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erva Cal.48의 족보 추천게시글
미네르바 피타고르 파일럿 38mm 입니다.
미네르바의 수동 무브먼트 Cal.48을 사용하고 있죠.
이 무브먼트는 피타고라스의 황금비율 1.6180339를 기반으로 제작한 수학적이고 철학적인? 플레이트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사실 역사적으로도 그 기원이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럼에도 개량을 거쳐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엄청 희귀한 사례의 무브먼트 입니다.
아무래도 미네르바가 1년 생산량 200개 전후의 마이너한 공방이고,
미네르바를 흡수한 몽블랑도 시계 쪽에서는 그리 특출나지 않기 때문에 이 무브먼트를 낯설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한번 족보정리를 해 봅니다.
미네르바 Cal.48의 기원은 1909년 미네르바의 10-1/2 Ligne 칼리버에서 유래합니다.
이름도 없이 그 크기(10-1/2 Ligne = 23.7mm)로 불린 이 무브먼트는 1943년 미네르바에서 근무하던 프레이옹(Andre Frey)에 의해 마개조 됩니다.
피타고라스의 황금비율에 따른 정오각형을 무브먼트에 대입하여 플레이트 배치를 재디자인 한거죠.
이 특색있는 무브먼트는 그 후 프레이옹이 미네르바를 인수하고 나서도 2000년까지 계속 사용되어졌고...
2000년, 미네르바가 이탈리아 자본에 인수되었을 때 다시한 번 마개조 됩니다.
당시 미네르바를 인수한 이탈리아 투자그룹은 미네르바를 단기간에 하이앤드로 끌어올려 고가에 매각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워치메이커 Dmetreo Cabiddu(지금도 미네르바에 근무하고 있다는군요...) 등을 고용해서 당시 하이앤드 진입 공식인 뚜루비용(엑소뚜루비용) 등의 컴플리케이션을 제작하였고
이때 Cal. 48도 하이앤드에 걸맞는 피니슁을 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플레이트 변형을 거쳐서 Cal.62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인위적인 노력 때문인지 미네르바는 2006년 리슈몽에 인수, 몽블랑의 품에 안기게 됩니다.
Cal.48의 플레이트 변형인 Cal.62는 미네르바 인수 직후 Villeret 1858 이라는 이름으로 한정판이 몇 개 나온 후 쭉 소식이 없다가 최근 2020년,
Montblanc Heritage Small Second 라는 이름으로 38개가 한정판으로 나왔습니다.
다만, 한정판 숫자가 38개로 매우 적고, 최근 Cal.48의 후계격인 M14.08 무브먼트가 데뷔했기 때문에 이제 몽블랑(미네르바)에서 더이상 Cal.62는 생산하지 않고 NOS 무브먼트로 만든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아무래도 생산 비용이 많이들고 몽블랑의 이름으로 제값 받기도 힘든 Cal.62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겠죠?
암튼, Cal.62 이후 몽블랑은 20016년 컨셉 워치 Montblanc Time Walker Pythagore Ultra-Light 를 발표합니다.
이때 Cal.48이 미네르바가 몽블랑에 합쳐진 이후 처음으로 재등장 하게 됩니다.
이 컨셉워치에 사용된 MB M62.48이 다름아닌 Cal.48을 일부 스켈레톤 처리하고 경량소재를 적용한 무브먼트 입니다.
그리고 그 후 2021년, 몽블랑은 Montblanc Heritage Pythagore Small Second 한정판을 발매하면서 Cal.48의 정식 부활도 함께 발표합니다.
사실, 정확한 의미로 '부활'은 아닙니다.
Montblanc Heritage Pythagore Small Second 에 새로 사용된 몽블랑의 MB M 14.08은 10 1/2 Ligne Caliber -> Cal.48 -> Cal.62 -> M 62.48 처럼 같은 무브먼트에 플레이트만 바꿔서 나온 무브먼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판인 Cal.48이 23.7mm의 비교적 작은 무브먼트임에 비해 M 14.08은 크기를 31.6mm로 늘리고 파워 리접을 80시간으로 늘린, 그야말로 Cal.48의 현대화 무브먼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똑같이 생겨 보여도 2020년 Cal.62를 사용해서 나온 Montblanc Heritage Small Second 한정판 보다 2021년 나온 Montblanc Heritage Pythagore Small Second 한정판이 스몰 세컨드가 더 안정적으로 밑으로 내려와 있고 뒷판의 씨스루백에 무브먼트가 꽉 차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미네르바의 적은 생산량 때문에 그동안 미네르바 공방에서 만든 무브먼트를 장착한 한정판들은 많아야 100개 정도의 수량으로 발매되었던데 반해 이번 M 14.08은 화이트골드 148개, 로즈골드 148개로 거의 300개 가까운 수량인걸로 보아 어쩌면 M 14.08은 미네르바 공방에서 피니슁 때문에 많이 만들 수 없었던 Cal.62와는 달리 좀 많이 뽑아낼 수 있는 양산형 무브먼트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얼핏 봐도 무브먼트 플레이트가 직각직각 해서 Cal.62보다 훨 만들기 쉽지 않겠어요? ^^
개인적으로는 30mm 정도의 싸이즈가 범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유서깊은 Cal.48의 후계 무브먼트가 등장했다는데 기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만, 왠지 스틸로 나와도 1,000만원은 가볍게 넘길 기세라...
