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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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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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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케이스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라운드에서 렉탕귤러와 스퀘어도 아주 볼 수 있고요. 쿠션의 실루엣과 닮아있어서 이름 붙은 쿠션 케이스는 둥글면서 네모난 모양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술통의 실루엣인 토노도 개성적인 디자인을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그 외 팔각형이나 좌우 비대칭. 아주 드물게 삼각형도 있죠. 타원을 뜻하는 오발은 흔하지 않지만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케이스 형태입니다. 라운드의 위, 아래 혹은 좌, 우를 늘려놓은 모양새인데요. 오발 케이스는 개성적이라서 매력적이지만 케이스의 공간을 활용하는 데에 렉탕귤러 이상으로 제약이 따릅니다. 원형 무브먼트나 각형 무브먼트 양쪽 모두를 탑재할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버리는 공간이 발생하며, 특히 분침이나 센터 세컨드라면 초침은 길이를 중앙을 기준으로 오발 케이스의 가까운 곳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도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오발 케이스의 시계는 다이얼의 면적 대비 앙증맞은 바늘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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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don and Stedman의 오발 케이스 회중시계


파르미지아니의 팬토그래프는 이런 오발 케이스의 제약을 극복하여 오발 특유의 매력과 다이얼을 구석구석을 일주하는 바늘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의 비결(?)은 팬토그래프(마름모꼴 모양으로 물건의 통칭) 형태의 바늘 덕분입니다. 일반적으로 바늘은 형태가 변하지 않습니다만, 팬토그래프의 바늘은 텔레스코픽(Telescopic) 기능이 있어 길이가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시계 복원가로도 잘 알려진 파르미지아니가 1990년대 후반 영국의 시계 메이커(이자 주얼러) ‘Vardon and Stedman’ 1800년대에 고안한 오발 케이스의 회중시계를 복원하면서 얻게 됩니다. 당연히 이 회중시계에는 늘었다 줄었다 하는 텔레스코픽 바늘이 장착되어 있었고, 팬토그래프는 이것을 현대적인 해석 즉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손목시계를 통해 부활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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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바늘을 보면, 보통의 블루 스틸(진한 파랑)보다 연한 색상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발 팬토그래프의 실물을 보면 공식 이미지의 하늘에 가까운 색상에 비해 진하기는 하지만 블루 스틸과 비교한다면 연하며 다른 시계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색상입니다. 바늘의 소재는 일반적인 바늘보다 훨씬 많은 수의 부품 수와 크기를 지닌 만큼 가벼워야 하므로 티타늄을 사용했습니다. 티타늄을 레이저 커팅해 바늘을 구성하는 하나하나를 만든 뒤 열처리를 합니다. 블루 스틸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러한 색상은 진한 파란색을 얻을 수 있는 온도보다 높은 온도인 300도 이상의 온도로 열처리 했을 때 얻을 수 있습으며, 티타늄의 경우 이보다 높은 550도 이상의 온도로 열처리 했을 때 얻을 수 있습니다. 열처리 과정을 한 뒤에는 구동할 수 있도록 바늘을 구성하는 하나하나를 리벳으로 고정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기계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인 만큼 사람의 손을 거쳐 조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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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침과 분침이 모두 줄었다 늘었다 하지만 분침이 더 뚜렷하게 변화합니다. 분침은 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3시와 9시 방향을 가리킬 때 제일 짧아졌다가 가장 먼 6시와 12시를 향할 때 가장 길어지게 됩니다. 바늘의 길이는 어떠한 캠에 의해 제어 되는 게 아닐까 하며, 비밀의 열쇠는 아마 다이얼 한가운데의 분침을 샌드위치 하고 있는 원반형 부품 아래에 숨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또 이 원반형 부품은 여느 시계와 다른 다이얼의 인상을 드러하는 역할도 합니다. 바늘과 함께 3, 6, 9, 12의 아라빅 인덱스와 나머지 부분의 뾰족한 인덱스는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여러 번 인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역시 밝은 파란색으로 만들어 매끈한 하얀색 다이얼을 배경으로 청량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파워리저브는 동력을 완전히 소진했을 때 다이얼과 같은 색상의 하얀색이며 동력이 가득 찼을 때에는 밝은 파랑으로 완전히 채워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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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칼파 XL 에브도마도르(Hebdomadaire)에 탑재되는 칼리버 PF110를 베이스로 합니다. 칼리버 PF 110은 홀수만 표기한(짝수는 도트로 표시해 보다 높은 시인성을 꾀한) 날짜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기능을 지닌 수동 무브먼트입니다. 8데이즈 파워리저브를 지녀 칼파 XL 에브도마도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했는데요. 