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5월) 초 국내에 공식 런칭한 스위스 신생 시계 브랜드 디트리치(Dietrich)의 OT-2 모델을 

수입사 두오모인터내셔널의 협조로 약 일주일간에 걸쳐 마음껏 착용해 보았습니다. 

2014년 혜성처럼 등장한 루키 브랜드의 따끈따끈한 신제품이기에 기존의 다소 격식을 차린 리뷰 포맷보다는 

시계 전체의 '필'을 느낄 수 있는 조금은 가벼운 느낌의 착용기 위주로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국내 런칭 소식과 함께 디트리치 시계에 마침 관심을 갖게 된 회원님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서 런칭 관련 뉴스(https://www.timeforum.co.kr/NEWSNINFORMATION/12624259)에서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디트리치는 설립자 엠마누엘 디트리치(Emmanuel Dietrich, 위 사진 속 인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의 간략한 이력은 이렇습니다. 

엠마누엘 디트리치는 1969년 프랑스 브장송(Besançon)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예술가나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파리의 유명 디자인학교인 에꼴 불르(Ecole Boulle)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에르메스, 루이비통, 캘빈 클라인 등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디자인과 패션을 좋아하는 만큼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시계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요. 

에르메스에서 시계를 디자인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위 사진 보시다시피 디트리치는 현재 단 4개의 모델만 선보이고 있습니다. 

신생 브랜드인만큼 아직까지는 단출한 라인업인데요. 4가지 모델 전부 오가닉 타임(Organic Time, 줄여서 OT)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가닉 타임은 그 이름처럼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입니다. OT 시리즈의 다이얼을 보시면 이러한 인상을 바로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다이얼 중앙을 가로지는 엑스(X)자형 디테일을 비롯해 그 위에 포개어진 스켈레톤 처리된 독창적인 핸즈와 하단에 위치한 육각별 모양의 초침, 

9시 방향에 위치한 스켈레톤 처리 24시간 표시 카운터에 이르기까지 마치 숲속에서 만난 나뭇가지나 잎사귀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디트리치의 첫번째 시계인 OT-1의 홍보용 필름을 보시면 스위스 추크(Zug) 호수가 초반에 등장하는데요. 

추크호는 디트리치의 본사와 시계 공방이 위치한 휘넨베르크(Hünenberg)와도 인접한 규모가 큰 호수입니다. 

영상 중간에 추크호 강바닥에서 마치 OT-1 시계가 떠오르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OT 시리즈의 디자인 영감을 

설립자이자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엠마누엘 디트리치 씨가 바로 이 추크호를 거닐면서 얻었음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오가닉 타임의 메인 컨셉은 이렇듯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입니다. 

디트리치처럼 시계 제조 역사가 없는 신생브랜드로서는 사실 가장 전면적으로 강조해야할 부분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설립자 및 기술 파트너가 오랜 전통의 매뉴팩처서 잔뼈가 굵은 시계제작자이거나 아니면 자기 이름을 내걸고 이미 업계서 인정 받고 있는 독립 시계제작자가 아닌 이상,

시계 외적으로 드러나는 디자인적인 차별성과 독창성, 그리고 퀄리티와 가격대의 적절한 밸런스 이 정도 조건이 신생브랜드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메인 요소가 됩니다.  

디트리치는 이런 점에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특유의 독창적인 컨셉과 강렬한 디자인으로 

새로운 시계 디자인에 목말라하는 일부 매니아층과 이들을 둘러싼 니치 마켓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전면으로 강조한 시계들은 아시다시피 디자인 자체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에 따라 '모 아니면 도'의 반응을 얻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디트리치 시계는 애당초 모두를 위해 탄생한 시계가 아닙니다. 누구나 클래식 디자인만 고수한다면 그보다 더 재미없는 사회가 또 있을까요?! 

디트리치 같은 신생 마이크로브랜드 시계가 국내에 재빨리 소개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또한 요즘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의 다양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시아권에서도 유난히 취향이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우리나라이지만 이제 예전처럼 획일화된 브랜드와 시계만을 찾는 풍조에서는 벗어났습니다. 

타임포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및 매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입니다. 

여러 취향을 가진 분들을 모두 존중하고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욱 다양한 시계들을 소개해드리는 이유도 이렇습니다.   

  

디트리치 시계를 '좋아하거나 혹은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소급되는 차원입니다. 

디트리치 시계를 접한 저의 첫인상은 마치 해외 여행을 나갔다가 우연히 맛본 낯선 라벨의 맥주가 맛있게 느껴지고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것과 흡사하게  

그 특유의 낯섦과 전형적이지 않은 외형 때문에 간만에 아주 색다르고 신선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이 시계는 아무리 다양한 종류의 컬렉션을 갖추고 있는 시계 컬렉터라 할지라도 

그가 보유한 어떠한 시계와도 다른 종류의 시계처럼 느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디트리치 OT-2 시계를 여러 각도에서 찍어 봤습니다. 

