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o Baroncelli Jubilee 리뷰
시계라는 만찬의 맛깔난 에피타이저
Mido Baroncelli COSC-certified Chronometer Jubilee watch
지난해 한국 공식 런칭을 위해 방한한 MIDO의 CEO 프란츠 린더(Franz Hugo Linder)가 한국시장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모델로 '바론첼리'를 언급했습니다. 한 회사의 수장이 자신의 제품 중 특정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입니다. 아마 인터뷰 중 은연 중에 본심이 드러나 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바론첼리는 미도의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한국의 공식 런칭 전 테스트 마켓에서도 바론첼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미도는 자신들의 제품을 결코 최고의 시계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입문용 기계식 시계'라는 표현을 씁니다. 엔트리급 제품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명품처럼 포장해서 마케팅하는 한국 시장 상황을 볼때 미도의 이런 태도는 정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프린츠 린더는 미도가 입문용 시계로서 기계식 시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에피타이저'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이야기합니다. 맛있는 에피타이저는 식사를 더욱 즐겁게 만들 테니까요...
미도의 여섯 제품 라인(BARONCELLI, MULTIFORT, BELLUNA, ALL DIAL, OCEAN STAR, COMMANDER) 은 컨셉이나 디자인 차이에서 구분된 것으로 그 중 바론첼리는 가장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진 시계 그룹에 속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 처럼 시계의 디자인에 특별히 새로움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클래식한 디자인의 시계는 디자인에서의 차별성보다 가격 대비 좀 더 우월한 스펙과 마무리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 시계를 처음 구매하는 입문자 입장에서는 구매 후 후회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바첼로티 라인에도 여러 다양한 모델들이 있지만 오늘 리뷰할 시계는 미도 바론첼리 크로노미터 주빌레 M8690.3.13.8 모델입니다. 아마 시계라는 에피타이저 중 가장 맛깔난 품목이 아닐까 합니다.
기본적인 스테인레스 스틸 모델도 있습니다. 두 모델을 나란히 놓고 보니 골드와 실버, 블랙과 화이트가 많이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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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보는 것 처럼 PVD Rose Gold 코팅 처리를 한 금빛 케이스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흔히 PVD 하면 시커먼 케이스를 연상하기 쉽습니다만 이렇게 로즈골드빛 코팅도 가능합니다. 미도 같은 중저가 시계 브랜드에서 케이스 자체를 골드 재질로 만들기에는 가격상승의 부담을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대리만족형 제품들을 출시하곤 합니다.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골드 케이스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SS 모델과 같은 무브먼트를 쓰면서 가격이 비싸고 되팔 때 리세일가의 하락폭이 SS 모델에 비해 더 큽니다. 누런 황금빛이 '노티 난다'고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접할 수록 은근히 매력있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금빛 케이스의 시계입니다. 황금에 대한 인류의 본능이 제 DNA 속에 잠재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금이 좋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차려 입은 드레스셔츠 위로 살짝 보이는 황금빛 시계를 볼 때면 나도 한번 갖고 싶다는 유혹이 생기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금테 안경이나 금반지를 착용한 남자라면 시계를 같은 색상으로 매치시켜 주는 것이 더 센스있는 행위일 것입니다.
42mm 크기에 10mm 정도의 얇은 두께감은 드레스셔츠 속에서 편안게 착용할 수 있는 사이즈이며 얇은 베젤은 다이얼을 더 크게 보이게 합니다.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크라운은 역시 드레스워치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방수 성능은 50m 생활방수입니다. 특이한 것은 크라운 속에 미도 특유의 코르크 방수 시스템이 있다는 것입니다. 방수성능은 다이버 시계급은 아니더라도 좀 더 효율적인 생활 방수 성능을 가져 손을 자주 씼는 의사 등의 직업군에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아래면에서 원형을 그리며 올라간 케이스와 자연스럽게 하나처럼 보이는 베젤. 둥글둥글하게 살포시 바닥에 내려앉은 러그 등 부드러운 곡면 라인으로 전체 케이스를 구성한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양면 무반사 코팅 처리가 된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는 입문용 시계급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 옵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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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
부드러운 케이스 라인과 대비되어 다이얼의 인상은 직선 위주의 정렬된 모습입니다. 날카로운 Dauphine Hands 에 각진 고딕체의 인덱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형 모델과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구형 모델도 신형 모델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모자람이 없는 매력적인 다이얼을 갖고 있습니다. 느낌의 차이를 구분하자면 구형이 엘레강스하며 신형은 시크해졌다고 표현하겠습니다.
미도 뿐 아니라 모든 시계제조업자들은 기존 인기모델에 페이스리프트를 하거나 신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너무 큰 것 처럼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바뀌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 신형 모델이 구형보다 디자인적으로 우월하다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럼 점에서 롤렉스는 참 뚝심있는 회사입니다.
금통 케이스의 드레스워치는 화이트 다이얼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구형처럼) 이 모델은 블랙 다이얼입니다. 케이스의 색상과 같은 로즈골드 색상의 인덱스와 핸즈는 블랙의 다이얼과 대비되어 차갑고 날카롭고 도도한 이미지를 주며, 원형으로 브러쉬 처리된 블랙 다이얼은 빛의 방향에 따라 반사광이 아우라같은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드레스워치로는 최상의 시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악마같은 매서운 카리스마를 느끼게 합니다.
