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Exclusive: Vianney Halter 인터뷰
비아니할터는 1981년 파리의 시계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앤틱시계 복원 작업을 하는 수업을
거쳐, 1994년에 독립하여 독창성 넘치는 작품세계로 인정받고 있는 현재 독립시계제작자 중에 '거장'이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는 워치메이커입니다. 해리윈스턴의 Opus 3, 본인의 Antiqua와 Cabestan 등을
대표작으로 현대의 독립 제작자중 Big 3를 정말로 굳이 꼭 꼽으라면 폴 쥬른, 필립듀포와 함께 이름을 올리는
유명인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면서 느낀 그의 인상은 '기인'이자 '장인'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참가한 인원은 비아니 할터 본인과 그의 메뉴펙쳐 Janvier의 Sales 메니져인 Phillip Mariez씨 였습니다.
-이번 바젤에 출품된 비아니할터의 시계-
타임포럼 (이하TF): 한국의 매니아들에게 당신을 소개하는 최초의 인터뷰이다. 명실상부 AHCI를 대표하는
인물중 하나인데, 당신의 예술적인 영감을 시계로 표현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주로 어떤 것들에서 그러한 영감을 받는가?
비아니 할터(이하 VH): 하하하. 커다란 칼이라도 가져와 내 머리를 두쪽으로 쪼갠다면 내 영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영감이란
전통의 유산으로부터 오는듯 하다. 앤틱 시계를 고치면서 느끼는 점들이 있었다. 그 시계들은 단순히 키를 넣고
돌리면 시동이 걸리고 작동하는 기계가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 오늘날의 시계가 시계일수 있는 수많은 과정…
그 금속과 기술 속에 담겨진 하나하나의 과정을 옛 시계를 통해 지켜보면 17세기부터 장인들이 얼마나 넓은
상상력과 창조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인다.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이란 그리고 시계란 이 위대한 유산의
축적된 조합이다. 각자의 시대에 나온 시계들만 보더라도 그 내부를 살펴보면 어떠한 열정이 이러한 오늘날의
진보라는 것을 가져온 것인가라는 점을 보게된다. 더 정확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재는 도구를 위한 끊임없는
유산의 창조가 그 열정 속에 비춰진다. 물론 우리는 현재 속에서 살고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과거의
이정표들을 돌아보지 않고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과학적인 분석으로 현재의 시계를
보고 그 안에서 어떠한 기술이 새로이 나올 수 있는가도 볼 수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는 과거의 진보가
잣대가 되어 이루어지게 된다. 내 이야기가 너무 복잡한가? 하하하!
TF: 정리하기 힘들거 같다. 내가 번역해야 한다는것도 신경 좀 써달라. 워치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것이
더 좋은가 워치메이커가 더 좋은가?
VH: 나는 기본적으로 워치메이커이다. 난 사실 매우 단순한 사람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봐도 나는 단지 한 사
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언제나 생각에 개성을 가지려고 할 뿐이다. 시계를 수리하는 일을 하였고 그
기간을 거치면서 나도 시계를 만들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였던 것 뿐이다. 이 시계를 고칠때는 이 부품을 깎고, 저 시
계를 고칠때는 저 부품을 깎는 경험이 축적되어 수년 후에는 수많은 시계에서 얻은 경험이 하나의 시계를 창조하는
데 융합되는 것이다. 창조의 가능성이라는 것은 경험이 축적되면서 열린다. 지금 이삼십년의 경험을 쌓아왔지만 시
간이 지나고 경험과 지식을 더 축적해 나가는 길고 느린 과정을 거쳐가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의 상상력과 그것을 실
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시계로 표현될 뿐이다. 그리고 핸드폰만으로도 그 역할이 충족되는, 시간을 보는 도구로서가
아닌 예술품으로서의 시계를 창조하려 하는것이다. 그리고 내가 내 놓는 시계의 겉만을 봐서는 내가 창조하는 세계
가 무엇인지 고객은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다만, 그 안에 창조를 덧붙여 내가 어떤 세계를 창조하는것인지 그 시
계의 알맹이가 그것을 대신 설명해준다.
