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 제국시절 (1880년대) 회중시계로 인사드립니다. Zenith

저는 옛날 시계들을 주로 수집합니다. 터키에서 구입해서 오늘 도착한 시계입니다만,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시계라 하겠습니다.

이 회중시계는 스위스에서 186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사이에 오스만 제국 시장을 위해 특별 고안된 시계입니다. 상표도 K. Serkisoff & co. Constantinople 라고 붙어 있지요. 다이얼은 도자기 위에 에나멜로 칠했고 오스만 제국 시절에 사용되었던 숫자가 쓰여있습니다. 매커니즘은 Billodes 제품인데, 이 Billodes가 1897년에 Zenith로 상표를 바꿔서 오늘날에 이릅니다. 저는 1880년대 시계로 알고 있는데, 최소한 1897년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의미겠지요.

이 시계는 오스만 제국시절 군용으로 주로 납품되었습니다. 그래서 남아있는 물건들도 대부분은 상처가 가득합니다. 1880년대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스만 제국이 겪었던 큰 전쟁만 다섯개입니다. 1897년 그리스-터키 전쟁, 1908-1912년 알바니아 독립전쟁, 1912-1913년 발칸전쟁, 그리고 1915-1918년 1차 세계대전, 1921-1923년 터키 독립전쟁까지 말이죠. 이 시계도 8시 방향 다이얼이 깨지고, 케이스 앞판은 떨어져 나갔습니다. (다행히도 앞판은 접합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뒷판에는 8시 다이얼이 깨진 원인이 됐을법한 총알 (혹은 총검) 자국이 보이고요.

보통 회중시계는 조끼에 넣고 사용했으니, 아마 이 시계 임자도 전투중에 우측 복부에 총을 맞았지만 시계가 막아주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케이스 전체가 0.800 스털링 은으로 되어있고, 당시에는 시계가 꽤나 귀했으니 시계 임자도 장교, 부사관급은 되었으리라 봅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19세기 회중시계가 다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용두가 아니라 열쇠로 태엽을 감는 구조인데 시간도 정확하고 째깍째깍 소리가 좀 큰거 빼고는 괜찮더군요. 복원만 마무리하면 쓸만한 시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