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지막 황제의 파텍필립 시계와 필립스 옥션
- 푸이의 파텍필립 시계 Ref. 96QL ⓒ Phillips
세계적인 경매업체 필립스(Phillips)와 워치 스페셜리스트 팀인 백스 앤 루소(Bacs & Russo)가 중국의 마지막 황제 아이신기오로 푸이(Aisin-Giro Puyi, 1906-1967)의 생전 소장품인 파텍필립(Patek Philippe)의 Ref. 96 콴티엠 룬(Quantieme Lune, 이하 Ref. 96QL) 시계를 경매에 출품했습니다.
- 아이신기오로 푸이
Photo by Ullstein Bild ⓒ Getty Images
청나라 제12대 황제이자 만주국의 초대 황제이며 중국 역사상 마지막 황제인 푸이(溥儀)는 불과 3살에 즉위 했다가 강제 퇴위를 당한 후, 신해혁명을 거쳐 일본 제국주의의 꼭두각시인 만주국의 황제로 옹립되었다가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면서 평범한 시민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누구보다 다사다난한 생을 산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에겐 1988년 제6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란 작품을 통해 비교적 친숙한 이름인데요.
이번 필립스 경매에 나온 파텍필립의 트리플 캘린더 문페이즈 손목시계(Ref. 96QL)는 푸이의 생전 소장품으로, 종전 후인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소비에트 연방(USSR, 구 소련)이 운영한 전범 감옥(하바로스크 수용 캠프)에 수감 당시 그의 통역사이자 추후 친구 사이로 발전한 그레고리 페르미아코프(Georgy Permyakov)에게 떠나기 전 우정의 징표로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푸이가 자시의 조카에게 주었던 것을 돌려 받아 통역사 친구에게 전달한 것으로 그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후 페르미아코프 사후 후손에 의해 전해진 시계가 필립스를 통해 경매에 출품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이 다시금 조명을 받게 된 것입니다.
파텍필립의 Ref. 96은 시계애호가 및 컬렉터들 사이에선 1932년 탄생한 칼라트라바(Calatrava) 덕분에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레퍼런스입니다. 처음에는 주로 스몰 세컨드를 갖춘 타임온리 모델로만 선보였지만, 1930년대 말부터는 캘린더와 문페이즈 기능을 갖춘 컴플리케이션 버전이 극소량씩 제작되었는데, 지금까지 레퍼런스 96에 콴티엠 룬 형태의 모델(96QL)은 이번에 공개된 푸이의 시계까지 포함하면 단 8피스 정도에 그칩니다. 참고로 파텍필립의 공식 아카이브 자료에 따르면, 푸이가 착용한 해당 모델은 최초 1937년 10월 6일 판매된 것이라고…
바우하우스 사조에서 영향 받은 절제된 디자인의 전형적인 칼라트라바 스타일의 직경 30mm 케이스는 고귀한 플래티넘 소재로 제작됐습니다. 스턴 가문의 초기 서플라이저 중 하나인 앙투안 게라흐(Antoine Gerlach)가 제작을 맡았으며, 이를 증명하는 스탬프 각인(숫자 4)도 한쪽에 새겨져 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핑크 골드 컬러 링을 갖춘 독특한 스타일의 다이얼은 다이얼의 절반 가까이가 부식돼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반 세기를 훌쩍 넘긴 오랜 연식과 푸이의 질곡 많은 인생사를 감안하면 광범위한 파티나가 오리지널의 가치를 떨어트리기는커녕 시계를 한층 더 유니크하게 돋보이게 합니다. 한편 핑크 골드 소재의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핸즈(Feuille hands)와 12시 방향에 놓여진 클래식한 문페이즈 디스크가 고전미를 더합니다.
