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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 2274  공감:20 2018.07.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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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이름은 "SSA379J" 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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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 SEIKO 초등학교 3학년 PRESAGE반으로 편입했어.
우리 학교는 일본에 있고, 1881년에 세워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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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1학년은 ALBA반,

2학년은 SEIKO5반 꼬맹이들이구,
3학년에는 우리 반인 PRESAGE반과 PREMIER반, 그리고 PROSPECS반이 있어.

그리고 기타반도 있는데 여기에는 DOLCE, SPIRIT, SPORTURA, COTURA, BRIGHTZ 친구들이 모여 있지.
4학년에는 ANANTA반과 ASTRON반,

5학년에는 GRAND SEIKO반,

그리고 6학년에는 CREDOR반 형누나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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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 ALBA>


1학년 ALBA반 꼬맹이들은 마냥 귀여운데, 가끔 예쁘고 멋진 애들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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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5>


2학년 SEIKO5반 동생들은 전부 기계식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인지 나이답지 않게 참 튼튼하고 성실해.

어린만큼 서툰 부분들도 더러 있지만 워낙 이미지가 좋아서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고 인기도 많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우리 학교는 우리 3학년들이 중심이지!
각반마다 개성 넘치는 애들도 많고 인기 있는 애들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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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 PREMIER>


PREMIER 반에는 기계식과 쿼츠의 장점을 결합한 KINETIC 무브먼트를 가진 스마트한 애들이 많이 있고,

기능도 많아서 할 줄 아는 것도 참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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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 PROSPECS>


PROSPECS반 애들은 물하고 친한 애들이 많은데,

방수능력 짱짱하고 튼튼해서 우리학교의 역사 깊은 수영부 부원들은 대부분 이 반 출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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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 PRESAGE>


그리고 내가 속한 우리 PRESAGE반은 사실 생긴지 몇 년 안됐어.
SEIKO5반 동생들처럼 전부 기계식 무브먼트를 가진 친구들뿐인데,

학교에서도 우리반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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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 ANANTA MOONPHASE>


4학년 ANANTA 반 형누나들은 사실 눈에 잘 띄지 않는데,

가끔씩 눈에 띌 때 보면 포스가 장난이 아니야.

소문에는 스프링드라이브 무브먼트를 갖고 있는 형들도 있다고 하고, 아무튼 우리 3학년보다 더 뛰어난건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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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 ASTRON GPS>


그리고 ASTRON반 형누나들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 초초엘리트!!

다들 알다시피 시계의 본분은 정확한 시간이잖아?

그런데 이 반 형누나들은 GPS 수신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오차도 거의 없는 세계적 수준의 영재들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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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SEIKO>


우리 학교의 실세는 3학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교를 대표하는건 5학년 GRAND SEIKO반 형누나들이야.
ASTRON반 형누나들이 세계적 수준의 영재들이긴 하지만, GRAND SEIKO반 형누나들이야말로 지식과 외모, 기품을 겸비한 진정한 시계라고 할 수 있어. 꽤나 옛날부터 학교 대표로 경연대회(크로노미터 경연대회)에 참석해 와서 반의 역사도 깊을뿐 아니라 학교를 대표하는 상징성도 있지. ASTRON반 형누나들이 머리는 더 좋을지 몰라도 쿼츠 무브먼트라서 좀 차가운 면이 있는데, GRAND SEIKO반 형누나들은 기계식 혹은 스프링드라이브 무브먼트를 사용해서 시계로서의 정감이 느껴지기까지 해! 게다가 막 화려하게 꾸미고 다니지는 않지만 단아한 얼굴에조각같은 이목구비.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속마음(무브먼트)이 예뻐. 대게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외모만 치장하고 다니잖아? 그런데 이 반 형누나들은 누가 보던 안보던 속마음도 항상 가다듬고 정성스레 다듬고 다녀. 꾸민듯 안꾸민듯 멋진 형누나들, 누군들 좋아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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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 CREDOR>


그리고 6학년 CREDOR반 형누나들은 사실 보기가 무척 힘들어.