에브도마도르는 프랑스어로 일주일의란 뜻을 지닌 단어로 일주일에 한번 풀 와인딩을 하면 되는 시계입니다. 물론 8일의 파워리저브를 전부 활용할 수 있지만 토크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7일이 되었을 때 와인딩을 하는 편이 정확성에 좀 더 유리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오발 팬토그래프에 탑재되는 무브먼트는 PF111로 기능은 동일하게 가져오나 초침의 삭제와 텔레스코픽 기능이 있습니다. 크라운 포지션은 0, 1, 2이며 0에서 수동 와인딩, 1에서 날짜 조정, 2에서 시간 조정이 이뤄집니다. 크라운을 당기지 않은 포지션 0에서 크라운을 돌려보면 조금 묵직한 느낌이 늘 정도로 메인스프링의 탄력이 전해옵니다. 풀 와인딩을 위해서는 크라운을 60시간 내외의 파워리저브를 지닌 무브먼트에 비해 오래 와인딩을 해야 하며, 체감상 같은 8일 파워리저브를 지닌 다른 무브먼트와 비슷한 정도의 와인딩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와인딩 동작 자체는 크라운의 지름이나 크라운의 높이, 케이스 형태 등 딱히 장애물이 없어 수월하므로 시계 밥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크라운을 한 칸 당기면 날짜 조정을 할 수 있으며, 와인딩 방향과 반대로 돌리면 날짜를 바꿀 수 있고 일반적인 방식이므로 특이 점은 없습니다. 한 칸 더 당기면 시간 조정이 이뤄지며 분침은 길이를 변화하며 다이얼을 일주합니다. 크라운을 돌리면서 느껴지는 분침의 이동 질감은 아주 약간 미끄럽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미세 조정 시 사용자가 조금 손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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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PF 111은 무브먼트의 토노형 외곽선을 따라 만든 시스루 백을 통해 시원하게 드러납니다. 칼파 XL 뿐만 아니라 오발 형태의 케이스에도 나름 적합한 형태의 무브먼트인데요. 미적인 감각을 잘 드러내는 스완넥 레귤레이터를 사용했습니다. 밸런스 휠이 다소 작다고 느껴지나 렉탕귤러 계열의 무브먼트에서는 공간 효율상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듯하며, 롱 파워리저브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잔잔한 파도가 연상되는 코트 드 제네브로 가공한 브릿지 표면과 상반되는 브릿지의 형태는 강한 물결이 떠오르게 하는 곡선을 그립니다. 특히 이스케이프먼트 휠 등을 덮고 있는 브릿지가 그러하며 이를 비롯 다른 브릿지의 큰 굴곡은 앵글라주의 난이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이것은 기계로는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손에 의해 마무리되며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이외에도 메인 플레이트에 가공한 촘촘한 페를라주나 커다란 루비에서도 아름다움이 발견됩니다. 칼리버 PF 111의 전반적인 인상은 클래식하며 이는 브릿지 형태는 물론 밸런스에서 고잉 기어트레인의 배치는 렉탕귤러 계열의 정석적인 배치도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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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그는 파르미지아니 시계의 개성을 부여하는 요소의 하나로 케이스 측면에서 약간 돌출된 형태입니다. 또 길게 뻗어나간 형태로 다이얼을 정면에서 보면 거북이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형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러그는 착용감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착용감은 개인차가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대체로 손목 형태를 가리지 않고 손목 위에서 중심을 잡기에 용이해 보입니다. 러그와 함께 착용감을 크게 좌우하는 스트랩이기에 언급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요. 에르메스에서 공급받은 고급스러운 질감의 악어가죽 스트랩이 장착되며, 케이스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도록 적당한 두께를 지닙니다. 버클은 케이스와 같은 핑크 골드 소재이며 케이스 지름에 비해 폭이 넓은 스트랩을 사용하는 만큼 버클도 폭이 넓습니다. 좌우가 좁은 오발 케이스에서는 버클이 오버사이즈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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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 팬토그래프는 파르미지아니가 복원가이기에 얻을 수 있었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며 만날 수 있게 된 모델로 파르미지아니의 철학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복원, 특히 시계를 복원하는 일은 상당한 인내심과 구조적 결합을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음에도 그대로 묻어두어야 하는 합니다. 오발 팬토그래프는 과거의 시계를 현대적으로 해석했지만 핵심 기능은 과거의 워치메이커를 존중한 모델로 복원가인 파르미지아니가 어떤 시계를 만드는지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진지함은 고집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데 어쩌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품질에 적용되었을 때 신뢰성으로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오발 팬토그래프의 전체적인 만듦새는 이와 같은 생각과 다르지 않은데요. 다른 파르미지아니 모델과 다른 점은 나름의 위트가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파르미지아니가 농담을 하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모델입니다.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파르미지아니의 시계에서 늘었다가 줄었다 하는 바늘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니까요


촬영 : 2nd Round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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