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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적극적인 활동 없이 송구스럽지만,
타임포럼는 저를 전혀 모르는 회원분들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기탄없이 들을 수 있는 곳이기에 이렇게 고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만 37세 직장인(남자) 입니다.
지금까지 경험이나 환경, 경제여건 등을 고려할 때 손쉽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유형은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직장생활을 통해 얻는 안정적인 근로소득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 대기업에 재직 중으로, 1년전까지는 회계법인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회계법인에서 8년 정도 지금 담당하는 업무를 했고, 그 앞에 2년 정도 일반 대기업 경력이 있으나 현재 업무와는 큰 관련성은 없습니다.
다만, 회계법인에서 경력을 쌓았으나 회계사 자격증은 없고, 일반 감사업무가 아닌 특정 영역의 자문(컨설팅)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1년전 이직을 결심한 동기는 회계사가 아닌 회계사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이 모호했고(스스로의 자격지심도 있었고),
앞으로 5년 정도 이후의 Professional로서의 제 미래가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업무분야가 특수하여 일반기업으로의 이직 기회가 많지 않은 반면 외적인 조건은 합리적인 수준이었고,
제 정체도 회계사가 아니어도 되는 자리이니, 그 동안 경험했던 여러 기업들의 경험을 토대로 Generalist로서의 전환을 꿈꾸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 동안 저와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복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업무량이 조금 줄어들어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 외에는 1년 동안 좋은 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팀 직급구조 상 위로 5명, 아래로 7명이지만 중간에 저와 업무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람이 없는 고립무원 상태라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만 늘어 갑니다.
상위직급에서 하는 역할과 하위직급에서 하는 실무를 모두 수행하기를 원하지만,
실제 상위직급에서 하는 역할은 상급자와 충돌이 나고(실제로 제가 기존에 수행했던 역할과 가깝습니다),
하위직급에서 하는 실무는 개인적으로는 4~5년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달갑지가 않을뿐더러, 요즘 후배들은 일 욕심이 많아 결국 의미없는 일만 떨어지더군요.
(결과적으로 회사는 하위직급의 실무부터 닦고 천천히 올라와라... 이미 관리자가 많은 상태이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또한, 회사 입장에서는 현재 업무분야의 중장기적인 Specialist로서 활용하기 위해 저를 채용한 것으로 판단되기에,
기획이나 일반관리와 같은 Generalist로의 경력전환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순환근무제도가 있기 때문에 3~4년 경험은 할 수 있겠지만, 현재 팀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다시 돌아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상급자의 성향과 제 성향이 잘 맞지 않고, 후배들과 문화 차이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아주 많이 힘이 듭니다.
결국, 제가 기대했던 부분을 취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직을 한 상황으로 판단되고,
반면 회사가 기대했던 역할을 군말 없이 수행하기에는 제가 조금 아쉬운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배우거나 얻을 것도 별로 없습니다. 국내 글로벌 대기업 경력 외에는요.)
옵션은 다시 기존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혀 진행된 바 없기에 협의는 거쳐야 하고, 결렬 가능성도 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지금의 회사의 부정적인 단면만 보고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닌지, 즉 1년이라는 시간이 회사생활과 인간관계를 판단하기에 부족한지 고민이 되고,
기존의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미래로 ‘다시’ 발을 들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지도 고민이 됩니다.
(기존회사는 아무래도 일손이 부족하니 저를 반대할 이유는 없고, 실제 농담반의 제안도 두어번 왔었습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고 말하는 지금 회사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기회를 기다려 볼 것이냐,
불확실한 신분으로 돌아가서 제 성품과 장단점을 잘 아는 사람들과 다시 더 고생할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네요.
어쩌면,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커다란 배의 일개 선원으로 답답하고 외롭지만 안정적으로 일할 것이냐(10~15년),
작은 배의 항해사로 능동적으로 일하면서 파도를 더 맞지만 그 만큼 보수라도 조금 더 받고(5~10년) 다시 생각하느냐의 문제 같습니다.
외부에서 볼 때는 부럽기만 했던 큰 울타리 안의 대기업 생활이 이렇게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줄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초년생 시절에는 알 수 없었고, 사실 인간적으로 나쁜 사람이 없는데도 제가 이런 고민을 심각하게 하는 것을 보면 저도 소위 ‘회사형 인간’이 되기는 어렵나 봅니다.)
짧은 글로 설명하기에 어려운 사연도 많고,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만, 인생 선후배님들의 작은 조언이라도 부족한 제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이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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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o Kim
2015.05.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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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2015.05.20 23:58
살면서 느끼지만, 자기 자신과 남을 다루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급적 감정은 배제하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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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2015.05.20 22:51
저도 이직을 경험해서
이런 글을 진지하게 읽습니다.
하나를 얻기위해 하나를 버리는 것은 감당할 만 하지만
막상 하나 버리고 갔더니 두 세개 더버려야 한다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지요
그래도 저는 멋모르고 갔답니다.
인생사 쉬운일은 없어요 어떤일이 다가올지도 모르고요
제가 답을 줄 수도 없고요..현명한 선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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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2015.05.20 23:52
맞는 말씀이십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요.