TF: 방금 당신이 이야기 하였듯 당신을 비롯한 많은 AHCI 멤버들이 앤틱 시계
를 보면 그 일은 좋은 워치메이커가 되기 위한 거의 필수적인 과정처럼 보인다.
VH: 각자에게 길은 조금씩 틀리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옛 시계의 세계를 들여다 본 경험과 옛 사람들이 보여준 선
택의 길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금에 있어서도 새로이 앤틱 시계를 보면 그때는 발견
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한다. 당시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상상하지 못하였던 디테일을 찾아내고 더 완벽
한 시계를 만드는데 있어 앤틱시계를 보면 아직도 힌트를 얻게된다. 작금의 어린 워치메이커들을 보면, 배움이 모자
란 것이 아니라 경험이 부족하다. 시계 회사에 취직해 제한된 종류의 무브먼트만을 다루는 일을 하는데, 앤틱 시계를
다루게 되면 매번 다른 무브먼트를 보게 되고 하나의 문제에 각각 다른 해답이 나와있는 모습을 겪게 된다. 앤틱시계
를 만들어진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기술이 사용되었나 연구하고 지금은 찾을 수 없는 1~2세기
전의 솔루션을 상상하고 재생하여야 한다. 다양한 접근법에 대해 배우고 방대한 경험을 쌓는데 있어 앤틱 시계 복원
은 젊은 워치메이커에게 추천할만 하다. 하지만 길고 오래 걸리는 일이다. 단순히 6개월 정도의 경험으로는 어림도
없고 길게는 몇 년에서 20년의 경험이 필요하다.
Phillip Mariez: 그래서 할터씨는 지금의 바쁜 스케쥴 아래에서도 흥미로운 시계의 경우 앤틱 시계 복원 작업을 의뢰
받고 거기에서 배움을 추구한다.
TF: 그래도 요즘의 젊은 워치메이커들은 상당히 많은 수가 시계회사에 취직하여 안정적인 생활 속에서 경험을 쌓지
않는가?
VH: 그것이 문제이다. 넓은 경험이 필요한데, 한정적인 경험만 하게 된다. 그런 워치메이커에게 믿음을 갖는 것은 어
렵다. 나만해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맡겨야 한다면 차라리 매우 나이든 워치메이커를 수소문 할 것이다. CAD 같은
컴퓨터 디자인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시계 안에 정작 무엇이 들어가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한 이해에 도달
하지 못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새로운 시계를 디자인 할 수 있다. 기술이 발달했으니 가능한 일이지만 느리더라도
천천히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TF: 당신의 시대는 쿼츠 쇼크 때문에 그런 길로 가는 것을 강요당한 측면도 없지 않는가?
VH: 그렇다. 하지만 컴퓨터로 복잡시계를 뚝딱 만들어내는 그런 길로 가다가는 워치메이커의 인생에 있어, 물이 얼
마나 깊은 줄 모르고 뛰어드는것과 같다. 그리고 아무리 업계가 호황을 맞이하여 젊은 시계 기술자들이 큰 회사에 취
직을 한다 해도, 긴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 이러한 길이 있다는 것을 공감 하고 열정으로 이 길을 걸을 젊은이들이 있
을것이다.
TF: 그래도 지금 존재하는 AHCI세대 이후 이러한 진정한 워치메이커들이 탄생할 토양은 줄어들고있다고
생각하는가?
Phillip Mariez: 시계 업계의 호황 덕분이 많은 재능 없는 워치메이커 들이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역시 시계 업계
의 호황 덕에 재능이 넘치는 수많은 워치메이커들이 미래의 필립듀포나 비아니 할터를 꿈꾸고 있다.
