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rice Lacroix Masterpiece Squelette
무브먼트는 케이스와 다이얼에 가려 그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인간의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 어떤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감정에 동화된 인간는 가끔 기어와 스프링으로 구성된 이 차가운 '쇳덩어리'가 마치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식 시계에 매혹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인간은 무브먼트가 '시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엿보고 싶은 못된 버릇이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유아적 충동과 변태(?)같은 관음증과 지적 호기심이 버무러진 제어하기 힘든 본능입니다. 이런 욕망을 채워주기에 가장 적합한 시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스켈레톤 시계입니다.
스켈레톤 시계가 만들어지는 또다른 이유는 사용자의 욕망 뿐 아니라 제작자가 자신의 실력을 뽐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스켈레톤 시계의 역사가 시계의 역사와 같이 합니다. 대중적으로 각광받는 스타일은 아님에도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스켈레톤 시계를 생산합니다. 종류도 너무나 많습니다. 기본 모델을 조금 변형해 다이얼만 스켈레톤 형태로 만들어 무브먼트의 앞면을 볼 수 있도록 한 모델도 있고, 제니스나 프레데릭 콘스탄트처럼 다이얼의 일부분을 구멍내서 스켈레톤화 한 모델도 있습니다. 브레게가 마리 앙트와네트에게 만들어 주었다는 전설의 컴플리케이션 시계 역시 스켈레톤 시계이며, 최근의 투르비용 시계들 역시 일종의 스켈레톤 시계입니다.
그 중 유니크한 스타일과 더불어 무브먼트가 만들어내는 시간을 엿보고 싶다는 근원적 욕망을 충족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스켈레톤 시계 한 점을 골랐습니다. 오늘 리뷰할 모리스 라크로와 마스터피스 스켈레테(Maurice Lacroix Masterpiece Squelette) 입니다.
모리스 라크로와 마스터피스 스켈레테는 출시된 지 꽤 되는 모델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2007년 출시된 것으로 알고 있느니 6년 된 모델입니다. 조금 철지난 느낌도 나고 실제로 접해본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타임포럼 리뷰에서 한번 다뤄본다는 의미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2000년대 가장 급성장한 시계 브랜드를 꼽으라면 역시 모리스 라크로와를 빼놓고 이야기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1975년에 본격적인 시계 제조를 시작했으니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모리스 라크로와는 기계식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 호감도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모리스 라크로와가 이런 호평을 받게 된 계기는 역시 1994년 처음 출시한 마스터피스 컬렉션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사실 모리스 라크로와는 최상급의 마스터피스 컬렉션 아래로 폰투스, 레 클래시크 라인의 좀 더 저렴한 기계식 시계 라인이 있지만 연간 상당히 많은 쿼츠 시계를 생산, 판매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초창기 모리스 라크로와의 마스터피스 컬렉션(처음에는 "Les Mécaniques" 라인으로 불리다 후에 "마스터피스" 로 개명)은 유니타스나 ETA 같은 범용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기계식 시계의 재창조 작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6년 그들의 첫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 ML 106을 선보인 이후 최근 경향은 '복고', '클래식' 에서 심플하면서 세련미 넘치는 '모던' 쪽으로 급선회하며 느낌 충만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 Masterpiece Calendrier Retrograde 모델로 본 모리스 라크로와 스타일의 변화 >
<모리스 라크로와 스켈레톤 모델의 변화 >
시기적으로 볼 때 모리스 라크로와의 디자인 변화는 신형 스켈레톤 모델의 출시와 같이 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기존의 스켈레톤 시계는 전통적인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스켈레톤 모델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시계로 바뀌었습니다. 무브먼트 역시 기존의 ML 16 무브먼트에서 ML 134 무브먼트로 바뀌었는데 둘 다 유니타스 6497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리스 라크로와는 유니타스 6497/8 무브먼트를 수정해 사용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계에 장착된 ML 134 무브먼트(17 jewels, 18,000vph)는 모리스 라크로와 마스터피스 스켈레테를 위한 전용 무브먼트입니다. 기본 구조는 유니타스 6497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어의 윤열과 운행을 좀 더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플레이트를 완전히 브릿지 형태로 변형해 놓았으며 수정 작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로 재탄생 시켜 놓았습니다. 앞 뒤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를 통해 보이는 브릿지는 마치 현대 건축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리 빌딩 속의 강철 프레임 같은 인상을 줍니다. 