멀티 레이어(4겹)로 이뤄진 다이얼은 그 자체로 시계의 인상을 결정짓는 부분이기에 자꾸 들여다 보게 만드는데요. 

일본 시티즌 산하 미요타(Miyota)의 82S7 자동 칼리버를 사용하는 시계들, 

가령 세븐프라이데이(Seven Friday)의 P시리즈나 안콘(Ancon)의 X-35 시리즈와 함께 

디트리치의 OT 시리즈를 함께 놓고 비교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에보슈 베이스를 사용하지만, 흥미롭게도 세 브랜드 제품이 이미지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특색있습니다. 

디트리치 OT-2 시계는 케이스와 러그가 일체형입니다. 

스프링바를 가죽 스트랩 끝에 끼워 장착하는 일반 시계들과 달리 OT 시리즈는 케이스 밑으로 스트랩을 관통시켜 착용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나일론 소재의 나토(Nato)나 줄루(Zulu), 너무 두껍지 않은 가죽 나토 스트랩을 쉽게 교체해 가며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케이스 러그 구조를 보다 자세히 볼 수 있는 공식 이미지 추가하면 이렇습니다. 

 

케이스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이제 감히 확 오시죠?! 

다이얼 디자인 만큼이나 케이스 형태 자체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저는 오히려 이점 때문에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자체적인 매뉴팩처 시설을 갖추지 못한 신생 브랜드들이 가장 크게 고심하는 부분이 바로 케이스 제조사를 컨택하는 일입니다.  

스위스 내 제조사들은 대체로 단가가 높고 대안이 되는 독일 역시 가격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마진을 위해서는 중국업체들과 손잡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이나 홍콩 어느 어느 제조사에서 만든 케이스가 중저가 브랜드 시계들 사이에서 너무나 흔해진 게 사실입니다. 

케이스 제조사를 따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디트리치는 적어도 최근 범람하는 흔하디 흔한 케이스 종류를 탈피했다는 점만으로도 환영할 만합니다.  

자체적으로 케이스를 매뉴팩처링을 했든 안 했든 간에 이러한 독창적인 케이스를 제조하려면 부득이 제조 단가가 훨씬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제품 가격에도 반영이 되는 것이지만, 어차피 1백만원 중후반대의 카테고리에서 시계의 무브먼트가 어떻고 가치가 어쩌고 따지는게 별 의미가 없듯이

도토리 키재기 형국의 고만고만한 가격대와 기능의 시계들 중에서 고른다면 이왕이면 독창적인 케이스와 디자인을 선택하는 쪽이 낳지 않겠는가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OT-2의 케이스는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바탕으로 모래 분사 처리한 후 블랙 PVD 코팅으로 마감했습니다. 

시계를 처음 만졌을 때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전체적인 가공 상태였습니다. 

케이스의 각 면을 둥글둥글하게 다듬었는데, 보통 중저가 브랜드들의 케이스가 모서리가 날카롭다, 손끝에 닿는 느낌이 거칠다, 브러시드 처리가 싼티 난다, 

뭐 이러한 지적들을 곧잘 듣게 마련인 것을 감안할 때, 디트리치 OT-2는 모서리 각을 거의 없애고 블랙 피막을 입힘으로써 가공처리의 불만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ㅋ 

그리고 실제로 요리조리 시계를 만져본 결과 케이스 피니싱에 제법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매트하게 마감된 블랙 PVD 상태도 매끄럽고, 표면을 날카로운 물체로 긁어보진 않았지만 꽤 견고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상적인 스크래치는 크게 염려하지 않고 착용하기 좋은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전체 블랙 코팅 처리함으로써 일반적인 스틸 케이스에 비해 시계가 더욱 개성적이고 남성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디자인적으로도 독창적이지만 블랙 코팅 마감을 더해 더욱 존재감을 높이는 데 성공한 셈이죠. 다만 블랙 PVD 처리 역시 호불호가 갈릴 부분입니다. 

케이스 못지 않게 다이얼 퀄리티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케이스 컬러와 통일감을 주기 위해 다이얼 X자형 디테일도 매트하게 블랙 PVD 코팅 처리했으며, 

챕터링과 플랜지도 블랙 바탕 처리하고 핸즈와 24시간 디스크 바탕에만 레드 포인트를 더해 컬러의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 제가 직접 촬영한 작동 영상도 함께 보시지요. 

여기에 또 초침만 골드톤으로 처리해 시계가 현재 가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표현합니다. 