볼륨감 넘치는 아라비아 인덱스에 Dauphine 타입의 시침과 분침은 좌우로 비스듬이 각져 날카롭게 전방을 향합니다. 날을 잘 세운 칼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시계에 가장 널리 애용되어 온 시계바늘 형태 중 하나입니다.
로고를 비롯한 화이트 색상으로 프린팅된 인덱스들은 블랙과 골드 사이에서 단조로움을 극복해 냈습니다. 다만 고딕체의 미도 로고는 아쉽습니다. 만약 저 다이얼 위에 우아한 필기체의 옛 로고가 들어갔다면 더 잘 어울렸을 듯 합니다. 아무튼 다이얼 을 비롯한 케이스백 등의 모든 글자가 고딕체가 되버렸습니다.
날짜창은 블랙 디스크에 화이트 인덱스였다면 더 좋았겠습니다. 위의 SS 케이스에 화이트 다이얼 모델을 보면 날짜창이 화이트 디스크에 블랙 인덱스입니다. 두 모델이 같은 무브먼트를 써서 그런 모양인데 블랙 다이얼 쪽이 좀 손해보는 느낌입니다. 4시30분 방향에 위치한 것은 불만스럽습니다. 넓은 3시 부근의 공간을 놔두고 복잡하게 인덱스가 몰려 있는 곳에 날짜창까지 위치해 버렸습니다. 또한 이 위치는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들에게는 편한 시인성을 제공하겠습니다만 저처럼 왼손잡이로 시계를 오른손에 차는 사람은 불편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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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ement
미도 시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씨스루백을 통해 보이는 무브먼트는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제품에 비해 확실히 더 좋은 무브먼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C.O.S.C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무브먼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미도의 경우 크로노미터 인증된 무브먼트나 그에 준하는 무브먼트를 많은 모델에서 채용하고 있습니다.
5자세에서 조정된 무브먼트이며 40시간 파워리저브를 갖습니다. 블루 스크류 사용과 로터의 제네바 스트라이프 및 미로 로고 인그레이빙 정도의 코스메틱을 했습니다. 구석까지 정교한 마무리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바램으로 보입니다.
Automatic ETA 2836-2 certified COSC Chronometer, 11½’’’, Ø25.60 mm, height: 5.05 mm, 25 jewels, 28,800 A/H, INCABLOC and NIVACOURBE shock-absorber, NIVAFLEX NM mainspring, ANACHRON balance spring, GLUCYDUR balance wheel.
크로노미터 인증은 하루에 -4~+6초의 오차 내에 들어오는 무브먼트를 말합니다.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의 정확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며 시계를 구입할 때 인증서를 첨부해 줍니다.
사실 크로노미터 인증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엄청난 고가의 시계가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무브먼트가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제 경우에 시계를 10년 이상 접해보니 이제는 기계식 시계의 오차에 대해서 무감각해져 있습니다. 하루에 1초가 차이가 나든 10초가 차이가 나든 저는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시계를 구입할 당시에는 시간 오차를 체크하곤 했습니다. 쿼츠에서 기계식 시계로 넘어오면 가격이 10배 이상 비싼 시계를 사게 되는데, 당연히 엄청난 기대치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실망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오차에 관련된 부분인데, 그나마 크로노미터 인증이라는 타이틀이 기계식 시계를 입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꽤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한가지 궁금증은 다이얼에 날짜창 밖에 없는데 왜 2824 무브먼트를 쓰지 않고 2836(날짜,요일창이 있는) 무브먼트를 썼냐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다른 브랜드에도 종종 있는 일이며, 시계를 사용하는데 특별한 문제나 불편함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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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p
스트랩은 악어무늬 소가죽 스트랩에 로즈 골드빛 폴딩 버클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스트랩의 색상을 보면 블랙으로도 보이면서 아주 진한 다크브라운 색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화이트 색상의 다이얼 인덱스와 연결감을 주기 위해서 인지 스트랩에 화이트 스티치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냥 블랙 스티치여도 좋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재질로 보이지 않는 스티치가 흰색이어서 더 눈에 띕니다.
제 경험으로는 100만원대의 시계를 살 때가 1,000만원 짜리 시계를 살 때보다 더 까다로웠습니다. 왜냐하면 기계식 시계를 처음 접할 때는 시계에 대한 기대치가 아주 높았기 때문입니다. 미도는 이런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듯 합니다. 크로노키터 인증된 무브먼트에 양면무반사 사파이어크리스탈, 방수코르크시스템, 충격방지시스템... 겉으로 드러나는 우월한 스펙이 경쟁 모델보다 더 입맛을 당기기 때문입니다. 그 중 바론첼리 라인은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입문자의 리스트에 올라갈 확률은 꽤 높아 보입니다.
하여간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기계식 시계의 바다에 첫발을 담그는 사람들에게 '미도'라는 또하나의 선택권이 주어진 것에 대해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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