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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조회 13271·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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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상식을 깨트리는 시도로 시계업계의 앙팡테리블로 통하는 MB&F가 이번에도 독창적인 디자인과 컨셉의 시계를 발표했습니다. 


2005년 브랜드 설립 이래 MB&F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컬렉션인 오를로지컬 머신(Horological Machine, 이하 줄여서 HM) 시리즈를 통해 선보였으며, 

벌써 이번이 6번째 시계입니다. 그래서 넘버도 HM6이고요. 앞서 발표한 모델들이 HM3 프로그, HM4 썬더볼트 등 해당 시계의 개성을 드러내는 재미난 

별칭이 붙었던 것처럼, 이번 HM6에는 우주 해적을 뜻하는 '스페이스 파이러트(Space Pirate)'라는 이름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럼 왜 이러한 이름이 붙었고 이러한 특이한 디자인의 시계가 탄생하게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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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MB&F 관련 여러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브랜드는 설립자인 막시밀리앙 뷰세(Maximilian Busser)의

어린 시절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그대로 시계제조에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을 주요한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브랜드명부터 '막스 뷰세와 친구들'이라는 뜻을 담은 이니셜을 조합해 MB&F라고 지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뷰세는 자신의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여러 재능있는 친구들(유명 워치메이커들 및 엔지니어들)과 함께 공유하고 

그들 모두가 재미를 느끼는 프로젝트를 통해 비지니스를 하는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집단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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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6 스페이스 파이러트는 막스 뷰세가 어린 시절에 열광한 1970년 말의 일본 애니메이션 TV시리즈 '캡틴 퓨처(キャプテン フューチャー, Captain Future)' 속에 등장하는 

우주선인 코메트(Comet)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 되었다고 합니다. 길다란 튜브 모양의 선체 끝에 구형이 추가된 독특한 디자인이 뷰세 안에 잠든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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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6 스페이스 파이러트의 프로파일, 즉 케이스 측면부를 보면 양쪽으로 볼록한 돔형이 추가된 특유의 형태가 '캡틴 퓨처' 속 코메트 우주선과도 유사점이 없질 않습니다. 


여기에 MB&F가 종종 추구해온 생체형태주의 아트(Biomorphism Art)에서 영향을 받은 대범한 표현성이 가미돼 시계의 외형을 한껏 아방가르드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이 전위적인 형태의 케이스는 산도즈 재단 산하의 하이엔드 케이스 매뉴팩처인 레자티장 보와티에(Les Artisans Boitiers, LAB)에서 제조되었습니다. 

LAB은 우리에겐 파르미지아니의 부가티나 톤다의 케이스를 제조하는 곳으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요. MB&F와 LAB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레장티장 보와티에(LAB)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manual7님의 상세한 파르미지아니 매뉴팩처 탐방기(https://www.timeforum.co.kr/11289570)를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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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등급 티타늄 소재로 제작된 케이스는 가로 길이가 49.5mm이고 폭은 52.3mm이며, 두께는 다이얼 중앙 불룩 솟은 돔형 사파이어 글라스까지 포함해 20.4mm입니다. 


그럼 시간은 어떻게 읽냐구요? 위 첨부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하단 양쪽의 개구리눈 같은 반구형 인디케이터가 각각 시와 분을 가리킵니다. 

위 사진 속 시간을 읽으면, 8시 35분이 되는 것이지요. 시와 분을 표시하는 회전 디스크는 의도적으로 경량의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단(12시 방향)의 두 반구형 돔안에는 마치 비행기의 터빈처럼 무브먼트의 로터가 감길 때마다 반응하며 빙글빙글 돌게 제작돼 있습니다. 





사진 설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이쯤에서 관련 작동 영상도 함께 감상하시겠습니다. 

위의 영상을 꼭 한번 보셔야 시계의 메커니즘이 바로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럼 시계 정면 중앙의 돔은 무엇을 표시할까요? 네, 바로 플라잉 투르비용입니다. 

1분에 1회전 하는 보통의 원미닛 투르비용인데 시계 외형이나 설계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괜히 더 특별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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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와 주요 구동부만 사진으로 보시면 이렇습니다. 

그런데 투르비용 케이지를 감싸고 있는 또다른 덮개 모양 같은 게 또 보입니다. 


위 영상을 보셨다면 바로 이해하실테지만, 이는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방패(Retractable shield) 역할의 부품으로 

시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에 위치한 크라운을 돌려 조정하면 이 덮개가 올라오면서 투르비용 케이지를 블라인드처럼 가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같은 개폐식 덮개를 과연 왜 추가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제법 영리하게도 UV 즉, 자외선으로부터 이스케이프먼트 파츠 같은 

주요 부품들이 열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어찌보면 쓸 데 없이 공을 들인 부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바로 이러한 디테일이 여타의 컴플리케이션 시계들과 차별화되는 MB&F 다움을 보여주는 시도라고 하겠습니다. 


파텍 필립이 투르비용 케이지를 다이얼 사이드로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 이유가 미적인 요인도 물론 있지만(시계 본연의 클래식한 레이아웃을 헤치지 않기 위해서),

보다 근원적으로는, 자외선에 의한 부품의 열화 및 오일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도 알려져 있듯이 MB&F도 이를 독창적으로 변주해 반영한 점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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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75개 부품이 사용된 이 복잡한 메커니즘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는 오직 MB&F만을 위해 

다비드 칸도 오흘로제리 크레아티브(David Candaux Horlogerie Créative, DDHC)가 공동 개발 제작했습니다. 


다비드 칸도는 최근엔 바돌레(Badollet)라는 브랜드의 이브레세(Ivresse)라는 시계의 무브먼트 설계자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회사 설립 이전에는 예거 르쿨트르에 근무하며 히브리스 메카니카의 몇 가지 모델에 참여한 인물로도 업계에선 명성이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시간당 18,000회 진동(2.5Hz)하며, 7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흥미로운 점은, 로터 디자인인데요. 이전의 메가와인드나 프로그에서 볼 수 있던 날카로운 도끼날 모양의 플래티넘 로터가 이번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MB&F가 그간 작업해온 일관성을 이어가기 위함으로 보여집니다. 이전의 HM 시리즈에 도움을 많이 받은 장-마르크 비더레히트(아장호)나 

새로 손잡은 다비드 칸도나 결과적으로는 막스 뷰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무브먼트 설계 전반에 관여하고 있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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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HM6 스페이스 파이러트는 총 50개만 한정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보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www.mbandf.com/machines/horological-machines/hm6/


언젠가 국내 시계 커뮤니티에서도 MB&F나 여타 독립 시계제작자들의 시계 득템기가 올라올 날이 있을까요? ^^;;

사실 어떤 종류의 시계는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선사하지요. 

MB&F는 바로 그런 브랜드 중 하나임엔 틀림없습니다... 앞으로 또 어떠한 재미난 결실들이 소개될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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