제 손안의 Cal.48이 전 좀 더 예쁘게 느껴지네요...ㅎㅎ
댓글 11
-
나츠키
2022.06.01 13:27
-
mdoc
2022.06.01 17:43
비싼값에 미네르바를 구입한 리슈몽이야 본전 생각에 미네르바를 지금 포지션으로 유지하는 것 같고...이탈리아인들이 뻥튀겨서 팔아먹기 전, 프레이 할아버지 시대까지의 미네르바는 하이앤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브랜드였죠. 브랜드의 헤리티지나 기술력도 사실 대공황과 쿼츠 위기의 부침속에서도 브랜드를 단절없이 유지하고 옛 자사 무브먼트들을 보존하고 있었다는게 전부라...프레이 할아버지한테 좋은 후계자가 있어서 브랜드를 팔지 않았다면 딱 지금의 노모스나 진 정도의 포지션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 주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미네르바 무브먼트를 달고 나오는 몽블랑 제품들의 가격에는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습니다.
-
현승시계
2022.06.01 18:33
전문적이고 정성스런 포스팅에 감사드립니다~~!!
잘은 모르지만 미네르바는 나름 매력적인 헤리티지가 느껴지는데, 몽블랑에는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는게 아직은 맞는 말인거 같습니다.
-
mdoc
2022.06.01 22:46
글타구 미네르바 가격 내리면 만년필 등 몽블랑의 주력 품목들 이미지가 깍일 가능성도 있기에...미네르바 무브먼트 사용 시계들의 가격 내리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ClaudioKim
2022.06.02 08:29
ㅎㅎ피타고라스가 등장 할줄이야 ...
Cal.48 히스토리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Cal.62을 몽블랑에서 NOS를 힘들게 구해서 사용하고
단종 시킨것 같다는 합리적인 추론(?)에 저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정판 갯수가 두서가 없긴 해서 진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ㅎ
-
밍구1
2022.06.02 09:10
원푸시 버튼의 무브먼트는 정말 예술입니다 멋진 내용 잘보고 갑니다
-
홍콩갑부
2022.06.05 16:57
mdoc님의 글들을 볼때마다 많은걸 배우고 갑니다~ 추천 꾸욱~
-
Vanellope
2022.06.06 23:02
정성스러운 글, 덕분에 배워갑니다
-
KIMI-7
2022.06.09 11:15
멋진 글 잘봤습니다. M14.08의 등장은 반가운데 스완넥 레귤레이터의 부재가 살짝 아쉽습니다. 아기자기한 맛도 사라졌고요. 그런 의미에서 mdoc님의 칼리버 48이 더 예쁘다는데 동의합니다 ㅎㅎ
-
거북
2022.06.10 21:42
칼리버 48이 정말 예쁘죠~^^ 지원샷입니다. 제 칼리버 62입니다. 이 놈은 만들어진지 처음으로 압구정 다X치에서 오버홀한 녀석입니다.
그리고 요 놈들은 얼마전 찍은 48 형제입니다.
-
말대구리
2022.06.11 08:08
브랜드와 무브에 대한 역사와 탄생배경 등 풍부한 지식에 감탄하고 정독 했습니다. 몽블랑은 무척 좋아하지만 아직까지 몽블랑 시계는 선뜻 경험하지 못하고 있네요 ^^
- 전체
- 공지
- 추천게시글
- 이벤트
- 스캔데이
- 단체샷
- Ball
- Baume&Mercier
- Bell&Ross
- Bulgari
- Cartier
- Chopard
- Chronoswiss
- Doxa
- Epos
- Fortis
- Frederique Constant
- Girard Perregaux
- Glycine
- Hamilton
- Longines
- Luminox
- Maurice Lacroix
- Mido
- Montblanc
- Oris
- Rado
- Swatch
- Tissot
- Tudor
- Ulysse Nardin
- Zenith
- ETC(기타브랜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리슈몽에 인수되어 명맥이 유지되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몽블랑은 정말 멋진 브랜드이지만 시계 브랜드로 몽블랑이 품어내기엔 헤리티지와 기술력이 너무나도 거대한 브랜드라 생각합니다... 독립하여 풍부한 헤리티지로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것이 더 좋을 것같은 생각이 자꾸 드네요... 저 유려한 미네르바 로고를 다시 보고 싶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