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말론 브란도 시계 관련 이슈
우리에겐 영화 '대부'로 잘 알려진 20세기 최고의 명배우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생전 착용한 롤렉스의 GMT-마스터 시계 관련해 뜻밖의 이슈 하나가 터졌습니다. 관련해 지난 12월 2일(미국 뉴욕 기준), 블룸버그(Bloomberg)를 위시로 한 몇몇 매체들이 해당 소식을 심각하게 다뤘는데요.
- '지옥의 묵시록' 출연 당시의 말론 브란도
Photo Credit: ⓒ Mary Ellen Mark
사건의 개요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지난 11월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적인 옥션 하우스 크리스티(Christie’s)의 경매 결과를 두고 해당 경매에 다수의 개인 컬렉션을 제공한 오만의 사업가이자 유명한 워치 컬렉터인 모하메드 자만(Mohammed Zaman)이 출품 시계 중 113점에 관한- 낙찰가 총 4,241만 8,914 달러(USD), 한화로는 약 556억 원대에 달하는- 경매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제네바 법원에 관련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로써 제네바 법원은 해당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자만의 시계를 낙찰자에게 인계하지 말고 금고에 넣어 보관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의 시계들 중에 말론 브란도의 1970년대 롤렉스 GMT-마스터(Ref. 1675)와 1990년대 필립 듀포미닛 리피터 및 그랑-쁘띠 소네리 워치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입니다.
- 말론 브란도의 롤렉스 GMT-마스터 Ref. 1675
ⓒ Phillips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말론 브란도의 GMT-마스터(Ref. 1675)는 지난 2019년 12월, 필립스(Phillips) 뉴욕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s)' 옥션을 통해 처음으로 경매 시장에 나왔습니다(>>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이 특별한 시계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에서 월터 E. 커츠 대령을 열연한 말론 브란도가 실제 착용했던 개인 소장품으로(1972년 제작),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브란도가 직접 양방향 회전 베젤(일명 '펩시' 베젤)을 제거하고 착용 및 보관해 온 것입니다. 케이스백에는 브란도의 이름(m. Brando)까지 각인해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 말론 브란도 GMT-마스터 케이스백
ⓒ Phillips
이 시계는 1995년 브란도의 친딸 페트라 브란도 피셔(Petra Brando Fischer)가 브라운 대학 졸업 후 로스쿨에 들어갈 당시 선물했다가 훗날 그녀의 딸이 물려 받아 결혼 후 2003년 남편에게 선물했다가 수년 후 이렇게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12월 10일, 필립스 뉴욕 경매에서 예상 낙찰가를 훨씬 뛰어넘는 195만 2천 달러(USD), 한화로는 대략 25억 원대에 낙찰됨으로써 해피엔딩(?)을 맞은 듯 보였습니다.
- 다시 경매에 나온 말론 브란도 GMT-마스터
458만 2,500 프랑, 한화로는 약 69억 원에 낙찰됐다.
ⓒ Christie’s
하지만 불과 4년 만인 2023년 11월 6일, 크리스티 제네바의 '시간에 대한 열정- 워치 및 타임피스 주요 개인 컬렉션(Passion for Time - An Important Private Collection of Watches and Timepieces)' 옥션에 해당 시계가 유령처럼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예전 보다 훨씬 높은 458만 2,500 스위스 프랑(CHF), 약 530만 달러(USD), 한화로는 대략 69억 원대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번 크리스티 제네바 옥션에 총 200점이 넘는 개인 컬렉터로는 상당히 많은 시계를 출품한 모하메드 자만은 당일 경매 진행 과정에서 애초 110만~220만 달러로 추정됐던 예상 낙찰가가 판매 직전 430~760만 달러까지 갑자기 수정되면서 최종 530만 달러에 낙찰된 것을 두고 제3자의 개입 및 모종의 부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는 비단 말론 브란도 GMT-마스터 뿐만 아니라 주요 출품 시계들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된 사항으로, 결국 자만은 자신의 출품 시계 중 113건의 로트(LOT)에 대한 긴급 조치로 맞대응 했습니다.
- 필립 듀포 미닛 리피터 소네리 워치
512만 7천 프랑, 한화로는 약 77억 원에 낙찰됐다.
ⓒ Christie’s
또한 애초 낮게 책정된 예상가로 공시함으로써(이미 출간된 카달로그 포함) 응찰 희망자 중 상당수가 실제 경매 과정에서 당혹스러움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심지어 한 개인 투자자는 모든 출품 시계에 대한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예비 입찰까지 했고 관련해 새로 예상 낙찰가가 수정되는 과정에서 사이트 업데이트 지연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제기된 상태입니다. 더불어 익명의 응찰자 중 한 명이 새로운 추정치의 하한가에서 대부분의 시계를 낙찰 받은 것도 문제 삼았습니다.