손익계산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네요.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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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팡
2015.05.20 23:22
대기업의 장단점과 중소기업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면 대기업의 안정성만큼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메리트가 있습니다. 특히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부터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specialist를 지향
하게 됩니다. 지금 대기업에서 하시는 업무가 generalist쪽에 가깝다면, 향후 몇년뒤 이직에는
어려움을 겪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specialist에 가까우시다면 힘드시더라도 대기업에 계시면서
보다 강력한 specialist로의 스킬향상을 도모하시고 generalist에 가까우시다면 이직을 고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단, 회사에서 갖고 있는 중장기적 확실한 비전과 목표가 마늘님이 갖고 계신 역량과
일치한다면 어려우시더라도 이직보다는 현재 있으신 대기업에 근무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경력사원은 채용한 회사, 기존 조직구성원입장에서 볼 때 한동안은 이방인일 수 밖에는 없습니다.
조직에 녹아들려면 기존회사에서 하셨던 노력의 2배이상의 힘이 들게 됩니다. 이부분도 고려하시면
어떠실런지요
저의 경우도 대기업 10년이상 근무후 중소기업으로 옮겼지만, 1년 반동안은 기존 조직 구성원의
테스트(?)와 기존 문화와의 조화때문에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나서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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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2015.05.20 23:49
이방인이라는 말이 참 와닿습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차별과 견제, 시기가 가장 괴로운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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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팡
2015.05.20 23:25
아...그리고 이런 글에 비추천이 있어서 추천 드리고 갑니다 ^^;
가끔 자유 게시판 글의 성격과 비추천 클릭수의 상관관계가 이해가 가질 않아서...
조금 답답할 때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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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2015.05.21 10:02
요즘 비추천만 누르고 다니는 아이디가 분명 몇개 있는듯 합니다... 이유없이 항상 비추천이 발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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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이
2015.05.21 17:58
진진하게 자신에게 물어보면
답은 본인만이 아시겠져
모든 샐러리맨의 고민을 대변하는것 같아 맘이 편하진 않군여
암튼 좋은 결실 맺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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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2015.05.21 20:55
다들 하시는 고민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마다 다르니 선택과 그 결과는 본인의 몫이겠지요... 사람이 세월에 변하는 것이 함정 같습니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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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2015.05.22 06:47
음..... 견뎌내실 수 있다면, 지금 계시는 대기업에 계속 계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마늘님의 나이를 고려 하였을 때 앞으로는
스페셜러티가 있는 작은 기업에서 일반적인 국내 대기업으로의 이직 기회를 가지지가 쉽지 않을 듯 해서요.
나이가 들어갈 수록 국내 대기업이 제공하는 (보장되진 않지만) 어떤 안정감과 여유로움이 좋아 보이더라구요 ^^.
한살이라도 젊을 때는 급여 몇푼 더 받는데서 나름의 의미를 찾게 되지만,
조금씩 더 나이 들어가면서는 그 정도 급여 차이가 다른 삶을 살게 해주지 않게 된다는 걸 알게 되더라구요.
그기다가 스페셜러티가 있는 작은 기업은 급여를 받는 총 기간 자체가 짧기도 해서
일하는 혹은 일 할 수 있는 기간 * 급여를 했을 때는 대기업 보다 작은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1년 전에는 가능하셨겠지만,
막상 스페셜러티 기업에서 나가야 할 시기(5~10년 뒤)가 되었을 때는, 갈 곳이 없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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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2015.05.22 10:55
현실적인 고견에 감사 드립니다... 마치 저를 알고 말씀하신 것처럼까지 느껴지네요... 지금의 일반 대기업으로 옮기는 의사결정을 할 때 (그전부터 계속), 가장 염두에 두었던 요소가 나이를 먹고 나서의 선택의 폭이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할수밖에 없었던 건 젊은시절의 게으름 때문이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현재 받고 있는 업무 외적인 정신적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게 되면 프로페셔널로 생존을 모색하겠지만 일정 기간 후에는 말씀대로 메이져에 속하긴 어렵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겠지요...
좋은 말씀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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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홀릭
2015.05.24 17:02
저도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만 37세네요 ^^
저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견기업에서 시작해서 오히려 작은 회사로 이직했었습니다.
서로의 장단점은 있지만 사업을 염두해두고 있어서 오히려 여러가지를 배우기엔 작은 회사가 유리하더군요
2년전에 독립해서 작게나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괜찮은 편이고요...
이직을 염두하신다면 직면해있는 편함이나 이익보다 조금 더 멀리 보시는게 어떨까요..
조언은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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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2015.05.25 22:01
반갑습니다.^^
작년에 나름 멀리 본다고 결정을 내린 것인데, 대기업 간판 이외에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 당혹스럽습니다...ㅎ
특히 인간관계(특별한 트러블이 없음에도)가 잘 안맞는게 고민이 커지는 이유이구요...
말씀 감사하고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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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ves
2015.05.27 17:48
저도 고민을 하게되네요... 저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경력 5년차인데요, 대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에서 살아가기에 전전긍긍하는 공돌이중 한명입니다.
인간관계가 어려우면 매일매일이 지옥같으실 것 같네요...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랄께요. 힘이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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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쓰
2015.06.11 10:37
좋은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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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SEVEN
2015.06.21 00:54
다들 하시는 고민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마다 다르니 선택과 그 결과는 본인의 몫이겠지요... 사람이 세월에 변하는 것이 함정 같습니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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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촉
2015.08.04 19: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장생활은 저보다는 훨씬 길게 하셨겠지만은 저는 글 내용중에 '사람' 이 힘들다는 부분이 있어서 현재 직장을 떠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일은 힘들어도 견뎌내지만은 '사람' 이 힘들면은 견디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