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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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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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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에르메스(Hermès)가 구사하는 워치메이킹은 일반 시계제조사와 결이 다릅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패션 브랜드의 상상력이 한 스푼 추가됩니다. 첨가된 묘약은 색다른 디자인으로 나타나기도, 창의적인 메커니즘으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아쏘 레흐 드라룬(Arceau L’heure de la lune)은 두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합니다.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아쏘 특유의 비대칭 케이스에 위성 메커니즘을 접목한 독창적인 문페이즈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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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워치메이킹의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한 아쏘 레흐 드라룬은 지난 2019년 첫선을 보였습니다. 같은 해 열린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 GPHG 2019)에서는 캘린더 및 아스트로노미(Calendar and Astronomy) 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할만큼 애호가 및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듬해는 인기에 힘입어 세계관을 또 한 번 확장했습니다. 전작이 블루 어벤츄린 또는 운석을 다이얼로 사용했다면, 후속작은 각기 다른 3개의 운석을 활용했습니다. 각각의 운석 다이얼은 출처나 채집 장소에서 착안해 블랙 사하라(Black Sahara), 루나(Lunar), 마션(Martian)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리뷰 모델은 삼형제 중 루나 에디션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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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쏘 레흐 드라룬 블랙 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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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쏘 레흐 드라룬 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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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쏘 레흐 드라룬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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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쏘 컬렉션의 시그니처 케이스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석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Henri d’Origny)가 1978년 말의 등자에서 영감을 받아 비대칭으로 디자인했습니다. 해당 모델의 케이스 소재는 화이트 골드입니다. 사이즈는 직경 43mm. 두께는 직접 측정해본 결과 13.5mm 정도 됩니다. 표면은 둥글둥글한 라인에 맞춰 전체 유광 가공했습니다. 방수 사양은 3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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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운석을 베이스로 만든 다이얼은 우주의 성운을 연상케 하는 크고 작은 알갱이가 도드라집니다. 마치 우주 은하를 보는 듯합니다. 다이얼 위아래로는 달을 형상화한 원형 디스크가 자리합니다. 일반적인 개념과 반대로 위쪽이 남반구(Sud)의 달, 아래쪽이 북반구(Nord)의 달을 가리킵니다. 남반구의 달 표면에는 특별히 화가 디미트리 리발첸코(Dimitri Rybaltchenko)가 디자인한 그리스 신화 속의 페가수스를 자연스럽게 담아냈습니다. 달 위로는 시간과 날짜를 각각 표시하는 두 개의 카운터가 위성처럼 회전합니다. 즉, 각 카운터의 위치에 따라 달의 모양이 바뀝니다. 카운터의 1회전 주기는 59일입니다. 하나의 카운터가 반구 하나의 문페이즈만 표시하는 게 아니라 나머지 반구의 문페이즈까지 차례대로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달의 주기(29.5일)가 두 번 반복되는 셈이죠. 문페이즈를 위해 회전하는 카운터는 새벽 2시 30분과 3시 사이에 작동합니다. 정각에 바뀌는 날짜 기능과 시간차를 둠으로써 에너지를 분산하고 오작동을 막기 위함입니다. 각 카운터는 또 회전에 상관없이 항상 수평을 유지합니다. 덕분에 시간을 표시하는 서브 다이얼이 삐뚤어질 일이 없습니다. 관련해 무브먼트 모듈 바깥쪽에 카운터의 위치를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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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설계가 돋보이는 무브먼트는 유명 독립 시계제작자 장-프랑수아 모종(Jean-François Mojon)이 설립한 크로노드(Chronode SA)에서 제작을 맡았습니다. 보쉐 매뉴팩처에서 제조한 자동 인하우스 칼리버 H1837(시간당 진동수 28,800vph, 50시간 파워리저브)을 베이스로 과거 장-프랑수아 모종이 설계한 해리 윈스턴 오푸스 10의 위성 콘셉트에 문페이즈 기능을 결합했습니다. 새롭게 추가한 모듈의 부품만 117개에 달합니다. 2016년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2019년에 해당 무브먼트를 완성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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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악어가죽입니다. 컬러는 그러데이션 처리한 각 카운터의 색에 맞췄습니다. 품질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주황색 안감에 새겨진 ‘에르메스’ 표식이 보증합니다. 에르메스 특유의 버클은 폴딩 방식입니다. 케이스와 동일하게 화이트 골드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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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페이즈 시계는 시중에 차고 넘칩니다. 달을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달의 표정을 달리하는 등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레시피도 가지각색입니다만, 에르메스의 아쏘 레 흐 드라룬처럼 참신한 제품은 흔치 않습니다. 흔히 역사는 돈 주고 못 산다고 하는데요. 창의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에르메스에는 정통 시계제조사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기발함이 있습니다. 획일화된 제품에 지친 애호가들은 그에 환호합니다. 아쏘 레 흐 드라룬 시리즈가 성적을 통해 말해줍니다. 전작은 물론 아쏘 레 흐 드라룬 ‘루나’(36개 한정, 4만3000달러)를 포함한 후속작 역시 모두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누군가는 기약 없는 다음 시리즈를 그저 기다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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