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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ger LeCoultre ::

랑데부 나잇 앤 데이

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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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계 브랜드들의 동향을 보면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기계식 시계를 기반으로 한 여성 시계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이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 역시 지난해 여성들을 위한 랑데부(Rendez-Vous) 컬렉션을 런칭했는데, 여배우 다이앤 크루거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이 컬렉션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분투하는 중입니다. 


물론 예거 르쿨트르는 그 전 까지 여느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여성용 시계를 꾸준히 생산해 왔습니다. 전설적인 듀오플랜 컬렉션이나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에 사용된 칼리버 101 무브먼트가 장착된 컬렉션은 예거 르쿨트르의 영광스러운 역사로 기록되고 있으며, 최근까지 하이 주얼리 컬렉션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습니다. 더불어 기존의 리베르소 컬렉션이나 마스터 컬렉션 속에 '리베르소 레이디' 또는 '마스터 레이디' 등의 이름으로 여성들을 위한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여성 시계는 고가의 '보석 팔찌' 개념이거나 남성 시계에 종속되는 '커플 시계' 개념으로 존재하며 독립적인 위상을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예거 르쿨트르의 랑데부 컬렉션 런칭은 최근의 여성 시계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증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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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거 르쿨트르 랑데부 홍보 대사로 위촉된 여배우 다이앤 크루거 >



랑데부의 전신은 마스터 레이디 컬렉션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예거 르쿨트르의 대표 모델은 역시 리베르소 컬렉션이지만 특유의 사각 형태로 인해 원형 케이스의 시계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마스터 컬렉션은 만족스런운 대안이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커플 시계(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예물 시계 시장이 크기 때문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리베르소와 리베르소 레이디, 마스터와 마스터 레이디라는 두 종류의 색다른 선택권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계식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는 고급 시계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여성용 시계의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났고, '팔찌'나 '커플'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시계'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원하는 여성들을 만족시켜 줄 독립적인 컬렉션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스터 레이디'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시계들이 자체로도 너무 독특하고 세련미 넘치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점이 랑데부 컬렉션이라는 독립적인 라인업으로 분리될 수 있었던 큰 원인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현재 랑데부 컬렉션은 기계식 무브먼트를 장착한 '나이트 앤 데이' 모델과 함께 쿼츠 무브먼트를 장착한 '데이트' 모델을 비롯해 '투르비용' 모델, '와일드 로즈' 같은 오트 주얼리 컬렉션 등 다양한 가격대의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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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데부 투르비용 모델과 랑데부 나이트 & 데이 WG 자개다이얼 모델, 랑데부 나이트 & 데이 PG, SS 모델과 랑데부 데이트(쿼츠) 모델 >



랑데부 컬렉션은 독특하게 전 모델이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베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대가 가장 낮은 랑데부 데이트 모델(쿼츠 무브먼트,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서 조차 다이아몬드 세팅 베젤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성들 가운데에서도 좀 더 저렴하면서 심플한 베젤을 가진 모델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분들에게는 좀 아쉬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언젠가 랑데부 컬렉션이 확실히 자리를 잡는 후에는 심플 베젤 모델도 출시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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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랑데부 컬렉션 중 이번 리뷰를 통해 살펴 볼 모델은 '랑데부 나이트 앤 데이 핑크골드 34mm' 모델입니다.


랑데부 컬렉션을 대표하는 모델이면서, 기계식 무브먼트를 장착했고,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과 골드 모델, 브레이슬릿과 가죽 스트랩, 34mm와 29mm 의 케이스 사이즈 등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 등에서 랑데부 컬렉션의 특징을 살펴 보기에 가장 적합한 모델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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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대하는 첫 느낌은 예거 르쿨트르라는 정통 시계 메이커에서 나온 여성 시계 답게 고전미와 현대미가 어우러진 절제된 화려함이 돋보인다는 것입니다. 60개의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베젤은 역시 여성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물일 텐데 남자의 눈에도 그 화려한 아름다움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베젤에 다이아몬드 세팅이 없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데, 다이아몬드 못지 않게 충분히 화려함을 뽐내는 다이얼의 모습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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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아이보리 색상에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의 잘 잡힌 주름을 연상시키는 길로셰 다이얼은 아르데코 풍의 아라비안 인덱스 어울려 확실히 남성 시계와는 다른 우아하고 섬세한 감성을 풍깁니다. 가장자리와 중심부에 이중으로 처리된 도트 인덱스 또한 시간을 가리키는 실용성 못지 않게 다이얼의 미적 감흥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불에 구운 블루 핸즈는 시계의 품격을 높이면서 확실한 시인성을 보장해 줍니다. 


