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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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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조회 4945·댓글 43

역사는 반복됩니다. 약 50년전 시계 업계를 강타했던 럭셔리 스포츠 워치 열풍이 다시금 불고 있습니다. 중심 세력이던 하이엔드 브랜드는 물론 관련 역사가 전무한 독립 시계제조사까지 비슷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여기서 럭셔리 스포츠 워치라 함은 러그의 경계가 모호한 케이스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장착한 시계, 이른바 ‘제랄드 젠타’풍의 스포츠 워치를 일컫습니다. 원조는 역시나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입니다. 대표작으로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 또한 빠지지 않습니다. 두 거물에 대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바로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오버시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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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첫선을 보인 222(왼쪽)와 올해 새롭게 부활한 히스토릭 222(오른쪽)

 

오버시즈의 원류는 1977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창립 222주년을 기념해 나온 Ref. 222입니다. 로열 오크나 노틸러스처럼 제랄드 젠타의 작품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거장의 영향을 받은 시계 디자이너 요르그 하이섹(Jörg Hysek)이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1996년 탄생한 오버시즈는 222를 베이스로 당시 프리랜서 시계 디자이너 디노 모돌로(Dino Modolo)와 메종의 디자이너 빈센트 카우프만(Vincent Kaufmann)이 새롭게 디자인한 시계입니다. 결정적으로 베젤이 브랜드의 심벌인 말테 크로스를 연상케 하는 형태로 바뀌고 크라운 가드가 추가되는 등 222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났습니다. 2세대는 그로부터 8년 뒤(2004년)에 나왔습니다. 빅 사이즈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케이스 사이즈를 키우는 한편, 일체형 브레이슬릿 역시 각 링크를 말테 크로스 형태로 새롭게 디자인했습니다. 오늘날 오버시즈의 디자인은 사실상 이때 완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지금의 3세대 오버시즈는 디자인보다는 인하우스 무브먼트 도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물론, 3세대에서 말테 크로스 베젤을 보다 간결하게 수정하고 인덱스 및 날짜 창 등 세부를 좀더 세련되게 가다듬긴 했지만, 외형적인 큰 틀은 2세대와 3세대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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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얼굴에 온몸에 핑크 골드를 두른 리뷰 모델은 3세대 셀프와인딩 기본형의 베리에이션에 해당합니다. 사이즈는 직경 41mm, 두께 11mm입니다. 케이스 정면은 새틴 브러시드 가공으로 무광 처리했고, 상징적인 말테 크로스 베젤만 주변부와 대비되게 유광으로 마감했습니다. 덕분에 베젤이 좀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베젤 표면까지 새틴 브러시드 처리한 경쟁 모델과 비교됩니다.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 및 케이스 측면은 정석대로 유광 가공하며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케이스 방수 사양은 150m입니다. 참고로, 경쟁 모델은 120m 또는 50m 방수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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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골드와 궁합이 좋은 블루 래커 다이얼은 표면을 선레이 가공한 덕분에 빛 반사에 따라 블루와 블랙을 오가며 표정을 달리합니다. 핸즈와 아플리케 인덱스, 날짜 창 테두리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핑크 골드로 제작했습니다. 스포츠 워치답게 시/분침 및 인덱스 표면에는 슈퍼루미노바 야광 물질을 꼼꼼히 칠했고요. 각 야광은 어둠 속에서 푸른색으로 빛납니다. 경사진 플린지에는 초를 좀더 세밀하게 나눈 스케일이 위치합니다. 2세대에서는 이 자리에 미닛 인덱스가 있었습니다. 3세대에 들어 미닛 인덱스가 아워 인덱스 사이로 옮겨오고, 초를 표시한 스케일이 그 자리에 추가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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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한 무브먼트는 자동 인하우스 칼리버 5100입니다. 직경 30.6mm의 넉넉한 크기 덕분에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삽입한 케이스백에 꽉 차 보입니다. 시원시원하게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셈이죠. 현재 오버시즈의 전용 엔진으로 쓰이는 칼리버 5100은 제네바 홀마크를 받은 무브먼트답게 흠잡을 데 없는 마감을 자랑합니다. 무브먼트 위로는 '바람장미(Wind rose, 풍배도)'를 형상화한 오버시즈 컬렉션 특유의 골드 로터가 손의 움직임에 따라 회전하며 동력을 생산합니다. 기본적인 스펙은 평이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 파워리저브는 60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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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그의 경계가 모호한 케이스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체형 브레이슬릿은 말테 크로스 모티프 덕에 아이덴티티가 확실합니다. 멀리서 봐도 오버시즈의 브레이슬릿임을 알 수 있게끔 합니다. 각 링크는 케이스와 동일하게 정면은 새틴 브러시드 가공하고 모서리 및 측면은 폴리시드 처리했습니다. 말테 크로스 모양의 링크 사이사이로 유광 면이 슬쩍슬쩍 보이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오버시즈의 브레이슬릿은 또 다이버 익스텐션 기능처럼 길이를 3mm 정도 늘리고 줄일 수 있는 미세 조정이 가능합니다. 폴딩 버클 주변의 양쪽 브레이슬릿을 잡고 당기거나 밀어 넣으면 됩니다. 경쟁 모델에는 없는 퀵 체인지 시스템과 같은 편의 장치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엔드 링크 안쪽에 걸쇠처럼 보이는 부품을 이용해 브레이슬릿 및 스트랩을 별다른 도구 없이도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오버시즈는 이와 관련해 다이얼과 같은 컬러의 악어가죽 스트랩과 러버 스트랩을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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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의 오버시즈는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났습니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습니다. 각 제품은 자연스레 기능, 소재, 컬러에 따라 서로 비교되곤 합니다. 풀-골드에 푸른 얼굴의 이 시계(Ref. 4500V/110R-B705)는 그런 의미에서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호재를 안고 있습니다. 일단 노틸러스는 비교대상인 5711이 라인업에서 사라졌습니다. 로열 오크에는 같은 소재와 컬러로 선보이는 15510이 있긴 하지만, 해당 제품은 로열 오크 5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선보입니다. 오버시즈 Ref. 4500V/110R-B705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제품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부티크에서 제값(7150만원)에 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요. 적지 않은 웃돈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건 개인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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