소문에는 대부분 알아주는 부잣집 자제들에다가, 겉도 엄청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닌대.

그리고 스위스나 독일의 유명 귀족학교 출신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실력(미닛리피터 등)도 가지고 있다는데,

베일에 쌓인 부분이 많아서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5학년 형누나들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귀하고 대단한 형누나들이지만, 그래도 나는 왠지 정감가는 5학년 형누나들이 더 좋아. ^-^

어때? 우리 학교 학생들 참 다양하고 대단하지? ㅎㅎ
내가 왜 우리학교 소개를 이렇게 구구절절이 했나면,

우리 반이 우리 학교 내에서 어떤 위치와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아두면 나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야.


그나저나..

혹시 우리반 이름인 'PRESAGE' 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어?
나도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거든.
그랬더니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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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함의) 전조" 란 뜻이 가장 먼저 나오지 않겠어?
하... 무슨 새로 생긴 반 이름이 그따위야 하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 학교 이름이 'SEIKO' 잖아.
그런데 일본어로  '성공(成功)'도 발음이 'SEIKO'와 같아.
그렇다면, 'SEIKO 초등학교 PRESAGE 반'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성공에 대한 예감' 이라는 뜻이 되지 않겠어?

그때서야 깨달았지. 우리 학교가 우리 반을 만들면서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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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우리반 학생들에게만 용두(크라운)에 슈퍼맨같이 'S'자 뱃지를 달아주기까지 했거든!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 우리 반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나 역시 이번에 우리 반에 편입하게 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거든?
그런데 반친구들이 날 보고 어디선가 많이 보던 얼굴 같다고 수근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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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옆반( PREMIER 반)에 나랑 꼭 닮은 애가 있더라고.

심지어는 걔가 나보다 더 잘생겼고 수영도 더 잘한다는거야(100M 방수).

반면에 나는 수수하고 특징 없는 범생이같대.

너무 속상해서 옆반에 가서 어떤 녀석인지 몰래 봤는데, 확실히 나보다 개성넘치고 자신감있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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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이번 방학 때 얼굴에 살짝 손도 대서 러그 모양도 '그리스 여신상의 날개' 모양으로 바꿨더라.

얼굴도 수수해, 수영도 못해(30M 방수), 개성도 없어..

도대체 그럴거면 우리 학교는 왜 나를  '성공에 대한 예감'  반에다가 편입시켜서 괴롭게 만드는거야!!!

옆반애랑 비교되게 말이야.. ㅠ-ㅠ

사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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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는, 42mm의 드레스워치 치고는 큰 얼굴에 하얀 얼굴,
그리고 너무나도 평범한 스테인레스 케이스를 가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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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그는 20mm로 덩치에  비해 그냥저냥 적당한 싸이즈고,

스트랩 역시 무난한 악어무늬 송아지 스트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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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도 잘 못해서 30M(3기압) 방수밖에 안되고,

보석수도 많지도 적지도 않은 24개, 21600진동의 파워리저브 41시간의 4R39A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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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보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녀석이라는 이야길 종종 하는데, 왼쪽 가슴이 뻥 뚫려있어서 그런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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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뚫린 구멍 위에는 24시간계 서브다이얼을 살짝 포개놓았어.

보기에는 예뻐 보이는데 사실 내 4R39A 무브먼트는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어.

2학년 SEIKO5반 동생들이 쓰는 7S 무브먼트에 비해 핵기능(시간 조정 시 용두를 뺀 상태에서 초침이 정지되는 기능, 정확한 시간 맞추기가 용이 함) 및 수동감기 기능이 추가되어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아까 말한 옆반 녀석이 이미 똑같은 무브먼트와 비슷한 얼굴로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끈데다가 요즘에는 SEIKO5반 동생들 중에도 4R 계열 무브먼트를 쓰는 애들이 많이 늘어서 결코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지.