같은 원형 케이스의 마스터 컬렉션은 핸즈를 대부분 케이스와 같은 골드나 실버 색상을 사용하는데 반해 랑데부 컬렉션은 불에 구운 블루핸즈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모양 또한 남성용 마스터 컬렉션과 상이한 소워드 핸즈를 채용한 것은 전적으로 여성적인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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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의 아이콘과 같은 낮/밤 인디케이터는 6시 방향에 반원 형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에서 흔히 보는 디스크 방식이 아닌, 입체적인 조각으로 처리된 해와 달은 여성의 드레스 위에 살짝 포인트를 준 브로치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낮/밤 인디케이터의 조각은 케이스와 같은 소재를 적용하며 이 모델은 핑크골드 케이스이기에 낮/밤 인디케이터의 재질 역시 핑크골드 소재입니다. 스틸 모델의 경우 낮/밤 조각은 블루 색상으로 처리되어 있는데, 핸즈 처럼 불에 구운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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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시간대의 낮/밤 인디케이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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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시간대의 낮/밤 인디케이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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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의 낮/밤 인디케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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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밤 인디케이터의 안쪽. 왜 난 이렇게 속살이 보고 싶을까??? >



34mm의 핑크골드 케이스는 측면 라인과 러그가 심플하면서 상당히 직선적인 느낌을 줍니다. (물론 느낌상 직선적이라는 것일 뿐 모서리 가공은 뛰어납니다.) 베젤과 다이얼에서 받은 고전적인 화려함을 좀 상쇄시키려는 의도였을까요?  단아하면서 이지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좀 더 현대적인 여성성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닌가 합니다. 오히려 예거 르쿨트르의 남성용 컬렉션인 마스터 컬렉션의 측면 라인과 러그들을 보면 부드러운 곡선을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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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계의 케이스백 쪽을 돌려 보면 여성적인 취향의 디자인에 낯 설어 할 타임포럼 회원들에게 친숙한(?) 시계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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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여성 시계에서는 쿼츠 무브먼트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랑데부 컬렉션에서도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한 모델이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여성들 사이에서도 기계식 무브먼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그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랑데부 나이트 앤 데이 모델은 케이스가 34mm 와 29mm 로 두 종류의 사이즈가 있다고 위에 언급했는데 여성 시계의 경우 현재의 트랜드가 된 오버 사이즈의 시계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작은 사이즈의 시계를 선호하는 분들 역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거 르쿨트르에서는 같은 디자인에 두가지 사이즈의 버전을 함께 선보인 듯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버전의 케이스에 들어가는 무브먼트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진정 예거 르쿨트르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이즈가 다른 무브먼트를 별도로 사용함으로써 케이스가 다른 두가지 버전의 시계에 통일된 다이얼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여느 브랜드에서는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너무나 큰 장점입니다.


리뷰용 시계인 34mm 버전에 장착되는 무브먼트는 칼리버 898A 무브먼트이며 29mm 버전에 장착되는 무브먼트는 칼리버 967A 무브먼트입니다. 두 무브먼트 다 공통적으로 시, 분, 센터 초침, 6시 방향의 낮/밤 인디케이터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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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898A 무브먼트는 28,800 vph 에 30석, 43시간 파워리저브를 갖고 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의 1000시간 검정과정(1000 hour control)을 거쳤으며, 여성 시계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피니싱 상태를 보여줍니다. 씨스루백 케이스를 통해 보여지는 무브먼트는 예거 르쿨트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많이 익숙한 모습일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무브먼트인 칼리버 899 무브먼트를 사용한 마스터 콘트롤 데이트 모델이나 마스터 울트라 씬 문 39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케이스백에 꽉 찬 모습이 남성용 시계에 장착되었을 때 보다 더 아름다운 뒷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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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광택의 블랙 악어 가죽 스트랩입니다. 스티치가 없는 스트랩은 여성시계들에서 많이 익숙한 형태의 스트랩입니다. 뒷면에 쉽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린 스프링 핀 방식을 채용한 것은 여성들이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서 그날 그날 패션에 맞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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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의 핀 버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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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리뷰를 쓸 때 착용샷은 저의 손목을 이용해 왔습니다만 이번 만큼은 역시 여성의 손목을 빌리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여성의 손목을 잠시 빌려 왔습니다.


역시 34mm 사이즈의 시계이니만큼 여성의 손목에는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나 보입니다. 사실 34mm는 10년 전 만 하더라도 남성용 드레스 워치를 위한 사이즈였는데, 이제는 완전히 여성들을 위한 사이즈가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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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에서 종종 "나에게 시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곤 합니다. 저 역시 늘 고민하지만 아직 확실한 답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만... 과연 여성에게 시계(특히 기계식 시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리뷰어로서 여성 시계를 리뷰 한다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검증된 정보를 위주로 내 안의 모든 여성성을 꺼집어 내서 시계를 살펴봤습니다. 


그래서 타임포럼 여성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남성 회원들은 주위의 여성들에게 보여 주신 후 그 여성의 의견을 댓글로 올려주시면 댓글들이 모여 또 하나의 정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여자 친구나 아내에게 시계 가격을 5분의 1로 속여 온 분들에게는 절대로 보여주지 말 것을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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