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포럼은 지난 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싱가포르 센토사섬 일대에서 열린 LVMH 워치 위크(LVMH Watch Week 2023) 기간 불가리(Bvlgari)의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Fabrizio Buonamassa Stigliani)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그의 육성을 통해 올해 불가리 주요 신제품에 관한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얻기를 바랍니다.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 약력: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난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는 로마에서 성장기를 보낸 후 성인이 되어 각종 디자인 관련 일을 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불가리에는 2001년, 당시 49세의 나이로 합류했으며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불가리 타임피스의 대부분을 디자인했다. 특히 2012년 론칭한 옥토(Octo)와 2014년 이어진 옥토 피니씨모(Octo Finissimo)는 그의 대표작으로, 모던 울트라-씬 워치의 걸작으로 통하는 옥토 피니씨모는 스위스 워치메이킹 업계에서 그의 명성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었다.
올해 LVMH 워치 위크에서 불가리의 테마는 '시간이 바로 주얼리(Time is a Jewel)'라고 들었다. 디바스 드림(Divas' Dream), 세르펜티(Serpenti), 알레그라(Allegra) 컬렉션에 다채로운 제품들이 추가됐는데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세르펜티 투보가스 인피니티(Serpenti Tubogas Infinity)를 꼽고 싶다. 투보가스 브레이슬릿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외관상으로는 기존의 투보가스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구조를 띠고 있다. 비밀은 투보가스 브레이슬릿과 링크 사이에 있다. 우리는 이를 모듈 구조(Modular construction)라 칭한다. 투 블록으로 이뤄진 골드 사이에 티타늄 스프링(블레이드)과 같은 신축성 있는 부품의 결합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듈 구조 덕분에 70년 넘게 이어진 전통적인 형태의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에 최초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할 수 있게 되었다. 투보가스 브레이슬릿만의 전통과 고유의 느낌, 동일한 착용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물론 제품 개발을 위해 수년 간의 많은 논의가 있었고 어떻게 선보일 지를 두고 고심했지만, 오늘날 결과물을 놓고 보니 너무나 멋지고 세르펜티 투보가스 브레이슬릿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리-디자인했다는 점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 2023년 신제품, 세르펜티 투보가스 인피니티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의 유려한 실루엣을 따라 물결치듯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나 역시 그렇다. (웃음) 하지만 브레이슬릿의 실루엣을 고려해 알맞은 사이즈의 스톤(다이아몬드)을 선별하고 세팅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어울리는 모티프를 찾아야 했고 시계 전체의 미학적인 완성도를 기리기 위해서라도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지금의 결과물에 매우 만족하고 '와우'하고 외치고 있지만, 초반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말하고 싶다.
- 디바스 드림 스케치
- 디바스 드림 아메시스트 & 투르말린 (사진 우)
디바스 드림 모자이카 핑크 사파이어 (사진 좌)
당신은 옥토(Octo)와 옥토 피니씨모(Octo Finissimo)의 대부로 통한다. 옥토와 같은 남성용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와 여성용 주얼리 워치를 디자인할 때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
좋은 질문이다. 접근법이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당신도 저 영상이나 여기 제품들을 보면 알겠지만 맨즈 워치와 주얼리 워치는 'Savoir-faire(노하우)'부터 차이가 있다. 올해의 노벨티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 중 하나인 이 시계(디바스 드림)를 예로 들자면, 이 시계는 불가리가 추구하는 다양한 컬러에 관한 열정을 각기 다른 컬러 젬스톤과 기하학적인 요소들을 통해 조화롭게 추구하고 있다. 무브먼트를 포함한 라운드 쉐입의 컨테이너(케이스 바디) 부분은 스위스에서 제작하고, 주얼리 파츠는 이탈리아에서 제작해 하나로 결합했기 때문에 옥토와 같은 워치메이킹 노하우와는 결이 다른 방식의 주얼리메이킹 노하우가 요구되는 것이다. 반면 남성 워치는 상대적으로 테크니컬에 집중하고 제품의 퍼포먼스와 컬렉션의 히스토리와 같은 다채로운 측면들이 부각된다. 그에 비해 여성 워치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모션(정서)에 치중하면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남성 워치 보다 제작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테크니컬한 방식이 수학 공식처럼 딱딱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상대적으로 쉽다면, 정서적인 측면과 미학적인 측면을 보다 세심하게 계산하는 쪽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 2022년 발표한 옥토 피니씨모 10주년 기념 S.E.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가 구상한 최초의 오리지널 스케치를 다이얼에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옥토 얘기가 나온 김에 지난해 컬렉션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겠지만 당신과의 첫 인터뷰인 만큼, 당신에게 옥토와 옥토 피니씨모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불가리 워치메이킹 역사상 어쩌면 가장 어렵고 중대한 도전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과거부터 우린 워치메이킹 비지니스를 해왔지만, 옥토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옥토를 통해 워치메이킹을 바라보는 인식(Perception) 자체가 크게 바뀌었고, 우리의 상상력을 발현시키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옥토와 옥토 피니씨모를 통해 비단 나의 경력 뿐만 아니라 우리 워치메이킹 유닛 전체의 지각과 방향성이 달라지고 몇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티타늄 케이스와 인터그레이티드 브레이슬릿을 결합하고 이를 울트라-씬으로 승화시킨 옥토 피니씨모는 이 시대의 진정한 럭셔리 아이콘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또한 모노크로매틱(단색의) 디자인 코드는 매년 새로운 제품도 어딘가 친숙하게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우리는 이러한 연속성을 좋아했고 사람들 역시 좋아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 옥토 피니씨모 사가(Saga)