탄탈리움 색상의 PVD 코팅 작업을 거친 브릿지는 특유의 어두운 색상으로 배럴, 기어, 밸런스 휠 등의 시계 구조와 작동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조연 역할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시계의 페이스를 현대적이며 도시적이며 남성적인 강인함을 표현하기에 이 시계를 타 스켈레톤 시계와 크게 차별화시키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혹 유티타스 6497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시계 마니아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니타스 6497 무브먼트 특유의 시원스럽고 큼지막한 기어와 밸런스휠, 홀스톤 등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오랜 기간 검증되어 온 구동 체계이기 때문에 신형 무브먼트에서 있을 결함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정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모리스 라크로와에서는 정확히 '인하우스 무브먼트 ML 134' 로 표기하고 있는데 만약 이 무브먼트를 범용 무브먼트를 수정한 무브먼트기 때문에 완전한 자사 무브먼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지나치게 가혹한 잣대가 아닌가 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케이스는 크기가 43mm, 두께가 13.5mm 입니다. 유니타스 6497 무브먼트라는 큰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43mm의 케이스가 꽉 찬 느낌이 듭니다. 모리스 라크로와는 1989 년에 케이스 메이커 Queloz SA를 인수해 산하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시계 케이스 자체를 생산하는 능력은 다른 럭셔리 시계 업체에 비교해 절대 뒤떨어 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심플한 고정 베젤과 러그로 이어지는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며 모리스 라크로와 로고가 각인된 크라운은 소용돌이 스크류로 기존의 우아한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안면 무반사 코팅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방수 성능은 50m 입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 재질의 씨스루백 케이스는 앞면과 마찬가지로 시원스런 느낌을 줍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 안쪽으로 반투명 블랙 필름이 붙어 있습니다. 필름은 밸런스휠을 포함한 4개의 투명한 원 모양을 만들어 놓았는데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3/4플래이트 구조의 트랜드를 반영하면서 투명한 부분과 반투명한 부분의 대비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기교는 상당히 세련되고 시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입니다. 만약 완전히 투명한 씨스루백이었다면 덜 매력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면에서 보면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 아래로 무브먼트가 보여 마치 다이얼이 없는 듯 보입니다만 분명히 다이얼은 있습니다. 투명한 다이얼은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이얼 가장자리로 반투명 블랙 필름을 이용해 분단위 눈금을 만들어 좀 더 시계를 보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9시 방향의 서브다이얼 역시 이런 반투명 블랙 필름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다이얼 위로 고딕 타입의 바 인덱스는 블랙 색상으로 역시 블랙의 시침, 분침과 매치되며 스켈레톤 시계의 약점인 시인성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습니다. 물론 2008년에 출시된 로즈골드 모델은 인덱스와 핸즈가 골드 소재여서 좀 더 좋은 시인서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시침 분침에는 루미노르 야광 도료가 야간에 좀 더 시간 확인을 쉽게 하도록 배려해 놓았습니다. 5시 방향의 배럴은 스프링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없더라도 파워의 잔량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중심의 기어와 핸즈 사이로 다이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끝부분이 약간 꺽인 분침과 볼륨 있는 인덱스도 인상적입니다.
스트랩은 앨리게이터 소재의 블랙 가죽 스트랩입니다. 사이즈는 21/18mm 입니다. 그리고 단방향 디플로이언트 버클이 기본 제공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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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스켈레톤 시계가 대중적으로 크게 수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스켈레톤 시계는 모든 부분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제조공정이 까다롭고, 가격이 높아집니다. 뼈대처럼 느껴지는 구조는 그로테스크한 인상으로 왠지 부담스럽습니다. 시인성이 떨어지는 것은 태생적 한계입니다. 그래도 시계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보고싶다는 욕구를 버리기 힘들다면 모리스 라크로와 마스터피스 스켈레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더 보탠다면 이 시계는 메인 워치 보다는 세컨드 워치로 권하고 싶습니다. 바쁜 일상 생활에서 매일 착용하는 시계가 아니라 집에서 또는 여가 시간에 관상용으로 즐기기에 잘 어울리겠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수동 시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태엽을 감을 때의 희열과 스켈레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브먼트의 운행이 주는 감동에 혼자 미소짓는... 그런 시계로 말입니다.
가격은 90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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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라크로와 시계도 가성비는 갑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