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밀로부터 촉발된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 시계 열기가 어느덧 항공시계로 유명한 벨앤로스(Bell & Ross)로까지 번졌습니다.

최근 출시된 BR-X1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사파이어(BR-X1 Chronograph Tourbillon Sapphire)가 그것인데요. 사실 이 모델(프로토타입)도 앞서 바젤월드 현장에서 일부 프레스를 대상으로 아주 잠깐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만, 본사 담당자가 연말에나 출시될 예정이라며 강한 어조로 엠바고를 요청해 당시에는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BR-X1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사파이어는 2015년 BR 시리즈 런칭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BR-X1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와 투르비용을 결합한 BR-X1 라인 첫 하이 컴플리케이션 제품이었는데요. 로즈골드와 티타늄, 이후 출시된 단조 카본 버전(BR‑X1 RS16)에 이어 올해는 브랜드 최초로 투명 사파이어로 케이스를 제조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벨앤로스의 이같은 행보는 무브먼트 관련 부품들을 자유자재로 생산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브랜드 특성상 새로운 무브먼트 개발 보다는 외장 소재의 다변화를 통해 어떻게든 라인업의 확장을 보여주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무브먼트 설계 및 개발에 드는 어마어마한 제조 비용과 인재 충원의 애로사항 등을 고려할 때 벨앤로스로서는 당장 현실적이고 조금은 쉬운(?!)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 터입니다. 사파이어 케이스 제조 관련 자세한 내용까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인하우스 제조가 아닌 적당한 서플라이어(케이스 매뉴팩처)와 계약을 체결했을 확률이 큽니다. '강옥석'으로도 불리는 사파이어 블록에서 복잡한 형태의 시계 케이스를 가공해내기란 매우 까다로운 기술 노하우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측에 따르면, BR-X1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사파이어 케이스는 케이스 크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사파이어 블록(총 6개)을 정교하게 레이저 커팅한 후 스크류로 정밀하게 조립하여 제작했다고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