그래, 맞아.

난 참 평범해.

이렇다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존재의의도 점점 모르겠고..


그러던차에 아롱이형을 만나게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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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 모델들.. 센터는 나야 나!!>


아롱이형은 이번에 우리 초등학교에서 주최한 이벤트에 당첨되서 나를 데리러 왔어.

난 나름대로 설레고 그랬거든?

그런데.. 아롱이형이 나를 데리러 왔을 때 나는 깨닫고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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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의 눈빛이 내가 아닌 옆반 프리미어 녀석들이나 우리반 칵테일 다이얼 친구들에게 행해 있다는 것을..

너무 서운했어. 그날은 분명 내가 주인공이었는데 나보다 다른 녀석들을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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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얼굴이 파아란 멋진시계를 차고 와서 내 옆에 놓고 비교샷도 찍고 그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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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은 알고보니 우리학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서 우리 학년에 편입한 '블루몬스터'라는 애였어. 예쁘긴 예쁘더라.

하지만 수수한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생각했어.
가슴으로 납득은 안되지만, 머리로 이해는 가.

아무튼, 그렇게 서운한 첫만남을 마치고 아롱이형네 집에 도착해보니,

우리학교 출신 친구들 다섯이 반갑게 맞이해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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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기념사진도 찍었어. ㅎㅎ

반가운 시간도 잠시, 조금 있으니 아롱이형은 걱정하는듯 했어.
사람들에게 나를 도대체 뭐라고 소개해야할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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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은 개성도 없고 특출난 것도 없는 나같이 수수한 애를 어떻게 소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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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롱이형과 나는 체험기간 동안 늘 함께 했고,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어.

사실, 모든 사람들은 겉만 봐서는 알 수 없거든.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해도 오랫동안 같이 있다보면 그 사람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해.

모르던 단점도 알게 되고, 반대로 모르던 장점도 알게 되고.
자동차를 타고 늘 지나가던 풍경인데, 천천히 걸어가 보면 전혀 다른 장소처럼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지.

상대방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거야.

아롱이형도 마찬가지로 체험기간동안 나의 새로운 면들을 알게 되었대.
하지만 그건 나역시 마찬가지야.
가만히 보면, 아롱이형은 갖고 있는 시계들을 아낀다고 해야할지, 터프하게 굴린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언제 어디서든, 늘 함께하고 싶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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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롱이형네 다이버워치들은 대부분 바다에 한 두 번씩은 들어갔다 와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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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워치들 역시 대부분 비행에 함께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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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워치라고 예외는 아니야.
셔츠에는 물론, 스위스 여행 때 추운 눈밭에서 함께 한 시계 역시 드레스워치였거든.

만약 내 방수능력이 100M였다면 이번 체험기간동안 나 역시 바다로 끌려들어갔을지도 몰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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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은 안들어갔지만, 대신 나는 칵핏에 종종 타게 되었는데,
뒤가 씨스루백으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드레스워치 주제에 자기장이 난무할지도 모르는 칵핏이 웬말이냐고?
후후..걱정하지마.
우리 SEIKO 초등학교 출신들은 기본적으로 자성에 강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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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그러는데 나를 비롯한 우리학교 학생들 무브먼트 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헤어스프링은 우리 학교에서 자체개발한

 'SPRON' 이래. 이 SPRON은 기본적으로 자성에 굉장히 강해서 최소 4800 암페어 이상의 항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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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케이스백 왼쪽에 그려져 있는 말굽자석 모양 심볼 보여?

우리학교 학생들 중에 백케이스에 저 심볼이 있는 친구들은 이런 기본적인 항자성이 있다고 보면 돼.

