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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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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랑에 운트 죄네의 새로운 매뉴팩처 완공식이 있었습니다. 그에 앞서 랑에 운트 죄네의 문화적, 기술적 배경을 이해하여 보다 깊은 브랜드의 매력을 느끼기 위한 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이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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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찾은 곳은 파노미터 드레스덴(Panometer Dresden)입니다. 원래 이곳은 가스저장소였습니다. 드레스덴의 문화유적이나 시설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를 맞고 파괴되거나 불에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파노미터 드레스덴 역시 일부가 파괴되어 복원을 거쳐 외벽의 색상이 제각각 입니다. 위 사진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복원이 진행 중으로 몇 년 뒤 완성될 거라 합니다. 파노미터 드레스덴에서는 야데가 아시시의 파노라마 작품이 전시 중이었습니다. 여러 작품이 있는데 그 중 바로크 시대의 드레스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드레스덴 인 바로크(Dresden in Barock)’ 였습니다. 작센의 주도인 드레스덴을 이해하는데 좋은 밑그림이 되기에 관광 시작 전 기회가 된다면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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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 들어가면 천장에서 옛 가스저장소의 흔적이 드러나 보이고, 벽면에는 커다란 옛 드레스덴을 묘사한 파노라마 그림이 보입니다. 외벽을 따라 안쪽으로 이동하면 강건왕 아우구스트의 흉상과 지금의 기록사진 역할을 한 회화 작품을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역사적인 유물과 작품들도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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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핵심은 파노라마는 계단을 올라 전망대 같은 장소에서 보아야 하는데요. 전망대에서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듯 360도로 펼쳐진 파노라마는 흡사 실제 바로크 시대의 드레스덴을 보는 듯합니다. 정교한 원근법과 조명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사운드 효과가 더해져 현장감이 상당합니다. 작센의 통치자였던 강건왕 아우구스트는 문화, 예술, 기술에 관심이 높았고 또 욕심도 컸던 인물입니다. 파노라마의 풍경은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드레스덴을 독일의 피렌체로 불릴 만큼 융성하게 만든 강건왕 아우구스트의 작품입니다. 잠시지만 17세기의 드레스덴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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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인 바로크에서 본 드레스덴의 옛 모습은 복원을 거쳐 회복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츠빙어 궁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대부분 파괴되었으나 철저한 복원을 거쳐 드레스덴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연회, 축제의 장으로 사용한 장소였으나 현재는 박물관 역할을 합니다. 독일의 마이센은 유럽 최초로 도자기(백자)를 만들어 냈던 역사를 자랑하며, 드레스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본사가 있죠. 그래서 도자기와 시계, 측정기기 같은 작센의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을 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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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내부에는 사진처럼 커다란 랑에 1의 벽시계가 매달려있습니다. 시계 부틱이나 샵을 갔을 때 볼 수 있는 사이즈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인 XXL급의 커다란 벽시계로, 거실에 매달아 놓으면 상당히 부담스러울 정도의 크기지만 탐이 났습니다.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아마 작동하지 않을 듯하지만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없었지만) 시간과 날짜 모두 작동하는 모델이었습니다. 전시관으로 입장하면 화려한 탁상(?)시계가 맞이해 줍니다. 아우구스트의 화려한 취향을 반응하는 듯 한데요. 스위스의 다른 시계 박물관에서 본 프랑스 왕가와 귀족들의 의뢰를 받아 만든 시계보다 더한 화려함을 뽐냅니다. 하지만 단순히 화려하지 않고 기능에서도 당시의 기술력을 자랑하듯 복잡기능으로 무장했으며 지금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토대가 되었으리라 보입니다. 특히 리차드 랑에 퍼페추얼 캘린더 테라루나 같은 셀레스티얼 기능의 힌트가 된 천문기능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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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탁상시계는 츠빙어 궁을 나가면 바로 보이는 젬퍼 오페라 하우스의 파이브 미닛(Five Minutes) 클락을 축소한 모델입니다. 요한 크리스찬 프리드리히 굿케즈(Johann Christian Friedrich Gutkaes)가 완성했으며 랑에 운트 죄네의 창립자인 아돌프 랑에의 시계 스승이자 장인인 인물입니다. 왼쪽의 창은 로마자로 시간, 오른쪽 창으로는 아라비아 숫자로 5분 단위의 시간을 나타냅니다. 실내가 어두운 내부에서 가독성을 중요시 여겨 만든 방식이며, 이것은 잘 아시겠지만 랑에 1의 빅 데이트와 디지털 방식으로 시간을 나타내는 자이트 베르크에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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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이 같은 탁상시계에서 소형화가 진행되는 시간 순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회중시계의 시대는 랑에 운트 죄네가 창업한 때이기도 하죠. 위에 드레스덴이라고 쓰여진 회중시계는 드레스덴 지역에서 시계를 생산했다고 알려줍니다. 