- 이래저래 사연 많은 말론 브란도 GMT-마스터
결과적으로 이번 경매에 참여한 낙찰자들은 당장 시계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오랜 세월에 걸쳐 이 분야의 두터운 명성을 자랑하는 크리스티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된 셈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소송 추이 및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태를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크리스티 역시 공식 대변인을 통해 이번 조치의 신속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약속하며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에 관해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이번 사건에 대한 첫 심리는 오는 12월 11일 제네바 법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아트 경매와 관련해 종종 비슷한 이슈가 제기된 적은 있지만, 이번 크리스티 제네바 워치 경매처럼 개인 컬렉터가 분명하게 특정되면서 나아가 당사자가 직접 민원을 제기하며 이슈화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사건의 정확한 발단 계기에도 많은 의문점을 남깁니다. 앞으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한편 지난 11월 5일 예정된 제10회 온리 워치(Only Watch) 경매 역시 사전 입찰 관련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어 내년으로 개최가 연기된 만큼 시계 업계 차원의 지나친 하이프(Hype)를 경계하고 자정하려는 노력 또한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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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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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얌
2023.12.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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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보
2023.12.07 07:45
제가 이해를 잘 못해서인지 오만 사업가가 내놓은 시계들이 예상 낙찰가보다 너무 비싸게 팔려서 소송을 하게 된건가요?
비싸게 팔리면 출품자 입장에선 좋은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가 있나보네요.
여담이지만 지금까지 말론 브란도 시계 볼때마다 왜 지엠티에 베젤이 없지? 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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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팽
2023.12.07 10:25
저도 좀 이해가 안가네요. 출품자는 비싸게 팔리면 좋은게 아닌건지??
아니면 출품자는 예상가격내에서 경매업체로부터 이미 대금을 받았고,
이제 얼마에 팔리든 그건 상관이 없는 상황인건데, 너무 비싸게 팔리자
출품자 입장에서 예상가격이 잘못됐었다는 얘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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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23.12.07 10:36
낙찰가가 높다고 해서 그 이득을 오롯이 출품자가 취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럼 옥션하우스가 왜 존재하겠어요? 미리 계약된 금액 또는 퍼센티지로 할당하고 나머지는 옥션하우스 몫으로 떨어집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둘의 사전 협의 사항을 내부자가 아닌 이상 속속들이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소송이라는 사후 액션을 보고 사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전혀 이슈화도 되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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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zenta
2023.12.07 10:05
한두푼도 아닌데...투명하게 해야지 참 여러모로 의심이 드는 상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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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금모아시계
2023.12.07 11:15
좀 씁쓸하네요. 말론 브란도의 시계가 이런 불상사에 휘말린 게 참 많이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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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이
2023.12.07 14:26
이런 기사들보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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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뚜기
2023.12.08 00:51
이런 일이 다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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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군
2023.12.08 19:30
3대 경매 모두 거래에 입김을 가한다거나 심지어 판매를 위한 PT 연출등.. 말이 참 많았는데 너무 바람직한 움직임이라 봅니다. 100프로 사람들이 머리 맡대고 하는 일인데다 과점업체간 수익, 명성을 경쟁하고 있으니 어떤 일이든 안일어나겠습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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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2023.12.09 16:30
참 여러 뉴스를 만들어내는 브랜드인듯 합니다. ㅎㅎㅎ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겠지만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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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love
2023.12.09 17:32
롤렉스의 인기는...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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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뎀아픽애
2023.12.10 13:24
음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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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짱
2023.12.12 10:06
대박탬이라서 비화가 많은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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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maku
2023.12.13 06:37
복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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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shin
2023.12.15 14:25
각인도 그렇고 디자인도 지금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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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헨니
2023.12.17 11:39
어려운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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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k9900000
2023.12.19 00:51
씁쓸하고 아쉬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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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2023.12.19 17:40
문제가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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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2023.12.19 18:45
소송까지 이어진건가요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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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와니
2023.12.20 18:36
이게 부자들의 취미생활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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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Label
2023.12.20 18:39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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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23.12.22 13:55
하입이 과하다보니 이런 일까지 벌어지네요.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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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갑부
2023.12.29 13:32
세상에 돈이 넘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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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ox1n
2024.01.16 16:15
출품시 경매대행사와 출품자 간 통상 수익 분배계약이 어떻게 돼는지, 금번 사건의 계약조건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낙찰예상가에 기반한 최저 보증액, 초과분에 대해 분배 비율이 금액 레인지 별로 소프트캡이 있었을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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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맨
2024.04.30 20:52
말론 브라도 진정한 남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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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푸들
2024.05.01 20:36
헤리티지만 보면 엄청난 시계인데... 관련이슈가 아쉽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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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