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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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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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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시움(실리콘)이라는 단어를 시계업계에서 쓰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초반입니다. 당시 기술적으로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율리스 나르당이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스와치 그룹, 파텍필립, 롤렉스가 공동연구를 의뢰해 본격적으로 상용화를 진행했습니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술(DRIE)을 응용해 시계의 핵심부품인 헤어스프링, 이스케이프먼트 등의 부품을 실리시움으로 만든 것으로 전통적인 금속 소재에 비해 가공정밀도가 높은 부품을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비금속 소재이기 때문에 내자성능, 경량, 주유의 최소화로 인한 이점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실리시움 기술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오실레이터) 구조를 실리시움으로 대체하는 접근에서 아예 새로운 형태의 이스케이프먼트를 만드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이에 해당하는 예가 파르미지아니의 센피네(Senfine) 컨셉트로 이 모델을 통해 구현화를 시작했고, 제니스가 데피 시리즈로 상용화 한 바 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자사의 대표모델인 매뉴팩처 하트비트 실리시움으로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실리시움으로 대체해 내놓은 바 있습니다. 2021년에 선보인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방식의 실리시움 이스케이프먼트를 제시했습니다.

 

 

케이스 

리뷰의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의 케이스 소재는 스테인리스 스틸, 지름은 40mm입니다. 슬림라인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케이스가 있습니다. 하나는 스텝 베젤이라고 부르는 단차를 둔 형태와 다른 하나는 볼륨감을 드러내며 매끄러운 형태의 베젤을 지닌 것으로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케이스 두께가 11mm 초반 대이므로 같은 케이스 형태라고 하더라도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의 케이스가 곡선이나 볼륨감이 더 도드라집니다. 케이스를 측면에서 보면 베젤, 케이스, 케이스 백으로 구분 지을 수 있으며, 러그는 정면에서 봤을 때 약간 짧게 보이는데 측면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짧은 러그를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케이스 지름 40mm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드레스 워치의 사이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러그를 짧게 가져감으로 지름의 부담을 줄였습니다. 케이스 오른쪽에는 특유의 양파모양 크라운을 달았으며, 홈을 샤프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힘을 줘서 돌리면 손가락에 자국이 남기도 합니다. 케이스 표면은 전면을 유광 가공 해 곡선적인 케이스의 볼륨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방수는 30m로 평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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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리뷰 모델은 네이비 다이얼에 화이트 로만 인덱스 구성입니다. 기본 컬러인 실버 다이얼에 블랙 인덱스도 있습니다. 네이비 다이얼은 실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캐쥬얼한 느낌을 줍니다. 다이얼 중앙부에 클로 드 파리 기요세 패턴과 큼지막한 로만 인덱스를 사용했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캐쥬얼 에 가까운 이유는 컬러 때문입니다. 브레게 핸즈를 차용한 시, 분침을 비롯 초침과 포인터 데이트의 포인터, 인덱스는 네이비 다이얼을 배경으로도 잘 보이는 화이트입니다. 다이얼 컬러와 더불어 캐쥬얼한 룩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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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따라 블루에서 블랙에 가까운 색상으로 변하는 다이얼은 기능적으로 위, 아래로 나뉩니다. 12시 방향에는 클래식한 포인터 데이트로 날짜 표시, 6시 방향은 시계 기능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스케이프먼트가 위치합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를 있게 해준 하트비트의 디테일의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 모델에서는 이스케이프먼트라고 하기보다 오실레이터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외관에서 이질적으로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형태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소재의 질감이 잘 특정되지 않습니다. 육안으로 보면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실제로는 매우 빠르게 진동하고 있어 눈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일반적인 밸런스 휠의 진동각에 비하면 극단적으로 좁은 6도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무브먼트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FC-810을 탑재합니다. 시스루 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보면 골드 컬러의 로터와 원형 코드 드 제네브로 장식한 상단(와인딩) 브릿지, 페를라주로 마무리한 하단 브릿지와 블루 스크류로 장식한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주력 자동 무브먼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6시 방향에 위치할 밸런스 휠은 보이지 않고 상단 브릿지에 덮여 있습니다. 다이얼에서 확인했던 실시리움 오실레이터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밸런스를 다이얼 면으로 이동시킨 무브먼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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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FC-810의 핵심은 다이얼에서 앞서 언급했던 실리시움 오실레이터입니다. 해당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초록빛을 띠며, 원형의 판을 정교하게 가공해 몇 개의 와이어가 전통적인 헤어스프링의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12시 방향에는 이스케이프 휠 역할의 부품이 있고 무려 288,000vph(40Hz)로 진동하며 시간을 새겨갑니다. 흔히 무브먼트 스펙에서 볼 수 있는 진동수 28,800vph의 10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이론적으로 진동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정확한 시간을 표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계식 시계가 몇 개의 진동수만 택하는 이유는 무작정 진동수를 올릴 수 없어서 입니다. 진동수가 올라가면서 수반하는 부품의 빠른 마모, 오일의 열화, 파워리저브라는 복합적이며 복잡한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에 가장 합리적인 진동수를 택해 왔습니다.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는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가 아닌 실시시움 소재로 만든 새로운 구조의 오실레이터를 통해 기계식 시계의 한계를 넘고자 했습니다. 기계식 시계가 작동할 때 귀를 가까이대면 이스케이프 휠과 팔렛 포크가 닿으면서 ‘틱톡틱톡’하는 소리를 내지만, 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에서는 ‘찌이이잉’하고 아주 작은 고주파음과 유사한 소리를 내는데 초고진동으로 진동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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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6시 방향의 오실레이터 덕분에 조작감이 어딘가 다를 거라는 선입견이 들지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실레이터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기어트레인에는 변화가 없는데요. 크라운 포지션 변경 시 자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특유의 조각감을 제외하면 와인딩, 시간 변경은 부드러운 반응을 보여줍니다. 크라운을 조작하지 않은 상태인 크라운 포지션 0에서 수동으로 와인딩 할 수 있습니다. 한 칸 당긴 포지션 1에서 12시 방향의 포인터 데이터를 조작해 날짜를 바꿀 수 있고, 한 칸 더 당겨 시간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파워리저브는 80시간이며 이는 실리시움 오실레이터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인 파워트레인 구조를 공유하는 칼리버 FC-700 시리즈와 비교해 파워리저브는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하였고, 다른 브랜드에서 실리시움 부품으로 교체하며 파워리저브가 증가한 예를 볼 때 유사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스트랩