매년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는 옥토 피니씨모의 여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울트라-씬 카테고리에서 옥토 피니씨모의 존재감은 지금도 대단하지만, 아직 불가리는 더 많은 것을 원하고 굶주려 있다고 생각한다. 옥토와 옥토 피니씨모를 통해 앞으로 더욱 힘을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옥토와 옥토 피니씨모의 진화는 우리 브랜드에 비할 바 없는 크나큰 성공을 안겨준 동시에 또 다른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일례로 지난해 제네바 워치 데이즈(Geneva Watch Days 2022)에서 첫 선을 보인 옥토 피니씨모 스켈레톤 8 데이즈는 컬렉션 10주년을 맞아 옥토의 2막을 여는 상징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매뉴얼 와인딩, 8일 파워리저브,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같은 요소들이 디테일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당장 무엇을 새롭게 하겠다고 밝히기는 어렵지만 불가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저 지켜봐 달라!
-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스케치
- 1.8mm 두께를 실현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전용 프레젠테이션 박스
1월 18일 LVMH 워치 위크 뉴욕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해 말 제네바 시계그랑프리(GPHG 2022)에서 '오대시티 상(Audacity Watch Prize, 일종의 혁신상'를 받은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10주년 기념(Octo Finissimo Ultra 10th Anniversary) 타임피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QR 코드를 통해 NFT 아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했고, 해당 NFT 아트워크 디렉팅도 당신의 손길을 거쳤다고 들었다. 이러한 작업은 시계 디자인과는 또 완전히 다른 영역인데 어떠한 점이 특별히 힘들었는가?
1.8mm 두께의 극도로 얇은 울트라-씬 케이스로 지난해 데뷔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는 공개되기가 무섭게 솔드아웃되어 우리를 놀라고 기쁘게 했다. 올해는 새로운 10피스 한정에 와인딩과 타임 세팅을 손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혁신적인 프레젠테이션 박스까지 추가해 공을 들였다. NFT 작품의 경우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다. 특허 받은 불가리 싱귤래리티(Bulgari Singularity)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해당 타임피스는 불가리의 창조물과 연관된 NFT 아트워크 사이의 불가분의 연결고리를 보증하는 한편 진품 여부 역시 보장하며 물리적 창조물과 가상의 창조물을 동시에 소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불가리 시계를 좋아하는 한국의 고객들과 타임포럼의 시계애호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19년 10월 서울의 한강에서 열린 불가리 이벤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다시 한국에 가게 되면 더 오래 머무르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싶다. 한국의 고객들은 교육 수준이 매우 높고 미적 감각이 훌륭하며 제품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아 한국은 불가리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켓이다. 한국의 고객들이 앞으로도 불가리의 워치 및 주얼리를 지금처럼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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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루즈
2023.01.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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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키
2023.01.19 14:12
불가리는 음... 진짜 모르겠어요 ㅎ
실제로 옥토를 샾에서 만져도 보고 했는데
너무 얇아서 불편한 느낌은 처음받았습니다...
그냥 저만 그렇다는 개인 취향의 얘기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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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이
2023.01.19 18:29
피니시모흥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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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이
2023.01.20 09:25
불가리는 확실히 자기만의 색깔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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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
2023.01.20 17:33
시계보다 사람이 돋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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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컬
2023.01.24 14:44
오.. pt박스가 타임세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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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킹
2023.01.24 23:08
불가리 타임피스 대부분을 디자인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피니시모는 정말 대단한시계지만, 너무 얇은두께가 접근하기를 주저하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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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o85
2023.01.30 03:31
계속되느누옥토의 진화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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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나잇
2023.02.13 17:57
옥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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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daism
2023.09.18 08:23
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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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s
2024.11.03 12:39
불가리의 저 두께 볼 때마다 탐나네요
불가리가 왠지 한번 제대로 만들것같은 ㅎ 사가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