아돌프 랑에는 드레스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글라슈트 지역에서 시계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원래 은광으로 유명해 글라슈트로 은을 캐기 위해 몰려 들며 실버러시(Silver Rush)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습니다. 은이 고갈되어 채굴이 어려워지면서 글라슈트는 차차 기울기 시작했고 이 때 등장한 인물이 아돌프 랑에입니다. 일종의 지역 부흥을 위해 시계산업을 시작했고 이후의 역사를 보면 독일시계의 산지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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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위 회중시계(‘아놀드’라고 쓰여진 것)는 영국제이고 다른 하나는 랑에 운트 죄네입니다. 후자가 좀 더 화려하긴 하나 큰 차이점은 없는데요. 무브먼트를 봐도 둘이 유사한 면이 있죠. 3/4 플레이트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만해도 3/4 플레이트는 지금처럼 독일만의 양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독일시계가 외부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랑에 운트 죄네가 1990년대에 부활을 이루고 난 뒤부터는 랑에 운트 죄네를 대표하는 독일 양식으로 자리 잡으며, 풀 플레이트 방식의 스위스 시계와 확연하게 차별을 이루는 미적 요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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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랑에 운트 죄네의 가장 빛나는 업적인 넘버 42500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입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귀족인 하인리히 쉐퍼의 주문에 의해 만든 시계로, 미니트 리피터, 그랑, 쁘티 소네리, 포드로이언트와 스플릿 세컨드, 퍼페추얼 캘린더를 지닌 가장 복잡한 회중시계입니다. 이 기능을 모두 갖춘 모델은 단 하나만 생산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인리히 쉐퍼는 넘버 42500을 1902년 5600마르크에 샀습니다. 당시 5600 마르크의 가치는 드레스덴의 별장 한 채를 살 수 있었고, 교사의 5년치 연봉, 400벌의 수트, 100,000개의 달걀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쉐퍼의 가정부로 오래 일했던 부인이 소유했다가 복원하게 되었는데요. 그녀가 일을 그만 둘 때 쉐퍼의 부인이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넘버 42500은 작동하지 않았고 케이스가 금이기에 그 정도의 가치는 받을 수 있을 거라 하며 넘겨준 것을 우연한 계기로 복원에 이르게 된 시계죠. 복원 이전의 상태는 무브먼트가 녹으로 뒤덮여 부품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좋지 않았습니다. 2001년 복원을 시작해 5000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부활에 이르렀고 랑에 운트 죄네를 대표하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하나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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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시관에 있던 시계로 네 개의 면으로 지구와 태양계 행성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입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아름다움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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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어 궁을 나오면 바로 왼편에 젬퍼 오페라 하우스가 보입니다. 이날 문을 닫아 내부의 파이브 미닛 클락을 볼 수 없이 아쉬웠으나, 젬퍼 오페라 반대 방향으로 방향을 돌려 가봅니다. 레지던츠 궁과 호프교회가 보입니다. 궁전 외벽에는 마이센의 타일을 붙이고 벽화를 그린 군주의 행렬이 보입니다. 어떤 광각 렌즈로도 전부를 담을 수 없는 길이의 벽화에는 작센의 지배자들이 담겨있습니다. 대부분이 전쟁으로 파괴되었음에도 이 벽화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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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안쪽은 숨겨진 장소로 중세 기마병이 실력을 겨루는 곳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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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 랑에 운트 죄네의 샵 디스플레이입니다. 옛날에 사용하던 도구와 요한 크리스찬 프리드리히 굿케즈의 액자로 꾸며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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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옮겨 드레스덴 기술 박물관(Technische Sammlungen Dresden)으로 향했습니다. 하이라이트(HiLights)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빛의 기술적 발전과 응용이 테마로 레이저 기술이 흥미로웠습니다. 위 랑에마틱 퍼페추얼 캘린더가 전시되어 있었던 이유는 문 페이즈 디스크를 레이저로 가공하기 때문에 예시로 든 것입니다. 랑에마틱 퍼페추얼 캘린더 주위에 다양한 문 페이즈는 모두 레이저 기술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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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전을 지나면 컴퓨터 등 다양한 기술적 진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독일이라 다소 딱딱한 분위기지만 교육적으로 들러볼 가치가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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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 완공식 이전에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는 앞 서 말한 것처럼 랑에 운트 죄네가 어떤 배경에서 자라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문화적으로 풍부한 토양이면서 동시에 기술적으로도 높이 발전해 온 작센의 땅에서 랑에 운트 죄네와 같은 메이커가 나올 수 밖에 없었음을 독일인답게 알려주었습니다. Part 2에서는 완공식 행사와 매뉴팩처 리포트로 돌아오겠습니다. Stay tu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