표시하기에, 디스크간의 높이 단차가 없으며 (L&S경우), 또한 한자리수 날짜의 경우 불필요한 "0"이나 빈 자리가 없으며, 해당 한자리수 날짜가 날짜창의 한가운데 정렬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복잡한 기술과 설계가 들어갔다는 것이 게다가 얼핏보아선 느껴지지 않는 점은 Strehler의 스타일을 잘 대변하며, 이는 위에서 말씀하신 Perpetual 1의 간결한 표시방식에서 오는 우아함과 일맥상통 하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Moser의 Big Date메커니즘은 장점이 하나가 더 있는데, 이는 같은 big date 메커니즘을 채용하는 Perpetual 1에서 빛을 발합니다. "Flash calendar"라고 불리는 기능인데, 예를 들어 날짜가 28에서 1로 뛰어야할때, 일반적인 perpetual calendar의 날짜창 처럼 28과 31사이의 모든 날짜들을 몇시간에 걸쳐 서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28에서 1로 바로 넘어감으로써 그 사이의 불필요하는 날짜는 아예 보이지 않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Monard도 알고 보면 매력 넘치는 모델이랍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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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측
2015.07.24 11:36
오오오 이런게 있었군요. 역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껄여도 이렇게 보완해주시는 분들이 계서서 정말 다행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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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락
2015.07.27 05:53
부연설명 퀄리티가..^^ 역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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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키위스무디
2015.07.24 01:59
뒷빽 기어가 굉장히 특이하네요 ㅎㅎ. 오늘도 많이 알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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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w1007
2015.07.24 17:55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시리즈별로 늘 디테일한 설명 감사합니다^^
TIM님의 추가설명도 잘 읽었습니다!
정말 새로운 부분 많이 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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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dy
2015.07.27 13:06
연재물(?) 유익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실물이 정말 궁금한 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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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sky
2015.08.11 08:57
뒤에서 부터 보고있습니다..10,9,8,7...이런식으로,,,,ㅎㅎ 개략적인 리테일가를 볼수 있어 좋은데요...ㅎㅎ..어디서 볼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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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rrel
2015.09.26 23:56
제가 애지중지하는 시계 중 하나인 인데버 스몰 세컨즈네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
일반적으로 모저 브랜드가 포럼 등에서 소개되는 일이 많이 없다보니 이런 소개글은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팅 감사합니다.
시리즈가 다 재밌네요 ㅎㅎ 추천!
퍼페추얼은 40mm라도 충분히 양해가 됩니다 ㅋ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좀 큰 감이 있어서... 저도 스몰 세컨이 마음에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