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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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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H에서 가장 격렬한 브랜드를 꼽으라면 리차드 밀과 그뢰벨 포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상업적인 부분에서 둘의 상반된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리차드 밀은 케이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접근법을 내세운 메커니즘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 반해, 그뢰벨 포지는 그보다 좁은 범위로 한정해 새로움을 선사합니다. 이 말은 곧 케이스 형태나 디테일이 독특하기는 해도 전통적인 소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메커니즘에 있어서는 적어도 눈에 보이는 형태 만큼은 리차드 밀에 비해 전통적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둘의 내부로 들어갈 수록 설득력이 옅어지긴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뢰벨 포지가 새로운 메커니즘을 소개할 때마다 사용하는 인벤션(Invention)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느껴지는 이유이지 싶습니다. 작년 그뢰벨 포지는 그들의 역대급 모델로 등극한 그랑 소너리를 발표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이번 SIHH의 신모델은 뭐가 나오든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느껴지리라 예상했는데요. 이번에 선보인 GMT 어스(Earth)와 디페런시얼 데갈리테(Différentiel d’Égalité)는 그래도 선방하는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워낙 높은 눈높이로 봐야하는 브랜드이니 만큼 이런 부분은 비애라면 비애겠죠)


GMT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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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전증(feat. 오래된 카메라) + 어두운 장소 + 스팟 조명 + 글라스를 융으로 닦았으나 더욱 번져버린 어떤이의 손에서 묻은 기름 흔적. 이 네 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사진이니 너그러히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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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T 어스의 베이스가 되는 투르비용은 1회전을 24초에 끝내버리기도(상당수의 투르비용이 원 미닛 투르비용, 즉 60초에 1회전 하죠) 하지만 수직, 수평 어떤 방향의 중력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기울여 배치한 케이지를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습니다. 그뢰벨 포지는 이 투르비용을 대표 모델의 하나로 내세워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는데요. 이것을 바탕으로 월드타임 기능을 더한 것이 전작인 GMT입니다. GMT는 월드타임 기능을 담았지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다이얼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실제 형태로 묘사한 지구를 넣어 상당한 시각적 임팩트를 주었는데요. GMT 어스는 지구를 표사한 구체를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능은 지구 구체와 결합한 24시간 표시와 케이스 백에서 별도로 표시하는 월드타임, 세컨드 타임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 구체는 다이얼에서 볼 때 북극점 상공에서 내려다 본 지구 북반구를 보여줍니다. GMT와 달리 GMT 어스는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해 케이스 측면, 케이스 백 어떤 각도에서도 푸른 지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24시간 표시와 연계한 지구 구체는 대략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타임존을 표시하는지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케이스 백의 넓은 면적에 월드타임 방식의 디스크를 두었고 이것은 작은 디스크를 하나 더 두어 섬머타임과 윈터타임에 대응하도록 했습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지구 구체와 월드타임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야 하지만 두 물체의 형태와 시계 이름을 생각해 봤을 때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런 사용상의 불편함을 참아낼 수 있다면 GMT 어스는 감상을 위한, 즉 기계식 시계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란 관점에서는 아주 잘 부합하는 시계입니다. 전작에 비해 사파이어 크리스탈의 사용 면적이 늘어났습니다. 지구 구체를 표시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베젤까지 그뢰벨 포지 고유의 디테일인 릴리프 가공을 올렸고, 이것을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보호하면서이기도 하죠. 덕분에 베젤의 단어 하나하나를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한데요. 케이스에 빈틈을 용납할 수 없는지 전신에 릴리프로 덮어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케이스 지름은 45mm를 훌쩍 넘습니다. 덕분에 플래티넘이 아닌 화이트 골드로 만든 케이스가 주는 무게도 제법입니다.  손목을 올려놓으면 이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계도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오라를 풍기는 모델이었습니다.



디페런시얼 데갈리테(Différentiel d’Égali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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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인 디페런시얼 데갈리테는 우리말로 하면 차이의 균등 정도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모델은 그뢰벨 포지와 같은 브랜드라면 한번쯤 꼭 손을 대는 콘스탄트 포스(혹은 르모트와) 메커니즘을 탑재합니다. 랑에 운트 죄네가 자이트베르크 같은 디지털 디스플레이 모델에 사용하는 콘스탄트 포스는 메인 스프링에서 전달되는 토크의 균일화를 꾀합니다. 디지털 표시를 위한 디스크 전환에 계속적인 균등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이와 달리 그뢰벨 포지의 디퍼렌시얼 데갈리테는 보다 형이상학적입니다. 최종적으로 정확성이나 등시성으로 귀결되긴 하겠지만, 요즘과 같은 소재, 제작환경에서는 가시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타임온리 형태의 시계에 콘스탄트 포스는 만들어 보고 싶었기에 만들었다고 봐야할 정도로 실용적인 목적성도 약하죠. 그럼에도  디퍼렌시얼 데갈리테는 그뢰벨 포지 정도의 브랜드라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탄생한 모델일 것입니다. 


이들이 택한 콘스탄트 포스의 형식은 토크의 필터 역할을 할 소형 헤어스프링 형태를 엮은 기어를 두었고, 메인스프링에 나온 에너지는 이것을 거쳐 균일한 토크를 전달하게 됩니다. 이것은 데드비트 구현의 형식과도 유사한데요. 그래서 인지 디퍼렌시얼 데갈리테는 그뢰벨 포지 최초의 데드비트 세켄드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콘스탄트 포스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겠습니다. 


콘스탄트 포스는 중앙의 시, 분침 바로 아래, 다이얼을 절개한 부분에 위치합니다. 릴리프 가공을 넣은 배럴과 역시나 기울여 배치한 밸런스 휠을 확인할 수 도 있죠. 케이스 백은 다이얼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다이얼에서 엔트리 급 모델이라고 생각했던 착각은 케이스 백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예상 가격에서 확번 더 무너집니다. 그뢰벨 포지의 다섯번째 인벤션이라고 부르는 모델인데 그렇게 호락호락 할 리가 없으니까요. 


아쉬운 점은 SIHH에서 실물을 만져보지 못하고, 디스플레이에서 실물을 봐야했던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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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기울린 밸런스와 디퍼렌셜을 지닌 더블 밸런시어의 케이스 베리에이션이 나왔습니다. 이 모델을 실물로 보여줄게 아니라 위 디퍼렌시얼 데갈리테를 봤어야 하는데 또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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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빨을 잘 받았던 QP A 이퀘이션입니다. 더블 밸런시어와 같은 베리에이션으로 그뢰벨 포지는 신제품으로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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