그러니까 나같이 평범한 애가 칵핏에 탄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 ㅎㅎ
(Eno 님의 "세이코와 안티 마그네틱, 그리고 그 밖의 이야기들" 참조 - https://www.timeforum.co.kr/brand_Japanbrand/6648850)



아롱이형 덕분에 예쁜 사진들도 많이 건졌고, 나도 잘 모르고 있던 나의 매력들을 조금씩 발견하게 됐어.
아롱이형이 찍어준 내 사진들을 보면서 얘기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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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우선 내 얼굴은 얼핏 보면 굉장히 밋밋하지만, 잘 들여다 보면 나름 입체감이 있어.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가 있다는 말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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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가장자리에 12시부터 배치된 아워 인덱스와 3시방향에 달린 학교뱃지(SEIKO 로고)는 양각으로 만들어졌어.

옆에서 보면 꽤나 입체감이 있는 얼굴이라고 흠흠~!


그리고 핸즈와 로고, 인덱스는 모두 연필심(안트라사이트, 무연탄, 그레이 계열) 색상이야.

빛에 따라서 좀 더 연해 보이기도 하고 진해 보이기도 하면서 정확한 색상을 알기가 어려워.

그러니까 나를 '팔색조' 라고 불러도 좋아. ㅋㅋㅋ
음.. 너무 나갔나? 미안;; 내 얼굴은 빛에 따라 참 다양한 빛깔을 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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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감이나 색상도 멋지지만, 역시나 내 얼굴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오른쪽 3분의2를 차지하는 반원('오른쪽 얼굴'이라고 부를께)에 새겨진 V자 꺾새 패턴 세로줄무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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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내 심장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왼쪽 3분의1을 차지하는 반원('왼쪽 얼굴'이라고 부를께)에 오픈 워크(open work)처리를 해놓았다는 점이야.

사람들은 이런 오픈워크를 통해 심장처럼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볼 수 있다고 해서 '하트비트(heart beat)'라고도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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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픈워크 부분에 살포시 포개어져 있는 24시간계도 매력포인트 중 하나지.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야!
아롱이형은 나와 함께 하면서 나에게서 더 많은 매력들을 발견했다고 말해주더라고.

언뜻 보기에는 심심해 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많은 이야깃꺼리를 가진 녀석이라나 뭐라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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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이 말하길, 내 오른쪽 얼굴에 있는 패턴은 자기네 나라의 선조들의 '빗살무늬 토기'와 닮았대.

내가 봐도 많이 닮긴 했는데, 사실 나는 일본에서 만들어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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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롱이형은 내가 일본 출생이니까 내 얼굴의 패턴이 일본의 선(禪)문화 중 하나인 '카레산스이(枯山水)' 양식과 맞닿아 있을수도 있겠다고 했어.p45.jpg

카레산스이 양식은 일본 정원을 꾸미는 양식 중 하나로 물 없이 자갈과 모래의 배치 및 패턴을 이용해서 산과 물을 표현하는 양식이고, 물 없이 물을 표현하는 점 때문에 '마를고(枯)'자를 써서 카레산스이 양식이라고 부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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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내 얼굴에 있는 패턴은 물결무늬라고 하기엔 너무 뾰족뾰족하잖아?
위아래 화살표 모양 같기도 하고..

이런 뾰족뾰족한 무늬가 내 인상을 나쁘게 만들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인 부분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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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 얘기로는 우리학교 수영부 애들 중에 몇몇도 그렇고 다른 나라 학교(대표적으로 스위스에 있는 '오메가 초등학교'나 '율리스나르댕' 귀족 초등학교)에 있는 수영부애들 얼굴에 있는 물결무늬 패턴하고 겹쳐 보일까봐 개성있게 변주를 준 것 같다고 하더라구. 사실 나는 수영도 못하니까 얼굴이 그런 수영부애들처럼 보인다면 엄청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하고, 얘기를 듣고 보니 나름 개성도 있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겠지만, 아롱이형이 평범한 내모습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나를 좋게 봐주는 것 같아서 기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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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세히 안보면 그냥 지나칠수도 있는 부분인데,

내 얼굴 가장자리의 아워인덱스(hour index) 말이야, 은근 개성이 있대.


