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TF뉴스
댓글작성 +2 Points

Eno

조회 2224·댓글 23

Arceau_Le temps voyageur_41_black_ambiance_copyright_Marius W. Hansen.jpg

 

에르메스(Hermès)는 지난해 새로운 남성 워치 컬렉션인 에르메스 H08을 성공적으로 론칭한데 이어, 올해는 '시간은 세계를 여행한다(Time travels the world)'를 테마로 여행자를 위한 타임피스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관련해 지난 2월 말 열린 디지털 프레젠테이션에는 에르메스 워치 CEO 로랑 도르데(Laurent Dordet)와 에르메스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Philippe Delhotal)이 함께 참석해 소수의 한국 프레스를 상대로 주요 신제품을 소개했습니다. 

 

Arceau Le temps voyageur_blue version_PR©Joel_Von_Allmen.jpg

 

Arceau Le temps voyageur

아쏘 르 땅 보야쥬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Tierry Hermès)에 의해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마구용품 가게에서 출발한 에르메스는 메종의 탄생부터 여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19세기 유럽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인 마차를 위한 수준 높은 가죽 제품과 여행용 가방을 만들면서 차츰 명성을 얻게 되었고 훗날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유구한 여행의 DNA를 바탕으로 에르메스는 약 3년 전부터 여행자를 위한 고급시계를 선보이고자 본격적인 연구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관련해 마침 글로벌 팬데믹 상황이 올해 초부터 완화됨으로써 여행자를 위한 타임피스의 출시에 거는 메종의 기대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Arceau Le temps voyageur_black version_PR©Joel_Von_Allmen.jpg

 

아쏘 르 땅 보야쥬(Arceau Le temps voyageur)는 '여행자의 시간'을 뜻하는 프랑스어 제품명부터 여행을 위해 탄생한 시계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2011년 아쏘 르 땅 서스팡듀(Arceau Le temps suspendu), 2014년 드레사지 레흐 마스케(Dressage L'heure masquée), 2017년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Slim d'Hermès L'Heure Impatiente), 2019년 아쏘 레흐 드라룬(Arceau L’heure de la lune) 등 에르메스의 파인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보여주는 일련의 컴플리케이션 시리즈의 뒤를 이어, 2022년 새롭게 컬렉션에 추가한 아쏘 르 땅 보야쥬는 통상적인 듀얼 타임 혹은 월드 타임 기능의 시계들과는 외관부터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작명 센스가 남다른 에르메스 답게 해당 컴플리케이션 모듈(메커니즘) 조차도 이들은 월드 타임 대신 '트래블링 타임(Travelling Time)'으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Arceau Le temps voyageur_blue version_close up.jpg

 

다이얼의 디스플레이를 보면 어딘가 분명 낯이 익습니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문페이즈를 동시에 표시하는 전작, 아쏘 레흐 드라룬에서 무브먼트 및 다이얼 디자인을 착안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이얼 안에서 회전하는 두 개의 모바일 카운터 중 날짜 표시 인디케이터를 떼어버리고 시와 분을 표시하는 모바일 카운터 외곽에 별도의 레드-팁 핸드로 세컨 타임존에 해당하는 도시명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12시 방향의 트리플 윈도우 중앙의 24시간 숫자로 홈 타임을 직관적으로 표시합니다. 전 세계 24개 주요 타임존을 가리키는 다이얼 외곽의 시티 링으로 다른 도시의 시간대까지 동시에 헤아릴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여행 및 출장이 잦은 이들에게 매우 용이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Arceau Le temps voyageur_black version_close up©Joel_Von_Allmen.jpg

 

조작법 역시 간단합니다. 케이스 좌측면에 위치한 푸셔를 누를 때마다 다이얼 안의 모바일 카운터가 약 15도씩 회전하며 도시명을 가리키는 레드 컬러 인디케이터가 함께 움직이고 연동된 로컬 타임(시)을 표시하는 핸드까지 1시간 단위로 시계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크라운 조작을 통해 12시 방향의 홈 타임(시)을 조작하면 세팅이 완료됩니다. 조작이 간편하면서도 멀티-레벨 구조의 3D 다이얼과 까루셀을 응용해 마치 위성이 움직이듯 모바일 카운터의 역동적인 작동 모습이 어우러져 어느 브랜드에서도 볼 수 없는 에르메스만의 독창적인 트래블 타임 타임피스를 완성했습니다. 

 

Arceau Le temps voyageur_black version©Joel_Von_Allmen.jpg

Arceau Le temps voyageur_blue version©Joel_Von_Allmen.jpg

 

아쏘 르 땅 보야쥬는 플래티넘 케이스에 매트하게 샌드블래스트 가공한 5등급 티타늄/블랙 DLC 코팅 베젤을 추가한 블랙 버전과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스틸 혹은 스틸 바탕에 7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약 0.491캐럿)를 세팅한 두 종의 블루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블랙과 블루 버전은 각각의 사이즈도 다릅니다. 블랙 버전은 41mm, 블루 버전은 남녀 모두가 착용할 수 있는 38mm로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힙니다. 물론 두 버전 모두 에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Henri d’Origny)가 마구인 등자(鐙子, Stirrup)에서 영감을 얻어 1978년 디자인한 아쏘 컬렉션 특유의 시그니처 케이스 디자인(원형의 케이스와 결합한 비대칭 러그 형태)을 이어 갑니다. 