TF: 80년대 초 무브먼트 전문 개발 아뜰리에였던 THA시절은 당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VH: 흥미로운 시기였다. 파리에서는 복원 작업만을 하다가 삶의 터전을 옮겨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것을 시작
할 때였다. 프랑소와 폴 쥬른이 상사였는데, 그가 보여준 상상력을 시계로 실현하는 능력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공
업적 정밀 생산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운 시기였다. 파리에서는 감에 따라 일을 하였다면 THA에서 일하면서 많은
지식이 더해졌었다. 기초 정밀 장비에 대해서 배우고 그것들을 통해 어떻게 상상력을 발현할 수 있을지 배운 중요한
시기였다.
TF: 경영인과 워치메이커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고 있는가?
Phillip Mariez: 워치 메이킹 이외의 모든 것은 회사 내 각 인원에게 일임하고있다. 할터씨가 경영에 신경쓴다는 것
은 실제 작업을 할 시간을 잃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TF: 당신의 위상이라면 당신의 회사에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을것이다. 투자에 대한 제안을 대
다수 거절한것으로 아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VH: 더 좋은 차를 끌고… 더 큰 집에 살고… 이런 유혹은 있지만 우리가 독립 제작사로 남는 이유는 이보다 자유를
위해서이다. 투자가 있으면 결국 투자자의 의도대로 갈 수 밖에 없고 이는 토사구팽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지금에 있어서 외부의 투자를 받아서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한 워치메이커를 단 하나도 본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TF: St. Croix에 위치한 아뜰리에 Janvier가 설립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1994년 설립) 현재의 규모는
어느정도이며 그 규모에 만족하는가?
VH: 약 20명이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워치메이커이다. 공간이 좀 모자라긴 하지만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트를 생각해보라. 20명이
타고 있는 보트와 50명이나 100명이 타고있는 보트는 조향성에 있어 큰 차이가 생길수 밖에 없다. 원하는 방향으로
갈수 있느냐 없느냐를 보았을 때 현재 규모가 적당하다고 본다.
TF: 당신의 Classic 모델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적이 있다. 너무나 비아니 할터 풍이면서 다른 모델보다 심플해서
더 기억에 남는것 같다. 타임온리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VH: 만듦새이다.
TF: 정확도 중심을 이야기하는것인가?
VH: 아니, 아니다. 정확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건 각각의 부품의 품질과 그를 위해 쏟아진 에너지가 더 중요
하다고 본다. 이런 각각의 부품은 고객에게 전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진정성의 문제이다. 필립 듀포씨의 심플리시
티를 보라. 심플한 시계에 있어서는 각각의 구성이 얼마나 완벽의 가까운가가 중점이다. 시계가 복잡할수록 이러한
완벽함을 위한 추구는 복잡함에 가리워지게 된다. 심플할수록 이러한 진정성이 더 빛난다.
클래식 모델을 다듬는 접근법과 Antiqua를 다듬는 접근법은 다르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클래식 모델에
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디테일에 까지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사람들이 묻지만 내가 담을수 있는 모든 디테일
을 담고 싶은 것이다.
TF: 당신의 시계를 제외하고 존경하는 시계 브랜드 3개만 알려달라.
VH: 요르겐슨, 영국의 독립 제작자 Smith, 그리고 최고의 퀄리티를 제시하는 필립듀포.
TF: 수동으로 역대 손목시계용 무브먼트중 최고의 무브먼트를 꼽는다면?
VH: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손목시계용 수동 무브먼트를 꼽는다면 예거 르꿀뜨르를 빼놓을 수가 없다. 너무나 뛰어
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아름답고 기술적으로 디자인 되어있다. 그리고 옛날 파텍필립의 무브먼트 또한 꼽을만하다.
특히 예거 르꿀드르에서 만들고 파텍에서 손본 무브먼트는 대단하다고 본다. 둘 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조금 다른 브
랜드 이지만, 옛날 리베르소를 열어보면 공업적으로 생산되었다고 하지만 모든 디테일들이 흠잡을데가 없다. 그 시
절의 앵커와 이스케이프먼트만 봐도 얼마나 정교하게 손을 보았는지…
TF: 이제 고참 장인인데 워치메이커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고 가장 성취감이 높았던 시절을 특히 뽑는다
면 어떤것인가?