Ref. 96QL의 무브먼트는 20세기 초중반 파텍필립의 가장 중요한 서플라이어 중 하나인 발레드주의 저명한 워치메이커 가문의 후손이자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 워치(Henry Graves Jr. Supercomplication watch)와 같은 전설적인 무브먼트를 제작한 빅토린 에밀 피게(Victorin Émile Piguet)의 워크샵에서 제공 받은 아담한 직경(11’’’ 리뉴)의 수동 에보슈를 탑재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세상에 공개된 푸이의 Ref. 96QL 손목시계는 지난 3월 13일부터 31일까지 홍콩 서구룡문화지구에 위치한 필립스의 새로운 아시아 본사 건물을 시작으로, 4월 6일부터 8일까지 뉴욕,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싱가포르,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런던, 5월 6일부터 7일까지 대만,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제네바를 거쳐, 5월 23일 홍콩 필립스 본사에서 열리는 '임페리얼 파텍필립(The Imperial Patek Philippe)' 옥션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합니다. 함께 출품된 푸이 소장 레드 부채(LOT. 1)와 노트(LOT. 2)의 뒤를 이어 소개될 파텍필립 Ref. 96QL(LOT. 3)의 예상 낙찰가는 2천 500만 홍콩 달러(HKD), 미화로는 300만 달러(USD), 한화로는 약 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실제 경매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임페리얼 파텍필립’ 필립스 홍콩 경매에 출품된 푸이의 소장품 3점을 자세하게 소개한 다큐멘터리 필름도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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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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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zenta
2023.05.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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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atmawatch
2023.05.17 11:44
우와 이건 찐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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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키
2023.05.17 12:24
중국 정부가 구입허는게 가장 무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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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3.05.17 12:48
쭝국 사람 환장해 해~ ㅎㅎ 차이나 파워로 가격 쭉쭉 올라 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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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시에
2023.05.17 13:00
가치가 어마어마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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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이
2023.05.17 14:45
정말 의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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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k14
2023.05.17 15:50
으아~ 엄청난 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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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2023.05.17 17:56
멋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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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코
2023.05.17 19:53
헤리티지가 ㄷ 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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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maku
2023.05.17 20:37
역시 바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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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파이더
2023.05.17 21:18
청나라는 만주국이었는데 현 중국인들도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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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rkqgod
2023.05.17 21:47
정말 이건 박물관에 있어야 할 시계네요 ..ㄷ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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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뚜기
2023.05.17 22:24
과연 가치가 얼마나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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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컬
2023.05.18 00:17
중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스토리의 중고시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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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c
2023.05.18 01:18
저건 그냥 이야기거리만으로도 끝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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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ki
2023.05.18 01:46
역사와 함께 녹여낸 이런 내용의 게시물들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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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팡
2023.05.18 07:41
역사와 시계라는 카테고리가 잘 어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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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
2023.05.18 09:12
이런걸 보면 시계라는 물건은 참 대단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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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2023.05.18 11:15
비운의 황제 푸이의 역사적인 파텍이군요. 중국부자들이 엄청 경매입찰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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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짱
2023.05.20 10:59
이야.....얼마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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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aa
2023.05.21 02:33
나중에
트리뷰트 투 엠퍼러 푸이
리에디션 현대화 복각판 으로 발매해도 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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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aa
2023.05.21 02:33
부채까지 별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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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aa
2023.05.21 02:36
2차 시장에서는,
부채 까지 풀셋이냐 아니냐 로,
리셀가 폭이 장대해지는 상황을 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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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Label
2023.05.24 11:19
스토리가 있는 시계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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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루즈
2023.05.25 16:50
오메 어마무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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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gleeye_kr
2023.05.26 01:47
질곡의 운명을 마주한 시계네요. 다큐멘터리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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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갑부
2023.05.26 23:11
스토리의 가치가 시계의 가치를 훨씬 뛰어 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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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24
2023.05.27 08:28
타포가 정리가 잘 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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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프리
2023.05.31 02:01
비운의 황제 답게 최고의 시계를 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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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아리
2023.05.31 11:45
스토리가 있는시계 멋집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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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2023.05.31 14:14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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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D
2023.06.01 07:28
시계가 역사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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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뱀
2023.06.02 10:00
갖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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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22
2023.06.06 17:04
소유하고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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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얌
2023.06.10 08:03
생각보다 낮게 낙찰되서 의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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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kk888
2023.06.19 20:39
스토리 하나는 확실하네요 멋진 시계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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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kth
2023.06.22 21:06
파텍 경험해 보고 싶은 시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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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k9900000
2023.06.28 00:08
실물 한번 보고 싶어지는 시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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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재윤
2023.07.07 14:24
이런건
중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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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kim09
2024.01.03 16:58
이건 정말 대단한 가치의 시계가 아닐까 합니다. 고대 유물 처럼 후광이 보이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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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star
2024.02.08 12:12
값을 매기기가 쉽지 않은 시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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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time
2024.04.29 23:33
동양미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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