 

Arceau_Le temps voyageur_41_black_making of_1_copyright_David Marchon.jpg

 

블랙과 블루 버전은 다이얼 컬러는 물론 세세한 마감 처리 또한 차이를 보입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다이얼 바탕에 대륙과 해양을 레이저로 형상화한 것인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실제 대륙이 아닌 메종의 상상력이 투영된 가상세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다이얼 디자인은 지난 2016년 파리에서 열린 소트 에르메스(Saut Hermès) 점핑 대회를 위해 프랑스의 그래픽 디자이너 제롬 콜리아(Jérôme Colliard)가 디자인한 '쁠라니스페르 덩 몽드 에케스트르(Planisphere dun monde équestre, 승마 세계의 지도)'란 제목의 실크 스카프 디자인을 차용했다고 합니다. 고대의 세계지도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드로잉에서 메종의 DNA인 승마 세계와의 연관성을 모색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자사의 아카이브에서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디자인 원천으로 사용하는 에르메스 특유의 위트가 돋보이는 신제품입니다. 

 

Arceau_Le temps voyageur_38_blue_making of_6_copyright_David Marchon.jpg

 

블랙과 블루 버전 모두 다이얼 바탕은 갈바나이징(Galvanization) 프로세스를 통해 색을 입힌 후 레이저 인그레이빙과 여러 겹의 래커칠을 통해 가상의 승마 세계를 지구본 형상 속에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카운터는 블랙 혹은 블루 컬러 래커 마감하면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어둡게 그라데이션 처리해 특색을 더합니다. 24개 타임존을 표시하는 시티 링은 서큘러 새틴 브러시드 마감하고, 12시 방향의 홈 타임 디스크 바탕은 선버스트 마감하는 등 다이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석구석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Arceau_Le temps voyageur_38_blue_making of_1_copyright_David Marchon.jpg

Arceau_Le temps voyageur_38_blue_making of_2_copyright_David Marchon.jpg

 

블랙과 블루 버전 관계없이 무브먼트는 메종의 창립연도를 기리는 의미를 담은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H1837로 구동합니다. 에르메스는 기존의 베이스 칼리버와 컴플리케이션 모듈을 얹어 수정한 칼리버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칼리버 넘버를 부여하는데요. 에르메스가 지분 25%를 보유한- 우리에겐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의 무브먼트 공급원으로 잘 알려진- 매뉴팩처 보쉐(Vaucher)가 독점 공급한 자동 칼리버 H1837의 설계를 기반으로, 유명 독립시계제작자 장-프랑수아 모종(Jean-François Mojon)이 설립한 르로끌의 컴플리케이션 워크샵 크로노드(Chronode SA)가 참여해 독점 컴플리케이션 모듈을 개발에 베이스 무브먼트에 통합시켰습니다. 크로노드 팀은 앞서 아쏘 레흐 드라룬에도 참여한 바 있지만, 에르메스에 따르면 아쏘 르 땅 보야쥬의 트래블링 타임 모듈은 전작 아쏘 레흐 드라룬의 모듈을 가져다 수정한 것이 아니라 처음 제품 기획 단계서부터 월드 타임(트래블링 타임) 기능을 염두에 두고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를 조금만 더 풀어서 덧붙이면 단지 컬렉션의 기능 구성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기존의 무브먼트/모듈을 재활용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에르메스 스타일이 아니며, 애초 제품 컨셉이 먼저고 그 다음에 제품 구성을 위한 컴플리케이션을 진지하게 파고들어 결과물을 얻는다는 메종의 강한 자부심이 담겨 있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Arceau_Le temps voyageur_38_blue_making of_5_copyright_David Marchon.jpg

 

H1837 칼리버에 사용된 모듈의 직경은 32.7mm이며 두께는 4.4mm, 트래블링 타임 모듈 관련 부품만 무려 122개가 새롭게 추가되었다고 합니다(베이스인 H1837의 부품수는 193개임). 특히 디퍼런셜 기어 메커니즘(Differential gear mechanism)을 응용해 새틀라이트(위성) 부품 세트 즉 다이얼 안을 회전하는 모바일 카운터와 기어트레인을 연결하고 다른 축에 맞물린 클릭형 부품을 통해 시티 인디케이터 작동을 제어하는 식으로 입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다만 지속적인 토크 손실이 불가피한 컴플리케이션 모듈까지 더해지면서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 정도로 줄었습니다. 블랙과 블루 버전 모두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고요. 로듐 도금 처리한 플레이트 및 브릿지, 그리고 로터에는 에르메스 매뉴팩처 칼리버의 상징과도 같은 H로고 모노그램 레이저 각인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케이스 방수 사양은 30m. 

 

Arceau_Le temps voyageur_38_blue_ambiance_copyright_Marius W. Hansen .jpg

 

아쏘 르 땅 보야쥬 블랙과 블루 버전 모두 한정판은 아니지만 제품 특성상 한 해 생산량은 극소량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리테일가는 아직 미정. 국내에는 올 하반기 정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타임포럼 뉴스 게시판 바로 가기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유튜브 바로 가기
페이스북 바로 가기
네이버 카페 바로 가기

Copyright ⓒ 2024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게시물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를 복제 또는 도용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