VH: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느낄때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하하하. 그리고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모른다는것도 어렵다. 자네도 나이가 들어서 나를 다시 본다면 내가 왜 그런걸 물
어봤을까 라고 생각할것이다. 허허. 가장 성취감이 높았던 시절은… 언제나 ‘지금’이라고 답해야겠지? 옛날에는 스
스로 상상할수 없는 성공을 지금은 거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쁘지 않다.
TF: 귀한 시간 감사하다.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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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ch
2008.04.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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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tomline
2008.04.29 14:59
이거 실제로 있었던 일을 쓰신거죠? 믿겨지지가 않아서... ㅋㅋㅋ 정말 좋은 내용이네요............ 파텍 무브도 옛날 걸 찾네요......... 역시......... 죤 인터뷰 잘보고 갑니다........ 인터뷰 준비 마니하셨었나봐요.... ^&^ -
클래식
2008.04.29 17:22
잘 봤습니다. 기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분같습니다. 두 사람이 차고 있는 시계가 뭘까 궁굼하군요. ㅎㅎㅎ -
지노
2008.04.29 19:53
아주 매력있는 분이었습니다!! -
cr4213r
2008.04.29 23:15
선리플~ 빵! -
굴린티
2008.04.30 08:25
바젤에가서도 시계만 봤지 이런 사람들을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는데, 정말 빛나는 인터뷰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
디오르
2008.04.30 12:49
비아니 홀터 정말 멋집니다. 저 괴상한 형상을 가진시계 정말 갖고 싶다는....인터뷰도 아주 잘 봤습니다...감사합니다 ^ ^ -
반즈
2008.04.30 17:22
얼굴자체에서 풍기는 포스가 강렬하네요. PP와 JLC의 무브먼트를 극찬을 하시네요.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순전히 사견이지만 JLC는 그 부분만큼은 PP 목아래 정도 아닌가 합니다. ㅋㅋ -
지구인
2008.04.30 23:35
몇년전 보고 충격받았던 Opus3 의 제작자가 이런 모습이었군요!
멋진 인터뷰 잘 봤습니다.
너무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
오대산
2008.05.01 11:55
온고이지신, 아는만큼 보인다. My way 이런 단어가 생각나는 분이네요. 지지님 덕분에 잘 봤습니다. ^^ -
숙제검사
2008.05.02 12:37
앙뜨완 아저씨도 비슷한 수준의 장인은 안되는 겁니까? 빅3에 없어서 아쉬운.... ^^ -
Kairos
2008.05.02 13:18
완전히 현재를 기점으로 한 주관적인 기준일 뿐입니다.
안두환, 빠르미쟈니등등의 아저씨로 빅3를 구성하시는 분도 있겠지요. 매니아 입문 동기이신 숙제검사님도 글 한편 쓰시면서 얘네가 빅 3야 라고 하시면 됩니다 ㅎㅎ -
옥동자
2008.05.09 14:39
멋진분이군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
비각
2008.05.20 00:47
정독했습니다. ^^ 개지지님 고생하셨습니다. ^^ -
베르날레스
2008.05.26 09:45
역시 툭 튀어나오는게 아니라 오랜시간 인고와 준비의 시간을 거치는 군요..ㅎㅎ -
Swing
2008.05.27 10:51
오우~ 잘 읽었습니다~
한국에 한번 오시라는~ ㅋ -
kasio
2008.06.13 17:20
잘읽고갑니다 -
누크
2008.10.18 15:28
대단한 열정을 가지신 분이군요. -
아쿠아검
2008.11.21 01:44
아 이 디자인 여기 꺼 군요^^ -
aiesecjun
2009.09.10 15:20
잘 읽었습니다... -
신머루
2010.01.10 11:55
잘 봤습니다. -
ddadf
2010.07.30 17:51
잘 읽고 갑니다 -
요나킴
2010.10.09 16:24
정말 잘읽고었습니다 완전 빠지네요 -
파네라이짱
2012.02.20 16:04
오호~^^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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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2020.03.02 10:51
인터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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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 잘 보겠습니다^^*