블랙 컬러를 다이얼까지 대폭 사용하다보니 시인성은 좀 떨어질 수 있는데, 

흥미롭게도 플랜지의 화이트 눈금 외에 전면 사파이어 크리스탈 안쪽에 레드 도트(Dot)를 추가해서 5분 단위 시간을 확인하는 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위로 살짝 박스 형태로 솟은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따로 반사 방지 코팅 처리를 하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조도가 높은 실내에서는 사진이 비교적 잘 나오는 반면, 조금만 어두운 장소나 실외서 활동하다 힐끔힐끔 다이얼을 볼 때 다이얼이 좀 뿌옇게 보이는 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면 글라스 소재를 스크래치에 강한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한 점과 

사파이어 크리스탈 형태 또한 독특한 케이스 및 다이얼 형태에 맞춰 아예 새롭게 커스텀 제작한 점은 언급할 만한 부분입니다. 

디트리치 OT-2 시계를 일주일간 일상에서 매일 착용하는 동안 주변에서 "그 시계는 또 얼마냐?"라는 질문을 지인들로부터 곧잘 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제가 리테일가를 얘기하면 "그 시계 보기 보다 가격 나쁘지 않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왜 이런 반응들이 가능하게 됐는지 곰곰이 시계를 들여다 보며 생각해 보니, 

보통 해당 시계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사람들은 보여지는 이미지와 만졌을 때의 터치감(느껴지는 피니싱 상태), 

그리고 사용된 소재의 활용도(제조 단가가 높아지는 유니크한 케이스 형태와 커스텀 메이드 사파이어 글라스 같은)를 

한꺼번에 퉁쳐서 그 시계가 좋다 나쁘다, 혹은 그 시계가 비싸 보인다 아니다를 판단하게 마련인데,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디트리치 시계는 적어도 저렴해보이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디트리치 OT 시리즈는 OEM이 크게 두 종류의 스트랩이 호환되는데, 

레이싱 컨셉을 살려 펀칭 디테일을 덧댄 가죽 스트랩도 좋았지만, 저는 두툼한 블랙 헤비 나일론 스트랩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왠지 칼로 긁어도 올 하나 터질 것 같지 않은 짱짱한 느낌이 좋았고요. 방수 스트랩이기 때문에 요즘 같이 날씨가 더운 계절에 더 적합합니다.  

단 시계 기본 방수는 50m 입니다. 푸시인 크라운이 아닌 스크류다운 크라운에 방수 사양을 100m 이상으로 높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일상에서 차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버클 역시 블랙 PVD 코팅 처리한 스틸 소재이고, 일반적인 버클보다 폭이 넓은 스포츠 스타일 버클입니다. 

얼마 전 미 텍사스 주 휴스턴에 위치한 나사(NASA)의 존슨 스페이스 센터를 다녀온 수동칠님께서 선물해 주신 항공점퍼용 패치와도 나란히 찍어 봤습니다. ㅋ 

친한 동생이 선물해준 바트 심슨 레고 팔찌랑도 매칭해 봤어요. 

이 사진 중 하나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더니 반응이 제법 뜨거웠네요...ㅋㅋ

케이스 가로 직경 46mm 세로 폭 48mm 정도인데 보시다시피 따로 러그가 없기 때문에 의외로 손목에 얹었을 때는 스펙 보다는 그렇게 커보이지 않았습니다. 

디트리치 OT-2를 잠시나마 경험하는 동안 솔직히 나중에는 반납하기가 싫어지더군요. 

처음 시계를 접했을 때는 뭐 이렇게 특이하게 생긴 시계가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선입견을 버리고 착용하면 할수록 독특한 매력에 빠져드는 기분이었습니다. 

디트리치 시계는 기계식 시계 입문자들에게 권할 수 있는 시계라기 보다는, 이미 여러 종류의 시계를 경험했거나 소장하고 있는 분들이나 

컬렉터 성향을 가진 분들께 더 매력적인 시계입니다. 특히 파네라이나 벨앤로스 같은 일부 매니아층이 두터운 브랜드의 시계를 평소 즐기시고 

남들과 다른 유니크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디트리치 OT 시리즈는 편하게 즐기기 좋은 세컨 워치로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디트리치 시계는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웨스트 4층(남성복 우영미 매장 옆)에 세븐프라이데이와 함께 입점돼 있으며, 

수입 의류 편집샵 쿤(Koon)과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위치한 남성 편집샵 다비드 컬렉션(David collection)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그밖의 제품 관련 자세한 정보는 디트리치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www.dietrich.luxury/

- 전 세계 디트리치 유저들이 공유한 다양한 사진들이 궁금하시다면 공식 인스타그램 참조: https://instagram.com/dietrich_wa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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