오른쪽 얼굴의 아워인덱스는 전부 로마숫자인 로만 인덱스(Roman index)인데 반해,

왼쪽 얼굴의 아워인덱스는 로만인덱스와 막대기 모양인 바인덱스(bar index)가 번갈아가면서 붙어 있어.


이건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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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은 아수라남작!! 누군지 안다면 당신은 아재~>


아롱이형 생각에는, 내 오른쪽 얼굴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습', 즉 나의 '사회적 모습'이래.
누구나 사회생활을 할 때면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꾸민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도 많잖아?

그렇게 서로에게 맞춰가는거고 또 그래야만 사회가 잘 굴러가기도 하고..

내 오른쪽 얼굴은 그런 '일하는 시간'을 뜻해.

즉 하루 24시간 중 내가 사회에 녹아들어가 있는 시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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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얼굴에 비해 한층 더 두꺼운 다이얼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가면'이고,

아까 얘기한 카레산스이 패턴은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화장'을 한거야.

12시부터 6시까지 빽빽히 들어차 있는 단정한 로만 인덱스는 규칙적이면서도 어딘가 답답한 느낌도 드는데,

이렇게 답답한 사회생활 속에서도 카레산스이 패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아.

고마워, 아롱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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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내 왼쪽 얼굴은 뭘 뜻할까?
사회생활을 하는동안 쓰고 있었던 두꺼운 가면을 던져버리고(그래서 왼쪽 다이얼의 층이 확연히 낮아),

화장도 지워버린 맨얼굴로(그래서 아무 패턴 없는 매끈한 다이얼이지)

가슴을 열고(오픈 하트)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거야!

빡빡한 시간 관념도 어떠한 규범도 필요 없어(그래서 바 인덱스와 로만인덱스를 섞어서 변화와 여유를 표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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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만큼은 나는 살아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지!


그리고 이왕 얘기한 김에 하나 더 말하자면, 나 이번에 패션쇼도 해봤다?

아롱이형이 내 얼굴이 하얗고 깨끗해보여서 '옷빨'도 잘 받을거 같다고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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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롱이형네 집 '옷장'에 있는 옷들 중에 나한테 싸이즈 맞는 옷들 다 꺼내와서 하나씩 입어보고

컨셉 잡아서 사진도 찍어보고 그랬어.

내가 알면 알수록 참 다양한 모습과 매력을 가지고 있대. ^-^


부끄럽긴 하지만, 한 번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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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잘 어울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다채로운 내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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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색하고 서로에 대해 잘 몰랐지만 함께하는 동안 아롱이형은 나만의 매력을 알아줬고,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지.
마치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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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 세상 모든 시계들이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새겨나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나도 자신감을 얻었어.
우리반 이름에 걸맞게 '성공에의 예감(SEIKO PRESAGE)'이 되고 말겠어!
아롱이형도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시계생활이 되길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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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P.S.


1안을 일반적인 형식의 리뷰로 썼다가, 새로운 형식의 리뷰를 작성해 보면 좋을 듯 하여,

시계가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2안을 작성했습니다.

 2안 완성 후 세이코측에서 문자가 왔는데, 해외라서 확인을 못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확인해보니

리뷰가 SEIKO 홈페이지나 SNS에 홍보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2안의 형식은 홍보용으로 상당히 부적절한데...

미리 알려주셨으면 컨셉을 잡기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보용으로 적절한 1안의 내용으로 올릴까하다가, 그냥 마음을 비우고 2안으로 업로드 하였습니다.

왜냐면, 2안을 작성할 때 무척이나 즐거웠거든요.

처음 작성해 보는 방식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쓰는 리뷰여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제가 리뷰를 작성하는동안 즐거웠던 마음이 여러분께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시계는, 즐기는거니까요.


모두들, 행복한 시계생활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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