스트랩은 다이얼 컬러에 맞춘 네이비 악어가죽을 달았습니다. 케이스 두께에 맞춰 도톰하며 디-버클 사양합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로고 모양으로 정교하게 만든 점이 인상적입니다. 케이스 쪽 스트랩의 폭은 20m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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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리식 슬림라인 매뉴팩처가 보여주고자 하는 점은 명확합니다. 매뉴팩처 하트비트 실리시움에서 실리시움 소재의 장점을 이용해, 내자성능과 같은 실용적인 측면을 개선하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한계에 직면한 기계식 시계의 기술을 극복하고자 하려는 듯 합니다. 즉 진동수라는 기계식 시계의 물리적 한계를 새로운 실리시움 오실레이터로 넘어서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이 기계식 시계의 표준구조라 할 수 있는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스테인리스 케이스는 칼리버 넘버인 810에 맞춰 810개의 제한된 수량을 생산하며 이는 레귤러 에디션으로 지속적으로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골드 케이스는 81개) 하지만 새로운 시도, 한계의 극복을 통해 다른 브랜드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시계애호가들에게는 실리시움 기술의 새로운 경험을 공유함과 동시에 보급화하고자 합니다. 가격은 669만원으로 새로운 구조의 실시시움 오실레이터를 체험하는 데에 있어 비용이 크게 낮아진 사실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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